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 제도와 문화로 확산되고 있는 갭이어
전 세계에 제도와 문화로 확산되고 있는 갭이어
  • 박진명 기자
  • 승인 2017.02.02 17: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 세계에 제도와 문화로 확산되고 있는 갭이어
[이슈메이커=박진명 기자]

 




전 세계에 제도와 문화로 확산되고 있는 갭이어

더 멀리 뛰기 위해 움츠리는 시간



갭이어(Gap year)는 고교 졸업 이후 잠시 휴식기를 가지고 다양한 경험들을 쌓으며 진로의 방향을 설정하는 1년의 시간을 의미한다. 1960년대 영국에서 시작된 이 개념은 학교에서 배울 수 없는 다양한 경험들을 통해 내적 동기를 분명하게 한다는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이에 갭이어는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확산돼 성숙하고 독립적인 가치관을 형성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긍정적인 효과를 입증하고 있다. 


나를 찾는 여행, 갭이어 (Gap year)

갭이어는 1967년 영국 자선기관 프로젝트의 봉사교육을 위해 3명의 봉사자를 에티오피아에 파견한 것을 시작으로 유럽 여러 나라에 퍼지기 시작했다. 이후 영국에서는 갭이어를 제도적으로 정착시켰다. 영국 학생들은 중등 교육을 마친 후 대학 입학이나 취업 전에 휴식기를 가질 수 있다. 영국 정부에서는 다양한 프로그램과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적극적으로 갭이어의 활성화를 지원하고 있다. 특히, 입학 연기(Deferred entry)는 갭이어를 갖기 위해 대학 입학을 미루는 것을 지칭하는 것이다. 영국 대학들은 입학 연기에 대해 대개 호의적이며 학업이나 직장 활동으로는 배울 수 없는 경험들을 통해 인생의 기회로 발전할 수 있는 장점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영국에서 시작된 갭이어는 유럽 전역에 확산된 다음 미국, 호주, 뉴질랜드를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미국갭협회의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의 갭이어 학생은 전년보다 22% 증가했다. 워털루 대학의 경제학과 아나페러 교수는 갭이어를 가진 학생이 대학 졸업 후 수입이 5% 높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면서 미국 사회의 학생들에게 보편적인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갭이어 기간 동안에 학생들은 다양한 활동으로 본인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갖게 된다. 미국갭협회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85%는 세계를 여행하며 다양한 문화를 접하기를 원하는데, 이는 여행이나 해외 인턴십, 그리고 해외 봉사를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갭이어를 원하는 젊은이들을 위한 프로그램들이 여러 형태로 만들어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워킹홀리데이(Working Holiday)’라는 제도를 꼽을 수 있는데, 국내에도 잘 알려진 이 제도는 청년들이 협정 체결국에 체류하며 여행과 경제 활동을 동시에 할 수 있다. 또한, 오페어(au pair)라는 프로그램도 알려지고 있는 추세다. 오페어(au pair)란 프랑스어로 ‘동등하게’라는 의미로 외국인 가정에서 아이들을 돌봐주고 그 대가로 숙박과 일정량의 급여를 받는 프로그램이다. 숙식을 제공 받는 대신 농장 일을 거들어 주는 우프(WWOOF, World Wild Opportunities On Organic farm) 라는 프로그램도 있다. 1971년 영국에서 시작된 우프는 가난한 여행자들을 위해 처음 시행되었으며, 현재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와 같은 농업이 주요 산업인 나라에서 활성화 되어있다. 우프는 정식 워크 비자 필요 없이 여행 비자로도 얼마든지 참여가 가능하다. 


국내에서는 30-40대 청장년층에게서 나타나

국내에서는 갭이어 문화가 독특하게 형성되고 있는데 갭이어를 원하는 연령층이 주로 30-40대 청장년층에게서 나타나고 있다. 취업 포탈 사람인의 설문 조사 결과에 의하면, 대학 진학 이전에 갭이어 시간을 보내는 영국이나 미국 등과는 다르게 국내에서는 퇴사 이후에 갭이어를 갖는 경우가 많다. 이는 20대를 대부분 취업과 구직활동을 하는데 시간을 보낸 후 30-40대가 되었을 때 스스로의 삶을 되돌아보고 자신의 적성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갭이어는 한국 사회에서 본래의 취지와는 다르게 변하면서 이에 따른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갭이어의 궁극적 목표인 ‘삶을 재충전하는 시간’ 보다는 ‘더 좋은 스펙’과 ‘더 나은 직장’을 위한 수단으로 변질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의 변화하는 채용기준에 맞춘 스펙을 쌓기 위해 갭이어를 단순히 해외 인턴십, 어학연수 등의 수단으로 생각하는 것이 현실이다.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는 갭이어라는 명분으로 젊은이들에게 상업적으로 접근하고 이용하려는 기업들과 봉사단체들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이력서에 한 줄을 더 쓰기 위한 여행이 된 갭이어는 스펙 위주의 씁쓸한 사회를 반영하며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

한편, 갭이어가 여유 있는 사람들의 전유물이라는 평가도 적지 않다. 미국갭협회에 따르면 부유층 자녀들은 휴식이나 여행으로 갭이어를 보내는 반면, 대부분의 소수계 인종들이나 저소득층 자녀들은 재정적인 문제로 인해 곧바로 대학 입학을 하지 못해 어쩔 수 없이 갭이어를 선택한다.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갭이어에도 투영됐다는 이야기다.

갭이어의 본래 목적은 새로운 경험을 통해 글로벌 역량을 쌓고 다른 문화를 배움으로써 세계관 넓히는데 있다. 다시 말해 갭이어는 단순한 이력서 스펙 한 줄이 아닌 진짜 자아를 찾으며 성숙해지는 시간이다. 한국 사회에서도 올바른 갭이어의 문화가 정착돼 청년들이 스스로 자신의 인생을 설계하고 성과주의에서 벗어나 궁극적 행복을 찾길 소망해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국제금융로8길 11, 321호 (여의도동, 대영빌딩)
  • 대표전화 : 02-782-8848 / 02-2276-1141
  • 팩스 : 070-8787-897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손보승
  • 법인명 : 빅텍미디어 주식회사
  • 제호 : 이슈메이커
  • 간별 : 주간
  • 등록번호 : 서울 다 10611
  • 등록일 : 2011-07-07
  • 발행일 : 2011-09-27
  • 발행인 : 이종철
  • 편집인 : 이종철
  • 인쇄인 : 김광성
  • 이슈메이커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이슈메이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ess1@issuemaker.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