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놀이를 언제 어디에서나 즐길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전통놀이를 언제 어디에서나 즐길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 안수정 기자
  • 승인 2012.03.27 16: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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윷 만들기 10년, 전통 윷놀이 보급화 앞장
[이슈메이커=안수정 기자]

[Colorful Daegu & Craft] 두림공방 이태영 대표

 

“모 나왔다!”, “윷이야! 말을 업어 가자” 윷놀이 판에서는 놀이를 하는 사람과 구경꾼이 하나가 된다. 구경꾼의 응원이나 훈수도 탓이 되지 않고, 모두가 함께 신명 나는 놀이다. 솜씨 좋은 놀이꾼도, 삶의 지혜를 터득한 할아버지도, 지식이 뛰어난 부모도 철들지 않은 어린 아이에게 질 수 있다는 우연성도 윷놀이의 가장 큰 매력이다. 놀이의 기능을 익히기 위해 오랜 세원과 돈을 투자해야 하는 것도 아니며, 남녀노소 누구나 즐기면 그뿐이다. 이에 가족들이 한 자리에 모여 웃음꽃을 피울 수 있도록 전통놀이의 지킴이를 자처하며 열정을 쏟는 이가 있어 찾았다.


 

 

▲두림공방 이태영 대표

 

“윷은 던질때 무게감이 있고 떨어질때 청명한 소리 나야”

옷깃을 단단히 여며도 매서운 바람이 몸 안으로 깊이 파고드는 한겨울, 기자는 이태영 대표와의 인터뷰를 위해 두림공방을 찾았다. 환한 미소의 이 대표는 자칭 타칭 ‘윷에 미친 사람’이다. 그는 “윷에 빠진지 한 오년 정도 됐어요. 한마디로 완전히 미쳤지요. 집집마다 화투는 하나씩 있는데 정작 우리 전통 놀이는 없다는 거죠. 그래서 윷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라고 윷을 만들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그가 윷놀이 문화 살리기에 나선 것은 1990년경. 원목 판촉물 사업을 하던 이 대표는 윷놀이가 화투에 밀려나고, 시중에서 제대로 된 윷을 찾아볼 수 없는 것이 안타까워 전통 윷을 보급하기로 마음먹고 구체적인 고증작업에 들어갔다. 이 대표는 윷놀이를 흔한 나무도막 4조각으로 할 수 있는 놀이라고 생각하면 윷을 너무나 가볍게 평가하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재미있는 윷놀이를 위해서는 최적의 윷가락이 필요함을 덧붙였다. 두림공방은 부딪치는 소리나 손에 달라붙는 맛이 다르기 때문에 그는 박달나무나 밤나무, 통 싸리나무를 고집한다. 최근 저가 중국산 윷가락이 등장하면서 규격이 대중없거나 재질·가공이 엉성해 예로부터 전해졌던 윷의 재미를 느낄 수 없는 것도 생각해볼 만한 대목이다.

이에 두림공방의 윷은 원형 등 부분을 너무 둥글게 만들거나 배 부분을 너무 납작하게 만들어도 윷놀이 흥미가 떨어지기 때문에 어른 엄지손가락 굵기와 어른 손으로 한 뼘 정도의 길이로 윷을 만들고 있다. 이 대표는 윷을 적당한 모양으로 만들어야 윷가락을 굴렸을 때 ‘모’가 잘 나오지 않고, 엎어질 듯 젖혀지기도 하고 젖혀질듯 하면서도 엎어지는 절묘한 묘미를 맞볼 수 있다고 귀 뜸 했다. 전통 윷 복원에 성공한 이 대표는 윷놀이 때마다 윷가락을 찾고, 말판과 말을 만드는 번거로움을 덜 수 있도록 전체 도구의 세트화에도 착수했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것이 윷·말판·말이 함께 든 ‘자석말판 윷놀이 세트’다. 이 세트만 펼치면 언제 어디서든 윷을 놀 수 있어 간편한데다 말이 자석으로 돼 있어 말판을 쓰기에도 편리하다. 그는 “요즘 시중의 상당수 문방구에서 팔고 있는 윷은 질 나쁜 나무로 만들어 손맛이 떨어지는 중국산 저급품이 대부분입니다. 이런 윷으로 윷놀이를 하니 재미가 떨어질 수밖에요”라며 사명감을 가지고 제대로 된 윷을 보급하는데 앞장 설 것을 다짐했다.

 

삼국시대 이전부터 내려온 유구한 '개방형 놀이'

있다. 삼국시대 이래로 전통놀이로 정착한 만큼 윷놀이는 한민족의 철학적 정신도 담고 있다. 윷놀이의 가장 큰 매력은 열려진 판에서 벌어지는 놀이문화란 점이다. 사실 한민족의 전통놀이인 만큼 가족·공동체 제도와 문화가 존재하고 있는 민족에겐 윷놀이는 가장 적절한 놀이문화인 것이다. 윷놀이는 참여하는 인원의 제한이 없다. 이는 최근 한국 전통놀이인 양 돼버린 화투(고스톱)와의 차별성이 있다. 화투가 3~4명이 참여하는 제한적 놀이라면 윷놀이는 개방형 놀이인 셈이다. 더불어 윷놀이는 남녀노소의 구분마저 없다. 까다로운 규칙이 없을 뿐더러 방법을 익히는 것도 쉽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린이들 못지않게 한국을 찾은 외국인과도 쉽게 즐길 수 있어 국제화된 놀이기도 하다.

이 대표는 “윷은 가족을 더욱 돈독하고 화목하게 만듭니다. 윷판에 선수 있나요? 할아버지든 손자든, 시어머니든 며느리든, 부자 아들이든 가난한 아들이든, 윷가락 넷이 만드는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여야 하는 가장 평등한 게임이 윷놀이지요. 이러다 보니 몇 판 돌다 보면 온 집안에 웃음이 넘치고 가족애가 흐르는 겁니다”라며 “명절에만 반짝 윷놀이에 관심을 둘 것이 아니라 항상 우리 전통놀이를 즐기는 문화가 자리 잡았으면 합니다”라는 바람을 전했다. 사실 정부의 지원이 미비한 공방에서 윷을 제작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윷놀이의 보급을 자신의 소명으로 여기고 고집스럽게 한 길을 걸어온 이태영 대표. 그의 바람은 큰 것이 아니다. 그저 전통의 명맥을 이어가는 공방의 노력에 관심을 당부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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