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민심으로 촉발된 정치·사회개혁의 시작
촛불민심으로 촉발된 정치·사회개혁의 시작
  • 박경보 기자
  • 승인 2017.02.02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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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박경보 기자]


 

촛불민심으로 촉발된 정치·사회개혁의 시작

병폐적 구체제 청산하는 새로운 국가시스템에 대한 요구

 

▲지난해 12월 9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 가결되기 직전의 국회 앞 시민들.

 

 

‘최순실 게이트’에 분노한 1000만 촛불 위력이 새해 국회 내 '개혁 입법'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전국 광장에 모인 촛불이 단순히 박 대통령 퇴진과 탄핵 요구가 아닌 편법과 탈법, 불법이 판치는 부조리한 한국 사회 대개혁이라는 것을 정치권이 자각하고 행동에 나선 것이다.



사회개혁에 대한 전국민적 요구, 정치권이 응답할까 


최순실 국정 농단이라는 헌정 사상 최악의 사건을 본 국민들은 구체제을 청산하고, 새로운 미래를 위한 국가 시스템 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외치고 있다. 천만 촛불민심은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넘어서 최악의 국정농단 사건이 발생한 원인을 찾아 재발하지 않도록 국가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손보는 절호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대한민국을 리셋하는 정도의 혁명적 변화를 기대하는 것이다. 

 
현재 국민의 요구는 공정과 정의, 보편적 인권, 투명한 사회를 만드는 것, 구체적으로는 재벌 ·언론 ·검찰 ·정치개혁으로 모아지고 있다. 권력이 함부로 기업을 통제할 수 없도록 하고 재벌이 권력 앞에서 'No'라고 할 수 있는 경제시스템 그리고 그동안 적폐와 관피아를 척결하고 ‘흙수저?금수저’로 대변되는 ‘계급화·양극화’를 없애는 등 비정상이 정상화된 사회, 공정한 국가시스템을 만들자는 것이다. 아울러 저출산과 고령화, 4차 산업혁명, 청년실업 등 국가적 난제를 해결해나갈 큰 비전과 역동적이고 책임 있는 리더십을 절실하게 원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국가시스템 개혁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개혁의 주된 방안으로 개헌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우려를 넘어 싸늘하기만 하다. 국민들은 개헌을 국가 시스템 개혁의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는데 정치권은 누가 정치권력을 가지느냐 셈법에 열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개헌을 놓고 국민의 괴리감도 커지는 상황이다. 실제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가 최근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정치권이 현 시점에서 개헌과 개혁 중 어떤 과제에 더 집중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개혁이 우선‘이 55.7%로 과반 이상을 넘었다. ’개헌이 우선‘이라는 의견은 32.3%에 그쳤다. 또한 한겨레가 조사한 새해 여론조사에서 응답자들은 ‘검찰 개혁’(30.3%), ‘관료 개혁’(24.0%), ‘언론 개혁’(15.9%), ‘재벌 개혁’(11.7%), ‘격차 해소’(4.05%) 순으로 개혁 과제의 순위를 꼽았다. 

 
헌법학자들은 현행 헌법 하에서의 법률 개정으로도 충분히 가능한 개혁들도 적지 않다는 입장이다. 원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선거제도 개혁은 개헌 이전에 선결되거나 최소한 개헌과 동시에 추진돼야 의미가 있는 또 하나의 시대적 과제”라면서 “개헌이 국회의원 200명의 동의와 국민투표 등의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는 것과 달리 선거제도 개혁은 국회 스스로 기득권을 포기할 각오만 돼 있다면 지금 당장도 얼마든지 해 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원 의원은 “선거제도 개혁의 핵심은 유권자가 행사한 표의 등가성과 국민 대표성이 제대로 보장되도록 하는데 있다”면서 “이를 통해 승자독식에 가까운 불균형을 바로잡고, 소수자와 약자의 의견이 존중되며 사회적 다양성이 보장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 정치 참여를 높이는 방안으로 국민소환제와 국민발안제 도입과 지방분권화, 납세자 주권제도, 연동형 비례대표제 등이 꼽히고 있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등 사법개혁을 통해 권력비리를 통제해야 하고, 검찰권의 축소와 분산, 검찰에 대한 견제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또 방송법, 방송문화진흥회법 등 언론 개혁 입법을 통해 언론자유를 획득하고, 지방개혁을 통해 권한의 수직적 분산으로 주민에게 권력을 넘겨야 한다는 의견도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여야 정치권이 연초부터 한목소리로 '개혁 입법'을 외치면서 검찰개혁, 재벌개혁 법안의 국회 처리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어 주목된다. 


시민이 참여하는 사회개혁의 시작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정경유착 문제가 드러나면서 정치권의 재벌개혁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특히 촛불집회에서 재벌개혁 목소리가 높아지고 여당의 분당으로 야권에 바른정당이 가세하며 재벌개혁을 내세우자, 새누리당 역시 대기업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문제를 공론화하기로 했다. 

 
새누리당 이현재 정책위의장은 3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대기업 지배구조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확보하고 공정한 경제 생태계 조절을 위해 상법과 공정거래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고 강조했다. 그는 "재벌의 경영 투명성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커지면서 재벌 개혁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며 "다음 주 대기업 지배구조 개선에 관한 공청회를 개최해 조속히 당론을 정리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등 야권은 촛불민심을 강조하며 상법개정안 등 재벌개혁안과 검찰, 언론, 사회 개혁 등을 내세운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1월 임시국회에서 5대 개혁(정치·재벌·검찰·언론·민생) 입법 추진에 힘을 쏟는다. 윤호중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3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촛불 민심을 반영한 5대 개혁 법안 처리에 박차를 가하겠다"면서 "지난달 발표한 입법·정책 과제 관련 당내 의견을 수렴한 뒤 5대 개혁 법안을 확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지난달 '촛불 시민혁명 입법·정책 과제'를 발표한 바 있다. 국정교과서 폐기 및 사드 배치·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위안부 합의 중단, 상가·주택임대차보호법상 계약갱신청구권 도입 및 농어촌상생기금법 처리, 부정축재 진상조사 및 국고환수특별법 제정, 언론장악방지법 추진, 주주대표소송제 및 공정거래위원회 전속고발권 폐지, 주민소환제 확대, 선거연령 만 18세 하향 등이 담겼다. 정책위는 이들 입법·정책 과제를 5대 개혁 법안에 반영할 방침이다.

 
국민의당은 이미 지난달 촛불 민심 개혁과제를 '우선추진법안'으로 선정했다. 크게 재벌개혁 △검찰개혁, 언론개혁, 정치사회개혁 법안으로 나눴다. 재벌개혁 법안에는 공정거래법·상법 개정과 비선실세 부정축재 4법 제정, 검찰개혁에는 변호사법·검찰청법 개정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설치법 제정을 담았다. 또 언론개혁에는 방송법·방송통신위원회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 정치·사회개혁에는 공직선거법 개정·국회 증언감정법 개정과 성과연봉제 일방적 추진 저지를 위한 국회 결의안·국정 역사교과서 저지 관련법 제개정이 포함됐다. 국민의당은 상임위 차원의 신속처리 안건과 본회의 차원의 신속처리 안건으로 이원화해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의당도 일찌감치 개혁입법 과제를 정리해 지난달 임시국회 처리를 추진했으나 그 달성 시기는 올해가 될 전망이다. 정의당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청산 관련 최순실 등의 부정축재 환수법, 탄핵대통령 특권예우 박탈법, 전경련 해체 결의안 처리가 필요하다는 견해다. 박근혜 정부 정책 중 국정 역사교과서 폐기, 한일 간 일본군 위안부 협정 무효 및 재협상 촉구, 노동개악 정책 폐기, 사드대책 특위 구성도 제안했다. 아울러 공수처 도입 등 검찰개혁,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정 등 언론개혁, 정경유착 기득권 해체 등 재벌개혁, 연동형 비례대표제 및 결선투표제 등 정치개혁 등 4대 입법과 세월호 특별법 개정을 통한 특별조사위원회 부활 등 과제도 제시했다.

 
새롭게 창당한 바른정당도 검찰·재벌·정치·언론 관련 '개혁 입법' 추진 의사를 밝히며 개혁 주도권 경쟁에 나섰다. 이종구 정책위의장은 지난 주말 개혁 입법 관련 설문조사를 했다. 설문조사는 크게 공영방송 개혁, 정치개혁, 검찰개혁, 재벌개혁 및 경제민주화 등 4개 분야 13개 문항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영방송 개혁’에는 지배구조 개선·이사회 회의록 공개, ‘정치개혁’에는 선거연령 하향 조정·결선투표제를 담았다. '검찰개혁'에는 공수처 설치·경찰 수사권 조정, '재벌개혁 및 경제민주화'에는 법인세 인상·다중대표소송제·집중투표제 의무화·감사위원회 위원 분리 선임·전자투표제 단계적 의무화·공정거래위원회 전속고발권 폐지 등 내용이 담겼다. 의원들은 이 설문 결과를 공유해 '개혁 강도'를 놓고 토론을 벌일 예정이다. 야 4당이 내놓은 안은 겉모양은 같아도 속살이 다른 부분이 많다. 야권 공조가 필요한 이유다.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1월 임시국회에서 견해차를 좁혀 2월 성과를 낸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야권 움직임에 새누리당도 바짝 긴장한 모습이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3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새누리당은 민생 현안 해결을 위한 각종 개혁 입법에 적극 나설 것"이라며 "최저임금 상향조정을 포함해 청년 일자리, 골목상권 활성화, 지역 소상공인·중소기업 지원 등 여러 민생 법안에 그간 야당에서 주장해온 사안의 적극 수용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야 4당, 촛불 민심 받들어 정치개혁 약속


여야 4당은 지난 1월 1일 ‘2017년 신년사’를 통해 촛불 민심을 받들어 정치개혁에 나설 것임을 한 목소리로 다짐했다. 새누리당은 친박(친박근혜)계 인적 청산에 중점을 둬 당 개혁을 약속했고, 야권은 정권교체를 통한 개혁을 이루겠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이날 서울 국립현충원에서 “새누리당은 소위 재창당 수준의 재건을 통해 신 보수정당으로서의 재건을 잘 이뤄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어“(친박계가)이번에 책임을 지는 게 영원히 죽는 게 아니라 지금 죽는 게 앞으로 더 살 수 있는 길”이라며 “적어도 최소한의 분들은 여러 가지 책임을 져주시는 모습을 가져달라”고 촉구했다.

 
한편 바른정당의 주호영 원내대표는 “국민에게 든든함을 주는 보수의 원조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빨리 당을 만들어 국태민안(國泰民安·나라는 태평하고 백성은 편안함)을 이뤄내겠다”고 다짐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이날 신년사를 통해 “원내 제1당으로서 비상한 사명감과 책임감으로 반드시 탄핵을 완수하고 정권교체를 이뤄낼 것”이라며 “이제 유일한 수권정당으로서 정책이면 정책, 조직이면 조직 하나 된 마음으로 잘 준비 하겠다”고 역설했다. 추 대표는 신당사에서 진행된 단배식에서도 "준비된 정당, 준비된 정책, 준비된 후보. 이렇게 삼합이 잘 맞는 것은 야당사상 처음 맞는 일"이라며 "이런 좋은 조건에서 정권교체를 못한다면 어떻게 되겠나? 사즉생의 각오로 뛰고 또 뛸 것을 지도부는 이 자리에 다시 한 번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김동철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신년 단배식에서 “정유년 닭의 해인데 닭은 어둠을 뚫고 새벽을 밝힌다. 민주주의·민생경제·남북관계의 어둠을 뚫어 새벽을 여는 국민의당이 될 것”이라며 정권교체를 향해 우리 모두 힘을 합치자고 말했다. 

 
촛불의 함성은 적폐의 구체제를 무너뜨리고 정권을 교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100년 국가 미래를 좌우할 새로운 체제까지 건설하자는 국민의 준엄한 명령이다. 이는 정치권이 간과해선 안될 2017년의 과제임이 확실해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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