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없는 따돌림, 사이버 불링
소리없는 따돌림, 사이버 불링
  • 손보승 기자
  • 승인 2016.12.02 00: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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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소리없는 따돌림, 사이버 불링

 

 

시간과 장소 제약없어 지속적 증가 추세

 

▲ⓒnumrush 홈페이지

 

 

스마트 기기의 대중화로 인해 학교 폭력이 ‘사이버 불링(Cyber Bullying)’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사이버 불링이란 SNS나 스마트폰 메신저 등을 이용해 특정 상대를 집단적으로 괴롭히는 온라인 공간에서의 폭력을 의미한다. 이러한 사이버 불링은 시·공간적인 제약없이 피해 학생들이 지속적으로 폭력에 노출되어 큰 고통을 주게 되는 반면, 신체적 폭력처럼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아 더 큰 문제로 인식된다.

 

 

지난 3년새 1.6배 증가한 사이버 학교폭력

지난 2014년 개봉한 영화 ‘우아한 거짓말’에는 같은 공간 속에서 소외감을 느끼는 한 인물의 모습이 등장한다. 극 중 주인공 천지는 다른 친구들보다 1시간 늦게 생일파티에 초대받게 되고, 친구들 옆에서 혼자 밥을 먹게 된다. 그리고 천지가 밥을 먹는 모습을 보며 친구들은 모바일 메신저 단체 채팅 방에서 단체로 조롱한다. 학교 폭력을 소재로 했던 이 영화는 물리적 폭력없이 발생하는 왕따로 인해 피해자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는 과정을 그렸다.
 

  이처럼 스마트폰을 통해 의사소통을 나누는 학생들의 모습이 일상화되며, 그 반대급부로 학교폭력의 새로운 모습으로 악용되며 사이버 폭력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과거에는 따돌림을 당하면 물리적인 폭력으로 인해 쉽게 외부의 눈에 띄어 피해자는 새로운 환경으로 옮기는 방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기도 했다. 하지만 사이버 불링의 경우 24시간 폭력에 시달려야 하며,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지속됨에도 불구하고 부모나 교사가 그 사실을 쉽게 알 수 없어 문제가 심각하다. 실제 교육부 국정감사자료에 따르면 사이버 학교폭력은 2012년 900건에서 지난해 1,462건으로 3년만에 1.6배 증가했다. 이 기간 전체 학교폭력 건수가 24,709건에서 19,968건으로 19.1%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사이버불링이 청소년들이 스스로 꾸린 반폐쇄적인 온라인 공간에서 자행되다 보니 피해 강도가 급속도로 커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 한 교육계 관계자는 “사이버 불링은 가해자는 큰 죄책감을 느끼지 않게 하고, 당사자에게는 현실적 폭력을 훨씬 뛰어넘는 엄청난 고통을 준다”며 그 심각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카따’에서 ‘와이파이셔틀’까지, 진화하는 폭력 형태

사이버 불링의 대표적인 유형은 단체 채팅방에 피해 대상을 초대한 뒤 단체로 욕설을 퍼붓거나 말을 걸지 않는 방식, SNS에 허위 사실을 유포해 망신을 주는 경우로 나눌 수 있다. 하지만 최근 휴대폰 데이터를 갈취하거나, 소액결제를 요구하며 금전적인 피해를 유발시키는 등 수법이 점점 더 교묘해지고 있다. ‘카따(카톡왕따)’, ‘떼카(떼지어 보낸 카톡)’, ‘카톡감옥’, ‘와이파이셔틀’과 같이 사이버 불링으로 인해 생겨난 신조어는 문제의 심각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와 같이 사이버 공간에서의 집단 따돌림으로 인한 피해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2012년 단체 대화방에서 폭언을 당한 여고생이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했고, 지난해 5월 같은 이유로 여중생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점차 어린 연령층으로 확산되며 초등학생을 중심으로 한 피해 접수도 증가하는 추세다.
 

  하지만 사이버 공간에서의 집단 따돌림이 광범위하게 퍼져나가고 있음에도, 가해 학생들은 큰 문제의식을 느끼지 않아 규제가 쉽지 않다. 반면 피해학생은 2차 피해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해결의 방법을 찾지 못해 전전긍긍한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지난해 중·고교생 4,0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청소년 사이버불링 실태’에 따르면 온라인에서 집단 따돌림 등을 당했을 때 피해 학생이 상대방의 사과를 요구하는 경우는 22.4%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일선 교육현장은 국가정보화기본법에서 유치원과 초·중·고교에 ‘매년 1회 이상’ 하도록 의무화한 인터넷 중독 관련 교육 외에는 실질적인 예방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적극적 구호 요청과 명확한 교육 필요

최근 명문대생들이 단체 카카오톡 방에서 여학생들을 성적 놀림의 대상으로 삼아온 것이 드러나 충격을 주었던 일처럼 사이버 불링이 청소년만의 문제는 아니다. 학교 담을 넘어 직장이나 동호회 등 성인들 사이에서도 흔히 일어나고 있다. 특정 구성원을 제외하고 온라인 채팅을 통해 점심 약속을 잡거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불특정 대상에게 입에 담지도 못할 욕설을 퍼부으며 그 결과 오프라인으로의 폭력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사이버 불링의 심각성에 대해 이미 10여년 전부터 대비해 온 외국의 사례를 통해 근절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독일 등 유럽과 미국에서는 사이버불링을 중대한 사회문제로 인식하고 사이버불링 전담 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영국은 학교폭력예방단체를 운영하며 사이버 불링을 당할 경우의 행동 요령 지침을 제공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사이버상의 비방과 악플에 대한 피해보상 보험이 등장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다양한 예방 앱과 신고 및 상담센터를 운영하며 홍보하고 있지만, 전문적인 통합기관이나 부서가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결국 근본적인 해결책은 사이버 공간에서의 폭력도 학교폭력으로 인식하도록 지속적인 윤리 교육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동국대학교 경찰행정학과 조윤오 교수는 “억제 효과를 위해 강하게 처벌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명확한 네티켓 교육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더해 피해자들이 자신의 피해 사실을 친구나 교사, 부모에게 얘기해 구호 요청을 하는 것도 무척 중요하다. 이같이 사이버불링이 엄연한 범죄라는 인식 교육과 함께 사회 구성원들의 지속적인 관찰과 적극적인 관심만이 피해를 막을 수 있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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