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벽화에서 VR산업까지 끝없이 발전하고 있는 애니메이션
기술의 변화, 시장의 확대로 이어져
현대 사회에서 애니메이션은 최근 어른 아이를 막론하고 인기를 얻는 대표적 문화 콘텐츠 중 하나로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05년 127억 4,900만 달러였던 세계 애니메이션 시장은 최근 200억 달러의 시장 규모로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왔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 시리즈, 월트 디즈니의 엘사 등 각기 다른 형태를 지닌 애니메이션들은 기술의 발달과 함께 화려하고 발전된 모습으로 세계 사회에 주목받고 있다.
영화보다 오랜 역사를 지닌 애니메이션
애니메이션의 시작은 ‘플립북(Flip book)’이라는 종이 뭉치라는 설이 있다. 플립북은 학생들이 노트 모서리에 간단한 그림을 그려 손으로 넘길 때 그림이 움직이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학자들은 애니메이션의 역사가 스페인 북부 지방의 알타미라 동굴벽화처럼 기원전에 탄생했다고 추측하고 있다. 알타미라 동굴벽화 속 멧돼지의 그림은 다리가 8개로 그려져 움직임을 표현하려한 인류 최초의 시도로 추정되고 있다.
본격적인 애니메이션의 등장은 원판 영사기의 발명으로 영화 탄생 이전인 1888년에 이루어졌다. 1888년, 프랑스에서 ‘프락시노스코프(Praxinoscope)’라고 불리는 동화 영사기를 발명한 에밀 레이노는 ‘빛의 극장’이라는 명칭으로 움직이는 그림을 영사했다. 이는 영화의 초기 형태로 알려진 프랑스의 발명가 뤼미에르 형제의 ‘활동사진’ 즉, 시네마토그래프가 1895년에 등장한 것 보다 7년이 앞선 부분이다. 이후 영사 기술의 발전과 함께 1906년 미국의 스튜어트 블랙턴을 통해 애니메이션 영화의 원형으로 알려진 ‘요술만년필’이 탄생한다. 1908년, 프랑스에서 최초의 애니메이션인 판타즈마고리(Fantasmagorie)라는 작품이 상영된다.
1920년대와 30년대 사이 미국의 월트 디즈니는 현재까지 대중들에게 인기있는 미키마우스와 도날드덕을 제작해 오락 매체로서 애니메이션의 입지를 다졌다. 특히 그는 1937년에는 최초의 장편 애니메이션인 ‘백설공주와 일곱난장이’를 제작해 애니메이션이 독립적인 극장용 오락 영화라는 인식을 이끌어 냈다. 하지만 극장용 애니메이션은 1940년대 말 텔레비전의 등장과 더불어 하향세를 겪기 시작했다. 특히 1950년대 중반 텔레비전의 보급이 늘어나며 극장 이용자가 줄어들며 본격적인 텔레비전용 애니메이션 시대가 열렸다. 최초의 텔레비전용 애니메이션은 1949년도에 등장한 ‘Crusader Rabbit’로 이 작품은 알렉스 앤더슨과 제이 워드가 공동으로 제작한 애니메이션이다. 이 작품은 흑백 텔레비젼 시절 컬러로 제작됐다는 특이점을 보여 영화계 전문가들로부터 의의를 인정받고 있다. 텔레비젼 애니메이션은 제작원가 절감을 위해 프레임 숫자를 줄이는 형태의 리미티드 애니메이션이라는 기법으로 발전했다. 한편, 일본의 경우 1963년 ‘철완아톰’이라는 제목의 애니메이션이 최초로 TV에 상영되며 애니메이션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졌으며, 건담, 공작기동대와 같은 메카닉 애니메이션의 등장으로 표현의 범위를 넓혀 세계 시장을 선도하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도 1987년 만화를 기반으로한 최초의 TV애니메이션 ‘떠돌이 까치’가 상영되며 시민들의 관심을 끌었다.
과거 애니메이션은 프레임 촬영을 통해 고정된 물체가 움직이는 것을 표현하는 영화 속 한 장르 정도로 정의됐다. 다양한 소재와 기법을 지닌 특성 때문에 애니메이션은 특수한 형태의 영화 장르로만 분류되었으며, 이론과 비평과 같은 학문과 문화적 요소에서 주목받지 못해 비교적 자유로운 형태를 띠게 됐다. 일각에서는 애니메이션이 사회적 주목을 받지 못한 이유에 대해 아동을 대상으로 한 문화 콘텐츠라는 사회적 인식이 작용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1960년대 미국을 필두로 한 서구권 영화계의 발전 속에서 애니메이션은 다양한 이미지 소재와 기법 등 방대한 조형세계와 테크닉으로 전문가에게도 어려운 영역으로 주목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적으로 애니메이션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진 시기는 1980년대로 애니메이션이 학문적 관심의 대상으로 사회적 입지를 넓혀가기 시작했다. 당시 디즈니의 장편 애니메이션 ‘누가 로저 래빗을 모함했나’가 극장에서 흥행하며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의 잠재력이 주목받았고, 컴퓨터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진 ‘토이스토리’와 클레이 애니메이션 ‘윌리스와 그로밋’ 등이 성공을 이어가며 애니메이션 제작의 세계화가 이어졌다. 이러한 환경 변화를 바탕으로 국내에서도 애니메이션을 중점적으로 방송하는 TV 채널이 만들어졌다. 이처럼 애니메이션은 정보산업기술의 발달로 성장한 전자 제품과 온라인 네트워크를 토대로 범용성을 획득하며 범주를 넓혀가고 있다.
현대 사회 속, 만화와 애니메이션
현대 사회에서 ‘애니메이션(Animation)’이라는 단어는 젊은 세대의 대부분이 알고 있는 단어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대부분 시민은 애니메이션을 만화와 구분 짓고 있지 않다. 실제 애니메이션은 ‘만화(Cartoon)’보다 넒은 범위를 가지며 추상미술, 모래와 점토를 이용한 기법, 인형영화, 특수효과 영화 등 다양한 범주를 포함한다. 특히 연속 동작이 없는 그림 형태로 대상을 표현하는 만화와 프레임으로 이어지는 애니메이션은 표현 방식에서 명확한 차이점을 보인다. 특히 만화는 국내법상 출판예술로 분류되어 있으며, 애니메이션은 영상매체로 구분된다. 또한, 만화는 컷과 컷 사이 공백이 있어 독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한편, 애니메이션은 음향과 프레임의 연속성으로 생동감을 표현한다. 이러한 차이점에 따라 소비자 개개인의 취향을 만족시키기 위한 방법으로 일본 만화가 오다 에이치로의 ‘원피스’와 같은 작품은 만화책과 애니메이션이 함께 제작되는 등 매체 간 공생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 이들 만화와 애니메이션은 함께 제작되거나 전문가들은 ‘만화와 애니메이션은 영화나 연극에서는 접하기 힘든 상상력의 표현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녔다. 하지만 생동감이라는 부분에서는 명확한 차이를 보인다’라고 입을 모았다.
국내에서 만화는 애니메이션보다 앞서 등장했지만, 군부정권 당시 검열로 인해 힘든 시기를 겪기도 했다. 하지만 80년대 등장한 애니메이션들이 만화를 원작으로 제작되며 만화와 애니메이션은 분리되어 있지만, 공생관계로 발전해왔다. 1990년 후반, 만화 대여점의 등장은 국내 만화계에 여러 문제점을 야기하며 만화가들의 활동을 위축시켰다. 하지만 IT의 발달과 스마트폰의 대중화 등 기술의 발전이 이루어진 새로운 환경에서 만화가들은 웹툰과 전자책 등 새로운 분야로 활동을 넓히고 있다. 특히 국내 만화 시장의 양대 산맥인 다음과 네이버 웹툰을 시작으로 최근 등장한 웹툰 전용 플랫폼들은 무상 서비스에서 부분적 유료서비스(미리보기 서비스)를 제공해 작가들의 새로운 수익원으로 성장했다. 온라인에서 새로운 유통이 이루어지며 만화작가들의 작품은 애니메이션, 영화, 이모티콘, 새로운 출판 서적 등으로 다방면으로 분야의 확장을 이루어냈다. 한편, 기술력의 발전은 애니메이션에도 영향을 미쳐 기존에는 표현하지 못한 3D와 2D가 결합된 새로운 형태의 애니메이션이 만들어졌으며 동영상 플랫폼을 통해 더 많은 콘텐츠 소비자를 양성했다. 전문가들은 ‘만화가 웹툰으로 발전한 것처럼 애니메이션도 새로운 콘텐츠 형태로 발전할 것’이라고 말하며 최근 주목받고 있는 증강현실과 가상현실이 애니메이션 시장의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예측했다.
VR기기의 등장, 그리고 애니메이션의 미래
전문가들에 따르면 최근 기술 발달로 등장한 가상현실(VR, Virtual Reality)과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은 애니메이션이 나아갈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최근 일본의 만화 포켓몬스터를 기반으로 제작된 증강현실 게임 ‘포켓몬 GO’는 이러한 사회적 현상을 대표하는 사례로 알려졌다. 가상현실 분야 선두 주자로 타 기업보다 시장진입이 일찍 이루어진 구글은 최근 가상현실 애니메이션 콘텐츠를 손쉽게 제작할 수 있는 ‘데이 드림’ 기술을 공개하며 콘텐츠 시장의 확장을 돕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국내 영상 전문가들도 이러한 추세에 맞춰 증강현실을 통한 새로운 콘텐츠 개발을 위해 활동을 개시하고 있다. 대표적 사례로 중앙대학교의 경우 첨단영상대학원 3D&VR 애니메이션 연구실을 운영하며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한, 정부와 지자체의 관심도 이어지며 광주광역시는 VR산업 육성을 위해 ‘광주 VR RuG 전략수립 컨퍼런스’를 개최해 게임과 애니메이션을 활용할 수 있는 체감형 콘텐츠 제작 기반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을 이용한 애니메이션 콘텐츠들은 기존 2D 화면이 지닌 한계성을 벗어나 콘텐츠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형태의 경험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새로운 소비 플랫폼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한다.
지난 2000년대 아이들로부터 선풍적 인기를 얻은 뽀로로나 빼꼼 등 아동용 인기 애니메이션 콘텐츠는 최근 국내를 넘어 세계시장으로 나아가고 있다. 특히 뽀로로의 경우 2003년 서비스 이후 10년이 지난 현재 세계 140여 개 국에서 출시되며 높은 수출수익을 얻은 글로벌 캐릭터 중 하나로 자리한 바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국내 애니메이션 산업계가 현재와 같은 성과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증강현실과 같은 신기술과의 융합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애니메이션 시장의 변화가 예상되며 최근 정부에서도 애니메이션과 관련된 각종 규제에 대해 현실적인 접근 논의되고 있다. 국내 애니메이션 산업계의 전문가들이 민관협력을 통한 발전을 토대로 IT기술과 애니메이션이 융합한 새로운 킬러 콘텐츠, 플랫폼을 생산해야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