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금 겨냥한 학위장사인가, 균등한 교육기회인가
지원금 겨냥한 학위장사인가, 균등한 교육기회인가
  • 천우인 기자
  • 승인 2016.09.0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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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천우인 기자]




지원금 겨냥한 학위장사인가, 균등한 교육기회인가

증가하는 평생교육원 수요에 따른 구성원 의견 수렴한 올바른 방향 제시 필요


 


8월 3일 이화여대가 ‘평생교육 단과대학’ 설립 계획을 끝내 철회했다. 이에 평생교육단과 대학에서 선정한 10개 대학 가운데 이화여대가 빠지게 되면서 당초 이화여대에 배정됐던 30억 지원금은 불용액으로 국가 귀속될 계획이다.이화여대 구성원의 반대로 무산 된 이번 계획을 계기로 이화여대 최경희 총장은 이제부터 추후 교내 정책 사항은 학내 여론을 수렴해 대응방침 할 것이라 밝혔다. 그러나 학생들은 농성을 이어가며 총장의 사퇴를 논하고 있다.


어설픈 과정으로 학생을 적으로 만든 이화여대

교육부의 평생교육단과대학(이하 평단) 사업은 고졸 취업자와 30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한 평생 교육을 대학 내 단과대학으로 흡수시키는 사업이다. 이는 교육부가 평생교육 수요는 늘고 있는 반면에 이를 뒷받침할 대학부설 평생교육원의 교육이 부실하게 구성돼있어 평생교육의 질을 높이는 차원에서 교육모델을 만드는 취지였다. 당초 300억의 예산으로 교육부는 10개 대학을 선정해 교육과정 개발과 교육인력 충원 등에 활용할 계획이었지만, 이화여대의 철회로 추가 선정 없이 9개 대학(동국대, 대구대, 명지대, 부경대, 서울과기대, 인하대, 제주대, 창원대, 한밭대)으로 진행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로 인해 1,770명이었던 모집인원이 1,620명으로 감소했고, 배정됐던 30억의 지원금 계획도 무산됐다.

철회 배경은 단과대학이 도입되면 대학의 질적 수준을 떨어진다는 의견과 이화여자대학이라는 학교 이름을 내세운 학위장사라는 학생들의 의견으로 시작됐다. 학생들의 점거농성으로 교수, 교직원이 건물에 40여 시간 동안 갇혀있다가 구조되는 해프닝도 있었다. 학교 측의 입장은 특성화고 등 출신의 비정규직 여성과 사회적 소수자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고 이번 사업으로 30억 원 규모의 지원금을 받아 학교 복지에 힘쓰겠다는 이유로 설립을 추진했다. 하지만 학생들의 의견은 단과 설립으로 인해 교육의 질 저하 우려와 명성을 내건 학위장사의 시선으로보여져 학생들이 피해를 볼 것이란 의견을 내세웠다. 한 전문가는 대학에 진학하지 못한 직장인이나 특정인이 평생교육으로 대학 교육의 기회를 제공 받는 것은 기회 균등제공이라는 긍정적 영향이 있지만, 교육부가 추진한 미래라이프대학은 방법과 교육제도 개편에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화여대는 미래라이프대를 통해 경력단절 여성의 사회 재진입 및 성인 여성들의 고등교육을 전담하는 맞춤형 교육과정을 운영할 계획이었다. 교육과정은 ‘뉴미디어 산업’과 건강, 영양, 패션을 다루는 ‘웰니스산업’ 전공으로 구성했었다. 하지만 이는 미래라이프 제도가 도입됨에 따라 신설되는 학과라는 점에서 학생들의 원성을 샀다. 또한, 학교 측은 정책이 바뀌는 중대한 결정을 앞두고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도 없었다는 점과 왜곡된 보도 자료를 통해 여론을 선동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졸속한 절차는 학생들의 반대를 더욱더 강하게 만들었다. 학생들이 분노한 이유는 이뿐만이 아니다. 이화여대의 이러한 문제는 처음이 아니라 프라임, 코어 사업 때부터 끊임없었으며 이번 사건으로 개선 된 점이 없다는 게 확실해졌다는 것이 학생들의 의견이다.



불확실한 ‘평생교육 단과대학’의 본질

단과 대학 과정은 실업계 졸업자만 지원할 수 있다. 하지만 이화여대 단과대학은 모집기준과 커리큘럼이 다름에도 동일한 학사 학위를 받을 수 있어 일반 고등학교에 역차별이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의 의견이다. 그뿐만 아니라 타 대학의 실업계 전형은 기존에 있는 학과에 학생을 뽑아 공부하는 점과 달리 이 전형은 학문과 관계가 없는 단과대학을 의도적으로 설립한다는 게 문제였다. 일각에서는 학벌주의를 조장하는 것이 아니냐는 소리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화여대 학생들은 ‘이미 구직활동을 하는 자가 학위를 따는 것 자체가 학위장사’라는 의견이 분분하다. 이에 학생들은 대학이 학문을 위한 공간이 아닌 사업체로 변질 되는 과정을 막기 위해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명박 대통령 정권 때 반값 등록금을 요구하는 민중의 소리가 점차 강조되기시작 했다. 이후 8년간 대부분의 대학기관은 등록금이 5% 이상 감소했다. 그 사이에 물가는 15% 이상이 올랐다. 이러한 현상으로 전국 모든 대학은 시간이 갈수록 재정악화에 시달릴 수 밖에 없었다. 결국 몇몇 학교가 교수를 비롯한 직원들의 급여를 동결하거나 삭감했다. 일부 잘 나가는 대학은 재정이 유지되고 있지만 그렇지 못한 대학은 현재도 축소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재정악화에 시달리는 교육기관은 국가의 지원금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단과 대학 사업 추진 배경에 관해 서주영 이화여대 의과대학 교수는 본 사업에 지원한 이유를 ‘돈’이라 밝히며 작년 학교의 재정적자가 1,100억가량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화여대의 재정 적립금은 몇 해 전까지만 해도 8천억 이상의 국내 대학 중 가장 많은 적립금을 보유한 상태였다. 학교 구성원을 위해 쓰여야 할 자금이 사용처와 경위도 모른 채 사라져 갔다.
 
재정악화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정부지원 사업을 추진했다는 학교 측의 입장에 학생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학교육연구소에 따르면 이화여대는 2014년 기준 8,442억 원의 적립금을 보유 전국 사립대학교 가운데 보유 적립금의 액수가 가장 컸다. 2016년 기준 평균 등록금은 847만으로 국내 사립대학교 가운데 상위권에 속한다. 표면적으로 알려져있는 재정규모, 등록금 수입 등 학교 재정 상황이 양호한 편이지만 학교 측은 재정 적자를 빌미로 지원금을 받기 위한 명목으로 대학 구조조정에 앞장서고 있다는 게 학생들의 의견이다. 또한, 정부 지원사업을 지원한 계기로 학교 측의 무리한 사업 확장에서 온 재정악화가 이유라는 의견이 만연하게 퍼지고 있다.
 
2018년 하반기 완공을 앞둔 이화의료원은 마곡병원과 의과대학을 신설하고 있다. 설립 비용으로 투입되는 예산은 대력 6,000억원 상당으로 병원 부지 매입비용에만 2,000억 원이 소요됐다. 이 외에도 모자란 건립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지난해 이화여대는 은행에서 3,000억 원을 대출받았다. 이미 이화여대 부속 목동병원의 지속적인 적자로 난항을 겪었던 이화여대가 마곡병원 설립으로 재정에 문제가 생긴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복수의 관계자는 8,000억 원에 이르는 적립금을 보유하고 있던 이화여대가 재정난을 운운하며 지원사업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재정악화 문제를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학평의원회의 한 평의원의 한 교수는 “3년 전 적립금 최고치를 찍은 뒤 등록금 동결 등 문제로 매년 학교 재정이 적자를 보이고 있습니다. 최근 기숙사, 단과대학 건설 등 많은 자금이 지출됐고, 이 상황이 지속되면 재정 상황이 악화되므로 재정 지원 사업에 지원한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화여대 학생들의 의견은 달랐다. 이화여대에서 만난 한 학생은 “학교 본부는 재정악화의 원인으로 구성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가사업을 계속해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의 교육을 위해 사용돼야 할 자금이 정확한 사용처와 경위도 모른 채 사라지고 있습니다. 학교 측은 적립금과 이자의 사용처와 경위를 투명하게 밝혀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일부 전문가들은 현재 상황에 대해 학교 측의 경영방법에도 문제가 있지만, 학생들의 학벌 순혈주의 이념이 현 사태에 힘을 실어준 것이라 보는 시각도 있다.



‘순혈주의’를 벗어나 교육은 누구에게나 평등해야 한다

현재 국내는 학벌주의를 타개하자는 여론이 분분하다. 하지만 평생교육 단과대학 설립은 경력단절 여성이나 전문대 졸업 여성에게 4년제 대학 졸업 학위 수여의 기회를 국가의 주도하에 진행한다는 점은 학벌주의를 국가 차원에서 개선할 여지가 없다는 점을 방증하는 처사다. 사회에서도 취업난으로 4년제 대학에 관한 갈증이 심화되고 있는 현재 구직자의 경력 단절과 취업률 저조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인 타개책으로 내세운 이 정책은 빈부 격차와 심리적 박탈감을 심화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또한, 이러한 제도로 인해 수혜받을 인원은 제한적이지만 이를 위해 국가의 세금과 인력이 필요하다는 점은 비효율적인 혈세의 낭비다. 

학벌은 전통적인 권력 요소로 한국 사회에 자리 잡은 병폐다. 자신이 노력해서 얻은 결과로 자부심을 느끼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한 명이 집단이 되고 이들이 문화를 형성하면 계급을 형성하게 된다. 이는 곧 학벌주의 사태를 불러올 수 있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이창호 스피치리더십연구소 대표는 “다른 9개 대학의 정책은 정상적으로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데, 유독 이화여자대학교에서만 문제가 된 것은 ‘학벌 순혈주의’가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이화여자대학교 학생들이 사용하는 게시판에는 ‘왜 고졸자와 동문이냐, 이화전문대가 되길 원하냐’는 등의 글이 올라기도 했다. 이는 학생들이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행동이다”라고 말했다. 실제 이화여대의 사업은 철회로 끝났지만, 주위의 시선이 어느 쪽에도 곱지 않다. 일각에서는 형평성에 어긋나는 사업을 추진한 학교 측이나 자신들의 위상만 생각하는 순혈주의에 학생이나 똑같다는 의견도 있다. 여러 가지 의견이 제시되고 있지만, 무엇보다 큰 문제는 학교 측의 일방적인 추진이라는 비판이 지배적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화여대 사태에 관해 ‘학벌 순혈주의’가 일정 부분 작용한 측면이 있지만, 무조건적 비난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입학 조건에서부터 커다란 차이가 나는 미래라이프대학 신입생은 같은 이화여자대학교 졸업장을 받는 것은 불공평한 처사이다. 한국의 국민이라면 누구나 겪는 대학입시라는 벽 앞에 대학 입학이 얼마나 어려운지는 모두가 실감하고 있다. 입학조건에 현격한 차이가 있는데도 이를 동등하게 취급해 졸업시키는 건 그 자체로 불평등이다. 이에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학생들은 열심히 노력해서 학위를 취득했다. 그런데 학교가 그 학위의 가치를 이상한 방식으로 떨어뜨리려고 한다면 이에 대해 학생들 나름대로 저항을 통해서 막으려고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러한 저항 자체를 특권 의식이라는 식으로 싸잡아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 사회가 학벌주의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해야 할 때가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대학 구성원이 도덕군자인 것처럼 행동할 수 없는 현실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태로 알 수 있는 점은 이 사태가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대한민국 교육부의 평생교육 정책 철학에 대한 문제이자, 대학의 본질에 관한 문제이며, 평생교육 학위장사가 다른 대학 전반으로 확산될지도 모를 잠재적 미래에 대한 문제이기도 하다.

교육은 모든 대한민국 국민에게 평등한 기회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이번 이화여자대학교 사태는 뿌리 깊은 한국의 특권의식에서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우리 사회가 좀 더 성숙한 사회의식을 가진 사회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학벌주의, 순혈주의를 배제한 의식변화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교육은 백년대계의 문제이다. 한 그루의 나무를 심으면 수십 년 물을 주고 가꾸어야 거목으로 성장하게 되어 있다. 하지만 한국은 아직 백년대계를 꿈꿀 수 있는 기반이 갖춰지지 않았다. 어쩌면 이화여대 사태는 한국의 과도기 속 한 해프닝일 수도 있다. 큰 지진이 오기 전 여진이 오듯, 물질적 욕구에 치우쳐 교육의 본질을 잊어버린 우리 사회에 대한 경고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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