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마뱀으로 미래 지향적 항암 치료 방안 그리다
도마뱀으로 미래 지향적 항암 치료 방안 그리다
  • 손보승 기자
  • 승인 2016.10.02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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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도마뱀으로 미래 지향적 항암 치료 방안 그리다

유전자의 기능조절을 통한 줄기세포의 분화조절 연구


 

 

 


과거 시골에서 흔히 볼 수 있던 도마뱀은 위협을 받으면 자신의 꼬리를 스스로 끊고 도망간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전과 똑같은 상태로 완벽하게 재생된다. 이에 착안해 2012년 개봉한 영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에는 잘린 팔을 재생시키기 위해 도마뱀 유전자를 이용한 실험을 하다 괴물로 변해버리는 커트 코너스 박사가 등장하기도 했다. 이처럼 잘린 꼬리를 똑같은 상태로 재생시켜내는 도마뱀의 조직재생능력을 인간에게 적용하기 위한 노력은 생물학계의 오랜 숙제로 남아있다. 

 

 

‘제26회 과학기술 우수논문상’ 이학 부문 수상

하등동물의 손상된 장기나 조직이 재생되는 것은 ‘줄기세포’ 때문이다. 줄기세포는 여러 종류의 신체 조직으로 분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미분화 세포를 의미한다. 하지만 인간과 같은 고등동물은 성장 이후 대부분의 세포가 분화능력을 잃어 재생능력에 한계가 있다. 하지만 세포를 분화 이전으로 되돌리면 다양한 세포를 다시 만들 수 있다는 뜻도 된다. 이를 통해 의족이나 의수 없이 절단된 사지를 예전처럼 복구해낸다는 것은 유례없는 의학적, 생물학적 진화를 이룩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이처럼 세포가 발생 초기 상태로 되돌아가는 ‘역(逆)분화’ 현상에 대한 관심은 그동안 많은 연구자들이 관심을 갖던 주제였지만, 부작용 우려도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이러한 가운데 국내 한 연구자가 도마뱀을 이용한 줄기세포 연구를 꾸준히 진행하며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동아대학교 생명과학과의 정진웅 교수 연구팀이 그 주인공이다.
 

  정진웅 교수가 이끌고 있는 ‘셀로믹스 연구실(Lab of Cellomics)’은 유전자의 기능조절을 통한 줄기세포의 분화조절 연구를 바탕으로, 난치성 질병 치료 및 노화 억제를 위한 세포치료제의 개발을 목표로 연구를 수행 중이다. 이를 위해, 분자생물학, 생화학, 세포생물학적 기법과 Proteomics, Genomic tool 등의 최신 기술을 이용한 줄기세포 배양조건 최적화, 성체줄기세포 분화 관련 유전자 동정, Cellomics 연구를 통한 세포 기능 조절, 파충류 피부재생기작 연구를 통한 역분화 인자 발굴, 미생물과 줄기세포와의 상호작용 연구 등 활발한 세부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와 같은 활동을 기반으로 정 교수는 생화학분자생물학 학술지 BMB Reports에 게재한 논문 ‘Gecko proteins induce the apoptosis of bladder cancer 5637 cells by inhibiting Akt and activating the intrinsic caspase cascade(Gecko 도마뱀 단백질에 의한 Akt 억제와 내재적 캐스페이즈 활성화를 통해 유도되는 방광암세포의 세포자살에 대한 연구)’를 통해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의 ‘제26회 과학기술 우수논문상’ 이학 부문 수상자에 선정되며 연구의 우수성을 입증받았다.       
 

   정진웅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방광암에 대한 도마뱀 유래 단백질의 항암효과를 입증하고, 그 신호 전달 과정을 규명함으로써 항함치료에 대한 도마뱀의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였습니다”라며 “도마뱀이라는 생물자원의 발굴을 통해 향후 항암 뿐만 아니라 세포 재생 및 분화 등 다양한 연구분야에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됩니다”라고 덧붙였다. 



 

▲(좌측부터)이주언 석사과정 학생, 박순용 박사과정 학생, 정진웅 교수, 김미라 석사연구원, 조아라 박사과정 학생

 

 


창의적 발상과 도전 정신이 성과의 원동력


도마뱀은 오랜 시간 동안 한방 약재로 이용되며 결석, 신부전증, 염증, 종양 치료에 효과적이라고 알려져 왔다. 때문에 과거 사람들은 도마뱀을 말려 가루 또는 환으로 이용하는 등 다양한 형태의 약재로 이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경험에 의존하는 민간요법으로만 사용되어 뚜렷한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었다. 이에 정진웅 교수 연구팀은 이번 논문을 통해 도마뱀 유래 단백질은 정상세포의 생존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 암세포 특이적 세포사멸을 유도한다는 사실을 입증하였다. 이로 인해 기존 화학 항암제와 비교하여 부작용을 감소시키고 치료 효과를 극대화 하여, 항암 치료에 있어 미래 지향적인 방안을 제시하게 된 의의가 있다고 정 교수는 전했다.
 

  아이작 뉴턴은 사과가 떨어지는 것에서 만유인력의 법칙을 깨달았다. 정진웅 교수가 도마뱀에 관심을 갖고 연구를 진행한 것도 이처럼 우연한 계기로부터 출발한다. 2000년 일리노이 공과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존스홉킨스 의과대학에서 뇌수막염을 주제로 연수를 마친 뒤 귀국한 정 교수는 꾸준히 줄기세포 연구에 관심을 가져왔다. 2004년부터 5년간 한국생명공학 연구원 줄기세포 연구단에서 항암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 연구 활동을 하기도 했다. 이후 2009년 동아대학교 생명과학과 교수로 부임하여 하등동물에서 일어나는 역분화 현상에 대해 학생과 질답을 나누면서, 도마뱀의 재생연구를 통해 역분화 인자를 찾는다면 사람 역분화 줄기세포를 만드는데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미치자 모험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다.
 

  정진웅 교수는 “열악한 상황에서 시작된 연구였기에 많은 난관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연구를 수행하고, 결국 성과를 거두었다는 점에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라며 “호기심을 갖고 일상 속에 있는 자연현상을 관찰하면 그 속에 과학이 있으며, 알지 못했던 원리를 발견하면 그것이 학설이 될 수 있습니다. 이처럼 학생들에게도 앞서나갈 수 있는 창의적 발상과 도전 정신을 강조하고 있습니다”라고 피력했다.
 

  앞으로 연구자로서 자기만족이 아닌 응용 가능한 성과를 도출하여 산업과 의료 분야에 이바지하겠다고 밝힌 정진웅 교수는 향후 재생 인자 발굴을 통한 화장품이나 부작용이 없는 항암제 개발을 목표로 한다는 비전도 제시했다. 강한 자부심으로 똘똘 뭉친 그의 연구실에서 인류에 희망을 주는 성과를 위한 청사진이 그려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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