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이준석 제3지대 성공 여부에는 물음표
[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의회 권력 두고 사활 건 승부 시작
의회 권력 지형을 새롭게 재편할 제22대 총선 시계가 점차 빨라지고 있다. 2년 만의 전국단위 선거인 이번 총선은 출범 3년 차를 맞는 윤석열 정부에 대한 중간 평가인 동시에 입법부를 장악한 야당에 대한 평가라는 의미가 병존하면서 여야 모두 냉엄한 민심의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한동훈 등장 후 선거 프레임 변화 감지
국민의힘은 유권자들에게 ‘국정 안정’을 호소하며 윤석열 정부가 일할 수 있는 의회 지형을 만들겠다는 각오다. 여소야대라는 한계 속에 정부가 그간 주요 국정과제를 제대로 추진하지 못했던 만큼 이번 총선에서 의회 권력을 탈환해야만 비로소 진정한 정권 교체가 완성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총선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통해 정권 후반기 국정 운영에 제동을 걸겠다는 방침이다. 직전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잇달아 패배한 민주당으로선 ‘정권 심판’을 앞세워 전국 단위 선거 2연패의 고리를 끊어내고 차기 정권 탈환의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과제다. 불의의 피습을 당한 뒤 당부에 복귀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역시 첫 일성으로 ‘정권 심판론’을 강조했다. 이 대표는 “이번 선거는 정권에 대한 중간 평가이자 권력에 대한 심판 선거다. 민주당은 그 책임을 묻는 데 있어서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많은 논란들이 있지만, 최선의 노력을 다해서 통합하고, 국민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혁신적인 공천을 통해서 국민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보여 드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총선 결과에 따라 여야 간 희비는 극명하게 엇갈릴 전망이다. 국민의힘이 목표로 한 과반 의석을 확보할 경우 정부·여당은 정국 주도권을 쥐고 야당의 벽에 막혔던 국정과제 입법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통해 정권 재창출을 위한 안정적 국정 관리에 주력할 수 있게 된다. 반면 민주당이 의회 권력 수성에 성공할 경우 윤석열 정부는 조기 레임덕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이와 동시에 이재명 대표 체제를 강화하며 정권 교체 프레임을 한층 공고히 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여야가 총선 프레임을 대결 구도로 짜고 있는 것과 달리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의 등장과 같은 대비되는 현상도 존재한다. 당초 이번 총선은 ‘윤석열 대 이재명’ 구도로 지난 대선의 리턴 매치 성격이었으나, 한 위원장이 구원투수로 등판하며 이에 변화가 생겼다. 주요 여론조사들은 한동훈 위원장과 이재명 대표 간 경쟁 구도와 여야 간 지지율 격차 등에 집중되는 분위기다.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을 기준으로 유·불리를 따졌던 것에서 변화가 감지된다.
하지만 이것이 여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판세에 예민한 수도권 출마자들의 경우 한 위원장이 윤 대통령과 차별화하지 못하면 현재까지 불리한 흐름을 바꿔내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한 위원장의 딜레마는 ‘김건희 특검’, ‘총선 불출마’ 등에서 드러난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본인의 개성과 ‘윤 대통령의 아바타’라는 두 이미지 사이에서 특검의 문제가 자기 정치색을 드러내는 데 한계가 될 것이란 전망이 그렇다. 한 위원장은 신년 인사회 직후 “특검을 가지고 총선을 치르는 것은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는 것”이라며 비판적 입장을 재확인했다. 총선 불출마 역시 한 위원장의 주장처럼 국민에 대한 ‘헌신’에 해당하기보다 윤 대통령에 대한 ‘헌신’이라는 상반된 해석도 존재한다. 한 위원장이 총선을 성공적으로 이끈 채 국회에 둥지를 틀면 차기 권력이 공고화되면서 대통령의 존재감에 누가 되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불출마를 택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선거에 출마하지 않는 비대위원장이라는 조건은 여당 입장에서 결코 유리하지 않다는 의견도 뒤따른다.
여전히 승패 알 수 없는 흐름
지금까지 여론의 흐름은 ‘정권 견제론’이 ‘정권 지원론’을 앞서는 모습이다. 1월 8일 발표된 갤럽 조사(표본오차 95% 신뢰 수준에 ±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에서 ‘현 정부를 지원하기 위해 여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35%, ‘현 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야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가 51%였다. 같은 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 국정 지지율은 32%였다.
하지만 여전히 승패의 향방은 단정 짓기 어렵다. 선거 결과에 영향을 줄 주요 변수로는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 지지율과 한동훈 비상대책위의 순항 여부,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와 당내 통합 문제 등이 꼽힌다. 국민의힘은 한동훈 위원장 체제에서 민주당의 운동권 주류 세력을 겨냥한 세대 교체론을 내세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통해 프레임을 ‘새 정치 대 구정치’로 바꾸려고 시도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의 경우 비주류 그룹이 이 대표 사퇴와 통합 비상대책위원회 전환을 요구하는 가운데 이 대표가 ‘비명계’를 껴안으며 공천 쇄신을 이룰지가 관건이다.
여기에 여야 전직 대표가 중심이 돼 신당 창당을 공식화하면서 제3지대 파급력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신당 ‘새로운미래(가칭)’는 지난 1월 16일 창당발기인대회를 열고 본격적인 창당 작업에 들어갔다. 시·도당 창당대회와 중앙당 창당대회를 거쳐 공식 창당 절차를 마무리하겠다는 복안이다. 제3지대의 선거 연대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이들은 총선을 노린 공격적 세 확장에 나설 예정이다. 이준석 개혁신당 정강정책위원장을 비롯해 미래대연합 김종민·조응천 공동창준위원장, 한국의희망 양향자 대표, 새로운선택 금태섭 대표 등 신당 주요 인사들이 이 같은 움직임에 함께하고 있다. 특히 이 전 대표와 이 위원장의 연대 여부는 이번 총선의 가장 큰 변수로 꼽힌다. 이 전 대표는 “이 위원장과는 큰 틀에서는 같이 한다”고 했고, 이 위원장 역시 연대 가능성을 두고 “현실론을 뛰어넘는 누군가의 판단들이 있다면 가능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둘의 연대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서로가 추구하는 정치적 지향점이 달라 연대 명분도 낮은 데다, ‘지분’을 둘러싼 갈등 해결이 쉽지 않아서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두 사람이) 개인적인, 정치적인 목적이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렇게 쉽게 용해가 되지 않을 것”이라며 “(지향점이) 서로 합치가 돼야 될 텐데 그렇게 쉽게 합치되기가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대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제3지대 성공 여부를 두고는 부정적 관망이 지배적이다. 제3지대 신당 성공 사례와 비교해 봤을 때 ‘돌풍’을 일으킬 만한 마땅한 요인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6년 안철수 의원이 이끈 국민의당은 지역구 25석과 비례대표 13석을 합쳐 38석을 얻는 기염을 토했다. 당시 국민의당은 비례투표에서 26.74% 지지율을 얻고, 제1야당 민주당(25.54%)을 앞서는 기록도 세웠다. 안 의원의 상징성에 더해 호남 지역이 국민의당을 탄탄히 받쳐주었기에 제3지대의 성공이 가능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이 전 대표와 이 위원장의 경우 두 사람의 정치적 지향점이 괴리가 큰 만큼 연대가 이뤄져도 유권자들을 향한 호소력이 약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