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행하는 로스쿨, 표류하는 졸업생
역행하는 로스쿨, 표류하는 졸업생
  • 류성호 기자
  • 승인 2012.04.27 15: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제와 갈등을 만들어낸 허울뿐인 법조개혁
[이슈메이커=류성호 기자]

실무전문가 양성을 위해 시행된 로스쿨 제도가 2009년 도입 이후 3년이 흘러, 지난 3월 첫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이 배출됐다. 법무부는 향후 배출되는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한다. 하지만 입학만 하면 보장될 것 같았던 장밋빛 로스쿨 졸업생의 꿈은 현실에서 좌절되고 있다.

 

법률서비스 개혁의 바람 ‘로스쿨’

도하 개발 아젠다(DDA : Doha Development Agenda) 이후 법률 서비스 시장의 개방이 본격화 되었다. 법률서비스의 다양화․전문화․국제화를 위해 우리나라도 2009년부터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제도가 도입되었다. 로스쿨체제가 도입된 이후 2017년까지 사법시험제도가 존치된다. 사법시험이 폐지되는 2017년까지 로스쿨과 법과대학이 병존할 계획이며, 이후에는 모두 로스쿨세대로 구성되는 법조인체제를 가지게 된다. 새로운 체제는 종전의 대학, 대학원, 사법연수원 등 8년 정도의 기간에 이루었던 교육성과를 로스쿨은 3년 내에 실시해내고 있다. 그러나 ‘불과 3년 동안 법조인 양성을 완성할 수 있는가’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또한 로스쿨 시행과정에서의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는데, 사법개혁을 목표로 출범한 로스쿨 제도가 그 빛을 발하기도 전에 700만원에 육박하는 한 학기 등록금 등을 비롯해 로스쿨의 문제가 발생했다.

현재 사법연수원에서 연수를 받고 있는 박모씨는 “사법연수생들은 밥그릇 싸움이 아니라 공정한 경쟁을 하게 해 달라”며 “사법연수원에서 사법시험보다 더 열심히 공부를 하는데 로스쿨 졸업생은 1년 실무교육을 받고 검사로 채용한다”라고 공정한 경쟁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변호사 업무를 제대로 수행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의문을 가지는 사람도 적지 않다. 마산에 사는 신모씨는 “수임료를 싸게 받는다고 하더라도 로스쿨 출신의 신임 변호사에게 의뢰를 하기는 싫습니다”라며 로스쿨 출신 변호사의 실력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또한 법률시장의 안주를 탈피해 경쟁시장의 도입을 맞이할 것으로 예상했던 것과 달리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양극화 관행과 로스쿨 제도의 현실적인 문제점은 나아질 기미가 없다.

 

학업스트레스에 차별스트레스, 이중고를 겪는 로스쿨생

로스쿨의 학사관리 강화방안은 상대평가와 유급제를 그 토대로 한다. 즉 모든 로스쿨은 예외 없이 A부터 D까지의 학점을 정해진 비율대로 부과한다. 엄격한 평가를 통해 학기나 학년마다 평점 평균이 C이하면 학사경고나 유급 처분을 받는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수강생의 4%는 반드시 D를 받게 돼 있다. 학사경고나 유급을 두려워해 수강을 포기하면 또 다른 누군가가 그런 처지가 된다. 성적에 대한 중압감은 스트레스로 이어져 2011년 기준 서울대 로스쿨 휴학생은 모두 17명으로 2010년 기준 두 배 이상이다. 입학 정원 150명의 1학년 가운데 12명이 휴학, 1명이 자퇴했다. 학교는 군 입대나 질병으로 인한 휴학만을 인정하다 카이스트 학생들의 잇따른 자살사태 이후 일반휴학까지 받아들였다. 로스쿨의 성적 걱정으로 인한 불안 때문에 정신상담과 약물 치료를 받는 학생도 여럿이다. 신림동 고시학원의 한 법학 강사는 “법학을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3년 동안 이론과 실무를 모두 가르쳐 변호사 자격을 준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짧은 교육과정에 대한 불편한 심경을 토로했다. 학교에서도 기존 법학전공자나 사법시험을 준비했던 인재들을 더 선호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민주통합당 안민석 의원이 교육과학 기술부로부터 제출 받은 ‘서울대 로스쿨 입학생의 출신고 현황’을 학교별로 분석해보면, 특수목적고 출신이나 서울 강남 출신 학생들이 늘었다. 또한 빈부격차도 크게 작용한다. 서울대 로스쿨 입학생의 경우 강남, 서초, 송파구 소재 일반고 출신 입학생은 99명으로 이 지역을 제외한 22개 지역구의 일반고 출신 입학생 53명이다. 소위 강남 3구의 학생들이 다른 지역구의 배를 차지하는 것은 로스쿨 제도가 부(富)의 대물림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수도권의 이른바 ‘명문’ 로스쿨 대부분이 비슷한 상황이다. 우수인재가 수도권으로 집중된 상황에서 정원이 40명에 불과한 몇몇 소규모 로스쿨에 다원적 학생 선발을 요구하기는 어려운 처지이다. 뿐만 아니라 로스쿨에 진학한 입학생의 출신학교를 분석한 결과 2,092명중 1,754명이 서울 등 수도권 대학 출신이다. 11개 지방 로스쿨도 합격자 945명 중 690명이 수도권 대학을 나왔다. 입학을 해도 차별이 존재하는데 로스쿨도 대학 서열대로 학력 차별 있다. 동국대 법학부에 재학 중인 유승관(25)씨는 “수도권대학의 로스쿨 입학생 중 SKY 학부출신이 62%이고 지방대출신은 불과 2%에 남짓합니다”며 “수도권과 지방의 양극화 현상은 다양한 환경과 경험을 중시하는 로스쿨취지에도 맞지 않고 이미 법조계에 만연한 학벌주의를 더욱 심화시킵니다”라며 로스쿨의 취지에 맞지 않는 입학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졸업 후에도 인정받지 못하는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은 로스쿨에서는 더 이상 들어볼 수 없는 말이 되어 버렸다. 대학정보 공시사이트인 ‘대학알리미’에서는 전국 25개 로스쿨 중 아주대와 연세대, 인하대를 제외한 22곳의 학자금대출 학생이 크게 늘었다고 밝혔다. 국립대 로스쿨의 한 학기 등록금은 430~670만원, 사립대는 750~1,000만 원 가량이다. 로스쿨 인가 대학을 정할 때 인원의 20%까지 전체 장학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조건은 겨우 지켜지고 있어서 서울대는 25.8%, 고려대는 24.6%에 그친다. 처음 로스쿨 인가 당시 전국 로스쿨이 ‘전체 장학금 지급률을 38%까지 지급하겠다’는 것과 동떨어진 수치이다. 한 로스쿨 졸업생은 “마이너스 통장 대출받아서 빚이 2천만 원 정도 있다”라며 자신의 입장을 토로했다. 반면 매년 변호사시험 응시자는 증가세에 놓여있으며 과락에 따라 응시인원도 늘어난다. 변호사시험의 합격자가 증가하는 추세를 우려한 전국변호사협의회는 성명서를 통해 “매년 사법연수원 졸업시점에 450명 정도가 미취업 상태로 남아있는 현실에서, 신규법조인 2,500명 중 1,500명 내지 2,000명 이상이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대량 실업사태가 나타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대기업 법무팀은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의 자질이 의심되기 때문에 채용을 꺼려하고 있으며, 법무팀 관계자는 “수요가 필요하더라도 국내 사법연수원생이나 해외에서 로스쿨을 졸업한 사람들을 채용할 계획입니다”며 로스쿨 졸업 후에도 취업의 길은 험난하다. 로스쿨 졸업생을 뽑겠다는 직장의 수가 변호사시험 합격생의 수를 따라가고 있지 못해 높은 수준의 실업자를 양산하게 될 것이 전망된다.

합격자 분포도 수도권과 지방 로스쿨의 차이가 두드러진다. 응시자 대비 하위 10개 로스쿨 중 9곳이 지방 로스쿨이며, 입학정원 대비 합격률이 60%에 그친 7곳 역시 지방의 로스쿨이다. 경북대 로스쿨은 101명이 응시해 80명 합격한 것으로 조사됐다. 입학정원이 120명인 것을 기준으로 합격률은 66.7%이다. 경북대의 권혁재 로스쿨 원장은 합격률이 낮은 것을 책임지고 4월 1일 원장직에서 사퇴했다. 변호사 시험 결과 때문에 로스쿨 원장이 물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영남대 법학전문대학원 배병일 원장은 “각 지방로스쿨에서는 나름대로 특별한 대책을 강구하고 있고, 영남대의 경우에는 비법학사학생을 위한 특강, 학생 및 교수와 학생간의 멘토제를 포함한 각종 대응책을 고안해 시행하고자 하고 있습니다”라며 대책을 고심하고 있다.

로펌에 취업을 하더라도 사시출신들과 차별을 받고 있다. 대기업들은 자신들의 사건에서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을 배제해 달라고 요구하는 경우도 증가하고 있다. 업무를 맡긴 기업들은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의 능력이 아직 실제 업무를 맡기에는 부족하다”는 이유로 기피하고 있다. A대기업의 경우 로펌에 사건을 의뢰할 때 담당변호사 가운데 로스쿨 출신 변호사가 포함된다면 이에 대한 인건비는 지급하지 않는다는 내부방침을 정함으로써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을 기피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도입 6년 만에 폐교를 맞은 일본, 타산지석(他山之石) 삼아야

우리나라 로스쿨 제도는 미국의 로스쿨 제도를 근간으로 하고 있다. 미국에서 변호사가 되기 위해 반드시 졸업해야 하는 대학교 필수 과정은 따로 없다. 대신 학부과정은 실용적인 법학을 배우기 위한 준비단계로 교양수업을 통해 인성을 함양하게 한다. 법률가로서의 인격과 소양의 성장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로스쿨은 미국 변호사협회(ABA : American Bar Association)의 공인을 받은 로스쿨과 그렇지 못한 로스쿨로 분류된다. 미국의 로스쿨 제도는 경쟁이나 선발보다는 ‘자격여부’를 판단기준으로 삼고, 국가가 주도하지 않고 시장원리에 기초한다. 미국 변호사협회(ABA)가 정한 기준에 따르면 로스쿨 졸업을 자격시험의 수험요건으로 하고 있으며, 적절한 교과과정, 건전한 재정상태, 실력 있는 교수진 확보, 학생들의 입학 조건 등 ‘법률교육을 위한 기준’을 토대로 이 기준에 부합하는 로스쿨에게 공인자격을 부여한다.

로스쿨 제도를 먼저 받아들인 일본의 경우 1999년 로스쿨 도입에 대해 논의하고, 2004년 시행됐다. 일본의 경우 학부 법대가 존속됨으로서 학문으로서의 법학을 연구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함과 동시에 기초적인 법학 지식을 더 쌓을 수 있는 기본적인 기간을 더 확보했다. 또한 사법연수원에 입소해 1년 동안의 체계적 실무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함으로써 제대로 된 변호사를 만들 수 있는 기본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인가 대학은 74개교 이며 총 정원은 5,825명에 달한다. 또한 예비시험이라는 제도를 통해 로스쿨 졸업자가 아닌 자도 변호사시험을 응시하게 할 수 있도록 여지를 남겨 놓고 있다. 예비시험의 존재는 사법시험이 사라지는 우리나라의 실정과 차이가 있다. 다만 일본 로스쿨 졸업생의 사법시험 합격률은 매년 하락하고 있으며 로스쿨 지원율도 계속 떨어지고 있다. 상당수 로스쿨이 학생 유치 등 운영상 어려움을 겪으면서 위기를 맞이해 2010년 로스쿨 폐교를 선택한 학교가 발생했다.

영남대 법학전문대학원 배병일 원장은 “그동안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의 직역이나 사회적 역할에 대해서는 심도 깊은 논의를 많이 하지 못했습니다”라며 “이제부터라도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의 사회적 역할과 기능, 취업 등에 대하여 정부와 법조계 등 각 계층이 앞장서서 공론화하여야 할 것입니다”라고 법조계의 자성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야심차게 시작한 로스쿨 제도는 기존의 법률시장의 관행을 타파하기 위해 시작되었지만 아직까지 제구실을 하기에는 미흡한 점이 많다. 수도권과 지방 로스쿨 사이의 양극화 경향과 학생들에게 지우는 학비의 부담을 비롯한 현실로 나타난 문제를 논의해야 할 시점이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 대학 로스쿨들과 사회각층의 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국제금융로8길 11, 321호 (여의도동, 대영빌딩)
  • 대표전화 : 02-782-8848 / 02-2276-1141
  • 팩스 : 070-8787-897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손보승
  • 법인명 : 빅텍미디어 주식회사
  • 제호 : 이슈메이커
  • 간별 : 주간
  • 등록번호 : 서울 다 10611
  • 등록일 : 2011-07-07
  • 발행일 : 2011-09-27
  • 발행인 : 이종철
  • 편집인 : 이종철
  • 인쇄인 : 정찬민
  • 이슈메이커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2 이슈메이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ess1@issuemaker.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