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해체로 늘어나는 가정 범죄
가족 해체로 늘어나는 가정 범죄
  • 손보승 기자
  • 승인 2016.10.02 22: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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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가족 해체로 늘어나는 가정 범죄

약해진 유대관계와 의무감이 공동체 붕괴의 원인


 

▲ⓒNEW ULM 홈페이지

 


최근 가족 해체를 우려하는 충격적인 사건들이 이어지고 있다. 부모의 자녀 학대, 숨진 지 한 달만에 발견된 가장, 불효자의 재산 반환 판결 등 우리 사회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건들이 연일 뉴스 지면과 TV 화면을 채우고 있다. 이같은 가족 공동체의 붕괴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미국에서는 도우미에게 가족의 일을 대신 하게 하는 ‘가족 아웃소싱’도 범람하며 ‘패멕시트(Familexit)’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이는 가족의 소통 단절을 넘어서 해체 과정이 일어나고 있음을 알려주는 경고등을 의미한다. 

 

 

가족 해체의 징후, 패멕시트(Familexit)

가족 해체 현상이란 가정이 그 기능을 온전히 수행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학자들은 가족이 갖는 기능을 교육(사회화), 성(性), 자녀출산 및 재생산, 정서적 만족․지지, 애정․동료감, 보호․양호, 사회적 지위 부여, 사회적 정체감, 종교, 오락, 사회참여 등의 순으로 제시한다. 하지만 최근 가정적 자원의 결손과 구성원 사이에 대립으로 인해 가정 생활의 목표달성이 어려워지고, 생활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하면서 가족 해체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때 이혼, 가출, 별거와 같은 형태가 아닌, 사회적 파장이 큰 충격적인 사건으로 발현되고 있다는 점이 큰 문제로 지적된다.
 

  미국은 이미 가족보다 제3의 인물에게 가정의 무게가 쏠리면서 ‘가족 아웃소싱’이라는 형태로 가족 붕괴 징후를 나타내고 있다. 이에 대해 미국의 사회학자 앨리 러셀 혹실드는 ‘Family’와 ‘Exit’를 합쳐 ‘패멕시트(Familexit)’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사랑이라는 감정이 사라진 오늘날 가족을 압축해서 담아낸 조어인 것이다. 그는 자유시장 체제의 확산으로 시장과 가정의 경계가 모호해진 것을 이러한 현상의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충북대학교 아동복지학과 김영희 교수는 “과거 전통사회에서는 가족 내에서 여러 기능이 수행됐고, 그에 따른 ‘알아서 해준다’는 식의 의존도가 높았지만 현재의 가족은 전혀 달라졌다”며 “새로운 가족의 출현이라는 시각으로 접근해 현재의 가족 내 문제점을 진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족 상대로 한 범죄 증가 추세

가족의 유대감이 점점 떨어지면서 천금과도 바꿀 수 없는 가족을 상대로 한 강력 범죄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포천에서는 아내가 남편과 시어머니에게 농약을 먹였고, 화성에서는 동생이 형을 엽총으로 쏘아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거제에서는 30대 가장이 아내와 어린 자녀들을 살해하고 자신도 목숨을 끊었다. 올해 역시 시각장애인 아버지를 아들이 살해하거나, 한부모 가족의 3살배기 아들이 살해되는 일이 있었다. 이처럼 미혼모의 영유아 살인이나 유기 사건에서부터, 가족 구성원들로부터 버림받거나 살해당하는 일이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다.
 

  경찰청의 통계에 따르면 전국의 살인 및 살인미수 사건은 2011년 총 1,285건에서 2014년 1,022건으로 20.4% 줄었다. 하지만 이 중 가족 간 살인 및 살인미수는 20%에서 23%로 오히려 늘어났다. 친족을 대상으로 한 강력범죄 역시 2013년 기준 총 1,103건으로, 2012년(1,013건)과 2011년(919건)에 이어 계속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동거하고 있는 친족을 대상으로 한 살인 사건의 경우 2013년 89건, 2012년 117건, 2011년 110건으로 매년 100건 안팎으로 발생하고 있다. 또한, 동거 친족 대상 살인미수는 2013년 75건, 2012년 90건, 2011년 90건으로 조사됐다.
 

  범죄 전문가들은 ‘황금만능주의’를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한다. 이에 더해 부모와 자식간의 양육, 의존 문화를 비롯한 전반적인 가부장 문화도 비극을 부르는 요인으로 꼽는다. 동의대학교 경찰행정학부 최종술 교수는 “가족범죄는 가족이 해체되면서 그 부작용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라며 ‘천민자본주의 사회’가 불러온 가족 범죄에 대해 설명했다. 대구가톨릭대학교 사회학과 이정옥 교수는 “개인주의의 풍토가 너무 세져서, 가족공동체라는 울타리가 바람막이 역할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의존은 공동체처럼 하면서도 취향은 개인주의적으로 행동하기에 갈등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사회 구성원의 관심이 가정 붕괴 방지의 길

가족 범죄 통계나 사례를 들지 않더라도 가족 관계가 점점 약화되고, 해체되는 과정을 밟고 있다는 것은 체감상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느끼고 있다. 한 인터넷 사이트에서 ‘가족의 탄생’이라는 주제로 설문조사한 결과 10명 중 9명은 대화가 많아야 화목한 집안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실제 ‘가족과 함께 모여 대화하는 시간이 얼마나 자주 있느냐’고 묻자 ‘거의 없다’가 15%, ‘없다’가 58%에 달했다. 이는 가족 간의 소통 부재가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음을 보여 준다.
 

  이러한 ‘가족 붕괴’는 여러 가지 사회의 변화요인들이 작용하면서 나타난다. 그 중 가장 큰 이유는 문화의 흐름이 변화하며 가족 간의 유대관계와 의무감들이 약해졌다는 분석이다. 뿐만 아니라, 현재 전체 가구의 20%를 넘어서고 있는 1인 가구 비율은 2030년에는 32.7%가 될 것으로 예측될 만큼 개인주의 성향이 확대된 것도 주요 원인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지자체, 사회단체, 개인 등이 나서 제도 정비와 함께 인식 전환에 힘써야 한다고 지적한다. 물질적 성공만을 강조하는 잘못된 풍토를 개선함과 동시에 정상적인 가정, 가족 구성원, 가정의 가치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가족 소통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는 ㈜소통파이브의 황길정 대표는 “가족 소통 문제가 해결되어야 현대 사회의 다양한 불통 문제도 해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가정의 붕괴를 막는 방법은 사회 구성원 모두의 관심이 최우선이다. 그리고 사회 안전망을 형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문제 가정의 구성원과 일상적인 상담을 유지할 수 있는 복지 체계도 절실하다. 이를 통해 모두가 소외됨 없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보호받고 있다는 의식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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