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서워진 감원 칼바람, 불안에 떠는 근로자들
매서워진 감원 칼바람, 불안에 떠는 근로자들
  • 김남근 기자
  • 승인 2016.10.18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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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김남근 기자]

감원 칼바람


매서워진 감원 칼바람, 불안에 떠는 근로자들

 

 


근로자와 정부, 기업이 합심해 슬기로운 해결점 모색해야

 


2016년 상반기, 국내 그룹의 감원 칼바람이 매섭다. 올해 들어서 4,700여 명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재벌닷컴이 16일까지 2016 회계연도 상반기 사업보고서 분석한 결과 6월 말 기준 10대 그룹 상장사 직원 수는 64만 1,390명으로 작년과 비교해 무려 4,753명(0.7%)이 감원된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저성장 장기화 등 불황에 대비해 주요 대기업들이 선제 사업 구조재편을 추진하면서 이 같은 양상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룹 임원을 넘어 금융권에도 불어 닥친 감원 여파

최근 심각한 경제 불황의 여파가 대기업 임원진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구조조정과 사업재편에 나서면서 30대 그룹 임원이 불과 1년 사이에 500명 가까이 줄어든 것이다. 지난달 25일 기업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30대 그룹 계열사 임원 현황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30대 그룹의 임원 수 합계는 9,632명으로 지난해 같은 때보다 484명이(4.8%) 줄어들었다. 2015년 5월 기준 30대 그룹 임원 수는 1만 116명으로 전년보다 5명 줄었던 것과 비교하면 1년 사이에 임원 사회에 심각한 감원사태가 몰아친 셈이다. 특히, 직급별로는 상무(이사 포함)급이 5,865명에서 5,615명으로 250명(-4.3%) 줄어들어 전체 감소 인원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으며, 전무급과 부사장급은 각각 58명(-5.3%), 15명(-2.7%) 줄어드는데 그쳤다. 방산·화학 계열사를 한화·롯데그룹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줄어든 임원은 100명가량으로 집계됐다. 두산도 계열사 7곳 중 6곳이 임원 수를 감축하는 등 임원을 102명이나 줄였고, 포스코와 금호아시아나가 나란히 53명 감소했다. 현대중공업도 41명을 줄였다. 반면, 한화와 롯데는 지난해 삼성의 방산·석유화학 계열사를 넘겨받는 빅딜로 인해 임원 수가 눈에 띄게 늘었다. 
 

  이처럼 국내 굴지의 그룹이 대규모 감원을 진행하는 가운데, 국내 금융권 역시 감원 칼바람을 피해가지 못하고 있다. 영업실적이 악화되면서 증권업계의 일자리가 다시 줄고 있는데, 최근 3년 여의도를 떠난 증권맨은 5,700명을 넘어서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현재 증권사 임직원 수는 3만 5,938명으로 전분기(3만 6,235명)보다 297명 줄었다고 보고했다. 협회가 분기별로 집계하는 전체 증권사 임직원 수는 2011년 12월 말 4만 4,060명을 정점으로 작년 9월 3만 6,096명까지 지속적으로 줄다가 지난해 12월 3만 6,161명으로 매우 소폭(65명) 증가했다. 하지만 올 들어 영업실적이 악화하면서 일부 증권사가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다시 감소세로 돌아서게 된 것이다. 
 

  한국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의 황세운 실장은 “위탁매매 비중이 큰 현재의 증권업구조에선 코스피가 2,100선을 넘어 본격적인 상승장에 진입하지 못하면 인원 감소가 지속될 것이다”라며 “증권사 간 합병도 일자리 창출에는 긍정적이지 않은 환경이다”라고 말했다.


   

정책도 지키지 못한 여성 근로자의 입지

이처럼 경기 침체에 따른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며 정책적으로 늘려오던 여성 인력도 현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줄어들었다. 전체 여성 감소분은 2,518명으로 2,235명인 남자보다 많았다. 국내 금융권의 한 직원은 “희망퇴직을 받는다는 소식에 사내 커플들이 가장 많이 눈치를 보며 신청했다”라며 “대개의 경우 남편이 남고 아내가 회사를 그만둔 경우가 많았다”라고 전했다. 
 

  실제 삼성그룹은 지난해 말에 비해 여성 직원 수가 5.9% 줄어 가장 높은 감소율을 보였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말 1,057명이던 여성 직원을 664명으로 줄였으며, 삼성엔지니어링도 6개월 사이에 여성 인력이 30% 정도 감소했다. SK(―1.2%), LG(―1.3%), 포스코(―1.3%), 현대중공업(―0.9%) 등 10대 그룹 가운데 5개 그룹에서 여성 인력이 줄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여성 고용률(15∼64세 기준)은 2012년 53.5%에서 지난해 55.7%로 올라갔다. 하지만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58.0%(2014년 기준)에는 못 미친다. 정부는 내년까지 여성 고용률을 61.9%로 높인다는 계획을 세운 바 있다.
 

  재계의 관계자는 “현 정부 들어 대기업들이 여성 친화 고용정책에 따라 여성 인력을 꾸준히 늘려 왔다”라며 “이번에 여성 직원 감소율이 남성 직원보다 높은 것은 이례적인 사례”라고 분석했다.

 

감원으로 인한 후폭풍 대비해야

‘인사관리 분야의 대가(大家)’로 불리며 2001년 미국 경제지 비즈니스위크의 '세계 최고 경영사상가' 순위에서도 1위에 뽑힌 데이브 얼리치(Ulrich) 미국 미시간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4년 전 위클리비즈와의 인터뷰에서 “위기라고 감원하지 말라”며 “불황일수록 더 많은 인재를 뽑을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내의 현재 상황에서 ‘위기일수록 증원하라’는 말은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들다. 하지만 이 같은 무리한 감원으로 인한 근로자 소득 불안은 지역경제를 흔들고 이는 다시 한국경제에 부메랑으로 돌아오기 마련이다. 또한, 구조조정 과정에서 노사갈등으로도 이어질 수 있는데, 이는 경제활력의 주축인 근로자와의 갈등은 사업재편 속도를 더디게 하고 효과를 무디게 할 수 있다. 신흥국의 추격 속에 경쟁력을 높여 대항하려던 전략이 자칫 ‘내우외환’의 형국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무뎌진 칼의 날을 세우고 다시 간장막야(干將莫耶)로 재탄생시키기 위해서는 인고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이 시간의 무게를 근로자에게만 넘기는 사회적 구조는 반드시 해결돼야 한다. 근로자와 경영자는 한배를 타고 있다. 여기에는 정부도 함께 있다. 근로자와 정부, 기업 모두가 합심해 이를 슬기롭게 해결하고, 근로자들의 활로를 열어 궁극적으로 국가 발전의 기틀을 만들어나갈 현명한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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