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 운동 회복의 일환, 지역화폐
공동체 운동 회복의 일환, 지역화폐
  • 손보승 기자
  • 승인 2016.11.05 13: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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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공동체 운동 회복의 일환, 지역화폐

시행착오 속에 점차 다양한 형태로 확산 추세


 

 

▲ⓒSeclancer 홈페이지

 


지역화폐란 일정 지역사회 내에서만 통용되는 화폐를 통해 주민들 서로가 소유한 자원을 교환하는 제도를 말한다. 현재 대전의 ‘두루’를 비롯해 ‘과천품앗이’와 ‘서초품앗이’, ‘성남누리’ 등 다양한 지역화폐가 전국 각지에서 운영 중이다. 한편 강원도는 전국 광역자치단체 중 처음 추진하는 ‘강원 상품권’을 발행하여 지역 자금의 역외유출을 최소화 할 방침을 세우고 있다. 이처럼 지역 내 공동체 운동 회복의 일환으로 지역화폐가 점차 활성화되고 있는 추세다.  

 

IMF 이후 서서히 성장한 ‘지역화폐’

지역화폐는 독일의 경제학자 실비오 게젤의 저서 ‘자유토지와 자유화폐에 의한 자연적 경제 질서’에서 유래를 찾을 수 있다. 그는 자율적 시장 속에 능력만으로 경쟁하는 사회를 이상으로 추구했던 인물이다. 때문에 화폐나 자본같은 기득권에 기대지 않고, ‘감가하는 화폐’ 도입으로 ‘돈이 늙어가는 사회’를 제시했다. 이후 지역화폐는 1983년 캐나다 코목스 밸리 마을의 ‘레츠(LETS)’를 시작으로 다양한 형태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호주의 ‘에코(Eco)’, 미국의 ‘타임달러(Timedollar)’, 일본의 ‘아톰 통화’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국내에서는 1996년 잡지 ‘녹색평론’에 그 개념이 처음으로 소개된 뒤 1998년 ‘미래를 내다보는 사람들의 모임’에서 ‘미래화폐’를 만들면서 시작되었다. 당시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를 맞은 시점이라 대안 화폐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매우 컸다. 이처럼 시장경제의 문제점을 극복하고 화폐 뒤에 가려진 ‘사람’의 모습을 되찾겠다는 가치 속에 출발한 지역화폐는 현재 전국 각지에서 약 30여 개의 공동체가 운영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더해 광역자치단체로는 전국 최초로 강원도에서 지역화폐를 발행하여 소비 촉진과 내수 증가를 도모하고 있다.
 

  서강대학교 경영학과 김용진 교수는 “지역공동체 화폐는 지역 안의 업체에서 소비를 하도록 유도할 수 있기 때문에 지역경제 활성화를 가능케 한다”고 설명했고, 가톨릭대학교 소비자학과 천경희 교수는 “지역화폐를 통해 지역 주민들 사이의 거래가 활발해지면, 이는 지역 발전의 원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웃 간 소통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이바지

2000년 창립한 대전의 ‘한밭레츠’는 가장 대표적인 지역화폐 성공사례다. ‘두루두루(널리)’ 쓰인다는 의미를 가친 ‘두루’를 화폐 명칭으로 하며 1두루는 대한민국 통화 1원에 해당한다. 약 700여 가구가 회원으로 등록되어 있는데, 식료품 구매와 중고 물품은 물론 의료 서비스도 영역에 포함되어 있다. 자본과 전문가 없이 자생적으로 구축한 시스템을 두고 해외에서도 큰 관심을 갖고 벤치마킹할 정도다. 대전에 거주하는 한 주부는 10년째 ‘두루’를 이용하고 있다며 “회원들끼리 지역화폐를 통해 거래하면서, 서로 많은 대화를 나누고 소통하며 이웃 간의 정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아리’라는 지역화폐를 사용하는 경기 과천의 ‘과천품앗이’는 사무실조차 없이 15년째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육아공동체로 시작해 지역화폐 공동체로 발전한 ‘아리’는 주로 주부들끼리 노동력을 제공하고 품삯을 받는 형태다. 애완동물을 맡아주며 화폐를 받고, 공방에서 수업을 받는데 이를 사용하는 방식이다. 최근에는 지역화폐 공동체를 공유경제와 접목시키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서울 은평구의 ‘은평e품앗이’는 지역화폐인 ‘문’을 통해 캠핑장비, 공구세트 등 가끔씩 사용하는 물건을 빌려주거나, 은평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리는 공연도 즐길 수 있다. 공유경제 모범사례로 선정돼 서울시로부터 주민참여예산 20억원을 지원받기도 했다. 지역화폐 공동체의 한 사무국장은 “천천히 사람 간의 신뢰를 쌓고, 관계를 형성한 것이 시행착오 속에서 발전해 올 수 있었던 원동력이다”고 말했다.

 

지역화폐가 뭔지 모르는 주민 여전히 많아

지역화폐는 현금 지출을 줄일 수 있고, 당장 화폐가 없더라도 우선 소비한 뒤 타인에게 재화나 용역을 제공하면 된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지역화폐가 지역 외로 빠져나갈 수 없어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는 점도 메리트다. 무엇보다 이웃 간 단절된 소통을 활발하게 만든다. 
 

  하지만 각 공동체별 평균 회원수는 300~500여 가구 수준에 불과해 아직 갈 길이 먼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지역화폐 활성화를 위해 홍보와 편의성을 지적한다. 실제 지역화폐 운영집행부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지속적인 홍보와 교육을 진행하고 있지만, 여전히 대다수 주민들은 그 개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거래를 한 뒤 사용 현황을 직접 수기로 작성하거나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려야 해 기존 화폐에 비해 적잖은 불편함도 존재한다. 뿐만 아니라, 성공사례의 뒤에는 지자체를 중심으로 의욕적으로 출발한 공동체가 지자체장이 바뀌면서 흐지부지 되는 실패사례도 많았다. 
 

  결국 지역화폐의 성공을 위해선 관 주도형보다는 민간부문에서 자생적으로 커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다. 천경희 교수는 “대안 화폐는 공동체의 신뢰를 바탕으로 스스로 필요성을 느껴서 시작하지 않으면 성공하기 힘들다”고 조언했다. 붕괴되어 가는 공동체를 되살리고,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겠다는 판단 하에 자발적으로 시작해야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때문에 민간이 아닌 도 단위에서 세계 최초로 발행하는 강원도의 ‘강원 상품권’이 어떤 결과를 불러올 지 지자체나 학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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