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드러난 젊은이의 자화상
‘집’에 드러난 젊은이의 자화상
  • 안수정 기자
  • 승인 2012.03.27 1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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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통제, 취업불안, 내집마련 등 사회적 문제반영
[이슈메이커=안수정 기자]

[The House & Blue]젊은층의 집

 

 

 

 

 

 

 

 

 

 

 

 

 

 

 

 

 

 

 

 

 

 

 

 

 

 

 

10대에게 집은 감시·통제의 감옥
“전국 1등 하라는 엄마에게 맞으면서 너무 괴로웠습니다. 모의고사 성적표를 위조한 게 들통날까 봐 일을 저질렀습니다.” 2011년 11월 24일 서울 광진경찰서 강력6팀. 집에서 어머니를 살해하고 반년 넘게 시신을 방치한 한 고3 남학생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고2 때까지 학교에서 상위권 성적을 유지했던 이 학생은 더 좋은 성적을 받아오라는 어머니의 강요를 견디다 못해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고 털어놨다. 경찰에 따르면 지군은 지난 3월 13일 오전 11시께 서울 광진구 자택에서 부엌에 놓인 흉기로 어머니 박 모씨(51)의 목을 찔러 숨지게 한 뒤 그 상태로 8개월간 시신을 숨겨왔다. 지군은 “평소 어머니가 ‘전국 1등을 해야 한다’, ‘서울대 법대를 가야 한다’고 반복적으로 강요하며 성적이 마음에 안 들면 밥을 안 주거나 잠을 못 자게 했다”고 진술했다. 또 “어머니가 (살해일) 다음날 학부모총회로 학교에 오기로 돼 있었는데 모의고사 성적표에 전국 4000등 한 것을 62등으로 위조해 보여준 것이 들통 날까 두려웠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범행 전날에도 지군은 어머니한테 야구방망이와 골프채로 번갈아가며 맞는 등 10시간 이상 체벌을 당했다고 밝혔다.
한편 2011년 12월 15일 경향신문에 소개된 부산의 중학교 2년생 다훈이(14)는 초등학교 때부터 공부 잘 하고 부모 말 잘 듣는 ‘착한 아이’였다. 성적이 오르면 엄마 얼굴은 밝아졌다. 성적이 조금이라도 떨어지면 차가워졌다. 자기만족보다 인정받기 위해 열심히 공부했지만, 반에서 하위 30%로 곤두박질쳤다. 성적이 떨어지자 가족의 태도는 180도 바뀌었다. 다훈이가 의지할 것은 아이팟 밖에 없었다. 아이팟은 공부 하라고 다그치지도 않았고 공부 못 한다고 무시하지도 않았고, 가족보다 소중한 존재였다. 그러던 어느 날 다훈이는 극단적 선택을 했다. 아이의 방 책상에는 A4용지 두 장짜리 유서가 놓여 있었다. ‘나는 정말 죽어라 열심히 공부를 했는데도 성적은 오르지 않았습니다. 나도 좋은 성적을 얻고 싶었는데 혼나기만 하니 내 자존심은 망가졌습니다. 교육만 강조하는 한국의 사회 구조는 잘못됐습니다. 이런 세상에서는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아요. 성적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이 사회를 떠나고 싶어요. 전 미국인으로 다시 태어나고 싶어요. 스티브 잡스를 만나러 먼저 갈게요. 부탁이 있습니다. 아이팟을 함께 묻어주세요.’
이 소설 같은 이야기가 우리 아이들이 처한 현실이다. 10대는 집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상상을 초월하는 양과 질의 공부를 강요당하고, 마치 하루하루가 인생 전체를 결정하는 중대한 순간인 듯 어른들이 조성한 일상적 긴장 속에서 살아간다. 이들의 생활공간인 집은 ‘물샐 틈 없는 감시와 통제가 이루어지는 감옥’으로 변한지 오래다. 이렇게 보이지 않는 감옥에 갇힌 아이들이 벗어날 방법을 찾지 못한 채 좌절하고 상처받고 방황하고 있다. 청소년 관련 각종 통계는 아플 수밖에 없는 10대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15~19세 청소년 10명 중 7명이 가정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통계청 ‘2011년 청소년 통계’).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2010 한국 아동·청소년 인권실태조사’에 따르면 중·고교생 10명 중 7명이 ‘학업성적 때문에 신경이 쓰이고, 앞으로 해야 할 공부 때문에 걱정이 앞선다’고 답했다. 15~19세 청소년의 53.4%가 성적 및 진학문제 때문에 자살을 시도했거나 자살충동을 느꼈다. 하지만 ‘청소년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고 행복하게 살 여건을 조성할 의무를 가진’ 부모는 가정에서 10대들의 고통을 덜어주는데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청소년의 40.2%가 ‘동성친구에게 고민 상담을 한다’고 답했다. 고민상담 대상이 없다고 응답한 비율도 13.9%나 나왔다. 고민상담 대상이 아버지인 청소년은 3%에 불과했다(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2010 한국 아동·청소년 인권실태조사’). 집에서조차 소통이 되지 않는 아이들은 점차 부모를 멀리하게 된다. 그래서 또래에 집착하고, 그 또래 집단에서 소외되지 않으려 똑같은 점퍼, 똑같은 운동화에 집착한다. 또 어른들이 이해할 수 없는 돌출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이들에게 집이란 자신들에게 강요와 억압을 하는 감옥인 셈이다.

 

대학등록금과 청년실업률 속에서 불안한 집
20대에게 집이란 어떤 의미일까? 많은 이들이 20대 처음으로 집을 떠나 타지 생활을 시작한다. 그렇다면 20대에게 집은 고향의 따뜻함이 느껴져야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충북지역에서 상경해 서울에 소재한 대학 인근에서 자취를 하는 정기순(가명ㆍ23)씨는 최근 6개월 간 집에 한 번 방문했다. 그는 “아르바이트를 해서 학비를 충당하느라 방학 때도 집에 가지 못할 것 같다. 연초에도 일하는 매장이 바빠서 부모님이 올라오시지 않으면 얼굴 뵙기도 힘들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공무원준비로 노량진 고시원에서 생활하는 한수희(가명ㆍ26)씨도 이유는 다르지만, 집에 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 한 씨는 “친구들은 다 번듯한 직장이 있는데 아직 나만 취업 준비 중이다. 집에 내려가도 공부는 잘하고 있느냐, 누구 집 자식은 한 번에 시험에 합격했다더라...이런 소리만 들을게 뻔하다”며 “그냥 고시원에 있는 게 속편하다”라고 씁쓸해 했다.  
취업을 해도 사정은 여의치 않다. 월급이 88만원인 비정규직을 뜻하는 ‘88만원 세대’는 구조적인 취업난에 내몰린 20대들을 지칭하는 말이다. 대기업에 취업하거나 전문직을 얻은 소수를 제외한 대부분의 20대들은 평균 임금 88만원을 받으며 비정규직, 인턴 등 열악한 조건 속에서 일하고 있다. 낮은 임금과 불안한 취업환경에 처한 이른바 ‘88세대’는 높은 대학 등록금과 학자금 대출로 빚을 지지만 실업률이 높은 데에다 비정규직으로 갚을 능력이 없어 뾰족한 수 없이 빚에 짓눌려 살아가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은 당장 ‘집’은 고사하고 연애, 결혼, 출산 포기인 ‘삼포세대’로 전락하고 있다. 서울 모 사립대 4학년 남학생 김인중씨(가명ㆍ27)는 대학 4년 동안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은 날이 없다. 식당, 편의점 등에서 평일에는 하루 5시간, 주말에는 12시간 등 닥치는 대로 일해야 했다. 그렇게 일해 봐야 한 달에 100만원 벌기 힘들다. 해외여행, 취업준비를 위한 자기계발 등은 꿈도 꾸지 못했다. 학자금 대출로 빚도 1,000만원에 달한다. 졸업해봤자 취업도 걱정이고, 취직이 돼도 빚 갚느라 허덕일 생각에 암담하다. 그는 “저도 삼포세대가 될 것 같아요. 이런 고민을 해야 하는 현실이 정말 비참합니다. ‘집’에 갈 면목도 없고, 생각만 하면 암울하네요”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과중한 등록금 부담과 취업난으로 20대 청년층, 이들에게 집은 불안함의 상징이다.

 

30대 직장인의 목표 “내 집은 꼭 마련하겠다”
사회 초년생 시절인 20대를 지나 가정을 꾸리는 시기인 30대는 사회경제활동에 본격적으로 탄력이 붙는 시기로, ‘내 집 마련’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2011년 9월 28일 30대 남녀직장인 54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내집마련 계획>에서는 응답자의 89.5%가 내 집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또한 전체 응답자의 80.2%는 내 집 마련의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내 집을 마련하려는 이유는 심리적 안정을 위해서가 62.9%로 가장 많았다. 이어 집이 없으면 노후에 불안할 것 같아서가 39.6%, 이사 다니기 싫어서(33.4%), 전월세가 천정부지로 올라서(24.9%), 집이 있어야 인생에서 성공한 것 같아서(22.0%)가 뒤를 이었다. 실제로 30대에 최초로 내집을 마련했다는 네티즌이 67%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부동산포탈 닥터아파트가 2010년 12월30일부터 2011년 1월12일까지 성인 실명인증회원 751명을 대상으로 내집마련 성향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최초로 내집을 마련하는 시기’에 대해서는 ‘30대’가 67.4%로 압도적인 비율을 보였다. 내집마련 이유로는 ‘주거생활 안정을 위해’가 59.1%로 1위를 차지했다. ‘재테크 수단으로’라는 답변은 19.2%에 지나지 않았다. 내집을 마련하는데 있어서 처음에는 투자 수익보다는 실제거주에 무게를 두고 접근하고 있는 셈이다. 이들이 내집마련을 한 상품으로는 과반수가 넘는 네티즌들이 일반아파트(50.3%)라고 응답했으며 이어 ‘청약’ 18.2%, ‘분양권’ 11.3%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수도권 아파트 상승세를 이끄는 ‘재건축’이라는 응답은 8.5%에 지나지 않았다. 내집마련 상품에서도 투자보다는 안정적인 주거생활을 할 수 있는 일반아파트에 무게를 둠으로써 실수요 측면으로 접근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그렇다면, 30대가 체감하는 내집마련은 어떤 의미일까. 치열한 경쟁을 뚫고 대졸, 취업, 결혼, 출산이라는 숙제를 해결한 30대들에게는 주거라는 난제가 기다리고 있다. 치솟는 전세금과 높아진 은행 문턱으로 난이도도 한층 높아지고 있다. 지난 2011년 12월 4일 KBS2 ‘개그콘서트-사마귀 유치원’에서는 30대가 처한 내집마련에 대한 풍자가 방송 되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었다. 특히 이날 방송에서 최효종은 ‘작고 아늑한 내 집을 마련하는 것이 꿈’이라는 말에 “내 집 마련하는 것 전혀 어렵지 않다”라며 “주위를 둘러보면 정말 수많은 집이 있는데 단지 내 집이 없을 뿐이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그는 “아직 내 집이 없으니 먼저 전세로 살면 되는데, 서울 평균 전세 값 2억 3천만 원은 200만원 월급을 아무것도 안하고 10년간 숨만 쉬면서 모으면 된다”라며 “그런데 전세는 임대차계약에 의해 2년 동안만 살 수 있으니 2년간 더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벌면 전세 값이 올라있다”라고 현실을 꼬집없다. 덧붙여 “내 집을 마련하고 싶으면 서울에서 멀어지면 된다. 서울이 안 보이는 곳에서 살면서 새벽4시에 새마을호를 타고 출근해서 새벽3시에 퇴근해, 옷만 갈아입고 다시 출근하고 잠은 열차에서 자면 된다”고 말해 사람들의 폭소를 자아냄과 동시에 씁쓸함을 안겨줬다.
지난해 봄까지 서울 소재 유명 공기업 A사에 다니던 직장인 최현철 씨(가명ㆍ34)는 아예 지방 근무를 자원했다. 최씨는 2007년 말 A사에 취업했다. 이내 결혼을 위해 은행에서 7000만원을 대출받아 서울 등촌동에 전세 8000만원의 56㎡(17평) 규모 아파트를 구했다. 아내는 임신을 하면서 다니던 직장을 그만뒀다. 근근이 대출금을 갚아나가던 최 씨에게 집주인은 2년간의 계약기간이 끝나자 전세금을 2000만원 더 올려달라고 했다. 일단 마이너스대출을 받아 전세계약을 연장했지만 이내 최 씨는 인사팀에 지방 지사 전보 신청을 낸 상태다. 2011년 6월 결혼한 회사원 박혜진 씨(가명ㆍ32)도 사정은 비슷하다. 부모님 집에 6개월~1년 정도 살면서 부부가 모은 돈으로 전셋집을 마련할 계획이었다. 약 8개월 동안 아끼고 아껴 8,000만 원 가량을 모은 부부는 최근 집을 알아보고 있지만 전세 가격은 6개월 전보다 천정부지로 솟아 있었다. 결국 이 씨 부부는 아파트를 포기하고 오래된 빌라 등을 찾고 있다. 이씨는 “돈이 없어 결혼을 미룬다는 말이 이해된다.”고 막막함을 토로했다. 이처럼 30대에게 집은 가정을 꾸린다는 큰 기쁨도 잠시, ‘내집마련’이라는 큰 짐으로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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