당대 최고의 작가들과 호흡하는 공간
당대 최고의 작가들과 호흡하는 공간
  • 박진명 기자
  • 승인 2017.02.02 17: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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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대 최고의 작가들과 호흡하는 공간
[이슈메이커=박진명 기자]

 



당대 최고의 작가들과 호흡하는 공간

동네 작은 책방이 유럽 여행의 필수 코스가 되다

 


2014년 무더운 여름날, 오스트리아 빈(Wien)의 뒷골목을 걷다가 우연히 영문 서적이 쌓여있는 ‘셰익스피어앤컴퍼니(Shakespeare&Company, 셰익스피어와 친구들)’를 만났다. 헤밍웨이뿐만 아니라 당대 최고의 작가들이 사랑한 서점이라는 것을 모른 채 우연히 발견한 ‘셰익스피어앤컴퍼니’는 1919년 프랑스 파리에 처음으로 문을 연 고서점이었다. 

 

 

 


20세기 초 최고의 작가들과 현대 예술인들에게 사랑받는 고서점

‘셰익스피어앤컴퍼니’는 1919년 미국 뉴저지 출신의 실비아 비치라는 여성에 의해 문을 열었다. 오래전부터 책방을 여는 것이 꿈이었던 그는 프랑스 파리까지 건너와 영문 중고 서적을 대여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이 책방의 손님들은 어니스트 헤밍웨이와 스콧 피츠제럴드, 제임스 조이스, T.S 엘리엇 등 20세기 초의 모더니즘 시대를 풍미했던 작가들이었다. 헤밍웨이의 회고록인 ‘파리는 날마다 축제(A Moveable Feast)’에서도 책방에 대한 언급을 찾아볼 수 있다. 그는 ‘내 이름으로 책을 출간하고 싶은 꿈이 있는 내겐 셰익스피어앤컴퍼니는 동경과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장소였다’라고 회고했다. 특히 제임스 조이스는 최대의 수혜자였다. ‘젊은 예술가의 초상’과 ‘더블린 사람들’로 유명한 제임스 조이스는 명작 ‘율리시스’를 출간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그는 음란하다는 이유로 영어권 국가에서 금서 판정을 받은 이 책을 출간하기 어렵다고 절망했다. 그러나 그가 즐겨 찾던 책방 ‘셰익스피어앤컴퍼니’의 주인인 실비아 비치는 책을 출간하자는 제안을 했고 율리시스가 어렵사리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20세기 문학 최고의 발견으로 불리는 ‘율리시스’의 출간은 셰익스피어앤컴퍼니가 없었으면 불가능했던 일이다. 
 

셰익스피어앤컴퍼니는 시대를 넘나들며 현대 예술인들에게도 사랑을 받고 있다. 영화 ‘비포선라이즈(Before Sunrise,1995)’와 그의 후속편인 ‘비포선셋(Before Sunset, 2004)’은 독특한 원테이크 기법과 로맨틱한 소재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오스트리아 빈을 배경으로 한 ‘비포선라이즈’는 빈을 향하는 기차 안에서 우연히 만난 두 남녀의 대화가 100분의 러닝타임을 채운다. 두 주인공은 갑작스레 시작된 짧은 만남이었지만 강렬한 사랑의 감정을 느낀 채 다음 날 아침 헤어진다. ‘비포선셋’은 그렇게 헤어진 그들이 10년 뒤 파리의 셰익스피어앤컴퍼니에서 다시 재회하는 모습을 그렸다. 또한, 이 서점은 파리를 배경으로 한 영화 ‘미드나잇인파리(Midnight in Paris, 2011)’에도 등장하는데 소설가인 남자 주인공이 서점을 방문하고 나오는 배경으로 쓰였다. 

 

 

나치에 의해 문을 닫은 책방이 다시 문을 열다 

20세기 초 가난했던 작가들에게 영감을 주던 셰익스피어앤컴퍼니도 제 2차 세계 대전에서 살아남지 못했다. 이 책방은 나치가 프랑스를 점령하면서 문을 닫았다.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질 위기에 놓였던 셰익스피어앤컴퍼니는 1950년대 프랑스에서 유학 중이던 미국인 조지 휘트먼에 의해 다시 문을 열게 되었다. 이 책방은 당시 ‘비트 제너레이션(Beat Generation)’이라 지칭하는 보헤미안 성향 문학가와 예술가들에게 다시 영감을 주기 시작했다. 현재 이 서점은 조지 휘트먼의 딸에 의해 경영되고 있으며 여전히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공간이다. 셰익스피어&컴퍼니는 호텔스닷컴이 발표한 북미 및 유럽 인기 여행지 2위에 선정될 만큼 파리를 찾는 여행객들의 필수 코스이기도 하다. 2016년 8월 여름 딸과 함께 파리를 방문했던 심혜경 씨 역시 셰익스피어앤컴퍼니를 찾았다. 그는 “한 세기 전 작가들이 앉았던 의자에 앉아 그들의 영감과 영혼을 살찌웠던 책을 읽으며 그들과 호흡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파리의 중심가에 위치한 이 서점은 활기차고 동적인 도시의 특성과는 다르게 정적인 안정감을 주는 명소입니다”라며 회상했다. 


대한민국에서도 독립서점 창업 붐이 불고 있다. 2015년만 해도 7~8개 남짓으로 추정됐던 독립서점은 2016년 서울에만 40여 개가 문을 열었을 만큼 창업 아이템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인터넷의 발달은 오프라인 서점과 출판업의 위기를 가져오고 있는데, 동네 책방이 문을 연다는 것은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다. 가난한 작가들에게 위안과 안식처가 되었고 현재 독자들과 함께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는 ‘셰익스피어앤컴퍼니’처럼 국내 인문학과 문학의 발달에 기여할 독립서점의 역할이 기대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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