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 아트의 거장 故 백남준 10주기
비디오 아트의 거장 故 백남준 10주기
  • 김갑찬 기자
  • 승인 2016.09.06 15: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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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김갑찬 기자]


 

‘인생에는 되감기 버튼이 없다’는 천재 작가

시대를 앞서간 그의 작품을 추모하는 행사와 전시 잇따라 개최

 

▲충무공 이순신과 거북선을 기리며 제작한 '거북' 1993년 作 ⓒ김갑찬 기자


대한민국이 자랑하는 세계적 비디오 아티스트였던 백남준이 우리 곁을 떠난지 어느새 10년이라는 세월이 지났다. 우리가 그를 단지 비디오 아트의 창시자로만 기억하기에는 그가 남긴 발자취가 너무나도 많다. 백남준은 1999년 미국의 미술 전문지인 아트 뉴스가 선정한 지난 100년 동안 가장 영향력 있는 예술가 25인에 피카소 등과 함께 선정된 바 있으며, 그가 세상을 떠난 2006년에는 타임지가 선정한 ‘아시아의 영웅’이었다. 비록 그는 이제 이 세상에 없지만 그의 삶과 그가 남긴 수 많은 작품들은 여전히 우리와 함께 존재한다.



백남준, 그가 남긴 예술의 발자취를 좇다


1932년 서울 출생인 백남준은 비디오 아트라는 예술을 대중에서 선보인 대한민국의 자랑이다. 1956년부터 독일 뭔헨대와 쾰른대에서 유학생활을 시작했고 이때부터 미술계로 입문하게 되었다. 전대미문인 비디오 아트의 창시자로 알려진 백남준은 특이하게도 미술이 아닌 음악을 통해 처음 자신의 예술적 존재를 알리게 되었다. 특히 그의 삶과 예술 세계는 미국의 음악가 ‘존 케이지’와의 만남 이후 큰 전환점을 맞이하게 됐다. 백남준의 첫 전시는 1963년 독일에서 ‘음악의 전시-전자 텔레비전’라는 이름으로 개최됐다. 이 전시회 이후 그는 예술 문화의 중심지인 뉴욕으로 넘어갔으며, 1965년에는 당시 미국을 방문 중이었던 교황 요한 바오르 6세의 영상을 휴대용 비디오카메라로 직접 촬영해 ‘카페 오 고고’에서 방영하는 실험으로 조금씩 주목을 받게 된다. 

 
백남준의 길에서 또 하나 주목해야 할 부분은 ‘플럭서스(Fluxux)’다. 조지 마키나우스에 의해 설립된 플럭서스 운동은 1960~70년대에 일어난 국제적인 전위예술 운동, 또는 급진적 예술운동으로 설명 가능하다. 이는 ‘삶과 예술의 조화’를 기치로 내세웠으며, 독일을 중심으로 전 세계에 전파되며 동시대에 일어난 예술 움직임이다. 이처럼 탈장르적인 예술인 플럭서스는 콘서트, 이벤트 출판, 선언문 등에 사용됐고, 미술에서 시작한 플럭서스는 보는 예술에서 벗어나 듣는 예술, 행위 예술로 확장되기에 이르렀으며 이 중심에는 백남준이 있었다. 그의 예술은 1984년 조지 오웰과의 만남으로 또다시 전환점으로 마련하고 확장하기에 이르렀다. 이는 그의 대표작인 ‘굿모닝 미스터 오웰’에서 명확히 보여준다. 모든 기술이 빅브라더에 의해 통제된다는 기존의 부정적이고 암울한 시각이 아닌, 기술로 새로운 세상을 창조할 수 있음을 이 작품을 통해 선보였다. 이 작품은 위성과 TV를 통한 위성중계예술에서 조지오웰의 ‘1984’를 뒤집으며 백남준의 세계가 곧 ‘굿모닝 미스터 오웰’임을 알렸다.

 

▲ⓒ김갑찬 기자

 

 

포스트 백남준은 누구?


백남준이 우리 곁을 떠나고 10년이 지난 2016년. 다양한 추모 행사와 전시 행사 개최를 통해 그를 기억하고 그의 생전 업적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특히 비디오 아트에 대한 대중의 관심 역시 높아지며, 현재 국내외에서 비디오 아트스트로 활동 중인 작가 중 포스트 백남준은 누구일 것인지에 대한 설왕설래도 이어지는 상황이다. 특히 지난 8월 막을 내린 제16회 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에서는 백남준의 후예를 꿈꾸는 미디어 아트스트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가상의 정치’라는 이름의 기획전을 통해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여 미술의 언어로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를 공감하고 또 한 번 더 고민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됐다. 더욱이 국내 미디어아트 작가들의 독특한 예술적 감성이 영상미디어를 통해 색다르게 전시됐으며 물리적 공간이 아닌 매체의 장치와 공간에 대한 작품을 통해, 현존하는 시각과 이미지에 대해 새롭게 논쟁이 가능케 했다는 평가다.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도 지난 7월 21일 시작된 ‘백남준 쇼’가 10월 30일까지 이어진다. 백남준 작품 100점, 임영균 작가가 찍은 백남준 사진 43점 등 총 143점의 작품을 통해 백남준의 예술인생을 되짚는 전시다. 백남준이 전성기 시절 제작한 대형 거북 모양에 166개 모니터를 장착한 작품 ‘거북’과 모차르트 서거 200주기를 기념해 음악을 삽입해 만든 ‘M200’이 전시됐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서는 백남준 탄생일인 지난 7월 20일 서울 종로구 창신동에서 백남준 기념관 조성사업 발대식 ‘헬로우 백남준’을 열었다. ‘헬로우 백남준’은 11월 완공을 목표로 리모델링 중인 백남준 기념관 사업의 시작과 경과를 알리는 신고식이다. 용인의 백남준아트센터에서도 10주기 기획전 ‘뉴 게임플레이’를 진행하고 있다. 21세기 현대인의 삶에서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디지털 게임을 통해 인간과 기술의 관계성을 상기시키는 전시다. 

 
백남준이 남긴 이야기 중 “인생에는 되감기 버튼이 없다(there is no rewind button for life)”라는 말이 있다. 우리의 삶은 ‘되감기 버튼’이 없어 되돌릴 수 없으니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고 최선을 다하라는 메시지다. 그는 시대를 앞서 혁신적인 인간이었고 우리가 바라보는 모든 그림을 영상으로 만들어낸 예술가이자, TV가 도화지를 대체할 것이라고 확신한 기이한 예언자이기도 했다. 이처럼 하나의 단어로 설명하기 어려운 그의 예술혼을 기리는 방법으로 우리의 인생도 그처럼 되감기를 하지 않는 다는 것이라고 많은 이들이 입을 모으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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