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우주산업의 춘추전국시대
항공우주산업의 춘추전국시대
  • 이민성 기자
  • 승인 2016.11.02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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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이민성 기자]


항공우주산업의 춘추전국시대


미래 혁신을 위한 기술력의 도약이 필요



 

최초의 기계구동방식의 비행기가 발명된 지 113년이 지난 현재 항공우주산업은 과거와 비교해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다. 미국의 조사기관인 ‘Forecast International’에 따르면 2011년 세계 항공우주산업의 시장 규모는 4,600억 달러로 조선 산업의 4.5배, 반도체 시장의 1.5배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전문가들이 2020년 항공우주산업의 규모를 7,500억 달러로 예측하자 관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한·중·일 동북아 3개국의 치열한 경쟁이 진행되고 있다. 

 

 

첨단기술의 정점, 항공우주산업

 

‘항공우주산업(Aerospace industry)’은 항공기, 위성, 우주선, 그리고 관련 기기 등 관련 분야의 제작, 가공, 생산, 개조, 수리 등 모든 활동을 일컫는 단어다. 이 산업은 고부가가치를 지닌 지식과 기술의 집약체로 평가받으며 생산과 기술력의 파급 효과가 큰 선도적 산업에 속한다. 항공우주산업의 대표적 제품인 항공기는 부품 수가 자동차의 10배 이상, 기술과 부품의 신뢰도는 100배 수준으로 고도의 기술력이 요구되는 첨단산업이다. 이에 항공우주산업은 기계, 전자, IT, 소재 등 분야별 첨단기술이 융합한 종합시스템 산업으로 타 산업군의 기술 개발을 선도하며 이러한 첨단기술의 역량을 반영하는 대표적 지식기반 산업으로 국가경쟁력을 나타내는 척도가 되어가고 있다. 


하이투자증권의 김익상 애널리스트는 항공우주산업은 선진국에 유리한 산업이라며 관련 보고서를 통해 밝힌 바 있다. 항공우주산업은 대규모 연구개발비와 고등 기술력, 그리고 군용기 및 민항기에 대한 안정적인 수요가 필요하다는 것이 그 이유다. 한국항공우주산업진흥협회와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가 제작한 기업·산업 성장 잠재력 매핑에서 항공우주산업은 의료 및 제조 로봇 산업과 동등한 기업성장잠재력과 소프트웨어 산업과 같은 수준의 산업성장 잠재력을 지닌 것으로 평가됐다. 특히 이 자료에 따르면 항공우주산업은 전 분야의 산업군에서 가장 높은 평가치를 지닌 것으로 나타났다. 항공우주산업은 조선업이나 자동차 등 산업군과도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항공산업기술의 개발 및 양산 기간은 각 10년과 30년으로 조선업과 자동차산업과 비교해 2~3배 정도 기간이 길다. 또한, 매출액 대비 개발비용은 조선업(1.0%)과 자동차(3.5%)보다 높은 10%에 해당하는 특징을 지녔다. 이에 항공우주산업 연구는 리스크를 감소시키기 위해 ‘RSP(Risk Share Partner)’의 분업구조를 일반적으로 채용하고 있다. 항공우주산업은 다른 산업 군에 미치는 기술 파급력이 높고 투자금액이 높은 만큼 투자금액 회수에 들어가는 시간과 수요의 불규칙성으로 위험부담이 크다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각국 정부는 군 기술력과도 연관이 있는 만큼 항공우주산업의 육성과 보호에 정책적 지원을 제공해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고 있다. 

 

항공우주기술의 발전 과정 

 

1903년, 미국의 라이트 형제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해안에서 최초의 기계구동방식의 비행기에 탑승한 지 113년의 세월이 지났다. 과거 1차 세계대전이 시작된 1914년, 전 세계 항공기는 50대도 넘지 못했지만, 4년 후, 프랑스 베르사유에서 평화조약이 체결될 시기에는 전투기, 폭격기, 정찰기 등이 780대로 약 16배가량 증가했다. 1차 세계 대전 말미에 전략적 가치를 인정받은 항공기는 2차 세계 대전부터 기체와 엔진의 성능 개선을 통해 빠르게 발전했다. 1939년 2차 세계대전 발발 당시 미국의 군용 항공기는 2,195대 수준이었으나 5년 뒤에는 44배 증가한 96.318대로 알려졌다. 항공기 기체들은 공기역학적으로 설계되기 시작했고 엔진 출력과 연비는 계속해서 발전을 이어갔다. 이후 미국과 유럽 등 서방 국가들은 1·2차 세계 대전을 거쳐 축적된 군수 기술을 바탕으로 민간여객기 사업을 시작했다. 한편, 항공산업의 선두주자가 미국이라면 우주산업은 독일을 비롯한 유럽에서 성장했다. 독일 로켓에서 출발한 우주산업은 미국과 소련과의 경쟁으로 이어지며 성장을 이어갔다. 2차 대전이 만들어낸 기술발전은 운송과 유도 분야로 이어졌고 곧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미사일이 개발됐다. 이러한 기술을 바탕으로 소련은 1957년, 세계 최초로 ‘스푸트니크’라는 인공위성을 발사해 우주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했다. 현재 발전을 거듭한 우주개발사업은 군사 목적 뿐만 아니라 기상관측, 자원탐사, 통신사업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되며 일상생활에 필요한 요소로 자리 잡았다.


국방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현대 항공 산업은 선진국에서 도입한 장비의 정비에 중점을 두는 창정비 단계, 라이센스 조립(면허 생산)을 통한 국산화 단계,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제품생산 및 국제공동개발 단계로 구분된다. 이에 전문가들은 한국전쟁 이후 미군 관측기 ‘L-19’ 정비를 시작한 1955년을 한국 항공 산업의 출발점이라고 주장한다. 국내 항공 산업은 이후 약 30년간 창정비 단계에 머물며 C-130 수송기·군용기 등 정비에 집중됐다. 1970년 중반, 국내 항공우주산업은 대한항공을 주축으로 항공 산업의 두 번째 단계인 면허 생산과 국산화에 돌입한다. 미국 휴즈 사의 MD500 소형 헬리콥터를 면허 생산하기 시작하며 항공 산업의 육성과 지원을 위한 항공공업진흥법이 제정됐다. 또한, 정부 차원의 제도적 기반이 조성되어 보조금 지급 등 산업 육성을 위한 환경이 만들어졌다.

1980년대 대한항공은 미국 노스롭 사와 전투기 ‘F-5 E/F’의 공동생산과 보잉 등 세계 민간항공기 제작사의 수주를 받아 여객기 기체 구조물을 수출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발전하기 시작한 국내 항공 산업은 현재 국산화 단계를 넘어 부품설계부터 제작까지 수주받아 생산 가능 단계로 발전했다. 한편, 국내 우주 산업의 경우 1970년대 고체로켓 개발 기반 구축 등 기초 기술에 대한 연구가 진행됐으며 1980년 해외 기술 이전 등 조립 및 부품생산의 기술 습득기를 거쳤다. 이후, 우리별 1, 2호를 시작으로 방송통신위성 무궁화호의 발사 등 다양한 이슈가 이어진 국내 우주 산업은 발전을 거듭하며 원천기술 확보 및 자체 제품 생산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동북아 항공우주산업 삼국지, 그리고 한국 항공우주산업의 현주소

 

미국 항공우주 시장 조사기관 ‘Forecast International’은 항공우주산업 시장의 규모가 2020년 7,500억 달러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민항기, 군용기, 기체 부품 및 장비, MRO, 우주 위성 및 발사체 등 각 산업 세부 영역은 매년 5~6%의 성장을 이어갈 전망이다. 현재 국내 우주항공산업은 다른 국가들보다 뒤처진 세계 15위권으로 파악되고 있다. 수출 및 고용시장에서 국내 항공우주산업의 세계 점유율은 0.5~1% 수준으로 영향력이 낮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지난 15년간 투자에 대한 실질적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하며 국내 항공우주산업의 세계 시장점유율이 2020년 2.7%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한다. 앞으로 20년간 4조 8,000억 달러 규모의 신규수요가 예상되는 세계 민항기 시장에서 국내 항공우주 전문기업들은 경공격기 부문과 기동헬기, 한국형 전투기, 소형무장헬기 및 민수 헬기 사업 등의 산업의 본격화를 예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항공산업 성장동력인 3차 F-X, KF-X 보라매, FA-50 경공격기 등 고정익 사업과 한국형 기동헬기와 같은 회전익 사업, 고고도 무인기와 항공기 엔진 및 부품 사업 등을 토대로 수요가 지속해서 증가하는 세계 시장에 대응할 계획이다.

 

최근 경쟁국인 일본에서는 11번째 우주인이 탄생했다. 또한, 일본의 항공우주산업 시장은 17조 원대로 성장했다. 지난 1962년 ‘YS-11’이라는 독자적 중형 여객기를 통해 아시아권 유일무이의 고유모델 여객기라는 기록을 46년간 지켜왔다. 지난해 자체 개발 위성발사체 H2A를 발사한 일본은 우주 관련 기기 산업 매출을 10년간 5조엔 규모로 확대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또 다른 경쟁국인 중국은 ‘우주시대 굴기’를 위해 지난 2014년 12월 미국과 러시아에 이어 세계에서 3번째로 달 탐사위성 착륙에 성공했다. 이들은 오는 2020년까지 화성탐사선 발사, 2022년 독자 우주정거장 완공 등을 목표로 개발을 이어갈 계획이다. 중국은 연구개발비 지출을 지속해서 늘리고 있으며 민간 무인기 시장도 ‘DJI’라는 기업을 통해 80% 이상 장악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항공우주산업 발전을 위한 기술이나 새로운 항공기의 개발은 매우 긴 개발 기간과 대규모 R&D 비용, 높은 수준의 정밀기계 제조수준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항공우주산업은 시장 성장 가능성이 높고 경쟁률이 낮지만, 기술과 생산 인프라가 갖춰질 경우 제조업 중심 국가에서 높은 성과를 보일 수 있는 영역이다. 이에 요구기술수준이 높은 항공우주 산업에서 한국이 그동안 축적한 기술과 경험은 충분한 경쟁력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보잉사의 뮬런버그 회장은 ‘향후 20년간 전 세계적으로 3만 9천여 대의 신규 상용기 수요가 나올 것으로 예측되며 그중 절반에 가까운 수량이 아시아 지역에서 창출될 것’이라 주장한 바 있다. 항공우주산업이 지닌 미래 가치에 발맞춰 일본과 중국은 이미 자체 상용기 제작 시장에 뛰어들었다.

 

경쟁 선진국들이 항공우주산업 발전을 위해 다양한 정책과 지원을 이어가자 국내 정부 및 유관 부서는 이들을 따라잡기 위한 투자 강화를 예고했다. 2019년까지 한국형발사체 개발과 2020년 무인 달 탐사선 발사 계획 등 세계 6대 항공 산업 강국 진입을 목표한 계획이 진행 중이다. 하지만 국내 항공우주산업 분야 예산은 전체 예산의 3% 수준으로 일본과 프랑스의 10%와 비교해 1/3에 해당하는 낮은 수준이다. 또한, 산업에 소모되는 기초소재도 문제점이 큰 상황이다. 미국, 러시아, 일본, 중국 등 선진국들은 항공우주 소재를 대표하는 티타늄을 자체 생산한다. 하지만 국내의 경우 소재영역에서도 발전을 위해 미흡한 부분이 많은 상황이다. 한국은 일본보다 가격 경쟁력이 좋고 부품 개발 경쟁력에서는 중국을 앞선다. 앞으로 증가할 아시아 권역의 항공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자체 기술을 통한 항공기 모델의 개발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국항공우주산업진흥협회 관계자는 ‘항공 산업을 육성을 위해 명확한 목표 설정과 정부의 적극적 지원, 소재·기계 등 후방산업의 뒷받침이 필요하다’라고 말한다. 전문가들은 한국, 일본, 중국의 본격적인 항공우주산업 경쟁시대가 시작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실제 세 국가는 세계 항공우주시장 점유율 1% 내외로 같은 출발 선상에 있다. 동북아 항공우주산업 경쟁의 승자가 되기 위해 정부와 기업이 각자의 역량을 집중해 성과를 나타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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