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정체성을 외치는 한인 디아스포라
하나의 정체성을 외치는 한인 디아스포라
  • 서재창 기자
  • 승인 2016.10.04 09: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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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서재창 기자]



하나의 정체성을 외치는 한인 디아스포라

세계 각지에서 삶의 터전을 꾸려온 한인들의 노고와 의지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한인 동포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그들은 정치, 경제, 과학 등의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며 한민족의 우수성을 알렸다. 하나의 민족이었으나 본국을 떠나 세계 곳곳으로 흩어져 삶을 꾸려야 했던 그들은 한인 디아스포라다. 지난 19세기, 연해주로 떠난 일가들로부터 시작된 한인 디아스포라의 역사는 지나온 시간만큼 고난의 주름도 깊었다. 역사의 큰 줄기에서 또 다른 줄기를 만들어낸 한인의 삶이 오늘날 한민족이라는 정체성을 향해 초점을 맞추고 있다.




세계 속 한인 디아스포라의 위상

한국은 총 175개 국가에 720만 명의 재외동포를 두고 있다. 남한 인구의 7분의 1에 해당하는 한인들은 세계 각지에서 삶을 꾸려왔다. 한국은 국제 사회에서 유대인이나 중국인 못지않은 디아스포라 민족으로서 평가받는다. ‘흩어진 민족’이라는 의미가 담긴 ‘디아스포라’는 팔레스타인을 떠나 세계에 흩어져 유대교의 생활 관습과 율법을 따르며 살아가는 유대인을 지칭하는 말이었다. 이 단어는 현대 사회로 넘어오며 유대인뿐 아니라 한 민족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졌지만 타국에서 생활하는 이들을 통칭하는 의미로 확장됐다. 현재 한인 디아스포라는 다수의 재미교포와 재중교포를 비롯해 재일조선인, 조선족, 고려인, 이주노동자, 국외 입양자 등으로 나뉜다.
 
세계 속에 한국인인 그들은 각자의 영역에서 뛰어난 성과를 보여 세계인의 시선을 끌고 있다. 재미교포의 미국 사회 정계진출은 높아진 한인의 위상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예다. 마크 김 의원은 버지니아 주에서 탄생한 첫 한국계 주 하원의원이다. 그는 지난해 버지니아 주 하원 제35지구에서 치러진 지방의회 선거에 단독 입후보해 4선 의원으로서 이름을 올렸다. 김 의원은 한인을 비롯한 이민자를 대변하는 정치인이 되겠다며, 한인 사회의 관심으로 당선될 수 있었던 것처럼 향후 한인 정치인의 도전에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는 말을 남겼다. 한편, 한인들은 꾸준한 경제 성장을 위해 긴밀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어 그 성과가 더욱 남다르다. 한인들은 중앙아시아, 러시아, 아프리카 지역에 중소기업 진출과 지역 교민 기업인과의 비즈니스 협력에 힘을 쏟고 있다. 해당 지역에 진출한 한인들의 교류는 해외 진출 기업의 위험도를 줄이는 데 큰 기여를 해왔다. 특히, 그들은 러시아 연해주,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등의 지역 교민과 진출 기업 간 소통으로 자국 교민의 고용을 확대해가는 데 힘을 실었다. 국제한인경제협력회의 경제 현황 조사에 따르면, 러시아, 중앙아시아는 상호 무역고가 증대하고 있으며, 우즈베키스탄은 57.2%의 교역이 증대됐다고 밝혔다.
 
과학 분야에서도 한인 과학자들이 이뤄낸 성과 소식이 연일 날아들고 있다. 한인 과학자들이 주도한 국제 공동 연구팀은 세계 최초로 사람의 줄기세포로 인공 중뇌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제현수 듀크대학교-싱가포르 국립의학대학교 교수는 한인 과학자들과 사람의 혈액에서 배양한 줄기세포를 이용해 임신 중기 태아의 중뇌와 비슷한 2mm 크기로 인공 중뇌를 만들어 냈다고 밝혔다. 사회학자들은 재외동포들의 성공 요인을 남다른 근면함과 성실함에서 찾았다. 그들은 한민족 특유의 교육열과 근성이 다음 세대의 현지 주류사회 진출 확률을 크게 높였다는 평가를 내렸다. 오늘날 재외동포는 한민족이라는 강한 뿌리의식이 바탕이 돼 세계 사회에서 시대의 흐름을 따라 안정적인 순항을 하고 있다.




아픔에서 출발한 재외동포들의 수난사

고려인은 근현대사의 미아로 불린다. 생김새는 내국인과 다르지 않은 그들은 스스로를 ‘고려사람’이라고 부른다. 한국인 해외 이주의 시초이자 고려인의 기원은 지난 1984년도를 기점으로 삼는다. 당시 함경도 지방에 살던 14가구 65명의 조선인들은 두만강을 건너 러시아령 남우수리스크 지역에 영구 거주를 목적으로 촌락을 만들었다. 이 공동체가 고려인 역사를 시작이었다. 질곡의 삶을 이어갔던 고려인들은 지난 1937년에 러시아의 가혹한 분리·차별 정책으로 인해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되는 수난을 겪었다. 당시 17만 5,000여 명으로 기록된 고려인들은 혹한의 날씨 속에서 이동 중에 1만 1,000여 명이 숨지는 아픔을 감내해야 했다. 이후 고려인들은 살고자 하난 의지 하나로 중앙아시아의 황무지를 개척해 한인 집단농장을 경영하는 등 소련 내 소수 민족 가운데 굳건한 입지를 세워갔다.
 
지난 1990년, 한·소 수교와 이듬해 소련의 해체를 기점으로 고려인 사회는 변혁이 일기 시작했다. 소련에서 분리된 카자흐스탄이나 우즈베키스탄 등의 나라는 러시아어가 아닌 토착 언어를 국가 공용어로 선포했다. 러시아어에 익숙했던 고려인들은 그때부터 연해주로 회귀하기 시작했고, 현재 5만 명 이상의 인구가 거주하고 있다. 고려인 사회는 연해지방 거주 한인들을 중심으로 자치회를 형성하는 데 노력을 기울였다. 그들은 자치제 실현과 모국과의 교류 확대 등으로 민족 정체성을 유지하려는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조선족은 한국이 낳은 또 하나의 아픈 역사다. 중국 내 거주하는 한국인 혈통인 조선족은 약 200만 명으로 추산하며, 중국 둥베이 지방의 랴오닝, 지린, 헤이룽장 지역에 집중적으로 거주한다. 19세기 중후반, 경제적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만주로 이동했던 조선인들은 중국 영토 내에 집단 공동체를 이뤄 살아가게 됐다. 일제의 국권 피탈 이후, 조선인들은 일제의 극심한 탄압에 못 이겨 저마다의 이유로 삶의 터전을 떠나 만주를 새 고향으로 삼았다. 이들은 광복 후 남북 분단과 중국 사회 공산화로 인해 자유롭게 이주할 수 없게 됐다. 그로 인해 조선족들은 중국 지역에 남게 됐고, 현재 중국의 소수민족으로서 중국 국적을 소유한 채 살고 있다. 현재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 중 가장 많은 숫자는 중국인으로 약 83만 명으로 추산된다. 이 중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48만 명이 재중동포 조선족이다. 이는 중국 조선족 전체 인구 190만 명 중 20%에 이르는 숫자다. 한편, 최근 한국 사회에서는 성공적인 정착한 조선족 2, 3세대가 교수, 기업가 등 사회 지도층 인사로 떠오르고 있다. 조선족의 사회 진출은 한 민족으로서 융합할 수 있는 긍정적인 신호로 보인다.
 
타국에서의 고된 정착 생활 이후에도 재외동포가 겪는 어려움은 지속되고 있다. 외교통상부의 ‘재외국민 사건사고 피해현황’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재외국민들을 대상으로 한 사건사고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11년 4,458명으로 집계됐던 피해자의 수는 지난해 8,297명으로 크게 늘었다. 더욱이 지난 5년간 발생한 재외국민 사건사고의 피해자 2만 8,268명 중 17%에 달하는 4,669명이 살인과 강도, 강간, 납치 등의 강력범죄 피해를 당했다. 한국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졌음에도 재외동포의 미비한 보호 시스템은 시급히 보완해야 할 부분으로 지적된다. 


협력으로 완성하는 한민족의 정체성

경제 전문가들은 세계에 흩어진 한인이 자국과 거주국과 연결하는 교량 역할에 적합하다고 평가한다. 한국은 그들과의 상생 관계를 유지해 한류의 확대와 경제적 확장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인 디아스포라를 한민족으로 포용하려는 움직임은 한국 사회를 선진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국제한인경제협력회의 김상덕 이사장은 러시아, 중앙아시아 5개국 등 고려인, 한인들의 아픈 역사를 안고 가는 그들에게 국가와 국민이 나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김 이사장은 무엇보다 고국의 사랑과 문화를 유지하기 위해 현지 한국어학교와 예술 교육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제한인경제협력회에서는 사할린 경제법률대학교 총장, 사할린 국립대학교 총장과 교류증진에 협의한 바 있으며, 한국 유학생도 증가에 대비한 시스템 마련에 힘을 쏟을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지난 2007년, 기획재정부 소속 법인으로 설립된 국제한인경제협력회는 재외동포 실업인, 해당 지역 지방자치정부와 국제간 상호 경제 협력 증진을 위한 국제경제단체이다. 이 단체는 해외에서 활동하는 기업인을 위해 중재 역할과 기업 진출 위험도를 사전에 방지하는 역할을 담당해왔다. 협력회는 무엇보다 고국의 언어소통이 세대가 갈수록 부족함을 느껴 소통과 어휘능력을 위해 교재 보급 등 여러 채널로 돕고 있다.
 
21세기에 진입한 한국 사회는 재외동포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고 있다. 세계 사회 속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재외동포가 가진 가치와 잠재력을 십분 발휘할 필요가 있다. 급격한 세계화의 흐름을 탄 국제 사회는 국경의 경계가 흐려지는 대신 민족 간 연대가 강화됐다. 이는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국경을 초월한 네트워크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또한, 창의적인 재외동포 인재들과의 교류는 경제력 강화에 영향을 미쳐 국가적 성장을 돕는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민족적 뿌리 하나만으로 세계의 한인 디아스포라를 결집시키기 사실상 어렵다. 정부는 한민족 공동체를 이루기 위한 제도적 장치와 인프라 구축에 힘을 쏟고 있다. 관련 대책으로는 복수국적 허용 확대, 재외국민용 별도의 주민등록증 발급 등을 검토할 계획이다. 재외동포재단은 한인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과 재외동포 차세대들의 정체성 확립을 위한 각종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흩어진 민족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것은 한민족이라는 공동체 의식이다. 이를 위해 국가와 국민은 그들을 포용하려는 인식과 구체적인 방안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 속에서 한민족의 문화와 정체성을 발현해가는 한인 디아스포라의 날갯짓이 국가 발전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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