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능과 부패로 얼룩진 중남미 좌파정권, 이대로 무너질까
무능과 부패로 얼룩진 중남미 좌파정권, 이대로 무너질까
  • 박경보 기자
  • 승인 2016.11.01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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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박경보 기자]

 



 

무능과 부패로 얼룩진 중남미 좌파정권, 이대로 무너질까 

브라질 호세프의 탄핵을 시작으로 핑크타이드 몰락 위기 


 

 

 


지난 8월 31일,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이 탄핵으로 불명예 퇴진을 당하자, 그가 수장역할을 담당했던 핑크타이드가 급격히 흔들리고 있다. 핑크타이드(Pink Tide)라 불리는 온건 사회주의 좌파 물결이 복지를 내세운 포퓰리즘 정책으로 집권했다가 호세프 탄핵 사건을 기점으로 역풍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위기에 몰린 핑크타이드의 현재와 앞으로 닥치게 될 미래를 전망해 봤다.



호세프의 탄핵, 핑크타이드의 몰락으로 이어지나


브라질 첫 여성 대통령이기도 했던 호세프가 의회의 탄핵으로 물러나게 된  브라질 정치사에서 일대 큰 사건으로 꼽히고 있다. 이로 인해 노동자 출신인 브라질 룰라 전 대통령으로부터 시작한 브라질의 좌파 정권은 13년 만에 막을 내리게 됐다. 호세프의 남은 임기를 채우게 될 미셰우 테메르 대통령은 중도 우파이기 때문이다. 

 
브라질 상원은 전체회의를 통해 호세프 대통령 탄핵안을 표결에 부치고 전체 81명의 3분의 2가 넘는 61명의 찬성(반대 20명)으로 이를 통과시켰다. 사유는 호세프 대통령이 연방정부의 막대한 재정적자를 막기 위해 국영은행의 자금을 사용하고 이를 되돌려주지 않는 등 재정회계법을 위반했다는 명목이었다. 호세프는 이전 정권들도 해오던 관행이라고 항변했지만 여론은 싸늘하기만 했다. 재정 회계 분식 규모가 110억 달러로 역대 정부 중 가장 컸던 데다, 이 자금으로 저소득층의 지지를 얻어 재선에 성공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호세프가 대통령 시절 복지 제도와 연금 개혁을 공약하고도 이를 실천하지 않는 등의 포퓰리즘 정책을 계속 밀어붙인 점도 비판을 받았다. 미국의 유력 매체인 뉴욕타임스는 호세프가 복지 개혁과 시장경제를 중시하는 인사의 경제 각료 기용 등을 약속해 놓고도 지키지 않아 국민을 실망시켰다고 꼬집었다.

 
브라질 좌파 정권의 부패도 큰 문제가 됐다. 브라질 사법 당국은 2014년부터 국영 석유회사 페트로브라스와 관련한 정치권 인사들의 뇌물 수수, 돈세탁 등 비리 혐의에 대해 '라바 자투(Lava Jato·세차용 고압 분사기)'라는 이름의 고강도 수사를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호세프가 소속된 집권 노동자당의 핵심 인사들과 호세프 측근들의 연루 혐의가 드러나게 됐다. 올 초에는 룰라 전 대통령까지 수사 대상에 올랐다. 지난 3월 호세프는 룰라를 부패 수사에서 보호하기 위해 입각을 시켰는데, 이로 인해 경제난을 극복할 능력도 없는 좌파가 부패하기까지 했다는 비판을 뒤집어썼다. 

 
불명예스럽게 물러나고 만 호세프 대통령의 노동자당 정권은 2002년을 시작으로 연속으로 4차례나 대선에 승리하며 브라질을 넘어 중남미 지역에 좌파 물결을 확산시키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 정권이라고 할 수 있다. 룰라가 연임에 성공하며 8년을 집권했고, 지우마 호세프가 여성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고 재선에 성공했다. 그러나 최근 사상 최악의 경제침체 속에서 터져 나오게 된 권력형 부패 스캔들은 국민들의 분노와 혐오를 가져오게 됐고 결국 이는 좌파정권의 몰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호세프와 룰라는 중남미 좌파정권의 상징이었으나 급격히 무너졌다.

 

작별을 고한 핑크타이드의 현실


중남미 전체로 봤을 때 이번 호세프의 탄핵은 ‘핑크 타이드로 불리는 온건 사회주의 성향 좌파 시대의 종언을 뜻한다. 핑크 타이드는 1999년 베네수엘라에서 우고 차베스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시작됐다. 이후 2002년 브라질, 2003년 아르헨티나, 2004년 우루과이, 2006년 칠레와 볼리비아 등에서 연달아 좌파 정권이 탄생했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남미 대륙 12개국 가운데 콜롬비아와 파라과이를 제외한 무려 10개국 정권이 좌파였다. 이는 남미 인구 3억6,500만 명 중 3억 명에 해당하는 큰 수치다. 20세기 말 세계를 강타한 외환위기의 불안감이 좌파 세력을 결집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시대적 흐름은 급격히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다. 경제위기와 부패 스캔들이 불거짐에 따라 견고해보였던 좌파가 무너져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과테말라를 시작으로 11월에는 남미 2위의 경제 대국 아르헨티나, 그리고 올해 6월 페루 대선에서는 중도 우파 후보가 승리함에 따라 중남미는 우파 정권이 새롭게 힘을 얻게 됐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12월에 치러진 베네수엘라 총선에서도 중도 우파 야권이 의회의 3분의 2를 집어 삼켰고, 두 자릿수 실업률과 뉴욕보다 비싼 물가로 대변되는 브라질 역시 14년 만에 결국 좌파가 무릎을 꿇게 됐다. 

 
급격히 무너지게 된 중남미 핑크타이드는 공통적으로 재분배 정책을 앞다퉈 도입한 바 있다. 또 이들은 미국과 자본주의, 재벌을 ‘사회주의의 3대 적’으로 규정했다. 이에 따라 2000년대 국제 상품가격 상승으로 호황을 누린 남미는 저소득층 보조금 지급, 최저임금 인상, 저렴한 생활필수품 공급 등의 포퓰리즘 정책으로 국민들의 표심을 움직이게 했다. 베네수엘라에서는 최근까지도 석유 1리터가 불과 1센트에 머물렀을 정도다. 이런 정책으로 차베스와 브라질의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과 볼리비아의 에보 모랄레스 등은 국민들의 영웅으로 큰 인기를 얻기도 했다. 그러나 과도한 재분배 정책은 국제 상품가격 하락과 함께 국가 재정을 고갈시켰다. 또 우파나 기업인들과도 불편한 관계를 유지하는 등 분열적으로 국정을 이끌었다. 아울러 미국, 서방사회와 불필요하게 대립각을 세워 국제적 고립을 자초하기도 했다. 여기에다 호세프가 소속된 노동자당(PT) 소속 의원들이 대거 부패 혐의에 연루된 것을 비롯해 집권이 장기화되면서 좌파 정치인들의 자랑이었던 청렴한 이미지마저 사라지게 됐다. 그러나 남미 좌파의 몰락을 단정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도 뒤따르고 있다. 위기를 겪고 있는 중남미 좌파정권들이 사회적, 경제적 불평등 축소보다는 점차 실용을 중시하는 온건주의로 변화하는 등 내부적으로 변화의 움직임이 조금씩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벼랑 끝에 몰려 있는 핑크타이드가 어떠한 돌파구를 마련해낼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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