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이 밝힌 민주주의 새 역사
촛불이 밝힌 민주주의 새 역사
  • 김동원 기자
  • 승인 2017.01.02 11: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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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안 가결,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
[이슈메이커=김동원 기자]

 

 

 

 [Cover Story] 대통령 탄핵 가결
 

촛불이 밝힌 민주주의 새 역사

탄핵안 가결,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지난 2016년 12월 9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탄핵소추안 가결은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헌정사상 두 번째다. 탄핵소추안 투표결과는 찬성 234표, 반대 56표, 기권 2표, 무효 7표였다. 탄핵이 가결되고 탄핵소추 의결서 등본이 청와대에 전달되면서 박 대통령의 권한 행사는 전면 정지됐다. 정계에서는 이번 탄핵이 촛불을 든 200만 명의 국민의 염원이 담긴 결과라고 말했다.



헌법사상 두 번째 대통령 탄핵 가결


지난 2016년 12월 9일, 정기국회 본회의에서 진행된 탄핵소추안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 가결되자 탄핵을 지지하고자 국회의사당 앞에 모인 시민들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국회에서 진행된 박 대통령 탄핵 본회의에는 재적의원 300명 가운데 새누리당 친박계 최경환 의원을 제외한 299명이 투표해 찬성 234표로 탄핵 가결을 통과시켰다. 반대는 56명, 기권은 2명, 무효처리는 7명이었다. 탄핵 가결 찬성률은 78%였다. 국민이 ‘박 대통령 퇴진’의 촛불을 들어 올린 지난 1차 촛불집회 이후 41일 만의 결과다.


탄핵소추안 투표가 종료된 직후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탄핵 가결은 국회의 여망이 반영된 결과”라면서 “한편으로는 헌정사의 비극”이라 말했다. 우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국정혼란을 최소화하고 민생 안정을 위한 대책을 조기에 발표할 것”이라며 “국회에서 주도적으로 국가 혼란 해소를 위한 방안을 강구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국회에서는 탄핵 때문에 불안해할 국민을 안심시키고 경제 위기가 안되도록 꼼꼼하게 챙기겠다”며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민생 정책을 뒷받침해 앞으로 헌재에서 조속한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최대한 국민 여론을 반영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국민의당 광주 북구갑 김경진 의원은 탄핵안 가결 후 경제와 정치의 불안함을 느끼고 있는 국민의 마음을 읽고 앞으로 대한민국의 30년을 준비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김 의원은 “탄핵을 한 이유가 박근혜라는 한 사람을 내리려고 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대, 새로운 비전, 새로운 리더십의 흐름으로 가기 위한 것”이라며 “오늘부터 앞으로 대한민국 30년을 이끌어 갈 만한 새로운 비전을 만들어나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탄핵안 가결 직후 청와대에서 국무위원 간담회를 소집한 뒤 “우리나라의 안보와 경제가 모두 어려움에 부닥친 상황에서 제 부덕과 불찰로 이렇게 큰 국가적 혼란을 겪게 돼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송구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밤낮으로 국가와 국민을 위한 일에 여념이 없는 국무총리와 각 부처 장관을 비롯한 모든 공직자 여러분께 더 많은 어려움을 드리게 되어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사과했다. 박 대통령은 “저는 국회와 국민의 목소리를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지금의 혼란이 잘 마무리되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면서 “앞으로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에 따라서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과 특검의 수사에 차분하고 담담한 마음가짐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는 지난 2016년 12월 12일, 박 대통령 탄핵심판 준비를 위한 첫 전체 재판관 회의를 열고 본격적인 심리 절차에 들어갔다. 박한철 헌재소장은 이날 회의에서 박 대통령의 답변서를 받는 대로 주심 강일원 재판관을 포함한 3명의 재판관을 준비절차 진행 담당 재판관으로 지정해 2∼3차례 준비절차 기일을 열기로 했다. 향후 변론 심리를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준비 절차를 통해 당사자의 주장과 증거를 정리하려는 의도다. 또한, 헌재는 ‘뇌물죄’ 의혹 등 박 대통령의 탄핵 사유 중 일부만 떼어내 선별적으로 심리하지는 않겠다고 밝혔다. 이는 심리를 신속히 진행하되 탄핵 사유는 전체적으로 따져보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배보윤 헌재 공보관은 브리핑에서 “결정문을 쓸 때 위헌 사유가 여러 개 있으면 일부만 결정문에 쓰는 기술적인 부분은 있을 수 있지만, 심리는 당사자가 청구한 것을 다 살펴보는 것”이라며 “헌재가 직권으로 선별심리를 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헌재가 총 20가지가 넘는 박 대통령의 탄핵 사유를 모두 판단하기로 함에 따라 정계에서는 박 헌재소장의 퇴임 예정일인 1월 31일 이전에 결론이 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지난 2016년 12월 9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촛불에 담은 국민의 염원이 이룩한 성과


정계에서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 가결은 국민의 염원이 있었기에 가능한 결과라고 분석한다. 박 대통령의 비선 실세 의혹이 드러나자 국민은 분노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2016년 10월 25일 대국민 사과를 통해 “최순실 씨의 도움을 받았다”며 비선 실세의 존재를 처음으로 시인하고 고개를 숙였다. 박 대통령의 비선 실세 혐의가 기정사실로 되자 같은 달 29일, 국민은 촛불을 들고 광화문 청계광장으로 모였다. 첫 집회 당시 광화문에 모인 국민의 수는 경찰 추산 1만 2천 명, 주최 측 추산 2만 명이었다. 국민은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촛불을 든 채 ‘박근혜 하야’를 외쳤고, 집회는 매주 이어져 탄핵 가결 전 주인 12월 3일 6차 집회 때는 전국적으로 200만 명(주최 측 추산)이 모일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 이는 헌정 사상 최대 규모였다. 특히 6차 촛불집회는 열흘 전 박 대통령이 시도한 ‘11·29 반동’을 뒤집는 데 큰 역할을 했다. 

 
11월 29일 박 대통령은 3차 담화문을 발표했다. 여야가 합의해 퇴진 시점과 방식을 정하면 이를 따르겠다는 내용이었다. 담화문이 발표되자 탄핵의 흐름은 꺾이는 듯 보였다. 새누리당은 ‘4월 퇴진, 6월 대선’으로 당론을 정했고, 탄핵으로 의견을 모으던 비박계는 돌아섰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은 새누리당이 제안한 ‘4월 퇴진’에 반대하지 않으면서 탄핵 찬성에서 한발 물러서는 자세를 취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김무성 전 대표와 회담에서 ‘1월 퇴진’을 제안했다. 박 대통령의 3차 담화로 정치권에서 탄핵 논의는 급속도로 식었다. 정치권은 각자의 이익을 따지며 다음 국면에서 어떻게 하는 게 유리할지 계산기를 두드렸다. 하지만 촛불민심은 정치권의 셈법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국민은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헌정 사상 가장 큰 촛불을 들었고, 각 정파는 계산기를 내려놓고 촛불의 뜻을 따라 탄핵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탄핵이 가결된 후에도 여전히 촛불은 불타고 있다. 탄핵안이 가결된 다음 날인 12월 10일, 영하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7차 촛불집회가 열렸다. 전국 곳곳에서 104명만 명이 다시금 촛불을 들고 일어섰다. 탄핵안 가결 뒤 처음 열린 이 날 집회는 축제의 분위기를 띠었다.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은 노래를 부르고 폭죽을 터트리는 행사를 즐기며 탄핵안 통과를 기뻐했다. 헌법재판소의 조속한 탄핵 결정을 촉구하는 시민도 많았지만, 탄핵 가결과 상관없이 대통령의 즉각 퇴진과 처벌을 촉구하는 목소리 역시 거셌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지난 12월 12일, “촛불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이 제도의 변화를 이뤄내게 끝까지 관심을 두고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전 대표는 홍익대 인근 한 카페에서 열린 ‘촛불집회 숨은 주역들과 함께하는 열린 토크 - 들어라 광장의 소리’ 행사에 참석해 “4·19 혁명 때나 6월 항쟁 때 국민은 승리했지만, 마무리를 정치권에 맡겼고 정치가 실패하는 바람에 미완의 시민혁명으로 끝났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그는 “새 세상을 만들 때까지 절대 마음 놓지 말고, 정치가 할 일이라 미루지도 말고 끝도 우리가 마무리한단 각오로 끝까지 함께해 달라”고 당부했다. 서울대학교 서양사학과 교수는 “민주화 항쟁 당시 6·29 선언을 통해 시민사회가 승리했다고 섣불리 단정하는 우를 범했다”며 “박 대통령 탄핵 가결 역시 끝이 아니라 미래를 제대로 고민하고 부패에 연루된 관계자들에게 책임을 묻는 청산 작업이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탄핵 가결 후 정계의 향방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 가결되면서 앞으로 정국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치달을 전망이다. 특히 박 대통령이 조기 퇴진을 시사하고 대선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탄핵이 이뤄짐으로써 현행 체제의 대통령제가 그대로 이어질지, 그렇지 않으면 탄핵 이후 개헌론에 불을 지펴 7공화국으로 전환될지 주목된다. 따라서 탄핵 가결 처리로 차기 대선 시계는 더욱 빨리 진행될 것으로 예상하면서 여야 정치권의 앞으로 일정도 조기 대선에 영점이 맞춰질 것으로 해석된다. 

 
새누리당은 박 대통령 탄핵 가결 후 친박과 비박 간의 갈등으로 중대 기로에 섰다.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는 12월 13일, 새누리당을 탈당해 신당 창당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김 전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비상시 국회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이 나라의 경제와 안보 위기를 걱정하는 대다수 국민이 믿고 의지할 새로운 보수정당의 탄생이 절실한 시점”이라며 “동지들과 함께 심각한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금 새누리당으로선 좌파의 집권을 막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신당 창당을 시사했다. 이에 새누리당 친박 세력은 새로운 보수 집권을 만들 가능성이 커졌다. 

 
탄핵 가결 후 개헌을 중심으로 더불어민주당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개헌은 촛불민심을 왜곡하는 것이라며 대선 전 개헌에 반대하고 있다. 반면, 이종걸, 민병두, 김두관 의원 등 12명의 중진 의원은 탄핵 국면이 시작된 약 한 달 전부터 촛불민심과 정치권의 새로운 과제를 논의하기 위해 회동을 이어왔으며, 특히 개헌에 적극적인 의견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정계에서는 개헌 찬반을 놓고 당내 대선 경선 구도가 친문(친문재인) 대 비문 구도로 구축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정국 주도권을 잡기 위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의 줄다리기도 팽팽한 모양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대선을 염두한 ‘야권통합’을 주장하자 국민의당에선 ‘선 민생 후 대선’을 언급하며 거리를 벌리고 있다. 우 원내대표는 지난 12월 11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통해 “내년 1월부턴 야권통합 논의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대선을 앞두고 야권이 탄핵에 힘을 합쳐온 것처럼 힘을 합칠 수 있을지, 주도권 경쟁이 벌어지지 않을지 우려가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에 다음 날, 김경록 국민의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우상호 원내대표는 대선 계산기를 내려놓고 국정 정상화에 힘을 모아달라”고 반박했다. 이어 그는 “우 원내대표가 슬그머니 야권통합 카드를 꺼내 들었다. 기다렸다는 듯이 대선 주도권 싸움을 시작하는 모습은 국민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하다. 정치권은 국정 공백으로 인해 피폐해진 민생부터 챙겨야 할 때”라고 재차 반박했다.

 
박 대통령 탄핵 가결 이후 정치권이 바빠졌다. 각 정당에서는 차후 정권을 잡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는 모양새지만, 무엇보다 민심의 분위기를 살피는 분위기다. 이번 탄핵 가결은 2004년 3월 12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과 달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에 대다수 국민은 반대의 촛불을 들었지만, 박 대통령의 탄핵은 찬성의 촛불을 들었다. 정계에서는 이번 대통령 탄핵 가결이 국민이 정치에 상당한 관심을 두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한 것에 큰 의미를 두고 있다. 헌법 1조 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국민주권주의 원칙이 차후 정치권 행보의 열쇠를 쥐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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