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는 국제정세 Ⅲ] 미·중 패권다툼에 흔들리는 동북아 정세
[급변하는 국제정세 Ⅲ] 미·중 패권다툼에 흔들리는 동북아 정세
  • 박경보 기자
  • 승인 2016.09.06 09: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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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박경보 기자]


 

남중국해 분쟁과 사드 배치 논란으로 격랑에 빠진 동북아

 패권다툼 벗어나 평화의 해법 찾을 수 있을지 관심 집중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과 한국의 사드 배치 논의로 동북아를 둘러싸고 연일 조용할 날이 없다. 지구인이 하나 되는 축제인 올림픽을 기점으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중국과 미국의 암투에 다시 냉전 시대로 돌아가는 분위기다. 한미 양국이 전격 발표한 주한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결정은 미중의 패권 다툼을 동아시아로 확대시키고, ‘한미일 대 북중러’의 신냉전 구도를 촉발시킬 방아쇠가 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 대한 상설중재재판소(PCA) 판결 이후 미중 갈등이 군사적 긴장 고조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으로 불안해지는 동북아 정세


‘중국의 꿈’을 향한 시진핑의 중국은 세계 도처에서 부와 힘을 과시하고 있다. 육상과 해상 실크로드를 구축해 전세계의 문물을 중국으로 집결시키겠다는 '일대일로(一帶一路)' 전략이 야심차게 추진되고 있다.  

 
오바마의 미국은 부드럽고 온건한 이미지에도 불구하고 강력하고 포괄적인 '재균형 전략'을 치밀하게 전개하고 있고, 그 핵심은 중국견제이다. 미·일동맹을 강화하고, 일본 자위대의 역할이 확대되고 있다. 호주, 필리핀과 군사적 협력관계를 확대해 나가고 있으며, 베트남에 대한 무기금수를 해제했다. 또 미얀마, 중앙아시아 국가들과의 협력 확대 등으로 전개되고 있는 재균형 전략은 바로 중국 포위로 가시화되고 있다. 

 
이러한 중국의 부상과 미국의 재균형 전략이 남중국해에서 충돌하고 있다. 남중국해는 서태평양과 인도양을 연결하고 있고 한국, 일본, 중국의 해상운송의 70% 이상이 이곳을 통과해야 하는 전략적 요충지다.  

 
중국은 이곳을 장악해야 미국의 포위망을 뚫고 태평양, 아프리카, 유럽으로 진출할 수 있게 된다. 미국은 이곳을 통제해야 동맹국들을 보호하고 동남아시아 국가들과의 전략적 협력을 추진할 수 있게 된다. 미·중간 군사적 충돌 위험이 높아지는 이유다. 

 
남중국해에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8월 12일 국제상설중재재판소에서 필리핀이 중국을 상대로 제기한 남중국해 문제에 대한 최종 판결이 나왔다. 그 핵심 내용은 중국이 주장하는 ‘9단 선 해역에 대한 역사적 권리’는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남사군도의 그 어떠한 암초도 섬으로서의 지위를 갖지 못하기 때문에 부속해역을 갖지 못한다는 것이다. 

 
남중국해의 특정 지역(스카보로 섬)은 필리핀의 배타적 경제수역에 포함되기 때문에 중국은 필리핀의 EEZ에 대한 주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판결이다. 특히 두 번째 판결 내용은 중국이 인공섬을 구축해 12해리 접속 해역을 영해로 주장하면서 항해와 비행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으며, 미국의 주장을 정당화시키는 것이었다. 중국은 물론 중재재판소의 판결을 수용하지 않을 것임을 오래전부터 표명해 왔다. 수용 불가의 논리는 남중국해 문제는 해양관할권의 문제가 아니라 해양주권에 관한 문제이고, 해양주권과 경계 설정에 관해서는 중재재판소에 관할권이 없다는 입장이다. 나아가 남중국해 문제는 2002년 동남아시아 10개국과 중국이 체결한 ‘남중국해 당사국 행동선언’에 입각해서 협상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중국의 입장에도 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중재재판소의 판결을 강제할 수 있는 장치도 없다. 당분간 남중국해 문제는 중재재판소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현상이 지속될 것이다. 결국 남중국해 문제는 '남중국해 당사국 행동선언'에 따라 당사국간 협의와 협상을 통해서 궁극적인 해결책을 모색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국제 상설중재재판소의 판결 이후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 대한 중국의 태도가 갈수록 강경해지고 있다. 중국은 판결에 아랑곳하지 않고 무력시위를 강화하고 내부 통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점은 중국이 남중국해 전역을 대상으로 연이어 무장력을 과시하고 있다.

 
판창룽(范長龍) 중국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은 최근 남중국해를 관할하는 남부전구(戰區)를 찾아 해상과 공중에서의 순찰ㆍ경계 강화와 실전훈련 확대를 지시했다고 관영매체들이 지난 8월 20일 전했다. 군 통수권자인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에 이어 인민해방군 2인자인 판 부주석의 지시는 미국ㆍ일본ㆍ필리핀 등의 군사 동향에 적극 대처할 것을 주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앞서 신진커(申進科) 공군 대변인은 지난 8월 6~11일 진행된 남중국해 군사훈련에 최신 전략폭격기 훙(轟)-6K 등이 대거 동원된 사실을 전하며 “남해(남중국해) 전투 순찰이 상시화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남부전구 소속 남해함대는 존 리처드슨 미국 해군 참모총장이 중국을 방문한 와중에 지난 8월 19일부터 사흘 일정으로 하이난다오(海南島) 인근 해상에서 재차 실전훈련에 돌입했다. 

 
중국 지도부가 PCA 판결 이후 내부 기강잡기에 나선 점도 주목할 만하다.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지난달에 통과시킨 당원 문책 조례를 최근 공개하며 8,800만 명의 당원을 향해 직무기강 확립을 촉구했다. 문책 조례의 핵심은 반복적인 직무상 과실이나 엄정한 기율 위반 등에 대한 선처 없는 처벌이다. 

 
여기에 시 주석은 지난 7월 18일 닝샤(寧夏)회족자치구를 찾아 민생을 점검하면서 1936년 대장정 당시 홍군(紅軍ㆍ인민해방군 전신)의 3대 주력부대가 결집했던 장타이바오(將台堡)를 방문해 기념비에 헌화했다. 시 주석은 “희생을 두려워하지 않고 적과 사투를 벌여 승리를 쟁취한 대장정의 정신을 계승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관영매체를 중심으로 한 애국주의 확산 조짐도 뚜렷하다. 인민일보는 지난 7월 19일 남중국해 전문사이트 중국남해망을 개통했다. 남중국해의 연원과 여행·개발 등의 코너를 마련해 일반인들의 이해를 돕겠다는 취지이지만, 중국 당국이 그간 주장해온 일방적인 내용 일색이다. 신화통신과 중국신문망 등은 시 주석이 우산을 쓰지 않은 채 비를 맞으며 홍군 기념비에 헌화했다는 대목을 강조하기도 했다. 베이징의 한 외교소식통은 “PCA의 판결 이후 중국은 전체적으로 남중국해에 대한 실효지배력을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면서 “무력시위를 일상화하고 내부 단결력을 높이려는 건 ‘선제공격을 하진 않겠지만 유사시에는 결코 물러서지 않을 것’임을 보여주기 위함”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은 흔들리는 동북아 정세의 한 가운데에 놓여있다 ⓒwikimedia

 

한·미·일 vs 북·중·러 대립 구도


지난 7월 8일 한·미 군 당국의 한반도 사드 배치 결정 발표에 중·러가 즉각 반발하면서 동북아 정세의 혼란도 불가피하게 됐다. 중국과 러시아는 사드의 한반도 배치가 결국 자신들을 겨냥해 전략적 균형을 깰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드 배치에 대해 중국 외교부는 성명을 내고 “앞으로 중국을 포함한 지역국가들의 전략적 안전이익과 지역의 전략적 균형을 심각하게 훼손하게 될 것”이라며 “강렬한 불만과 단호한 반대입장을 밝힌다”고 발표했다. 중국 국방부 대변인도 별도의 담화에서 “한미 양국의 관련 행위를 긴밀히 주시하고 있다”며 “국가의 전략적 안전과 지역의 전략적 균형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외무부도 사드 배치 발표 당일 성명을 내고 “미국은 동맹국들의 지원 하에 아시아태평양지역 글로벌 미사일방어(MD) 전력을 계속 강화하고 있으며 이는 아태 지역과 그 외 지역의 전략적 균형을 훼손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과 러시아가 ‘전략적 균형의 붕괴’를 언급하는 것은 한국과 미국의 발표 내용을 믿지 않는다는 뜻이다. 한반도에 배치된 사드는 유사시 중국과 러시아의 핵무기나 미사일 등 전략자산의 효용성을 떨어뜨릴 것이라는 의심 어린 판단이 저변에 깔려있다. 갈등 수위가 올라가고 있는 미중의 대립이 그런 기류를 부채질하고 있는 중이다.

 
미국 국방부는 2010년 2월 ‘탄도미사일 방어(MD) 심의보고서’를 발표, 아시아태평양지역에 전개할 4단계 구상을 공개했다. ‘일본 내 레이더기지 설치 및 MD용 구축함 배치-동맹국 요격미사일 배분-이지스함 배치로 해상 MD레이더 시스템 확충-요격미사일 현대화’의 4단계가 바로 그것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두 번째 단계를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결국 한반도 사드 배치가 미국의 MD체제를 전진배치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김흥규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장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중국과 러시아는 한반도의 사드와 주한미군 기지를 겨냥한 미사일 타격과 레이더 역량을 강화하고 사드 방어체계를 무력화할 수 있는 공격용 무기 체계를 개발할 것”이라며 “동북아시아에서 군비경쟁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올 초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대북 제재에 호흡을 맞춰 왔던 미·중 등 6자회담 당사국들이 사드 배치 문제를 계기로 또다시 전과 같은 ‘한·미·일 대 북·중·러’의 대립 구도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한·미 당국은 그동안 한반도 사드 배치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방어적 조치’라는 입장을 분명히 해 왔으나 중·러는 계속해서 반대의 목소리를 내 왔다.

 
군당국이 전날 중·러 측에 사드 배치 결정 사실을 사전에 알린 것도 중·러의 이 같은 불편한 시각을 고려한 외교적 조치로 풀이된다. 정부는 추후에도 각종 외교 채널을 통해 중·러에 우리 입장을 설명할 것으로 보이지만 중·러가 이를 수긍하고 사드 배치를 용인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사드 배치를 미국 중심의 미사일방어(MD) 체계 강화로 이해하는 중·러가 이에 미사일 강화 등으로 맞설 경우 동북아에서 군비경쟁으로 인한 긴장이 고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여기다 한·미 당국의 발표에 이날 일본은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는 것”이라며 지지의 뜻을 밝혔다. 사드를 둘러싸고 한·미·일과 중·러의 대립 구도가 분명해진 것이다. 

 
사드 배치가 당장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공조를 와해시킬 가능성은 크지 않다. 하지만 한·미·일이 계속 중국을 압박하는 모양새가 이어지면 중국이 동북아 내 영향력 확대를 위해서도 북한을 끌어안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은 리수용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의 방중을 받아들이고 미국 정부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한 제재에도 반대 입장을 표명하는 등 최근 대북 대응 능력을 확대하려는 듯한 모습을 계속 보이고 있다. 이 틈에 국제사회의 초강력 제재를 받고 있는 북한이 국면 전환을 위해 중국과 러시아에 적극적인 ‘구조 요청’을 하고 중·러가 이를 슬그머니 수용할 경우 동북아 정세는 다시 신냉전 구도가 재현될 수 있다. 

 
이처럼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에 대한민국과 동북아의 정세는 매우 흔들리며 격랑 속에 빠져있는 상황이다. 신냉전체제가 다시 도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뒤로하고 국제사회가 평화의 해법을 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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