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新)팬클럽 문화
신(新)팬클럽 문화
  • 김나영 기자
  • 승인 2012.04.27 16: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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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 팬 지고 천사 팬 뜬다
[이슈메이커=김나영 기자]

팬(Fan)이라고 하면 가수나 배우 등을 열광적으로 좋아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그 팬들이 하나 둘 모여 팬클럽이 형성됐다. 본격적으로 팬 문화가 체계화된 건 1990년 대 초 ‘서태지와 아이들’때 부터다. 좋아하는 마음을 담아 응원하고, 팬레터와 선물을 보내고, 스타의 뒤를 쫓는 것에서 이제 쌀 기부와 사회공헌활동까지 펼치고 있는 팬클럽, 그들이 변하고 있다.

 

팬에서 팬클럽으로 팬클럽에서 팬 문화로

“스타는 인간과 신의 중간 영역에 있는 사람이다. 현대사회에서 스타는 반신(半神)이 됐다.”스타와 이미지산업을 설명한『스타』(1969)에서 프랑스 사회학자 에드거 모랭이 한 말이다.

이처럼 스타를 신처럼 우상시하며 좋아하는 사람을 팬덤이라고 지칭한다. 시대를 거슬러 우리나라에 처음 팬덤 문화가 출현한 것은 1990년대 서태지와 아이들부터 H.O.T, 젝스키스가 본격적인 팬덤 문화의 시작을 알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전 음악들이 주로 통기타를 맨 가수들의 감미롭고 서정적인 노래였다면 이들부터는 힙합에 뿌리를 두고 댄스가수로 큰 변화를 시도했다. 음악의 장르적 차이인지 시대의 변화에 발맞춤 한 것인지 단정 지을 순 없지만, 그들은 수 백, 수 천명의 팬을 이끌었다.

팬들은 스타의 이름에 걸 맞는 팬클럽 이름과 지정 풍선색깔을 맞추었다. 1세대 아이돌이 막 활약하던 1990년대엔 PC통신이 일반화되지 않았다. 천리안과 하이텔 같은 PC통신 동호회가 있었지만 전화가 걸려오면 끊겨버려 전파력에 한계가 있었다. 상당수 팬은 152 전화사서함을 통해 연예인의 스케줄을 확인했다. 현재에 비해 수동적인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음반 발매일과 콘서트장에는 여고생 행렬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그들의 매 컨셉트는 다양한 상품으로도 활용됐다. 당시 서태지와 아이들이 입었던 옷은 바로 유행으로 이어졌다. 그들로 인해 파스텔톤 남방이 유행했고, 가격태그를 떼지 않고 입는 옷이 유행했으며, 보드복이 유행하기도 했고, 총천연색 염색도 유행했다. 그들은 언제나 유행을 이끌었고 팬들은 충실히 그들을 복제했다. H.O.T, 젝스키스 역시 교실 곳곳 문구류는 물론 식품에서도 그들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 때는 그렇게 단순히 스타와 관련된 것들을 구매하는 것으로 사랑을 표출했다.

이후 시대가 변화하고 팬덤의 양상도, 형태도 변화했다. 연예인 팬클럽은 갈수록 대형화, 조직화되었다. 동방신기 팬 카페 ‘유애루비’는 회원 수가 74만명에 달하고, 소녀시대 팬 카페인 ‘화수은화’와 ‘시스터스’는 각각 30만명, 빅뱅의 ‘빅뱅월드’는 24만명이 넘는 회원 수를 보유하고 있다. 인터넷 보급이 확대되면서 수동적이었던 팬들이 점차 적극적으로 변했다. 팬들은 가장 먼저 다음이나 네이버 등 포털에 소속사가 개설하고 스타가 가입한 공식 팬 카페에 참여해 연예인 정보를 접하고 연예인이 남긴 글에 댓글을 달며 소통을 했다. 하지만 로그인 규정 등이 팬 카페 문화 확산을 제한했다. 소속사가 인정하지 않더라도 너도나도 ‘공식 팬 카페’를 외치는 문제들도 생겼다. 팬들은 자신들이 직접 만든 팬 페이지나 디시인사이드갤러리 같은 보다 자유로운 온라인 공간으로 이동했다. 최근에는 소속사에서 공식 팬카페 보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채널에 공을 들이면서 ‘공식 팬 카페’의 입지는 더 축소되고 있다. 소속사는 포털이나 SNS플랫폼 모두 무료로 이용할 수 있어 같은 시간과 노력이면 무대가 넓은 쪽을 선호한다. 팬들은 인터넷 게시판에서 각종 정보를 발 빠르게 교류하고, 체계적인 운영으로 각종 이벤트를 진행한다. 신문이나 버스의 광고란을 통해 스타의 생일을 축하하는 메시지를 전하고, 서명 운동과 집회를 열어 자신들의 입장을 공식 발표하기도 한다. 때문에 팬클럽의 영향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삼촌팬’과 ‘이모팬 다양한 연령대 층으로 두터워진 팬 문화

기존에 1020세대에 머물렀던 팬 층은 현재 6070세대까지 크게 확대됐다. 아이돌 그룹의 음악이 양뿐 아니라 질적으로도 향상되면서 ‘삼촌팬, 이모팬’이 생겨났다. 그들은 적극적인 젊은 세대와 달리 스타의 사생활을 존중해주며 건강까지 염려하는 방식을 보인다. 더불어 경제적 여건이 되기에 주로 건강식과 보약 비타민 등을 챙겨주며 그들을 돌본다. 소녀시대 팬카페 ‘시스터스’에는 ‘오빠삼촌방’과 ‘언니이모방’의 활동이 활발하고, 또 다른 팬클럽인 '소시밴드'의 리더는 40대다. 이들은 음반과 음원, 상품과 야광봉을 구입하는데 그치지 않고 음반기획사와 협의해 스타를 키우고 이들의 이미지를 만드는데 일조한다. 한 여성그룹 기획사 대표는 “공연장에 30-40대 남성 팬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며 “그룹의 음악과 스타일을 조언하고, 경제력이 뒷받침되기에 가수의 이름으로 선행에도 참여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요즘 걸그룹에 열광하는 ‘삼촌팬’을 제치고 보이그룹의 든든한 지원자 ‘이모팬’이 뜨고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꽃미남’ 아이돌 스타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달려간다. ‘이모팬’은 자신보다 한참 어린 10ㆍ20대 아이돌 스타들을 열정적으로 좋아하는 30ㆍ40대 중년 여성이다. 스스로 홍보대사를 자처하고 소속사 주식을 사모아 방패막이까지 자임한다. 한마디로 아이돌의 또 다른 부모이자 매니저인 셈이다. 인터넷에서는 젊은 남자연예인을 위한 ‘이모ㆍ누나’ 팬카페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에 출연한 박유천의 팬 카페 ‘블레싱유천’에는 30~60대 여성 회원만 5000명이 넘으며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드라마평론가인 충남대 윤석진 교수는 “지금의 30~40대는 10~20대 때 서태지와 아이들 등을 통해 팬 문화를 주도했던 세대로, 선호하는 대상에게 호감을 표현하는 데 익숙하다”고 이모 팬들의 팬덤 문화를 전한다. 이들은 대중문화가 폭발적으로 성장한 1990년대에 젊은 시절을 보내 팬 문화에 익숙하며 자유롭게 표현하고 과감하게 자신을 드러내는 데 거리낌이 없다. 또 팬클럽 활동을 통해 삶의 긍정적인 에너지원을 찾기도 한다. 젊은 꽃미남 연예인을 ‘이성’이라기보다는 ‘젊은 시절의 자신’으로 치환시켜 바라보는 것이다. 영화평론가인 심영섭 대구사이버대 심리학과 교수는 “결혼생활에서 스트레스를 받거나 정서적으로 메마르다고 느낄 때 활발한 팬 활동은 마음을 환기시키고 새로운 청량감을 불러일으키는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수 JYJ가 사생팬 욕설 및 폭행 논란으로 기자회견을 통해 공식 사과를 했다. 사건이 일단락 되는것으로 보였지만, JYJ멤버 박유천이 사생팬에게 따귀를 맞은 영상이 공개되면서 사생팬들의 도를 넘어선 행동들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안티팬’과 ‘사생팬’

팬 문화의 어두운 이면

모든 팬 문화를 긍정적인 시각으로만 바라보기엔 아직도 아쉽다. 일부 극성팬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에 집착과도 같은 과한 애정을 보인다.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의 경쟁 상대에는 지독한 악평 일색으로 대하기도 하고 스캔들이라도 날라치면 가차 없이 ‘응징’한다. 팬문화의 독한 배설물이라고 할 ‘안티 팬’도 여전히 존재하며 연예인들을 괴롭힌다. 자정의 목소리가 일고 있으나 여전히 일부 네티즌 등은 근거를 알 수 없는 루머를 양산하고 극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줄 ‘악플’들을 쏟아낸다. 악플은 곧 연예인 자살로 이어져 사회에 큰 파장이 일었다. 최근 10대 청소년들을 중심으로 연예인의 사생활까지 모두 쫓으며 그 일거수일투족에 집중하는 ‘사생팬’이 생겨났다. 공개방송이나 촬영현장 등 연예인으로서의 공식 일정은 물론 친구와의 만남 등 개인 일정까지 모든 것을 파악하려 하고 이를 뒤따르려 한다. 학교 조퇴와 결석은 신경 쓰지 않는다. 이와 관련해 10여 년 전 한 아이돌 그룹의 사생팬이었다던 김혜연(28)씨는 “사생팬으로 살던 시절, 학교도 가지 않고 밤을 새우는 건 기본이고 아빠 지갑에서 돈을 훔치기도 했다”며 “(출석 일수 때문에) 학교에 겨우 가서 수업을 들었는데 도저히 진도를 따라갈 수 없었다. 그동안의 일들이 후회됐다”고 말했다.

박민경 한국청소년상담원 상담원은 “우리나라 청소년은 외국에 비해 열정과 욕구를 쏟을 만한 여가활동이 마땅치 않아 극성팬 활동에 열정을 부여하는 경우가 많다”며 “최근 인터넷을 중심으로 일부 극성팬들 사이에 마치 ‘더 극단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이 진정한 팬’이라는 식의 잘못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가족과 학교에서는 사생팬 행동을 금기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 연예인이 왜 좋은지에 대해 마음을 열고 대화를 나눠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며 “무대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 등 연예인의 장점을 강조해 좋아하는 연예인을 건전한 역할 모델로 삼을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쌀과 연탄 기부 봉사활동까지…착한 팬 문화 등장

최근에는 스타에 열광하는 팬덤 문화의 긍정적인 진화가 일어나고 있다. 팬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의 이미지를 향상시키기 위해 자발적으로 기부 및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이제 특정 팬클럽의 기부나 봉사활동 소식은 특별한 일이 아닐 정도로 보편화됐다. 콘서트, 쇼케이스, 팬미팅, 뮤지컬, 드라마 제작발표회, 영화시사회 응원은 쌀 화환으로 대신하는 게 유행이다. 응원과 함께 의식 있는 팬 문화를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스타의 이름으로 사랑을 실천하며 소외받는 어려운 이웃에게 꿈과 희망을 전하고 있는 것이다. 소녀시대 써니와 슈퍼주니어 규현의 팬들은 멤버들의 뮤지컬 '캐치 미 이프 유 캔' 출연을 기념하며 쌀 7.6톤을 기부했고, 비스트 팬들은 월드투어 '뷰티풀쇼' 개최를 축하하기 위해 5835.9㎏의 쌀 화환과 8036장의 연탄을 기부했다. 이밖에 티아라 동방신기 JYJ 2PM 빅뱅 2NE1 등 수많은 스타의 팬덤이 쌀과 연탄을 기증, 훈훈함을 더하고 있다. 공공재를 설립하는 팬덤도 있으며, 결식아동이나 입양아,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 주민을 후원하기도 한다. '한류 열풍'에 따라 K-POP 스타들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해외 팬들도 기부 행렬에 동참하고 있다.

한 연예관계자는 “덜 성숙한 측면이 자주 부각됐던 연예인 팬클럽이 최근 몇 년간 기부와 봉사 활동을 적극적으로 벌이며 훈훈한 소식을 전하고 있다”며 “이미지 쇄신은 물론 공익적인 측면에서 크게 귀감이 될 만하다”고 말했다. 이어 “주 연령층인 청소년들은 이러한 선행에 동참함으로써 연예인을 응원하면서 동시에 사회 활동에 참여했다는 자부심을 느끼는 것 같다”며 “그만큼 팬클럽에 대한 소속감이 높아졌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아름다운재단’ 기부컨설팅 김진아 팀장은 “몇 년 전부터 팬클럽들의 활동이 다양화되면서 기부 역시 하나의 팬클럽 활동이 돼 가고 있다”며 “스타에 대한 과도한 집착이나 선물공세, 안티팬 등 팬클럽에 대한 부정적인 문화들 속에서 이런 기부문화가 자리 잡아가는 것은 매우 긍정적이라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한 봉사 단체 관계자는 “지나친 팬클럽 간의 경쟁이 과열돼 자칫 기부와 봉사의 본질을 잃게 될까 염려하는 측면도 있다”며 “표면적인 액수보다는 많은 이들이 동참할 수 있도록 성숙한 나눔의 문화를 만들어 가는 데 뜻을 두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스타에게 있어 팬은 필수불가결한 존재다. 쌍방향적이고 성숙한 팬 문화를 정착시켜가고 있는 그들은 명실상부한 대중문화의 한 축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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