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無) 수저론의 스토리 있는 정치인이 몰고 올 변화의 바람
무(無) 수저론의 스토리 있는 정치인이 몰고 올 변화의 바람
  • 김남근 기자
  • 승인 2016.09.05 16: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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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김남근 기자]

새누리당 이정현 당대표


무(無) 수저론의 스토리 있는 정치인이 몰고 올 변화의 바람

 

 


보수정당 최초 ‘호남 출신’ 대표 탄생

 

 

지난달 9일, 새누리당 새 대표에 호남 출신의 ‘친박(친박근혜)계 주류’ 이정현 의원이 선출됐다. 이로써 새누리당은 지난 2012년 대표에 오른 황우여 전 대표에 이어 4년 만에 친박 주류가 당권을 거머쥐면서 4·13 총선 참패로 물러난 김무성 전 대표의 비주류를 교체하게 됐다. 전신인 한나라당, 신한국당, 민주자유당 등을 포함해 보수정당인 새누리당에서 호남 출신 대표가 선출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위기에 선 새누리당은 이정현 신임 대표를 앞세워 내년 대선 정권 재창출을 향한 항해에 나서게 됐다.


 

 

 

‘집권 여당의 대표 머슴 후보’, ‘대세론’으로 날개를 펴다

전라남도 곡성 출신의 3선 의원 이정현. 역사상 처음으로 호남 출신으로서 ‘영남정당’, ‘골수 보수정당’이라 불리는 새누리당의 당 대표로 선출된 그는 연일 화제를 몰고 있다. 당 대표로 출마한 당권 주자 중 유일한 호남 출신이었으며, 새누리당 지역구 의원 112명 전체 중 호남을 지역구로 둔 의원은 이 의원과 정운천(전북 전주을) 의원 2명뿐이었다. 연설을 통해 ‘집권 여당의 대표 머슴 후보’라고 표현한 그는 말단 사무처 당직자로 시작해 지금까지 16계단을 밟고 올라온 인물로 정평이 나 있다. 
 

  과거 이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과의 인연으로부터 정치 인생 최대의 전환점을 맞게 된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노무현 탄핵’이라는 역풍에 휘청거렸고, 광주지역에서는 단 한 명도 출마하려 하지 않았다. 이때 이 대표는 이미 패배가 예정된 광주 서구을에 도전장을 내던졌고, 그 뒤 낙선자를 위로하는 지라에서 이 대표는 당시 박근혜 당 대표에게 ‘한나라당이 호남을 홀대해서는 발전할 수 없다. 호남 포기 전략을 포기해달라’고 호소했다. 이를 계기로 박 대표는 그를 당 부대변인에 앉혔고, 이후 이 대표는 박 대통령의 곁을 한결같이 지키며, 2007년 당내 대선 경선 때 박 대통령의 공보특보를 맡게 된다. 이후 2008년 제18대 총선에서 비례대표를 거쳐 19대 총선 때 다시 광주 서구을에 도전했지만, 고배를 마셨고, 또다시 2014년 순천시·곡성군 보궐선거에 출마해 당선되어 ‘새누리당 호남1호 의원’에 올랐다. 뿐만 아니라 4·13총선에서도 생환에 성공하면서 1988년 소선거구제 이후 처음으로 호남에서 보수정당 후보로 지역구 재선에 성공한 이변까지 만들었다.
 

  이처럼 역경을 딛고 정치적 이력을 인정받은 이 의원은 당내에서 두 차례 최고위원을 지냈고,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2013)과 홍보수석비서관(2013∼2014)을 맡는 등 입지전적인 행적을 밟았다. 실제 그는 이번 전대에서 호남 출신 당대표로서 정권 재창출의 ‘보증수표’가 되겠다고 여러 차례 강조해왔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17대 대선 당내경선에서 패배했을 때도 곁을 떠나지 않고 지켜왔던 인물이 바로 이 대표다”며 “이를 계기로 친박 중 핵심 인물로 급부상했으며, 박 대통령의 의중을 가장 잘 헤아리는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이 대표 특유의 호소력 있는 연설이 현장을 휘어잡았고, 친박계 역시 그를 내심 적임자로 정하고 물밑지원을 보내는 등 분위기는 순식간에 ‘이정현 대세론’으로 굳어졌는데, 이는 결국 현실이 됐다”고 말했다.


 

▲앞으로 이정현 새누리당 신임 대표는 임기 2년 동안 남은 박근혜 정부 1년 6개월을 지원하고, 정권 재창출의 기반을 닦아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게 된다. ⓒ청와대 트위터

 

 

낡은 정책 쇄신의 ‘정답’ 제시할지

‘뚜벅이 유세’로 눈길을 끌었던 이정현 대표의 선거유세 방식. 선거운동 기간 내내 입었던 회색빛 점퍼와 밀짚모자는 그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비록 선거운동 기간 동안 세월호 참사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이었던 이 의원과 김시곤 KBS 전 보도국장 간의 통화 녹음이 공개돼 도마 위에 올랐고, ‘청와대의 이정현 후보 지원설’이 떠오르는 등 수차례의 위기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이 같은 역경을 이겨내고 당당히 당 대표의 자리에 올라섰고, 그 자리에서 그는 “해방 이래 처음으로 보수정당 대표를 호남 출신이 맡는다면 새누리당은 지지기반을 넓혀 명실상부한 전국정당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서번트(servant) 리더십’을 강조하면서 소속 의원 전원이 운동화를 신고 민생 현장으로 들어가도록 할 것이라 약속했고, ‘국회 70년 총정리 국민위원회’를 만들어 제대로 된 정치개혁을 이루겠다고 공약했다.
 

  또, 친박 일색으로 지도부가 구성된 가운데 이 대표는 수락연설을 통해 계파 해소 의지를 밝혔다. 그는 “국가와 국민을 위한 영광되고 거룩하기까지 한 책무를 다하고자 기꺼이 새누리당 당대표직을 맡겠다”며 “이 순간부터 새누리당에는 친박, 비박 그리고 어떤 계파도 존재할 수 없다”고 선언했다. 이어 당과 한국 정치의 개혁도 약속했다. 이 대표는 “국민의 힘으로 한국 정치를 바꾸겠다.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정치개혁을 이제부터 경험해보게 될 것”이라며 “저와 함께 정치혁명의 동지가 되어달라. 죽어야 산다는 각오로 낡은 정책을 함께 쇄신해나가자”고 밝혔다.
 

  이처럼 이 대표는 무계파를 선언했지만, 당내 권력 구도 상 계파가 곧바로 소멸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다수인 친박계가 당권까지 장악하면서 소수인 비박계의 결집력은 외려 더욱 강해질 전망이다. 특히, 대권 후보군으로 분류되는 잠룡들이 대부분 비박계로 분류되는 상황이기에 대선을 앞두고 친박-비박 간 계파 갈등이 다시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대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당내 계파지도가 아예 다른 방향으로 새로 그려질 가능성이 크다.


   

긴장하는 야당 지도부

한편, 이번 이정연 대표의 소식에 야당은 바빠지기 시작했다. ‘도로 친박당’이란 평가에도 불구하고 ‘보수정당이 지역주의를 넘어섰는데, 야당은 어떤 혁신카드를 꺼낼 것이냐’는 목소리가 부담되기 때문이다. 여당이 호남 출신을 선택했는데 야당에선 어떤 카드를 꺼내야 하는지, 또 내년 대선에서 호남 표심을 어떻게, 얼마나 앗아갈지를 놓고 긴장하고 있다. 이 대표는 최근 당대표 선거 연설에서 ‘(내가) 보수정당의 대표가 되면 호남에서 최소 20%의 표를 끌어올 수 있다’고 공언했다.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호남에서 얻은 지지율은 10% 안팎에 불과했지만, 이 대표를 기점으로 쪼개진 두 야당이 호남에서 표심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난 셈이다. 뿐만 아니라 박 대통령의 ‘복심’(腹心)으로 불리는 이 대표의 등장으로 막혔던 규제 완화 법안들이 탄력을 받을 것이란 전망도 우세하다. 앞서 박 대통령은 지난달 9일 새누리당 전대 축사에서 규제프리존특별법 등을 거론하며 국회 처리를 당부했다.
 

  반면, 이정현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란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야당의 한 관계자는 “이 대표가 박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만큼 관계 회복에 더딘 행보를 띨 것이라 예상된다”며 “이 대표가 호남의 대표성을 띠고 있지 않은 데다, 오히려 이 대표가 친박계 중심의 당 운영으로 정계 개편을 촉발할 것이란 얘기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충청 출신의 김태흠 새누리당 의원은 “흙수저 출신의 이 대표의 등장으로 그동안 상대적으로 덜 지지를 보냈던 호남과 젊은 유권자에게도 당이 다가설 수 있게 됐다”면서 “앞으로 당이 환골탈태하는 모습을 보이면 정권 재창출 가능성이 더욱 커진다”고 내다봤다.


 

풀어야 할 당면 과제, 도그마에 빠지지 말아야

앞으로 이정현 새누리당 신임 대표는 임기 2년 동안 남은 박근혜 정부 1년 6개월을 지원하고, 정권 재창출의 기반을 닦아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게 된다. 총선 참패 속에서 치러진 경선임에도 친박과 비박계의 치열한 계파 대결을 벗어나지 못하면서 당의 화합을 끌어내는 것도 당면 과제가 될 전망이다.
 

  현재 새누리당 새 지도부의 가장 시급한 과제는 계파 갈등 해소가 꼽힌다. 총선 참패의 주요인으로도 꼽히는 계파 갈등은 이번 경선을 치르는 과정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친박계의 핵심으로 꼽히는 최경환, 서청원 의원을 차례로 내세워 당권 장악에 나서고 있으며, 비박계는 후보 단일화를 통해 맞섰다. 하지만 당 화합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당 혁신 작업도 제대로 이뤄지기 어렵다. 총선 참패 이후에도 계파 갈등으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당 현실을 생각하면 대대적인 혁신 없이는 민심을 되돌리기 어렵다는데 이견이 없을 것이다. 당이 새로운 모습을 보이지 못한다면 새 지도부가 당장 내년 4월 재보선 고비조차 넘기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대선 8개월을 남기고 치러지는 선거에서 다시 참패할 경우 지도부가 무너지고 다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가 지배적이다.
 

  총선 참패의 한 원인인 공천을 개혁하는 것도 새 지도부가 해야 할 일이다. 혁신비상대책위원회가 마련한 공천혁신안이 지난달 상임위전국위원회를 통과했지만 제대로 정착할 수 있도록 사후 관리를 해야 하고, 새 지도부의 의지에 따라 다시 개정하는 과정을 거칠 수도 있다. 이 대표는 경선 과정에서 ‘내부와 외부 전문가의 의견을 듣고 4년 내내 상시 공천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선거에 임박해 심사를 하다 보니 제대로 된 공천을 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당청 관계와 여야 관계도 풀어야 할 숙제 중 하나다. 친박계가 당권을 쥐면서 당청 관계는 무난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여야 관계는 더 악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0대 국회 원구성을 전후해 ‘협치’가 대두되기도 했지만, 최근 추가경정예산안 처리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등을 놓고 여야간 간극이 다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여당으로서 대야 관계를 원활하게 끌고 가지 못하고 국회가 방향을 잡지 못할 경우 유권자들로부터 비판을 받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시사 평론가 정연보 여의도연구원 정책자문위원은 “낙선 후 방치된 지역의 민심을 바르게 들어 대선을 위한 과감한 조직정비가 이루어져야 한다”며 “공정한 대선관리를 통해 당이 화합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하며, 혹이나 오만과 독선에 빠져 버려서는 안 된다”고 견해를 밝혔다. 이어 “이 대표가 갖는 장점이면서도 약점인 자신의 도그마(dogma)에 빠지지 말아야 하며 대통령의 참모 이미지를 벗어나 집권당의 대표에 걸맞은 위상으로 당청관계를 정립하고 그 책임과 역할을 다하여 새누리당을 환골탈태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無) 수저론의 스토리 있는 정치인 이정현 신인 대표. 그의 등장으로 떠들썩해진 정계에 어떤 변화의 바람이 불게 될지 귀추가 주목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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