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집만 성장하는 반려견 산업, 질적 성장은?
몸집만 성장하는 반려견 산업, 질적 성장은?
  • 류성호 기자
  • 승인 2012.04.27 15: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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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견 12만 시대 달라진 것 없는 초라한 의식수준
[이슈메이커=류성호 기자]

 

“미안해 부디 좋은 곳으로 가길 바래, 얼마나 아팠을까? 얼마나 무서웠을까? 이렇게 떠날 줄 알았으면 마지막으로 울지 말고 웃을걸 그랬어……. 네가 많이 보고 싶다.” 반려견 사랑 카페의 한 회원의 글이다. 나날이 반려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늘어남에 따라 반려견 관련 산업의 성장도 기존의 산업에서 세분화되어 의료, 미용시장을 넘어 사료, 식품 및 애견 의류용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면에서 큰 폭으로 발달하고 있다. 그러나 화려한 성장과는 반대로 애견 의식수준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현실이다. 반려견 산업 성장 뒤에 숨겨진 어두운 이면에 대해서 다시 한 번 되새겨 보아야할 시점이다.

 

 

정서적 빈곤을 달래줄 반려견, 그 눈부신 성장

최근 과학기술과 산업의 발달로 인해 물질적 풍요를 누리고 있으나 그에 따른 인간소외감과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고통을 받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발표에 의하면 성인 100명 중 15명은 평생 한 번 이상 심각하게 자살을 고려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인이 목숨을 버릴 만큼 큰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말이다. 이 같은 현상 속에 물질적 풍요를 요구하는 것이 아닌 마음의 풍요를 요구하는 현상이 나타났고, 반려견은 마음의 풍요를 느끼게 해주는 좋은 인생의 반려자로 부상했다. 변화한 인식과 더불어 반려견 산업은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갔다. 농촌진흥청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반려견 관련 산업의 시장규모는 95년 5,000억 원에서 시작하여 10년 1.8조 원으로 연평균 11%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추세라면 내년 반려견 시장은 2조 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반려견의 수는 약 250만 마리로 추정되며, 연평균 관리비용은 마리당 73.4만 원 수준이다. 관련 시장 중 가장 큰 분야는 의료 및 미용시장으로 1.1조 원, 사료 및 식품시장 4,957억 원, 의류 및 용품 1,836억 원 등으로 추정된다.

한국 애견협회는 낮은 출산율, 고령화로 정서적 유대감을 원하는 계층에서 반려견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와는 반대로 반려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어긋난 애견사랑 이웃 주민에겐 피해, 홀로 버려지는 견공

대구에 거주하는 김지훈(27)씨는 “공원에서 배설물을 처리하지도 않고 가는 사람들을 보면 ‘저 사람들이 개를 키울 자격이 있나?’라는 생각을 해요 애완견을 분양받을 때 분양받는 사람들의 인성도 고려해서 분양해야 한다고 생각해요”라며 반려견에 대한 회의적인 감정을 드러냈다. 반려견에 대한 인식이 높아짐에 따라 김씨처럼 생각하는 사람들도 증가하고 있다.

경북 경산에 거주하는 임모(28)씨는 한밤중 강아지 소리에 시끄러워 잠에서 깼다. 옆집에 찾아가서 항의했으나 돌아오는 대답은 “작은 개가 짖어봐야 얼마나 크게 짖겠냐?”라며 도리어 큰소리쳤다. 이와 같은 문제가 자주 반복되자 임씨는 아파트 관리센터에 항의했고 결국 옆집은 주의조치를 받았다. 복도형 아파트에 거주하는 신모(28)씨는 퇴근중 배수관에 묶여있는 강아지를 피해 지나가다 옷이 찢겨지는 등 피해를 입고 항의했으나 견주는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문을 닫고 들어가 버렸다. 애견관리 소홀의 문제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심각한 경우 법정으로 간 사례도 있다. 수원지방법원은 다가구주택에 거주하는 김모씨 등 8명이 “개 두 마리가 내는 소음 때문에 매일 밤잠을 못 잤다”며 이웃집 이모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위자료 20~100만원씩 지급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재판부는 이모씨가 개에게 성대수술을 시키는 등 소음을 줄이려고 노력한 점을 인정하면서도 피해자들이 경찰서에 민원을 제기하고 일부는 정신과 치료를 받을 정도로 소음에 시달렸던 점을 감안해 판결을 내렸다. 서울 고등법원의 경우, 전원주택 거주자 박모씨가 “이웃집 개 소음으로 몸에 이상이 생겼다”며 개 주인 이모씨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피고는 147만여 원을 원고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수의과학검역원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주인을 잃은 개, 고양이 등 유기동물의 수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이다. 통계를 시작한 2002년 1만 5,958마리였던 전체 유기동물의 수는 2003년 2만 5,278마리로 증가했고 2005년 6만 5392마리로 꾸준히 늘어나 2010년에는 10만 마리를 돌파했다. 같은 추세라면 지난해 버려진 동물은 12만 마리에 달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한다. 한국동물구조관리협회는 유기견의 증가추세를 단순한 애견인구의 증가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고 보는데 그보다는 생명경시풍조나 주인의 소양의식부족, 자격미달, 주거 형태의 변화 등에 더 큰 영향을 받고 있다고 말한다. 그 결과 주거 형태가 단독에서 공동으로 바뀌면서 마당에서 기르던 동물을 처리하기 어려울 경우 길거리에 내다 버리는 사태 역시 동물을 개인의 소유물로 인식하고 고통을 느끼는 하나의 생명체로 인식하는 의식이 희박하기 때문이다. 버려진 유기견을 관리하는데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치 않은데 연간 102억 2,500만원에 달하며 제반비용은 지자체에서 책정한다. 유기견의 증가와 더불어 그 비용은 매년 증가하고 있으며 유기동물 관리는 지자체에서 승인한 보호센터는 2012년 기준 397곳이 있고 센터는 동물 한 마리당 7~10만 원 정도의 지원금을 받는다.

동물학대의 문제도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다. 최근 마포구 망원동의 한 아파트에서 고양이 수십 마리가 숨진 채 발견됐다. 동물사랑실천협회에 따르면 50대 여성 A씨의 집에서 고양이 수십 마리의 울음소리가 나고 악취가 풍긴다는 신고를 받고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이 A씨의 집에 들어가자 고양이 30여 마리의 사체가 방치된 장면을 목격했다. 흔히 동물학대라고 한다면 동물을 때리고 아프게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새로운 형태의 동물학대도 나타나고 있다. 동물을 키울 수 있는 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무작정 동물을 데려와 열악한 환경에 방임하는 유형의 사람들이 나타나고 있는데 이러한 사람들을 애니멀 홀더(animal hoarder)라고 한다. 동물사랑실천협회 박소연 대표는 “A씨는 대표적인 ‘애니멀 홀더’이며 어린고양이에게 분유를 먹이면서 본인의 모습에 만족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자신은 동정심에서 시작한 일이라 하더라도 결과는 동물학대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애니멀 홀더 대부분이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주장한다.

 

 

선진국의 애견문화 ‘키울 자격도 없는 사람은 입양도 안 돼’

골든 레트리버 클럽에서 미국에 거주한다고 밝힌 아이디 pk****은 미국 애견문화를 “뉴욕은 동물경찰이 따로 있고, 여름에는 3시간이상 묶어놓으면 안 된다. 주변에 물과 먹을 것이 준비되어야 하며 겨울에 실내에서 키워야하며 부득이한 경우 히터나 난방장치가 되어있고 충분한 공간이 있는 바깥공간이면 키울 수 있지만 해당 관공서에서 허가를 받아야 한다”며 설명한다. 뉴욕에서는 견주가 개를 학대하거나 돌보지 않고 방치할 경우 그 개는 바로 애견보호소로 송치되고 견주는 벌금을 내거나 감옥에 가야한다. 또한 두 번 다시 개를 키우지 못하도록 규정한다. 미국의 반려견 문화는 자유분방함이 그대로 묻어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책임감이 뒷받침 될 때 가능한 일이다. 즉 그들은 책임감을 바탕으로 개들을 자유롭게 허용하고 있다. 미국은 ‘off leash area’라고 하는 개의 목줄을 풀어줄 수 있는 장소가 따로 존재한다. 이 지역 안에서 개의 목줄을 풀고 운동하는 것은 자유이지만 이 장소를 벗어나면 그것은 불가능하고 이를 어길 시에 벌금이 부과된다. 미국에서 보편화 되어있는 Dog Park(사설 개전용 공원) 또는 Dog Beach(개전용 해변공원)에도 ‘off leach area’가 따로 정해져 있을 정도로 구분이 철저하다. 그만큼 개들에게 자유를 허용하지만 주인의 책임의식을 강조한다.

영국의 경우 개는 거의 사람과 동등한 혜택을 누린다. 특별히 애견 금지구역도 존재하지 않고 음식점이나 가게를 들어갈 경우 밖에 두어야 하지만 목줄을 묶어두어야 한다. 개에 대해 크게 제재하거나 금지하는 것은 없지만 개를 키울 수 있는 자격 요건을 갖추기가 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런던의 유기견 보호소에서 유기견을 입양하기 위해서 개와 지낼 수 있는 시간, 금전요건, 시간, 경험 등을 상세하게 기록해야 한다. 따라서 장난감처럼 생각하고 개를 키우려는 생각은 애당초 버려야 한다. 또한 ‘Good Citizen Dog Scheme(GCDS)’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의 목적은 개를 기르는 사람들로 하여금 책임감을 향상시키고, 올바른 예절교육을 통해 개가 사람들과 같이 살아가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을 인식하게 하는 애견문화전파차원의 프로그램이다. GCDS는 일종의 자격제도이며 현재 영국내 1,600여개의 인증된 훈련 기관을 통해 시험을 실시하고 있고 개를 기르는 사람들은 아무런 제한 없이 가능하다. 테스트 과정은 BRONZE, SILVER, GOLD AWARD의 3단계로 구분되며 각각의 과정을 배운 후 테스트를 거쳐 합격하면 켄넬클럽에서 그 과정 이수에 대한 증명서를 받게 된다.

 

 

의식개선, 강화된 벌금으로 바로 잡는다

2012년 2월 5일 시행된 우리나라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동물등록대상동물의 등록사항, 방법, 절차 등에 관한 구체적인 사항을 명시하고 유기동물보호를 위한 동물호보센터 설치·운영과 유기동물의 발견 때 적절한 구조·치료·보호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또한 동물학대자에 대한 징역형 부과, 동물복지축산 인증제 도입, 동물등록제 전국 확대 실시를 포함하고 있다. 동물학대자에 대한 벌칙이 기존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강화되고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시행해오던 동물등록제가 의무시행으로 바뀌게 된다. 따라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은 2013년부터 시·군·구에 반려동물과 관련된 정보를 의무적으로 등록해야 한다.

한국 HAB협회(한국반려동물문화봉사단)의 한 관계자는 “반려견을 입양 전에 교육이 필요하며 교육과정에 의해 올바른 HAB(Human Animal Bond: 사람과 인간의 올바른 유대관계)가 정립된 사람은 애니멀 홀더에 빠져들 가능성이 적습니다”라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유기견의 문제도 해결할 수 있습니다”라고 주장한다. 동물행동학과 애견문화론 강사이자 한국 HAB 협회의 회장인 박창진 박사는 사람과 동물이 맺어야 할 바람직한 관계에 대해 “동물을 객관적으로 받아들이는 동시에 인간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사랑을 갖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반려견에 대한 인식이 매체에서 언급하면 순간 반짝하는 정도의 관심이라는 점에서 한국의 반려견 문화는 물질적 성장은 화려하지만 질적 성장은 아직 빈약한 수준이다. 반려견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의식의 개선을 위한 노력이 한순간의 관심에 그치지 않고 더 늦기 전에 빠른 대처와 의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반려견을 또 다른 가족이라고 생각한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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