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onomy Trend] 퍼스트무버(first mover)의 조건,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앞서 달리는 개척자
[Economy Trend] 퍼스트무버(first mover)의 조건,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앞서 달리는 개척자
  • 박경보 기자
  • 승인 2016.09.06 15: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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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박경보 기자]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앞서 달리는 개척자, 퍼스트무버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혁신 추구해야 


 

▲대표적인 ‘퍼스트무버’인 애플


한국전쟁 이후 약 60년 동안 한국은 세계경제에서 손꼽히는 패스트팔로어(fast follower)에 속했다. 이 기간 한국은 패스트팔로어로서 최빈국에서 세계 11위 경제대국으로 눈부신 성장을 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한국경제 성장을 견인한 패스트팔로어 전략은 한계에 도달했다. 다른 사람의 발자국을 빠르게 뒤쫓는 방식으로는 선진국 진입을 목전에 둔 현 상황에서 더 나아가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제는 ‘추격자’에서 ‘선도자’가 될 준비를 해야 할 시기가 왔다는 게 대체적 평가다. 대한민국이 퍼스트무버가 되기 위해 어떤 준비가 필요할지 분석해봤다.  



퍼스트무버의 조건을 파헤치다


퍼스트무버란 새로운 제품이나 기술을 빠르게 따라가는 전략 또는 기업을 일컫는 패스트 팔로어와 달리 산업의 변화를 주도하고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창의적인 선도자를 말한다. 대한민국 산업은 지난 60 여 년 동안 상상을 뛰어넘는 성장가도를 달렸다. 하지만 선진국의 등만 보고 달려온 ‘패스트팔로어’ 전략은 통하지 않는 시대가 되었다.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에서 앞서 달리는 ‘퍼스트무버’가 돼야만 하는 상황인 것이다. 

 
“성공은 99%의 실패로 이뤄진다” 날개 없는 선풍기, 주머니 없는 진공청소기 등의 제품을 처음으로 만든 퍼스트무버 기업 다이슨의 창업주 제임스 다이슨의 지론이다. 이 회사는 다른 가전업체나 소비자가 기존 제품을 아무런 의심 없이 받아들일 때 생각지도 못했던 혁신으로 세상을 놀라게 했다. 1980년대 다이슨이 진공청소기 먼지 주머니를 없애기 전까지 진공청소기 형태는 20년 넘게 그대로였다. 특히 선풍기는 날개가 없어지기까지 무려 127년이나 걸렸다. 고정관념이 만연한 가전업계에 다이슨이 주목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다이슨이 혁신적 제품을 잇달아 내놓을 수 있었던 것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창업주 다이슨이 먼지 주머니가 없는 진공청소기를 개발하기까지는 5년간 5,126번의 실패가 있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은 다이슨의 혁신은 놀라운 실적 성장세를 통해 성공으로 가는 옳은 길임이 증명됐다. 1993년 직원 4명으로 시작한 다이슨은 지난해 기준 매출 17억4,000만 파운드(약 2조 9,000억원), 영업이익 4억 4,800만파운드(약 7,400억원)의 세계적인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다만 수많은 난관을 딛고 세상에 없는 제품을 개발했다고 하더라도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혁신을 게을리 한다면 후발주자에게 시장을 빼앗길 수 있다. 국내 중소기업인 아이리버(구 레인콤), 싸이월드의 몰락이 좋은 예다. 현대경제연구원 관계자는 “힘든 과정을 거쳐 퍼스트무버가 됐더라도 그 이점이 오래 지속되지 못하는 게 요즘 현실”이라며 “퍼스트무버도 방심하거나 과거의 성공에 안주해 변화와 혁신을 지속적으로 추진하지 않으면 어려움을 겪다 순식간에 사라질 수 있다”고 전했다.  

 
또한 퍼스트무버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혁신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선 비용 관리도 중요하다는 것이 경제계의 중론이다. 소비자의 니즈를 분석해 기존 시장에 없는 제품을 발명해야 하고 유통시스템 구축, 마케팅 등에도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퍼스트무버는 새로운 시장의 위험뿐만 아니라 기술적 불확실성과 관련된 모든 사항도 처음부터 기획하고 홀로 감당하게 된다. 보고 배울 롤모델이 없어서 위험 부담이 크다는 얘기다. 반면 후발주자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기 위한 연구개발(R&D) 비용이나 마케팅 비용 등의 투자 부담이 없다. 또한 퍼스트무버 기업의 모든 것을 답습하면서 시장 진출을 준비할 수 있다.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사실상의 무임승차도 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만약 퍼스트무버 기업이 초기 시장 진출을 위해 많은 R&D 비용과 마케팅 비용을 지출했다면 장기적으로 필요한 것들에 투자할 여력이 없는 상황에서 빠르게 쫓아오는 후발기업에게 시장 선두 자리를 내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따라 퍼스트무버는 비용적 측면에서도 지속적인 내부 혁신을 통해 경쟁의 격화에 대비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특히 마케팅적 측면에서 효율적 비용관리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1990~2000년대 초반 세계 휴대폰시장은 모토로라, 노키아, 삼성 등이 주도권 경쟁을 벌였다. 그러나 2000년대 중후반부터 이 시장을 석권한 기업은 정작 이들이 아니다. 매킨토시 컴퓨터로 컴퓨터 제조업계에서 만년 2위에 머물던 애플이 깜짝 등장해 순식간에 1위를 차지한 것. 애플의 등장은 기존 제조업체 중심의 세계 경제구조에 일대 파란을 일으켰다. 애플의 성공 이전까지는 가격과 제품의 품질로 시장 우위가 결정됐지만 애플은 아이팟, 아이폰 등 창의력을 바탕으로 한 제품으로 기존 경제질서를 바꿨다. 

 
또한 요즘은 ‘창의성’이 강조되는 시대이기도 하다. 새로운 틈새시장을 창출하기 위한 발상의 전환도 필요하다. 퍼스트 무버는 세상에 없던 제품을 만들어내기도 하지만 기존 시장 내에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기도 한다. 1998년 등장한 검색엔진 구글은 야후의 뒤를 잇는 후발주자였지만 세계 최대 동영상서비스 유튜브, 증강현실(AR)을 실현하는 구글글라스 제품 등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만들었다. 또한 스마트폰시장에서 안드로이드라는 운영체제를 통해 모바일 생태계의 리더로 자리매김 했다. 

 
피터 알렉산더 언더우드는 자신의 저서 ‘퍼스트 무버’에서 “애플이 한국 경제계에 던진 화두는 품질·가격문제가 아니라 창의력”이라며 “지금까지 앞서 지나간 이들이 찍어놓은 발자국을 따라왔다면 이제부터는 우리가 앞서나가 남보다 먼저 발자국을 찍어야 할 시기가 왔다”고 강조했다.  

 

퍼스트무버의 구체적인 유형 


퍼스트무버의 유형은 대체로 시장확대 속도와 기술발전 속도라는 두 변수에 따라 ‘전통적 혁신형’, ‘시장기반형’, ‘기술추종형’, ‘창조적 파괴형’ 등 4가지로 나뉜다.  

 
‘전통적 혁신형’은 시장확대가 점진적이고 기술발전 속도가 빠르지 않은 경우에 해당하는 유형이다. 이 유형의 퍼스트무버는 다른 유형의 퍼스트무버들에 비해 기술력이나 시장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덜하다. 초기 시장의 느린 성장으로 인해 퍼스트무버는 새로운 시장 세그먼트를 충족하고 활성화시키기 위한 충분한 시간을 제공받을 수 있어서다. 이 유형은 단계적 진화를 이룬 진공청소기, 자동차 제품 등의 카테고리에서 발견할 수 있다.  

 
‘시장기반형’은 기술발전 속도는 느리지만 시장확대가 빠른 경우 나타나는 유형이다. 기본적·기술적 변화는 거의 일어나지 않고 소비자의 니즈 변화에 따라 시장이 급속도로 확장되는 경우 퍼스트무버의 경쟁력은 기업의 마케팅력 및 강력한 브랜드에 의존하게 된다. 대표적 예가 코카콜라다. 코카콜라는 1886년 미국에서 처음 만들어진 후 펩시라는 경쟁자가 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선도자의 브랜드 영향력과 강력한 마케팅력을 앞세워 지난해 전세계 200개 이상의 나라에서 매일 19억병 이상을 판매했다.   

 
‘기술추종형’은 기술발전 속도는 빠르지만 시장 확대는 느린 경우 나타나는 유형이다. 이 유형에 속한 퍼스트무버는 지속적 R&D 관련 투자를 해야 하지만 시장확대 속도는 현저히 낮기 때문에 충분한 보상을 기대하기 어려운 환경에 직면할 수 있다. 대표적 사례는 디지털카메라, 전기자동차 제품 카테고리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한편 ‘창조적 파괴형’은 기술발전 속도가 빠르고 시장확대 역시 빠른 경우 나타나는 유형이다. 이 유형에선 퍼스트무버 기업이라고 안심할 수 없으며 후발주자라고 낙담할 필요가 없는 치열한 경쟁이 펼쳐진다. 일반적으로 검색엔진, 게임 등 IT시장 영역에서 주로 나타난다.

 

▲ 다이슨은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세계적인 퍼스트무버로 발돋움했다 ⓒ다이슨

 

 

‘세컨드 무버’의 진격, 퍼스트 무버 위협할까


앞서 파악했듯 퍼스트 무버의 이점은 분명히 드러난다. 브랜드와 기술 등 소비자가 한 번 익숙해지면 쉽게 바꾸지 못하는 독점 이익이다. 플랫폼과 같은 상품은 한 번 자리를 굳히면 이를 대체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특히나 산업화 시대에 퍼스트 무버의 역할은 강력했다. 자본과 규모의 경제라는 방어막이 이들을 보호했다. 그러나 시대가 빠르게 변화하면서 이들 퍼스트무버도 위기를 맞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산업이 변하면서 개척자의 이점은 줄어들면서 오히려 이들 한계를 극복한 후발주자에 유리한 국면이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세컨드 무버(second mover)의 약진이다. 퍼스트 무버가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 놓으면 이를 벤치마킹해 개선된 제품을 싼 가격에 내놓는 ‘패스트 팔로워’보다 한 발 앞선 의미다. 10여년 사이에 뒤바뀐 글로벌 선도업체 순위가 이를 대변한다. 구글, 페이스북, 알리바바, 네이버, 샤오미 등을 대표로 들 수 있다. 이들은 분명 퍼스트 무버는 아니다.

 
구글이 창업할 당시 검색 업계에는 야후, 라이코스 같은 업체가 시장을 장악했다. 구글 창업자는 검색 불편함을 극복하자는 취지에서 새로운 검색 툴을 개발했다. 시장은 이를 받아들였다. 기존의 선점자를 순식간에 따라잡았다. 페이스북도 예외는 아니다. 2004년 당시 소셜 미디어업계에는 마이스페이스라는 업체가 있었다. 마크 저커버그는 마이스페이스의 화려한 디자인이 속도를 느리게 만든다는 점을 간파했다. 이를 극복한 페이스북은 소셜 미디어 1위 기업으로 등극했다.

 
스마트폰 후발주자인 샤오미가 제품을 출시하던 2011년 8월에는 삼성전자, 애플 같은 거대 기업이 시장을 호령했다. 레이쥔은 인터넷 판매라는 차별화 전략으로 맞섰다. 그리고 시장 안착에 성공했다. 지난 1999년 네이버닷컴이 창업할 당시 국내 포털 시장은 다음이 주도했다. 네띠앙과 프리챌도 있었다. 한게임과 합병한 네이버는 막강한 시너지 효과를 분출하면서 포털 시장 1위로 올라섰다. 한국에서 만큼은 구글도 네이버를 이기지 못했다.

 
격변하는 현대사회의 시장에서 성공 조건은 한 두 개로 끝날 수 없다. 혁신적인 퍼스트 무버의 역할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모두가 시장을 선점하는 데 목맬 필요는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결국 새로운 사회적 흐름에 맞추어 기업들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 경제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이야기다. 대한민국 기업들이 수시로 변화하는 국제 경제의 흐름에서 ‘퍼스트무버’로서 도약할지, 그간의 경험과 장점을 살려 ‘세컨드 무버’로 입지를 다질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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