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대표 선출로 정치권 새로운 전환점
당대표 선출로 정치권 새로운 전환점
  • 박경보 기자
  • 승인 2016.10.05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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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당대표, 대선 앞두고 국회 협치의 실마리 풀어낼까
[이슈메이커=박경보 기자]

[Cover story] 정치권 당대표 선출

 

당대표 선출로 정치권 새로운 전환점 

새로운 당대표, 대선 앞두고 국회 협치의 실마리 풀어낼까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와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내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각각 여야의 대표로서 맞붙게 됐다. 정계 입문에서 경력까지 비슷한 점이 별로 없는 두 사람은 공교롭게도 ‘여당 사상 첫 호남 대표’와 ‘야당 사상 첫 영남 대표’라는 이색 타이틀을 달고 정치 시험무대에 올랐다. 두 대표가 앞으로 어떤 행보를 통해 한국 정치를 화합과 협치로 이끌게 될지 알아봤다.



‘추다르크’ 추미애 VS ‘머슴’ 이정현


더불어민주당의 8·27 전당대회를 통해 추미애 대표가 당선됨에 따라 더불어민주당 진영은 ‘친문(친문재인) 지도부’ 체제를 구축하게 됐다. 친문 진영의 지원사격을 받은 추미애 후보는 50%를 넘는 압도적인 득표로 당선되는 등 이날 선출된 지도부는 친문 인사들이 독식했다. 특히 문재인 전 대표의 영입인사를 필두로 지난해 말부터 문 전 대표의 측근으로 급부상한 ‘신(新) 친문재인’ 인사들이 대거 전면에 등장했다는 점에서 더불어민주당의 당내 분위기는 새롭게 바뀌게 됐다. 

 
이는 새누리당도 비슷한 흐름이다. 지난 8월 9일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이정현 후보가 당 대표로 선출됐다. 전당대회에서 친박은 당 대표를 비롯해 최고위원까지 거의 독식하면서 새누리당에선 강경 친박(친박근혜)과 온건 친박, 비박(비박근혜)의 구별이 뚜렷해졌다.

 
더불어민주당은 친문 인사로 포진됐고, 새누리당이 친박 인사로 포진했다는 점에서 향후 정치적 역학관계 방향이 보인다는 분석이다. 대권을 향한 치열한 공방도 이를 통해 예상할 수 있다.이와 동시에 추 대표와 이 대표의 협상력과 줄다리기 능력에도 관심이 쏠린다. 그 이유는 두 사람의 캐릭터와 상관이 크다. 이정현 대표는 호남 출신의 새누리당 대표이며 추미애 대표는 대구 출신 더불어민주당 대표다. 출신지로 보면 당 대표 역할이 바뀐 듯 한 양상이다. 

 
이정현 대표는 호남출신으로 새누리당에 몸담으면서 호남에 전력을 다해 ‘머슴’이라는 별명까지 얻으면서 난공불락의 호남을 뚫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추미애 대표는 ‘추다르크’라는 별명답게 강직하고, 대구 유세 등에서의 날카로운 여전사의 이미지를 갖고 있다.

 
한동안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이 당내 역학관계 설정에 몸살을 앓으면서도 각 당의 이해를 앞세운 줄다리기와 협상을 벌여야 하는 두 사람의 묘한 캐릭터가 그래서 세간의 시선을 받고 있는 것이다. 정치권에선 두 사람에 대한 평가는 나름대로 다르겠지만, 지역구도를 깨겠다는 의지와 새로운 정치를 실험하겠다는 의중만큼은 강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는 분위기다. 결국 보수정당의 첫 호남 대표와 최초의 대구 경북 출신 여성 야당 대표라는 역사를 각각 쓴, 두 사람의 정치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다른 길을 걸어온 두 정치인, 어깨에 무거운 책임감을 얹다


이정현, 추미애 두 대표는 58년생, 동갑인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됐다. 두 사람은 당의 취약지인 호남과 영남을 발판 삼아 수많은 정치적 시련을 겪고 당권을 거머쥐었다. 경북여고를 졸업한 정통 TK(대구·경북) 출신인 추 의원은 2008년, 2011년 전당대회에 출마해 고배를 마셨고 3수 끝에 꿈을 이뤘다. 전남 곡성 출신인 이 대표는 말단 사무처 당직자에서 출발해 ‘16계단’을 밟아 당 대표까지 올랐다. 두 사람의 정치 이력에서 찾을 수 있는 공통점은 여기까지 간략하게 정리될 수 있고, 서로 다른 길을 지금까지 걸어왔다. 

 
추미애 대표는 여성 최초의 지역구 5선 의원(서울 광진을)인 반면에 이정현 대표는 비례대표와 재·보궐선거를 통해 3선(전남 순천) 고지에 올랐다. 추 대표는 한양대 법대를 졸업하고 사법시험에 합격해 춘천지법 판사로 일하다 1995년 정계에 입문했다. 1997년 대선 당시 고향인 대구에서 김대중 후보 쪽 유세단을 이끌며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얻었다. 2002년 대선에서는 노무현 후보의 국민참여운동본부 공동본부장으로 일하면서 ‘돼지엄마’로 불렸다. 추 대표는 2003년 분당 때 열린우리당에 가지 않고 민주당에 남아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에 참여했고, 17대 총선에서 낙선했지만 ‘정치 엘리트’ 코스를 밟아왔다. 당내 5선의 첫 지역구 여성 의원이다. 

 
반면에 광주 살레시오고와 동국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이정현 대표는 밑바닥에서 출발한 전형적인 ‘흙수저’ 정치인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발탁된 뒤 줄곧 ‘박근혜의 입’ 역할을 했다. 2008년 제18대 국회에서 비례대표를 지낸 그는 19대 총선 때 다시 광주 서구을에 출마했으나 곧 낙선했다. 이 대표는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홍보수석에서 물러난 뒤 그해 7·30 보궐선거 때 자신의 고향인 전남 순천·곡성에 출마해 승리했다. 그는 이번 20대 총선에서 3선 고지에 오르게 됐다.  

 
판사 출신인 추 대표와 당직 생활로 잔뼈가 굵은 이 대표는 특히 정치 스타일에서 차이가 많이 나는 편으로 알려져 있다. 추 대표는 ‘원칙과 소신’을, 이 대표는 ‘의리’를 최고 정치 덕목으로 꼽는다. 추 대표는 원칙과 소신에 따른 선택으로 여러 차례 정치적 구설에 올랐다. 18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 시절 교섭창구 단일화와 타임오프 등을 담은 ‘노동조합 및 노조관계 조정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것이 대표적이다. 당내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당시 한나라당과 함께 노동법 처리를 주도했다. 이 대표는 ‘대통령의 입’으로서 현 정부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는데,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에서 박근혜 후보가 패한 뒤에도 줄곧 곁을 지켰다. 박 대통령의 ‘복심’으로 통하는 이유다.

  

 

▲ⓒ추미애의원실

 

향후 국정운영의 향방을 쥔 두 당대표

 
‘이정현’이라는 보수정당 사상 첫 호남 출신 대표와 ‘추미애’라는 야당 사상 첫 대구·경북(TK) 출신 여성 당 대표가 대선국면을 주도하게 됐다. 특히 새누리당의 친박 지도부와 더불어민주당의 친문 지도부가 현실화되면서 여야 모두 초강경 지도부가 탄생하게 됐다. 이에 따라 날카로운 창과 방패의 대결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정현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박 대통령을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는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반면 추미애 대표는 이번 전대에서 더불어민주당 주류인 친노·친문의 광범위한 지지를 얻었고, 전당대회 과정에서도 선명성을 부각시켰다. 이렇듯 여야의 지도체제 개편으로 20대 국회 초반 원구성 협상에서 나타난 여야의 ‘협치’ 다짐은 사라지는 분위기다. 새누리당은 지난 4.13 총선 참패의 멍에에서 벗어나 정국반전을 노리고 있고, 더불어민주당은 여소야대에서도 바뀐 게 없다는 지지층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강력한 대여관계를 천명하고 있다. 특히 두 대표는 정치 쟁점에 대한 생각이 서로 달라 앞으로 충돌이 예상되고 있다. 앞으로 이어지게 될 국회의 쟁점들을 가지고 두 대표가 서로 대립각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 당장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거취가 쟁점이다. 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논란은 물론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의 활동기간 연장 문제도 쉽지 않다. 이정현 대표는 정치현안과 거리를 두고 민생 최우선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여야 간 대립이 큰 사안에는 말을 아끼며 이곳저곳에서 홍길동 식 파격행보를 선보이고 있다. 추 대표는 김종인 전 비대위 대표 때와는 다른 더불어민주당을 예고하고 있다. 사드배치 반대 당론은 물론 세월호 특조위 활동기간 연장을 다짐하고 있다.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당론으로 반대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힌 추미애 대표는 경선 기간 내내 김종인 전 대표의 중도노선을 비판하면서 야당 본색의 선명성을 강조하고 있다. “현 정부의 성공이 우선”이라며 여권 단합을 강조하는 이 대표의 정치 신념과는 충돌 지점이 많다. 이정현 vs 추미애 체제의 대립은 본질적으로 박 대통령과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리전이라는 것이 정치권의 전반적인 평가다. 지난 2012년 대선전에 이어 또 한 번의 격돌인 셈인데, 대선의 사실상 제2라운드라고 평가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최근 안보·경제 위기론에 따른 초당적 대처를 주문하면서 야권의 정치공세를 비판해왔다. 문 전 대표 역시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총체적 실패로 규정하며 공세를 강화해왔다. 주요 국정과제의 원활한 추진을 원하는 박 대통령과 정권교체를 강조하는 문 전 대표의 피할 수 없는 대결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여야관계가 전면전으로 흐를 공산이 크다고 정치권은 우려하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은 새누리당보다는 청와대를 직접 정조준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추 대표는 “대통령이 국민이 가라는 길을 외면하면 단호히 맞서겠다”고 선전포고에 나섰다. 청와대는 공식 논평 없이 말을 아꼈지만 내부적으로는 대여강경 노선에 우려가 상당하다. 청와대 측은 “누가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됐든지 강성 야당이 될 것으로 관측해왔다”면서도 “추 대표가 강력한 리더십으로 여야간 협치를 통해 산적한 민생현안을 해결하고 국정운영에 협조하기를 바란다”고 전하기도 했다. 한편 여야 관계의 분수령은 향후 예상되는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3당 대표 회동이 될 전망이다. 다만 박 대통령과 3당 대표 회동에서 별다른 성과물이 없다면 여야는 연말까지 가파른 대치정국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주요 쟁점에 대한 극적타협이 이뤄질 경우 본격적인 대선국면까지 여야 대립은 다소 소강상태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은 2012년 총선과 대선 이후 2014년 지방선거와 올해 총선을 거치면서 ‘박근혜 당’이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선출직 지도부를 친박계가 장악하면서 ‘도로 친박당’이라는 소리를 듣고 있는 실정이다. 더불어민주당도 총선 전 분당사태를 겪으면서 주류의 조직 장악력이 과거보다 강화됐다. 지역 시·도별로 뽑은 16명 시도위원장 중 12명이 친문재인 인사로 알려졌고, “친문, 비문이라는 말이 안 나오도록 하겠다”고 다짐하고 있지만 벌써 비문 세력을 중심으로 ‘제3지대론’의 정계개편론이 주목받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 대표와 추 대표는 당 대표이지만 정치적으로 운신의 폭이 상대적으로 좁은 편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래서 모두 당내 주류세력의 방패 역할에 머물지도 모른다는 우려 또한 지배적인 상황이다. 이에 따라 양당의 두 대표는 ‘대리인’에서 벗어나 ‘대표’로서 협치와 통합을 강조하는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정치관계자들은 전망하고 있다. 이정현 대표는 선출 이후 “지금 이 순간부터 새누리당에는 어떤 계파도 존재할 수 없음을 선언한다. 패배주의, 지역주의도 없다”고 전했고, 추미애 대표 역시 “우리가 결별해야 할 세 가지는 분열, 패배주의, 낡은 정치”라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서 새로운 리더로 부상하게 된 동갑내기 여야 대표들이 풀어낼 화합과 상생의 정치가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표출될지 모두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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