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뷰]이형택테니스아카데미재단 이형택 이사장
[단독 인터뷰]이형택테니스아카데미재단 이형택 이사장
  • 김갑찬 기자
  • 승인 2016.09.06 08: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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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김갑찬 기자]



 

대한민국 테니스계의 살아있는 전설

“테니스로 받은 사랑 테니스로 돌려드리겠습니다”


 

 

 

이형택, 대한민국 테니스, 그리고 올림픽


전 세계인의 스포츠 축제인 제31회 리우데자네이루 하계올림픽이 지난 8월 시작됐다. ‘새로운 세상(New World)’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2016 리우올림픽은 새롭게 IOC 회원국이 된 코소보와 남수단을 포함해 역대 최다인 206개국, 1만 500여 명의 선수가 참가했다. 이번 올림픽에서 다시 정식 종목으로 복귀된 골프와 럭비를 비롯 총 28종목, 금메달 306개를 놓고 치열한 승부가 전개된다. 대한민국 역시 지난 2008 베이징 올림픽과 2012년 런던 올림픽에 이어 금메달 10개 종합 순위 10위 이내라는 10-10 달성을 목표로 농구, 테니스, 럭비, 트라이애슬론 등 4개 종목을 제외한 24개 종목에서 240명의 선수가 참가해 지난 4년간의 진정한 땀의 결실을 선보였다.  

 
그동안 올림픽 대표 선수단은 올림픽을 통해 대한민국 스포츠의 우수성을 전 세계에 알리며 국위선양에 앞장섰지만 유독 테니스에서의 성적표는 낙제에 가깝다. 1984년 LA 올림픽을 통해 처음 올림픽 무대에 나선 대한민국 테니스는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의 남녀 단식 16강 진출이 최고의 성적일 정도로 참가에 의의를 두는 수준이다. 대한민국 테니스계의 살아있는 전설이자 현역 시절 간판선수로 활약했던 이형택 역시 4차례나 올림픽 무대에 도전했지만 연거푸 고배의 쓴잔을 마셨다. 더욱이 리우 올림픽에서 국내 선수가 참가하지 못한 4개 종목 중 하나가 테니스였고, 테니스 종목에서 지난 런던 올림픽 이후 두 대회 연속 출전 선수를 배출하지 못했다. 비록 국내 테니스 선수가 올림픽에 참가하지는 못했지만 영국 테니스의 자존심인 앤디 머레이가 이번 올림픽에서 남자 단식 부분 2회 연속 금메달을 따내며 세계 테니스계의 주목을 받았다. 특히 그는 영국 테니스계의 샛별로 떠올랐던 지난 2007년 US 오픈 3회전 당시 이형택에게 패한적도 있었던 선수이기에 국내 테니스 팬들은 올림픽과 유독 거리가 먼 국내 테니스의 현 상황에 더욱 아쉬움을 느끼고 있다. 

 

이형택이 대한민국 테니스계에 전하고픈 이야기 


이번 리우 올림픽 테니스 남자 단식에서는 금메달을 차지한 앤디 머레이 이외에도 또 한 명의 선수가 주목받고 있다. 테니스라는 종목의 특성상 신체적 조건에서 우위를 점하는 유럽 선수들이 아시아권 선수들에 비해 좋은 성적을 거둘 수밖에 없다는 편견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일본의 니시코리 게이가 세계적 테니스 스타인 라파엘 나달을 동메달 결정전에서 물리치며 96년 만에 일본 테니스계에 메달을 안겼다. 이는 대한민국 테니스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2009년 공식 은퇴를 선언하고 이형택테니스아카데미재단을 운영 중인 이형택 이사장 역시 이번 올림픽을 통해 희망과 좌절을 동시에 맛보았다고 한다. 현역 시절 대한민국 테니스계의 간판 스타였던 이형택 이사장. 리우 올림픽을 맞이해 그에게 올림픽은 어떤 의미이며, 그가 전하는 진정어린 테니스에 대한 애정과 가슴 속에 고이 접어 두었던 현역 시절의 파란만장한 스토리를 2016년 9월, 이슈메이커가 함께 해보았다. 

 

Q. 2009년 공식 은퇴한 선언했지만, 그 이후로도 코트에 복귀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공식 은퇴 선언을 한 이후에도 코트가 그리워져 복귀를 하게 됐습니다. 복귀 이후 현역 시절 못지않은 컨디션을 유지하며 대표팀에도 합류하고 국제대회에서 우승도 차지하며 좋은 성적을 거뒀습니다. 하지만 갈비뼈 부상을 당하며 해당 부위에 종양이 있는 것을 알게 되어 7cm 정도 제가 수술을 하고 회복기를 가졌습니다. 이후 운동과 재활을 반복하는 과정이지만 현재 대회 출전은 어려운 상황입니다. 부상만 아니었다면 조금 더 오래 코트 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에 아쉬움이 남습니다.

 

Q. 리우 올림픽을 앞두고 KBS 테니스 해설위원으로 합류하게 됐습니다. 이사장님께 올림픽은 어떤 의미일까요?


-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을 시작으로 2008년 베이징 올림픽까지 4회 연속 올림픽에 선수로 참가했습니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는 대한민국 테니스 사상 복식 부문 첫 승리를 거두고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는 개인 단식 2회전에도 진출했습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습니다. 그 이상의 성적을 거두지 못한 부분은 아직도 아쉽습니다. 4번의 올림픽 출전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대회는 자력으로 출전권을 획득한 대회이자 마지막 올림픽 무대였던 2008 베이징 올림픽이 아닐까 합니다. 현역 시절 수많은 경기 중 소중하지 않았던 경기는 없겠지만 다른 투어와는 달리 올림픽은 4년에 한 번 개최되는 대회입니다. 또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한 사람으로서 출전하는 것이기에 다른 대회와는 달리 행동과 책임감이 배가 되는 부분입니다. 반면 이번 리우 올림픽에서 해설 위원으로 참여하면서는 현역 시절의 부담에서 벗어나 대중들이 조금 더 테니스를 편하고 재미있게 접할 수 있도록 준비했습니다. 

 

Q. 대한민국 테니스는 유독 올림픽과 인연이 없는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한 원인을 꼽자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 올림픽은 다른 대회와 달린 한 국가당 4명의 선수밖에 출전하지 못합니다. 그렇기에 100권 이상의 랭킹을 차지한 선수가 출전하기도 하는 투어와는 달리 올림픽은 상위 랭커들만 참여 가능하고 랭킹의 편차도 큰 편입니다. 지난 올림픽과 이번 올림픽에서는 국내 선수가 출전하지 못했던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이번 올림픽을 통해 저는 좌절과 희망을 동시에 맛봤습니다. 비록 국내 선수가 출전하지 못한 부분은 아쉬웠지만, 아시아 선수는 세계 테니스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어렵다는 편견을 깨고 일본의 니시코리 게이 선수가 동메달을 차지하며 우리도 차기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그렸습니다.

 

 

 

Q. 대한민국 테니스가 차기 올림픽 출전권 획득은 물론 좋은 성적을 위해 어떠한 노력들이 필요할까요?


- 다가오는 2020년 도쿄 올림픽 출전을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세계랭킹을 높여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보다 많은 해외 대회에 출전해야 하며 적절한 투자와 시스템도 뒷받침 되어야 합니다. 선수들이 계속해서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하는 것이 최우선이며 그렇게 되어야지 국내 선수들이 올림픽 참가는 물론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더불어 조금 더 큰 그림을 그리자면 국내 테니스도 프로화가 진행되어야 하며 대중의 관심 역시 중요한 부분입니다.

 

Q. 향후 대한민국 테니스계를 이끌어갈 선두 주자로 정현, 이덕희가 꼽힙니다. 두 선수의 성장 가능성은 어떻게 보고 있으며 이들에게 해주고픈 이야기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 리우 올림픽이 개최되기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정현 선수는 자력으로 올림픽 진출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하지만 부상과 슬럼프로 소중한 기회를 놓치게 된 부분은 저 뿐 아니라 모든 테니스인들이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정현 선수가 눈부신 성장을 거둬왔으며 세계무대에서도 조금씩 이름을 알리고 있지만 현재는 부상 뿐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힘든 시기가 아닐까 합니다. 선수에 대한 장단점이 이미 파악된 상황에서 지는 경기도 점차 늘어나며 슬럼프의 상황이지만 이 역시도 선수 스스로고 극복해야 합니다. 정현 선수는 스스로도 열심히 하는 스타일이기 과도기를 빨리 이겨내고 더 큰 선수로 성장할 가능성이 무궁무진합니다. 더불어 이덕희 선수도 얼마 전 국내 테니스 사상 최연소 세계랭킹 190위에 오르며 그 가능성를 입증했습니다. 두 선수에게는 당장의 순위에 연연하기보다 투어 대회에서 통할 수 있는 자신만의 무기를 개발하고 체력 향상에도 힘써달라고 전하고 싶습니다. 더불어 자신보다 강한 선수들과의 경기를 자주 치러야 자신의 장단점을 더 빨리 파악할 수 있기에 우승하러 나가는 대회보다는 예선을 뛰더라도 경험을 쌓을 수 있는 대회에 나가야 한다고 추천합니다. 마지막으로 두 선수에게는 채찍질보다 격려와 응원이 중요하다고 테니스 팬들에게 당부하고 싶습니다.

 

Q. 9살에 처음 잡은 테니스 라켓, 혹시 그 때의 느낌을 기억하고 계신가요?


- 어려서부터 운동을 좋아했기에 축구와 야구 등 모든 스포츠를 즐겼습니다. 9살 되던 해 우연히 선생님이 테니스를 배워보라고 한 이후에 본격적으로 테니스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테니스 라켓을 처음 잡았을 당시는 솔직히 기억이 잘 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어머님께서 처음 사주신 라켓을 받고 너무나 기뻐 오랜 시간 동안 잘 때도 껴안고 자고 운동 후 매일같이 닦고 또 닦으며 아꼈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Q. 현역 시절 본인의 최대 강점은 무엇이었습니까?


- 사실 초등학교 때는 여자 선수들에게도 질 정도로 실력이 형편없었습니다. 하지만 탄력과 순발력 그리고 가장 자신 있는 체력이 다른 사람보다 뛰어났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부분이 성장하며 빛을 보게 되었고 좋은 선수로 발전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습니다.

 

Q. 선수로서의 전성기는 언제였을까요? 


- 스스로는 2007년이 전성기였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30살이 넘은 나이었지만 오랜 시간 투어를 다니며 많은 경험도 쌓이고 여유도 생겼던 것 같습니다. 당시 US 오픈에서도 이번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앤디 머레이 선수와 붙어 승리하기도 했으며 서른이 넘어 개인 최고 랭킹을 달성한 선수도 제가 처음이라고 합니다. 

 

Q. 본인이 상대해본 선수 중 가장 뛰어난 선수는 누구였으며 수많은 경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어떤 경기였을까요?


- 현역 시절 많은 선수를 상대해왔지만 가장 뛰어난 선수는 로저 페더러였습니다. 물론 당시 그 선수가 최전성기이기도 했지만 바둑이나 장기에서처럼 한 수 앞을 내다보고 경기를 한다고 생각할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자랑했습니다. 반면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2000년 US 오픈 당시 피트 샘프라스와의 경기였습니다. 그는 당시 세계 테니스계의 최고 스타였고, 전 세계 생중계가 되는 경기로 가장 큰 US 오픈 메인 코트에서 펼쳐졌기에 후회없이 싸웠고 아직도 가장 기억에 남는 승부입니다.

 

Q. 30여 년 간의 선수 생활에서 어떤한 자세로 테니스에 임했으며 본인에게 테니스란 어떤 의미일까요?


- 어렸을 때는 잘 느끼지 못했는데 나이가 들면서 코트 위에서는 항상 상대방 보다 많이 뛰고 즐기며 포기하지 않는 부분이 중요하다고 느꼈고, 이에 대한 다짐을 항상 잊지 않았습니다. 더불어 제에게 있어 테니스는 제 인생과 동일시되는 부분입니다. 테니스가 없었다면 제 이름을 알리지도 못하고 무수한 경험을 해보지도 못했을 것입니다. 테니스를 접하며 제 인생이 많이 변했기에 앞으로도 다른 일은 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Q. 지금까지의 활동 이외에도 앞으로 더 큰 그림을 그리고 계실 것 같습니다. 향후 계획과 독자들에게 전해줄 이야기가 있을까요?


- 지금 운영 중인 재단을 조금 더 탄탄하게 만들 계획입니다. 재단 운영 이외에도 테니스를 접목 시킨 대와 활동도 준비 중입니다. 현역 시절 뿐 아니라 은퇴한 이후에도 많은 성원과 지지를 아끼지 않는 팬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저는 앞으로도 항상 테니스와 함께 살아 갈 것이며 테니스로 받은 사랑 테니스로 돌려드리고자 노력 중이니 지금처럼 항상 지켜봐주시고 응원해주셨으면 합니다. 

  

그 누구보다 테니스를 아끼고 은퇴 이후에도 여전히 국내 테니스계의 발전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힘쓰는 이형택 이사장. 대한민국 테니스의 저변 확대를 통해 세계무대에서 이름을 알리고 테니스 강국으로 성장하는 그 날까지 맡은 바 소임을 다하겠다는 그는 역시 대한민국 테니스계가 낳은 자랑이자 불세출의 스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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