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ety Zoom-서울시 뉴타운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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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윤실 기자
  • 승인 2012.04.01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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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타운 사업 옥석 고르기 본격 가동
[이슈메이커=남윤실 기자]

'매몰비용' 처리에 대한 해결책 찾지 못해 난항

 

박원순 서울시장은 2011년 12월 19일 서소문청사에서 열린 정책 워크숍에서 “뉴타운은 처음부터 잘못된 것이라 생각한다. 주민들의 충분한 의사 반영이나 동의 없이 형식적으로 도장을 찍음으로써 시작된 것이다. 뉴타운이란 것이 몇 년간 열병처럼 우리 사회를 헤집어놓으면서 주민 간 갈등과 삶의 불안정, 공동체 파괴를 불러왔다”며 뉴타운 사업에 대해 비판했다. 또 그는 지난 1월 16일 오후 성북구청에서 열린 ‘마을만들기 신년 대토론회’에 참석해 “뉴타운에 우리가 미쳐 있었지만 70% 이상이 정착하지 못하고 쫓겨났다. 기존의 주택을 개량하고 기반시설을 만들어주는 일을 서울시가 해야 한다. 뉴타운이 아닌, 주민이 이사를 안 가도 되는 행복한 마을, 일자리가 있는 마을이 존재할 수 있다는 모델을 우선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지부진한 뉴타운 사업

뉴타운으로 지정된 지역은 개발 기대감으로 한껏 달아올랐다. 하지만 뉴타운 사업 진행 속도는 대부분 지지부진하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 시내 26개 뉴타운지구 245개 구역 가운데 추진위원회 구성조차 하지 못한 곳이 71개로 전체의 30%에 달한다. 준공된 곳은 19개에 불과하고 착공(13개), 관리처분인가(13개), 사업시행인가(19개) 등 중간단계 이후인 곳까지 합쳐야 4분의 1 수준인 64개다. 시범뉴타운으로 처음 지정됐던 왕십리뉴타운은 10년 만인 2011년 12월 첫 분양에 들어갔을 정도다. 뉴타운이 지지부진한 건 사업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부동산 경기가 어려운데 집주인들이 수익을 내려 ‘지분 쪼개기’를 남발하면서 사업성을 더욱 떨어뜨렸다. 서울 시내 대다수 뉴타운은 원주민 비율이 절반을 밑돌고 뉴타운 개발 이후 원주민 정착률은 그보다 훨씬 낮다.
한남동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서울 용산구 서빙고동 일대 한남뉴타운 사업은 한강 조망이 가능하고 교통여건도 좋아 최고의 뉴타운으로 손꼽히며 재개발 지분(딱지) 시세가 3.3㎡(1평)당 최고 3000만원을 웃돌기도 했다. 하지만 사업이 계속 늦어지면서 지분 시세가 3.3㎡당 2000만원대 이하로 뚝 떨어졌다"면서 "그나마 매수자가 없어 몇 달 동안 계약서를 써본 기억이 없다"고 말했다.

될 곳은 지원, 안 될 곳은 과감히 포기
박원순 서울시장이 당선된 이후 뉴타운 사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박원순 서울시장의 뉴타운 사업에 대한 제도 개선안이 하나둘씩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그는 “진입장벽은 높이고 될 곳은 규제를 완화해 속도를 내고 안 될 곳은 사업 대상에서 해제한다”는 안을 제시했다. 즉, 될 곳은 지원하고, 안 될 곳은 빨리 사업을 접겠다는 것이다.
서울시가 주민 절반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재개발·재건축 정비구역으로 지정될 수 있도록 하는 ‘공공 정비계획 수립 지침’을 최근 자치구에 내려 보낸 것은 진입장벽을 높인 대표적인 사례다. 통상 ‘주민 25% 이상(과반수 의견 수렴·수렴인원의 과반수 찬성)’이면 정비사업 추진이 가능했으나, 구청장이 정비계획을 수립하는 곳부터 사업 추진 요건을 크게 강화한 것이다. 서울시는 앞서 정비구역 이전 단계인 정비예정구역(후보지)도 더 지정하지 않기로 해 신규 재개발·재건축 사업장은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서울시는 재개발·재건축 추진 과정에서 ‘종 상향’에도 제동을 걸었다. 용적률을 늘려 아파트를 더 짓는 종상향 조치가 도시공간 체계를 해친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진행 중인 정비사업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지원한다는 분위기다. 대형 평형을 중소형 평형으로 쉽게 바꿀 수 있도록 한 조치가 그런 사례다. 종전에는 설계 변경을 통해 증가하는 가구 수가 10%를 넘으면 까다로운 심의절차를 다시 밟도록 했지만 이달부터는 30% 이하 범위 내에서 손쉽게 바꿀 수 있도록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일정 궤도에 오른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오래 끌면 결국 주민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며 될 곳은 빨리 갈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출구전략 시행 과정에서 갈등 예상

박원순 서울시장은 현재 뉴타운 출구전략을 짜고 있다. 서울시는 20억 원의 예산을 들여 가구별로 얼마나 부담금을 내야 하는지를 조사하는 사업타당성 뉴타운·재개발 조사를 실시한다. 또 사업타당성 조사 이후 뉴타운 사업과 관련해 주민에게 사업진행 찬반을 묻는 설문조사도 진행할 계획이다. 여기서 반대가 50% 이상 나올 경우 뉴타운지구를 해제하겠다는 생각이다. 사업추진 여부를 주민에게 다시 물어본다는 게 사업타당성 조사의 기본개념이다. 아직 주민 찬반 투표를 묻는 조사사업 예산은 책정되지 않았지만 사업성타당조사 이후 추경예산 등을 통해 마련할 예정이다. 사업타당성 조사 대상 구역은 서울시내 뉴타운사업구역 245개 중 조합 설립을 위한 추진위원회가 구성되지 못한 곳이다. 약 30%인 70여 곳이다.
물론 서울시의 사업타당성 조사가 결과를 얻으려면 뉴타운사업의 근간이 되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과 '도시재정비촉진을 위한 특별법'의 개정이 필요하다. 도정법이나 도촉법으로는 지구 해제를 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미흡하기 때문이다. 이에 서울시가 준비하는 사업성타당조사는 지난 8월, 국토해양부가 발의한 '도시재정비 주거환경정비법 제정안'을 근거로 하고 있다. 이 법은 사업추진이 어려운 지역의 경우, 조합해산과 구역 해제 등을 주요골자로 하고 있다. 조합설립에 동의한 토지 소유자 중 과반수이상이 조합설립인가 취소를 원할 경우 조합은 해산될 수 있다. 추진위원회도 동일하다. 또한 해제할 수 있는 충족요건만 만족하면 서울시의 결정없이 자동으로 지정지구에서 해제될 수 있다. 서울시는 주민 찬반 여론조사를 통해 반대가 절반을 넘는 구역인 경우, 뉴타운지구 해제를 자연스럽게 유도하겠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이런 사업타당성 조사도 한계는 있다. 무엇보다도 그 범위가 좁기 때문이다. 추진위원회가 구성되지 못한 곳만 조사한다는 건 사실상 분쟁이 한창 진행 중인 지역은 외면하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법적 다툼, 주민 간 반목 등은 조합설립 단계에서 대부분 시작된다. 뉴타운 문제가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곳도 여기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서울시 출구전략에는 조합설립 이후 단계에 대해서 이렇다 할 대책이 없다. 물론 이미 추진위나 조합까지 설립된 지역에 서울시가 개입하기엔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다. 무엇보다 그간 들어간 사업비가 부담이다. 보통 500~600여 가구 규모 뉴타운은 조합설립까지 20억~30억 원이 든다. 또한 사업시행인가 준비까지는 추가로 약 10억여 원이 든다. 만약 구역해제 시 이미 투입된 사업비를 ‘누가 얼마씩 부담할 것이냐’는 문제를 둘러싼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할 것으로 보여 출구전략 시행 과정에서 갈등이 예상된다. 공공 주도 방식으로 진행된 인천시의 경우, 주민이 원하지 않으면 재개발 지구를 해제하는 게 쉽지만 민간조합이 주도하고 있는 뉴타운사업은 쉽지 않다.
신원철 서울시의회 도시관리위원장은 "재산권 문제라 뉴타운사업은 마땅한 출구전략이 없는 게 현실이다. 이에 서울시에만 해법을 맡겨서는 안 된다. 서울시로서도 할 수 있는 한계가 있다"며 "19대 국회에서 국가나 지방정부가 이미 투입된 사업비를 지원해주는 법안을 고민해야 한다"며 "지금의 상황은 특단의 조치가 없으면 해결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매몰비용에 대한 해결책 마련 시급

박원순 서울시장이 ‘리모델링’하겠다는 서울시 뉴타운 그림이 ‘매몰비용’이란 벽에 부딪쳤다. 이 변수를 넘지 못하면 일몰제를 통해 뉴타운 예정지구를 정리하겠다는 박 서울시장의 의도가 무색해질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 서울시는 주민이 원할 경우 조건에 따라 뉴타운 지구 해제를 허용하겠다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정비예정구역이나 추진위가 구성되지 않은 정비구역에서 토지등소유자 30%이상이 해제를 요청할 경우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쳐 해제하겠다는 게 골자다. 서울시 25개 자치구 가운데 과반수이상의 구청장들이 박 서울시장과 뜻을 같이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대규모 뉴타운 취소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렇다보니 매몰비용을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대한 문제가 불거졌다. 서울시내 총 247개 단위구역 중 추진위 구성조차 하지 못한 곳이 70여 곳을 넘는 것을 감안하면 수백억원의 매몰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가장 큰 문제는 뉴타운 해제 이후 발생할 매몰비용을 놓고 각 지구 추진위원회와 서울시 그리고 국토해양부 간에 첨예하게 이해관계가 갈리고 있다는 점이다. 추진위는 개발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사전 투입된 매몰비용에 대해 전반적인 보상을 원하고 있다. 반면 비용이 부담스러운 서울시도 마찬가지다. 서울시 관계자는 “바뀐 도정법이 시행되기까지 시간이 있는 만큼 해결방안을 고민해보겠다. 정부측이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도 고민 중에 있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국토해양부는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시 조례 중심으로 이뤄지는데 정부가 나설 이유가 전혀 없다"며 "추진위가 사용하는 금액 역시 임원들이 직접 사용하는 등 투명하지 못한 부분이 있어 정부차원에서 지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서울시가 매몰비용을 부담하더라도 처리범위에 대한 기준이 없는 점도 문제다. 추진위가 사용한 불투명한 사용금액에 대해서는 전혀 책임질 이유가 없다는 서울시와 달리 추진위는 총회를 끌어가는데 사용된 비용, 인건비, 식대와 같은 복리후생비까지 범위를 넓히고 있다.
결국 매몰비용을 둘러싼 복잡한 방정식을 풀지 못하면 정비예정구역 해제 등이 계획대로 진행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한 추진위 관계자는 "뉴타운 출구전략의 키는 매몰비용 처리에 달려있다"며 "매몰비용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뉴타운 해제는 물론 추진위 해제조차 마무리 지을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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