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철도 민영화, 과연 약인가 독인가
고속철도 민영화, 과연 약인가 독인가
  • 심가현 기자
  • 승인 2012.03.27 15: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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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반논란 거센 가운데, 국민에게 이득 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이슈메이커=심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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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철도 민영화 논란]

 

타 지역으로 이동시 빠르고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고속철도, 현재 그 고속철도에 대한 논쟁으로 시끄럽다. 바로 철도 민영화 논란이 거세기 때문이다. 2015년 개통 예정으로 서울 수서를 출발해 부산과 목포로 각각 향하는 고속철도(KTX) 운영권을 민간에 넘기는 내용을 두고 끝장토론까지 열렸지만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코레일 VS 국토부의 극명한 입장차이

고속철도에 대한 민영화 논란에는 요금인하 여부와 대기업 특혜, 안전 문제 등이 주요 쟁점이다. 이에 지난 1월 20일 철도경쟁체제 도입 논란 속에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국토해양부와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이 공개된 장소에서 처음 만나 입장에 대한 논쟁을 펼쳤다. 국토부는 토론회를 계기로 철도경쟁체제 논란에 대한 종지부를 찍으려 했지만 코레일은 경쟁체제 도입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해 과열양상이 일어났다. 이날 국토부에서는 구본환 철도정책관, 고용석 철도운영과장 등 정책 실무진 5명이 참가했고 코레일에서는 한문희 기획조정실장 등 경영진 5명이 참여했다.

우선 철도민영화에 대한 핵심쟁점으로는 코레일은 “국가가 소유한 시설의 운영권을 민간 기업에 부여하는 것은 사실상 민영화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코레일 측의 주장에 국토부는 “국가 기반시설에 대한 매각이 없으며, 철도공사도 공사 형태를 유지하고, 별도의 민영화법 제정 없이 면허권만 부여해 민영화가 아니다”라며 극명한 입장 차이를 보였다.

철도민영화에 따른 대기업특혜 의혹에 대해서도 국토부 측에서는 “특혜는 있을 수 없고, 민간사업자의 적정수익 초과분을 선로사용료로 환수해 고속철도 건설부채 등을 갚는 데 활용할 계획”이라며 “오히려 돈 되는 사업을 비효율적으로 운영하는 코레일에 운영권을 주는 게 특혜”라고 주장했다. 또한 고속철도의 수익금 교차보조와 관련해서는 코레일은 “고속철도 수익금으로 일반철도 적자를 보조하는 것은 네트워크산업에 필연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토부는 이에 대해 “고속철도 수익금은 고속철도 건설 부채를 갚는 데 써야 하며 일반철도는 정부의 적자보조금을 받되 모자라면 자구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코레일이 고속철도 수익금을 빚 갚는 데 쓰지 않고 일반철도 적자에 쓰면 고속철과 일반철도 모두 동반 부실화될 것”이라며 힘을 실었다. 이번 철도민영화에 대한 찬성 측은 ‘경쟁에 따른 서비스 질 향상’이라는 경제 기본원칙을 강조한다. 113년 철도 독점체제에 종지부를 찍어 요금인하 등 서비스 질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에 반대하는 측의 입장은 현저히 다르다. 정권말기 급히 추진되는 철도 민영화는 국민안전을 담보로 한 대기업 특혜일 뿐 아니라 요금인하도 허상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찬성 측 입장, 민간에 개방한 경쟁유도는 당연한 수순

강근식 한국철도시설공단 시설사업본부장은 “철도개혁은 수십 년 전부터 정상적인 법 집행을 통해 진행되려고 했으나, 기득권 세력 등에 의해 계속 실패한 만큼 대기업 특혜는 없다”며 “경쟁을 통해 요금인하와 만성적자 체질개선 등 선진화를 이룰 수 있다”고 밝혔다.

철도개혁은 1967년 국제개발기구, 1980년 세계은행이 철도차관 제공 조건으로 국영체제의 철도청 공사화를 주문하면서 시작됐다. 그러나 1989년 철도공사법 제정, 1992년 연기 결정, 같은 해 11월 1996년 공사화를 목표로 법 개정, 1995년 공사법 폐지 등 때마다 기득권 세력의 저항에 막혀 번번이 실패하는 등 그 과정이 결코 순탄치 않았다. 결국 국민의 정부 시절부터 철도 국영 체제 투자 및 운영 비효율 문제가 심각하다는 사회적 인식을 바

탕으로 각계 논의를 거쳐 참여정부 때인 2003년에 비로소 건설 및 시설관리는 국가가, 운영은 경쟁체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철도산업구조개혁이 단행됐다. 또한 여야의 합의 끝에 철도산업발전기본법, 철도사업법 등 관련법도 제정해 지금의 철도산업 기틀을 마련했다. 이러한 법 제정을 통해 지금의 철도운영에 대한 기본원칙이 세워졌고, 관련법에 따르면 철도운영은 시장경제 원리에 따라 국가 외의 자가 운영함을 원칙으로 한다. 이에 정부는 운영부문 경쟁력 강화, 운영의 안전 확보, 공정한 경쟁여건 조성에 관한 시책을 수립한다고 나와 있다. 철도운영에 관해서도 정부 면허도 받도록 했고, 운임 인상을 억제하기 위해 정부가 고시한 운임 상한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규정했다. 이러한 법 규정에 따라 철도민영화를 찬성하는 입장 측은 KTX운영을 민간에 개방해 경쟁을 유도하는 것은 정부의 정상적인 법 집행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집단 이기주의에 사로잡혀 그들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철도민영화를 반대하는 것은 국민들에게 큰 손해를 끼치게 될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철도는 에너지 효율성이 높은 친환경 교통수단으로 국민들에게 빠르고 편안한 이동을 돕는다. 서울-대전구간 운임은 고속버스 9,200원, 무궁화 9,800원, 새마을 1만 5,300원, KTX 2만 3,700원 순이다. 철도 민영화에서 주장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경쟁에 따른 운임료 할인이다. 고속버스와 무궁화 열차는 가격이 비슷한 반면 새마을과 KTX는 두 배가 넘는 운임료를 받으면서도 코레일은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적자를 면치 못하는 이유가 인건비가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0%를 넘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저렴한 운임과 질 좋은 서비스 혜택을 국민들에게 되돌려 줘야 한다고 말한다.

강원대학교 경제학과 민경국 교수는 “경쟁체제의 도입은 고속철도 운임 인하, 서비스 개선 등 철도수송 관련 발전만이 아니라 철도산업 전체의 경쟁력 강화와 고용창출 등 경제적 번영으로 이어진다”며 “경쟁체제를 통해 철도산업이 발전하고 이는 철도수송량의 증가를 유도해 궁극적으로 녹색 성장도 가져온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 미국 독일 영국 등 선진 각국은 철도사업의 민영화를 받아들여 적자투성이의 철도경영을 극복하고 철도산업 경쟁력도 강화해 나라 경제의 번영에 중요한 기여를 했다”며 “고속철도 운영의 경쟁체제야말로 한국사회가 나갈 올바른 길”이라고 주장했다.

 

반대 측 입장, 민영화는 대기업에게 주는 무한 특혜카드

이번 고속철도 민영화는 정권 말 대기업에게 주는 마지막 특혜라는 것이 반대 측의 입장이다. 고려대 경제학과 김성희 교수는 “민간 사업자에 대한 운영권 분할매각은 통째로 민영화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국가기반시설에서 민영화의 새로운 수법”이라며 “현 정권은 ‘먹튀’프로젝트라는 의혹에 대해 해명해야 할 일만 남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정부의 철도 민영화를 막기 위해 지난 1월 18일 오전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는 민주노총과 공공운수연맹 및 철도노조, 통합진보당, 진보신당, 사회당, 참여연대, 환경운동연합 등 시민단체들이 참석한 가운데 ‘KTX 민영화저지와 철도공공성강화 범국민대책위’를 발족시켰다. 대책위는 이날 출범식을 통해 KTX민영화 계획 중단과 철도산업 공공성 강화를 위한 국민 여론 수렴, 이를 추진한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의 사퇴를 요구했다. 이들은 “KTX민영화는 99% 국민의 세금과 호주머니를 털어 1% 재벌기업에게 특혜를 주는 것”이라며 “국민의 교통기본권과 철도의 공공성을 파괴하고 요금인상과 철도 서비스 하락을 가져올 재앙”이라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특히 철도민영화는 대기업에 특혜를 주기위한 정책으로 보여지고 있다. 한국의 철도 체계가 흑자가 나는 KTX를 바탕으로 국민의 교통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해 운영되는 지역 적자노선이 유지되고 있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면 수익이 나는 KTX를 매각하게 되면 이익을 우선으로 하는 기업들은 적자 노선을 폐기시키거나 그대로 국민 부담으로 전가된다는 점도 문제로 꼽고 있다. 또한 찬성과 같은 예로 해외의 경우를 설명했다. 영국에서 16년 전 보수당이 철도 경쟁체제를 외치며 25개 회사로 분할해 철도 운영권을 민영화했지만 결국 각 노선별 민간기업 독점 운행으로 이어졌고 운임도 주변 국가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게다가 돈이 소요되는 유지·보수 작업을 소홀히 함으로서 사망사고도 잇따른 점을 들었다. 진보신당 홍세화 대표는 “공공부문의 민영화는 이익은 사유화, 손해는 공공화가 된다”며 “결국 국민에게 손해가 전가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영국에서는 이익의 극대화를 위해 시설보수나 개선은 안하고 돈 되는 노선의 운임은 급격히 상승한 반면 장사가 안 되는 노선 폐기하는 결과가 빚어졌다”고 설명했다.

현재 정부는 철도민영화 문제를 총선 뒤로 논의를 미뤘지만 KTX민영화 계획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국토부와 코레일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되는 가운데 철도민영화가 도대체 누구를 위한 전쟁인지 다시 한 번 국민의 눈으로 생각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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