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머니 여의주 문 중국, 세계 주요국을 딜레마에 빠뜨리다
차이나머니 여의주 문 중국, 세계 주요국을 딜레마에 빠뜨리다
  • 김동원 기자
  • 승인 2016.10.06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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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김동원 기자]


 

차이나머니 여의주 문 중국, 세계 주요국을 딜레마에 빠뜨리다

유혹과 혐오 동반된 중국 인수합병의 두 얼굴

 

 

 

세계 각국이 ‘차이나머니’를 두고 군침만 삼키고 있다. 중국 기업들은 세계 전역에 걸쳐 대대적인 공격적인 인수·합병(M&A)에 나섰다. 세계 각국에서는 중국의 자금으로 당장의 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지만, 미래 산업 경쟁력을 중국에 빼앗길 수도 있는 딜레마로 인해 차이나머니에 쉽게 손을 내밀지 못하고 있다.

 
 

세계 시장 집어삼키는 중국의 자금줄

중국은 지난 한해 해외 인수합병(M&A)에 1,000억 달러(약 112조 500억 원)를 쏟아 부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중국의 M&A 열기는 올 들어서도 식지 않고 이미 상반기에 지난해 규모를 뛰어넘었다. 또한, 중국의 인수합병은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까지 이어지고 있다. 2003년까지 연간 1억 달러(약 1,110억 원)도 안 됐던 중국의 유럽 투자는 지난해 230억 달러(약 25조 5,300억 원)까지 치솟았다. 중국 최대 보험사인 중국생명(차이나라이프)은 지난 5월 미국 뉴욕 심장부인 맨해튼에 위치한 대형 오피스빌딩을 약 2조 원에 매입하기도 했다. 이 건물은 타임스퀘어와 센트럴파크에 인접한 뉴욕 랜드마크 중 하나다. 이처럼 중국은 세계 각국에 공격적인 인수·합병과 투자를 하고 있다.
 

톰슨로이터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국의 해외기업 M&A 총액은 전 세계 해외 M&A 금액의 20.7%를 차지한다. 중국이 독일(18%)과 미국(12%)을 제치고 선두다. 올해 연간 2,000억 달러를 넘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중국의 해외 M&A 대상 기업도 특정분야에 한정되지 않고 점차 확대되고 있다. 과거 중국 기업들은 자원에너지와 제조업분야에 M&A를 집중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첨단기술과 의료, 소매분야, 부동산 등으로 업종을 확대해나가는 추세다. 
 

중국 기업이 해외 M&A를 확대하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선진국 기업의 기술력과 브랜드로 성장이 둔화되고 있는 국내시장을 벗어나 판로를 확장하려는 목적도 있다고 분석한다. 하지만 중국이 해외 M&A를 통해 첨단 기술 유출을 시도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이로써 해외 각국은 중국의 투자를 종종 거부하거나 지연시키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핵심기술 유출과 안보 문제로 잇따라 취소되는 중국과의 M&A

중국이 거액을 투자하겠다고 계약한 해외 철도와 에너지 발전 등 대규모 국가 기간사업이 해당국에서 갑자기 계약을 취소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핵심 인프라 산업에 대한 투자로 국가 안보가 위협받거나 거대 중국자본에 휘둘릴 수 있다는 우려와 중국혐오현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 주정부는 배전망 사업체인 오스그리드를 99년간 장기 임대하기로 하고 투자자를 물색해 왔다. 그 중 투자자 가운데 중국국가전망공사(SGCC)와 홍콩 부호인 리카싱(李嘉誠) 소유 청쿵인프라그룹(CKI)만 남게 되자 매각 계획을 철회했다. 맬컴 턴불 호주 총리는 8월 12일 “국가 안보를 감안해 내린 결정”이라고 말했다. 호주 정부는 4월에도 1,100만 ha(약 11만 km²)의 소(牛) 목장인 ‘시드니 키드먼 앤드 컴퍼니’를 중국 회사에 파는 것에 반대하면서 “국익에 어긋난다”고 이유를 말했다.
 

미국에서는 중국 자본이 들어오면서 돈의 출처와 그 목적에 대해 불신하고 있다. 경제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상반기 중국 기업의 미국 내 직접투자 총액은 184억 달러(약 20조 3,000억 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64억 달러)의 약 3배에 이른다. 워싱턴포스트는 “중국 자본이 미국 실리콘밸리에도 물밀듯 들어오지만 일부 투자자는 미국 기업의 경영에 지나치게 간섭하고 혁신적인 기술만 빼내가려 한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5월 중국 칭화(淸華)대 산하의 반도체회사 칭화유니그룹은 D램 반도체회사 마이크론테크놀로지를 인수하려다 미 정부의 반대로 실패했다. 핵심 기술 유출은 말할 것도 없고 미 반도체 산업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였다.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는 프랑스와 중국이 합작으로 영국에 건설하려던 힝클리포인트 원자력 발전소 건설 컨소시엄 계약 체결을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이 프로젝트는 180억 파운드 규모의 원자력 발전 건설 사업으로, 프랑스 국영 에너지회사와 중국 국영기업 중국광핵그룹(CGN)이 각각 건설비를 부담하고 2025년 완료를 목표로 하던 사업이다.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의 닉 티머시 비서실장은 “중국 컨소시엄에 군수관련 업체인 중국핵공업집단공사(CNNC)가 개입한 것으로 드러나 원전 계약을 연기했던 것”이라고 가디언 지에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컨소시엄에 대한 고민은 독일도 마찬가지다. 다국적 회계법인 겸 컨설팅업체인 언스트앤영(EY)에 따르면 중국은 올해 상반기에만 독일기업 37개 업체를 인수했다. 중국이 지난해 유럽 기업 39개 업체를 인수한 점을 고려하면 최근 독일 기업을 대상으로 집중적인 M&A를 펼치고 있다. 독일 소액주주연합(DSW)의 로널드 클로세 이사는 영국파이낸셜타임스(FT)에 “그간 중국의 행보를 보면 독일의 핵심 미래 산업의 기술 정보를 빼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세계 각 국에 번지고 있는 중국혐오현상

해외에서 중국과의 M&A체결을 취소하는 사태가 발생하는데 대해 차이나머니에 대한 거부감, 자국의 일류기업이나 핵심인프라를 중국에 넘기는데 따른 부담감, 각국 내부 정치상황 등 다양한 배경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일각에선 주요국의 막연한 부정적 인식이 오히려 근시안적 판단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미국과 유럽 선진국이 자국의 중요한 사업이나 상징적인 기업이 중국의 손에 넘어가는 것을 자존심이 상하는 일로 보기 때문이다. 스위스는 중국 국유기업인 중국화공(中國化工·켐차이나)이 스위스의 유명 농업생물공학기업인 신젠타를 사들이겠다고 밝히자 중국 기업문화를 운운하며 부정적인 반응을 내놨다. 현지 매체 스위스 엥포는 중국 기업들이 M&A 이후 자국에서 하던 경영방식을 고집해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며, 가부장적 경영과 위계질서 강조 등이 중국식 경영방식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미국 및 유럽과 체결한 M&A가 지속적으로 취소되자 중국 언론에서는 “중국혐오가 드러난 것”이라고 강력히 비난했다. 중국 관영 언론이 외국에 ‘중국 혐오증’이 있다는 것을 언급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자국의 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는 자금줄인 ‘차이나머니’에 대해 안보, 기술유출, 중국혐오 등으로 각 국의 딜레마가 커지고 있다. 한국 역시 마찬가지다. 비록 M&A는 아니지만, 한국 정부가 한반도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결정을 내리면서 지난달 한국의 대중수출물량은 9% 감소했다. 안보문제에 대해 차이나머니를 수다능로 한국 경제를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자금과 물량을 통한 중국의 공격적인 해외 공략에 세계 각 국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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