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션 프로그램 열풍
오디션 프로그램 열풍
  • 김나영 기자
  • 승인 2012.04.27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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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오디션 공화국
[이슈메이커=김나영 기자]

 

공중파 방송부터 케이블 방송까지 이제 채널을 돌리면 나오는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

가수, 연기자, 모델, 디자이너, 요리사, 아나운서 등 누구나 쉽게 지원하고 도전할 수 있다. 그러나 누구나 될 수는 없다. 1등만이 살아남는 똑같은 포맷에 시청자들이 외면하고 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오디션 프로그램의 명과 암을 들여다보기로 한다.

 

공중파에서 케이블까지 열풍 몰고 와

M.net의 ‘슈퍼스타 K’부터 시작해 MBC ‘위대한 탄생’까지 현재 TV에 방영중인 오디션 프로그램 개수만 해도 12개이다. 케이블과 공중파 각 채널마다 생방송에 재방송까지 볼 수 있을 정도로 많다. 오디션이라 하면 가수, 탤런트, 배우 등 연예인을 뽑기 위한 실기시험이다. 비공개로 진행되었던 오디션이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된 것은 유럽에서 시작된 리얼리티 쇼의 열풍이 ‘아메리칸 아이돌’, ‘프로젝트 런웨이’ 같은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져 미국 TV로 이식되었기 때문이다. 외국에서의 오디션 프로그램 성공 사례들을 바탕으로 한국형 오디션 프로그램이 제작되었는데, 그 시초가 바로 ‘슈퍼스타 K’이다. ‘슈퍼스타 K’에서 시작된 열풍은 일반인 중에서 신인 가수를 선발하던 초기 형태에 그치지 않고, 연기자를 선발한다거나 아마추어 밴드, 심지어 아나운서 채용까지 점차 다양한 장르로 오디션 프로그램의 포맷을 차용하기 이르렀다. 이러한 포맷은 비주얼만을 강조한 아이돌 가수 중심의 가요·예능 프로그램에 식상함을 느끼던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줬다. 오직 실력과 시청자들의 투표를 바탕으로 진정한 스타가 만들어진다는 시스템이 공정성을 지향하는 현대 정서와 잘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평소에 오디션 프로그램을 즐겨 본다는 고등학생 김준영(19)군은 “오디션 프로그램은 어쨌든 실력이 돼야 나갈 수 있는 거니까 노래를 잘 못 부르는 나로서는 볼 때마다 위축되고 작아지는 느낌이 든다”며 프로그램을 다 보고나서의 허무함과 패배감은 말로 다할 수 없다고 했다. 한편, 대학생 조선우(23)씨는“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면 마치 내가 오디션을 치르고 1등이 돼서 꿈이 이루어질 것 같은 짜릿한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오디션 프로그램은 참가자들의 재능과 실력 또한 뛰어나며, 개개인의 사연도 공감을 이끌어 내고 심금을 울린다고 덧붙였다. 강헌 음악평론가는 칼럼을 통해 “오디션 프로그램은 당첨되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는 휴지가 되는 복권과는 다르다. 수많은 참가자들은 경쟁과 협동을 통해 자신을 성장시키고 괴물과 같은 시장 논리에 포박당하기 전에 대중과 의사소통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얻는다. 무엇보다 오디션 프로그램이 소중한 것은 이 프로그램들을 통해 수용자들이 무의식적으로 ‘쇼’가 아닌 ‘음악’적 가치를 우선시하는 풍토를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라고 말했다. 오디션 프로그램 열풍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은 어떠한지 알아보기 위해 대전에 위치한 ‘O 대학교’학생 100명(남50명, 여5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오디션 프로그램을 한 번 이상 시청한 적이 있는 학생은 90%가 넘었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장점이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대해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오디션 기회를 줘서 꿈을 실현 시켜 주는 것’(41%) ,‘외모보다 재능이나 실력을 먼저 보고 캐스팅하는 점’(25%),‘준비하는 과정을 볼 수 있고, 생방송 무대의 긴장감과 박진감이 느껴지는 점’(19%), 기타 의견으로는‘리얼리티 프로그램 자체 흥미성',‘시청자 참여', ‘참신성’이 뒤를 이었다.

 

실용음악 시장 성장세지만 10대 ‘오디션 폐인’만 양성

최근 2~3년 사이 오디션 프로그램들은 허각, 백청강 등 재능 있는 무명의 인물들을 일약 스타로 배출해냈다. 오디션 프로그램은 스타 배출에만 그치지 않고 대학 입시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2008년 12개에 불과했던 전국 대학의 실용음악과는 3년 새 2배 가까이 늘었다. ‘슈퍼스타 K’ 출신인 장재인이 다니고 있다는 호원대 실용음악과의 경우, 2012학년도 대입 수시 1차 지원율이 무려 536대 1을 기록하기도 했다. 실용음악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올해 대입 실용음악과의 평균 경쟁률은 그동안 최고 경쟁률을 자랑하던 연기전공을 앞선 상황이다. 또 4~5년 전만해도 200여 개 수준이던 전국의 보컬학원은 현재 1,100여 곳으로 급증했다. 전문적으로 노래와 춤, 악기를 배우려는 사람들이 증가한 것이다. 실용음악학원에 다니며 통 기타를 배운지 두 달 됐다는 임은우(27)씨는 “슈퍼스타 K에 장재인과 위대한 탄생에 데이비드 오를 보고 기타를 배워야겠다고 마음먹었다”며 취미로 배우고 있지만 기회가 되면 오디션에 참가해 볼 의향도 있다고 말했다. 우후죽순 생겨난 학원들을 여기저기 쇼핑하듯이 떠돌며 비싼 레슨비를 지불하고 다니는 10대들을 가리켜 ‘오디션 폐인’ 이라는 신조어도 생겨났다. 보컬 학원을 3번이나 옮겨 다녀 봤다는 이유리(17)양은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가수’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부모님을 설득해 학원에 등록했지만 복식 호흡만 한 달 동안 배우고 수업이 너무 재미가 없어 다른 곳으로 옮겼다”며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오는 일반인들처럼 되기도 쉽지 않다고 나름의 고충을 털어놨다. 재능은 없고 가수가 되고 싶어 하는 어린 학생들을 미끼로 한 몫 챙기는 학원업자들의 사기 행각도 날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B엔터테인먼트 윤 모 원장은 “어린 학생들의 연예인에 대한 ‘로망’이나 영웅 심리를 이용해 헛된 희망을 심어주며 비싼 수강료를 요구하는 일부 기획사 때문에 업계 전반에 불신이 쌓이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오디션 출신 가수들 인기 반짝 ‘적체현상’ 심해

오디션 프로그램에 참가자로 나와 반짝 국민 스타가 됐던 기존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 가수들은 시청자들로부터 잊혀져가고 있는 실정이다. 시청자들은 자신들과 다를 바 없는 그들을 지켜보며 감정 이입하고 동질감을 느꼈지만, 그 사랑과 인기는 오래가지 못한다. 최근 ‘위대한 탄생’에 이태권, 셰인 역시 앨범을 발표했지만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손진영은 MBC 미니시리즈‘빛과 그림자’에 출연하고 있으며, 데이비드 오와 권리세는 데뷔를 준비하고 있다. 우승자인 백청강은 소속사를 옮기고 앨범 발매를 앞두고 있지만 지켜봐야 한다. 슈퍼스타 K 출신인 서인국, 조문근은 소속사와 계약을 맺고 정규앨범을 냈지만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시즌1의 길학미, 박태진도 음반을 냈지만 추가 지원이 없어 활동 하지 못했다. ‘쥬얼리’의 멤버로 영입된 박세미도 그룹 명성에 걸 맞는 상위권의 성적은 거두지 못했다. 시즌2의 장재인과 존박도 앨범을 냈지만 반응은 극히 미미하다. 우승자인 허각이 각종 영화와 드라마 OST, 싱글 앨범 판매량과 방송 출연 활동 면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내고 있긴 하나‘슈퍼스타 K 출신’이라는 꼬리표는 아직 떼지 못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오디션 프로그램 인기의 거품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이다. 슈퍼스타 K출신 가수들은 제약이 적은 KBS를 제외하고는 MBC, SBS 출연은 사실상 어렵다. MBC는 M.net‘슈퍼스타 K’는 물론이고, 현재 방영중인 SBS‘K팝 스타’출신 가수들도 출연 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했으며, SBS 역시 MBC‘위대한 탄생’과 M.net‘슈퍼스타 K’출신 가수들을 출연 시키지 않겠다고 했다. 연예계에서 지상파의 막강한 영향력을 고려할 때 오디션 출신 가수들은 ‘반쪽짜리’ 가수밖에 될 수 없다는 의미다.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 가수들의 적체현상은 갈수록 심해질 전망이다. 실제 대다수 뮤지션들이 음반을 냈지만 실패에 그쳤고 현재도 활발히 활동하지 못하고 있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이라고 해서 오디션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동안 얻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대형 기획사와 계약하고 앨범을 발매하기는 용이할지 모르나 그 사이 오디션 프로그램은 계속 새로운 스타를 배출해낸다. 한 방송 관계자는“대중들은 쉽게 잊는다. 인기는 한 순간에 사라지고, 항상 새로운 얼굴이 등장하기 때문에 때를 놓치면 관심권에서 멀어진다. 가장 최근 배출된‘슈퍼스타 K’시즌3 출신들이 아직 활동을 시작도 하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향후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 가수들이 설 자리는 더욱 좁아질 전망이다”고 말했다.

 

오디션 본질 유지하되 특화된 장르 필요

국민의 절반이 오디션 프로그램을 즐겨보고 참여하고 있다. 오디션 프로그램은 시청자들에게 어떤 선택이 대중적으로 유행하고 있다는 정보로 인해 그 선택에 더욱 힘을 실어주게 되는‘편승 효과’까지 생기게 했다. 그러나 오디션 프로그램이 우후죽순 쏟아져 시청자들의 오디션 프로그램에 대한 광적인 열기는 싫증으로 바뀌어 한풀 꺾인 상황이라는 게 방송관계자들의 중론이다. N병원 신경정신과 김혜남 전문의는“약 2만 명의 도전자 중에 1등 1명만 남고, 나머지는 들러리가 됐다가 사라진다. 과연 꿈과 희망을 주는 프로그램일까. 굉장히 위험하다”고 말했다. 작곡가 돈스파이크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음정, 박자, 기본 발성도 안 되는 오디션 프로 참가자들이 국민 스타가 돼 음악 차트와 황금 시간대 공중파 프로그램을 점령한다. 우리나라 음악계는 썩은 불량식품처럼 변하고 있다”는 글을 게재하며 오디션 프로그램에 대한 불만을 표했다. 강명현 한림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방송사 처지에서 보면 트렌드를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차별화에 대한 고민 없이 비슷한 형식의 프로그램을 쏟아내는 건 문제”라고 지적했다. 가요계 관계자는 “방송사들이 프로그램 제작에만 열을 올리지 도전자들의 타 방송사 출연이 아직도 원활하지 않는 등 활동기반은 마련돼 있지 않다는 것도 문제”라며 “오디션 프로그램에 도전하려다 기획사로 선회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한 방송사 관계자는 “과거 예능프로그램들은 인기가 떨어질 때까지 끌고 가다 욕을 먹고 나서야 폐지가 됐는데 오디션 프로그램들도 공급과잉으로 그런 수순을 거치는 것 아닌지 염려된다”고 말했다. 경쟁 사회에서 공정 사회를 지향한다는 전제하에 모든 과정이 공개되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본질은 그대로 유지되어야 한다. 그리고 각기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의 목표와 개성이 확연히 드러나 있는 특화된 장르가 필요하다. 비슷하고 똑같은 포맷에 시청자들은 흥미를 잃고 외면한다. 제작진은 시청자들의 금방 뜨거워지고 금방 식는‘냄비근성’을 파악하고, 그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줄 관심을 끌 비장의 무기를 개발해야 한다. 참가자들에게 희망의 날개를 달아줄 수 있는 방송 본연의 취지를 지켜 나가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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