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랑 속 2017 대한민국 II] 노동정책의 붕괴
[격랑 속 2017 대한민국 II] 노동정책의 붕괴
  • 이민성 기자
  • 승인 2017.02.02 10: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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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이민성 기자]

 

패닉에 빠진 대한민국 노동 정책

노동 시장의 붕괴를 막기 위해, 사회적 함의가 필요


 


지난 2016년, 정부가 내세운 ‘노동시장 체질개선 조치 종합 마련·시행’은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한 진행으로 인해 계류됐다. 각계 전문가들은 지난해 정부의 노동 정책이 실효성 없이 이루어져 결국 실질적인 노동 개혁 성과가 없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대통령 탄핵 관련 이슈로 사회가 혼란한 사이 국내 노동 시장의 문제점이 악화되고 있다고 말한다. 국내 노동시장의 경직성과 이중구조가 만들어낸 문제에 정부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과 불만이 커져가고 있다.




노동 개혁을 외치는 정부, 시민들의 불편한 시선


세계협력개발기구(OECD)의 통계에 따르면, 세계 노동 시장의 평균 근로 시간은 연간 1,770시간인 것으로 조사됐다. 2015년 기준, 한국의 1인당 연평균 노동 시간은 2,113시간으로 멕시코(2,228시간)와 코스타리카(2,210)시간과 더불어 OECD 소속 국가 중 최 상위권에 랭크됐다. 하지만, 한국의 저임금비율은 미국과 아일랜드에 이어 3번째로 높은 23.7%이며 평균임금은 조사 대상 32개국 중 19위로 중하위권에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국내 노동자들이 OECD 국가 중 근로 시간 대비 열악한 노동 환경에 노출되어 있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국내의 경우 임시근로자 즉 계약직이나 아르바이트생의 비중이 OECD 국가 중 5번째로 고용불안정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 2015년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은 정기국회에서 노동개혁 5대 법안에 대한 논의를 추진했다. 노동개혁 5대 법안은 ‘노동선진화법’이라고도 불리며 근로기준법 개정안,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고용보험법 개정안, 파견근로자보호, 그리고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의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말한다. 하지만 논의가 시작된 이후 이 법안은 다양한 문제점을 내포했다는 지적을 받으며 ‘노동개악’이라는 이름으로 시민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혔다. 정부가 주장하는 5대 법안은 정리해고와 징계해고만 가능했던 현행 법률에서 일반 해고제를 확대해 사용자에게 해고의 자유를 준다는 문제점을 지녔다. 또한, 노동조합과 노동자들의 동의를 통해 변경해야 하는 기존의 취업 규칙을 정부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동의 없이 바뀔 수 있게 한다. 이외에도 파견 근로 업종의 확대와 2년이라는 기간제 근로 시간의 연장 등 비정규직을 확대하고 실업 급여에 대한 조건 상향 등 여러 문제점을 지녔다. 이러한 정부와 새누리당의 정책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을 비롯한 사회단체들과 전문가들의 반대에 부딪혔다. 현재 최순실 게이트와 청년희망재단의 연결성이 부각되며 관련 법안은 국회에 계류 중이며 정부가 지난해 내세운 ‘노동시장 체질개선 조치 종합 마련·시행’은 결국은 아무런 성과를 남기지 못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에 절실해진 노동개혁에 현실적인 결과물을 만들어 내지 못하며 정쟁을 이어가는 정부와 국회에 국민들의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노동개혁을 적용한 해외 사례, 그리고 변화


전문가들은 현재 국내 노동 노동시장의 소득격차와 고용불안 현상이 심각하다고 말한다. 비정규직 불균형 문제도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 LG경제연구원의 김형주 박사는 대표적인 해외의 노동 개혁 사례에 대해 독일을 예로 들었다. 김 박사는 “독일은 1980년대까지 노사 합의가 잘 이루어진 국가였습니다. 하지만 세계 경쟁 국가들의 노동 시장이 유연화되며, 독일 내에서도 노동시장의 개혁요구가 커졌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후 독일 내의 노동 개혁이 이루어지며 유연화 조치가 받아지기 시작했고 미니 잡 등의 정책이 도입되어 큰 성과가 나타났습니다. 통일 후유증을 비롯한 다양한 부분에 어려움을 겪은 독일은 노동 개혁의 성공으로 경제를 회복할 수 있었습니다”라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김 박사는 노동 개혁의 여파로 노동자들의 삶의 질이 과거와 비교해지는 등 부작용이 나타났다며 노동 개혁의 문제점도 함께 지적했다. 

 
노동선진화법으로 불리는 노동개혁 5대 법안은 현재 국내 노동자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혀 현실화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해외의 노동개혁을 성공시킨 사례가 늘어나고 있으며 OECD에서는 한국처럼 비정규직 비율이 높은 국가의 경우 노동개혁의 충격이 크지 않다는 분석을 내놨다. 지난 2016년 7월 8일, OECD는 ‘2016 고용전망’을 발표하며 한국의 정규직 고용율이 노동개혁 시행 3년차부터 회복세로 돌아설 것을 예측했다. 정규직 보호 관련 노동법을 개혁할 경우 일정 기간 실업 등 고용 손실이 발생할 수 있지만, 3년째부터 고용률이 회복된다는 것이 이들의 견해다. 경제계 전문가들과  OECD는 높은 비정규직 비율에도 노동개혁을 추진한 스페인, 슬로베니아 등 국가들의 사례를 들며 노동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실제 스페인과 슬로베니아는 노동개혁 이후 각각 3.1%, 10.8%의 정규직 고용 비율의 상승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노동 개혁을 위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전제되어야 한다고 말하며 국내 환경에 맞는 개혁 시행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들은 국내 경제 환경 내에서 노동개혁 5대 법안의 적용을 현실적 측면에서 재검토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김형주 박사는 노동 개혁은 사용자와 노동자간의 합의가 필요하고 바람직하고 이상적인 방향으로 이루어져야한다고 말한다. 특히 게임이론에서 설명하는 것처럼 선택에 따라 최악의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김 박사는 “노동 개혁을 위해 노사정 협의체나  정부가 개입을 통한 해결법 등 개혁이라는 공동의 방향을 설정하고 이것을 전제로 새로운 협의를 할 필요가 있습니다”라고 말하며, 독일은 경우 경제 붕괴가 가속화되며 사회적 협의가 이루어진 특수성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의 상황은 다르며 정부 노동개혁의 대안이 없는지와 국내 경제가 최악의 시기에 있는지에 논란의 여지는 있다고 덧붙였다.

 



실업률 상승을 바라보는 경영자들의 시선


국내 노동시장은 중소기업에 대한 각종 지원이 일명 ‘빨대효과’에 의해 대기업에 귀착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또한, 원청 및 조립 기업은 비용절감을 위해 정규직 고용을 축소하고, 구직자는 저임금 등으로 중소부품업체에 대한 취업을 기피하는 현상도 뚜렷하다. 이에 국내 실업률 상승 및 노동 현안에 대한 시민 및 관련 단체들의 반응과 달리 현 문제를 바라보는 경영계의 입장은 완고해 보인다. 중소기업중앙회의 정욱조 인력정책실장은 실업률의 증가에 대해 “인력 부족은 과거·현재 상관없이 항상 비슷한 양상을 띄고 있습니다. 특히 중소기업의 인력부족은 개선 여지가 없는 상황입니다”라고 이야기한다. 실제 대기업을 희망하는 취업준비생들이 많은 만큼 중소기업은 인력난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사회학자들은 이러한 문제점에 대해 적성이나 꿈과 관련없이 대기업만을 꿈꾸는 ‘체면문화’가 실업률 증가와 중소기업 인력난 사이의 괴리를 조장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정욱조 인력정책실장은 “중소기업 인력난 해소방안은 많이 있지만,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방안은 노동개업 4법 안의 파견법 개정안입니다”라고 말했다. 이 법을 통해 중소기업에서 파견인력으로 원활한 기업 운영을 이어가 생산성을 확장시킬 수 있다는 것이 정 실장의 설명이다. 그는 “중소기업에는 인력이 부족합니다. 하지만 청년실업은 늘어나고 있습니다. 지나치게 높은 취업 준비생들의 눈높이와 체면 문화에 변화가 필요한 부분입니다”라며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 강성노조 등 다양한 원인이 가로막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러한 재계의 입장과 달리 최근 이슈가 된 이랜드 그룹의 입금 체불이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며 국내 노동시장의 현주소에 대한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이랜드 그룹의 한 계열사가 연차수당, 초과 근무수당, 야간 수당 등 각종 임금 및 수당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은 사실이 밝혀지며 노동법을 지키지 않은 기업에 대한 비난이 커져가고 있는 추세다. 해당 기업은 약 4만 4천 여 명의 아르바이트생으로부터 83억 7천 여 만원에 가까운 임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15분 단위로 임금을 분할하는 일명 ‘임금 꺽기’와 조기 퇴근을 통한 임금 감소 등은 물론, 정규직과 계약직 사원들에게 ‘열정 페이’를 강요한 사실이 추가로 밝혀졌다. 이에 각계 전문가들은 이 기업이 2년간 체불한 임금이 최대 900억 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해당 기업 관계자는 ”외식 사업 성장에 시스템이 따라가지 못해 발생한 문제라고 말하며 이것이 국내 외식업계에 만연한 관행“이라고 이야기해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 1월 6일, 춘천교도소에 복역 중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의 한상균 위원장을 접견한 이재명 성남시장은 현재 노동현장이 과거로 돌아간 것 같다고 말하며 자신이 노동변호사로 일을 시작한 89년대 사회의 모습처럼 법을 지키지 않는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한 위원장과 노동현안 해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이 시장은 노동 시장을 비롯한 사회의 개혁을 위해 권력의 의지와 결단 그리고 용기가 중요하다고 말하며 현행법을 잘 지켜도 바꿀 수 있는 것이 많다고 강조했다. 현재 20대 국회 첫 날 발의된 노동개혁 법안은 현재까지 제대로 된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특히 최근 국정논단 사태 관련해 청년희망재단의 연루 의혹이 대두되며 관련 법안의 추진동력이 사라졌다는 것이 정치권의 지배적 의견이다. 하지만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다음 주부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노동 개혁에 대한 본격적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시민 사회와 정부, 그리고 경제계가 국내 노동 시장의 붕괴를 막기 위해 사회적 함의를 이끌어낼 필요성이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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