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졸 취업률 상승, 취업의 질은 하락
고졸 취업률 상승, 취업의 질은 하락
  • 구혜린 기자
  • 승인 2016.11.03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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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구혜린 기자]




고졸 취업률 상승, 취업의 질은 하락

고졸자의 사회적 처우가 개선될 수 있는 제도적 방안 필요


 

 

 


정부가 고졸 취업 확대정책을 실시함에 따라 매년 고졸 취업률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고졸 취업자들은 비정규직이나 질 낮은 일자리로 유입돼 저임금, 단순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이에 일자리의 양과 질을 동시에 고려한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취업률 높은 마이스터고, 특성화고 인기

취업을 목적으로 전국의 마이스터고나 특성화고에 입학한 학생들이 점점 늘고 있다. 특히 졸업 후 취업이 보장되는 마이스터고에 대한 관심이 높다. 지난 2010년 신설된 마이스터고는 특목고 유형 중 하나로 산업 수요에 맞춘 전문기술인력을 양성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마이스터고는 기업체들과의 협약으로 단순하게 채용만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분야의 인재를 실무에 바로 투입할 수 있도록 학교에 실습이 가능한 설비를 지원하거나 기술을 전수하는 등 인재 양성과 확보에 나서고 있다. 또한, 취업 확정이 되면 4년 간 입영을 연기할 수 있고 군복무 중 대학 졸업장 취득과 동일한 전문학사 학위 취득도 가능해 입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이 점점 늘고 있는 추세다. 이에 정부는 특성화고 및 마이스터고 활성화 정책을 펼치며 ‘선취업 후진학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고졸 취업률은 지난 2013년부터 2015년까지 44.9%에서 47.3%로 상승했다. 위 지표에 따르면 정부의 고졸 취업 확대정책이 고졸 취업률 상승으로 성과를 거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4대 보험에 가입한 비율은 30.4%에서 26.4%로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4대 보험 가입률을 기준으로 볼 때 고용의 질은 점점 낮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전체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의 취업률은 해마다 높아지고 있지만, 비정규직이나 낮은 임금 등 열악한 근로 여건에서 일하는 고졸 취업자도 증가하면서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고졸 취업률 높아졌지만 고용의 질은 하락

실제로 대다수의 고졸 취업자들은 저임금, 단순노동 등 열악한 근무환경에 노출돼 있다. 지난 5월 서울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점검하다 사고를 당한 19살 김군도 특성화고 출신의 고졸 취업자였다. 김군은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 역으로 들어오는 지하철을 보지 못하고 사고를 당했다. 열악한 환경에 놓인 현장실습생들의 사고는 비단 김군만이 아니다. 2011년부터 거의 매년 현장실습생이 실습 장소에서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나고 있다. 2011년 12월에는 기아자동차 광주 공장에서 일하던 현장실습생이 뇌출혈로 쓰러져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 고용노동부 조사 결과, 위 현장실습생의 노동시간은 무려 주 70시간이었다. 현행 직업교육훈련촉진법에 따른 표준협약에는 특성화고 현장실습생은 야간과 휴일 노동이 금지되고, 1주에 40시간을 초과해 일할 수 없다. 하지만 위 사례처럼 업체와 처음 계약한 근로시간이 지켜지지 않거나 적정 임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근로기준법을 지키지 않는 사업장 대부분에서 현장실습생은 최저시급이나 근로시간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러한 악덕업체의 횡포로부터 학생들을 보호하고 도움을 줘야 할 학교가 오히려 학생들을 외면하고 있는 점도 문제다. 현재 정부는 취업률만 끌어올리면 인센티브를 주는 평가방식을 운영하고 있다. 어떤 일자리든 일단 취업만 시키면 점수를 주는 것이다. 학교 측에서는 취업률에 따라 학교 평가와 예산 배정이 달라지니 취업률에 목맬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학교 측은 취업실적이 떨어질 것을 우려해 사업장이 불법행위를 저지르거나 계약을 위반해도 학생들에게 무조건 참고 실습을 마칠 것을 강요한다. 고졸 취업자들의 고용의 질이 점점 떨어지고 있는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부가 취업률이라는 수치로 각 고교를 평가하면서 생기는 문제라며 학생이 어떤 회사에 취업했는지, 어떤 대우를 받는지 등 질적인 평가도 필요하다고 전했다.

고졸 출신과 대졸 출신 간 임금 격차도 여전히 크다. 최근 고용노동부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비교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임금 차이는 ‘-37’로, 대졸 이상 근로자의 평균 임금이 고졸 근로자보다 37% 많았다. OECD 31개국의 대졸 이상 근로자 대비 고졸 근로자의 임금수준 차이 평균인 ‘-56’에는 못 미치지만 여전히 높은 차이다. 무엇보다도 고졸 취업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은 중요 과제다. 학벌위주에서 능력위주의 사회로 변하고는 있으나, 여전히 학벌을 중요시 하는 사회적 풍토는 고졸 취업자를 더욱 열악한 환경으로 몰아넣고 있다.

이에 현장에서는 고교구조 개편 보다 고졸자의 사회적 처우가 개선될 수 있는 제도적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취업만 독려할 게 아니라, 고졸자가 취업 이후에도 꾸준히 전문성을 기를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의 경우 진로 결정이 명확히 이뤄지지 않고 직업 교육에 대한 경험이 거의 없는 점을 고려해 직무 프로세스에 대한 이해 교육이 강화돼야 한다고 말한다. 이와 더불어 기업 차원에서 대졸과 고졸 간 임금격차 감소하고, 고졸 취업자들을 대상으로 정규칙 채용 확대하는 등 실질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갈수록 취업난이 심해지면서 고졸 취업자에게 첫 직장을 얻는 것은 절실하다. 그러나 어떤 직장이냐도 중요한 만큼, 일자리의 양과 질을 동시에 고려할 수 있는 정책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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