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Generation & Politics
2030세대 정치참여
“요즘 젊은이들은 정치에 관심이 없어”라는 어른들의 비아냥거림이 이제는 바뀌어야할 시대가 왔다. 최근 2030세대들의 정치참여가 늘면서 이들이 정치의 향방을 가를 핵심 세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올해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는 2030세대들을 붙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2030세대가 표심의 핵심으로 떠오른 이유는 무엇일까?
‘나’를 사랑하는 적극적인 2030세대
2030세대는 개인중심적 사고가 강한 세대다. ‘나’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모든 일들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그들의 성향은 최근 발달하고 있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서 확실하게 확인할 수 있다. 스마트폰, 타블릿PC 등 전자제품을 다루는 것에 능수능란한 이들에게 SNS는 이들이 자신들의 의견을 표출하고 나눌 수 있는 하나의 사랑방역할을 하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 2월 18일에 발표한 ‘한국의 사회동향 2011’에 따르면 우리나라 만 12~49세 인터넷 이용자의 76.4%가 SNS를 이용하고 있다. 특히 전체 인구 4978만 명(2011년 12월 기준) 가운데 10명중 1명 이상은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비단 신변잡기적인 것을 떠나 사회, 경제, 정치 등 각 분야에서 본인들의 뚜렷한 의사를 전달하고 많은 펠로우들을 거느리며 하나의 집단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작년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SNS세대인 2030세대의 결집능력을 보여준 가장 좋은 사례로 손꼽을 수 있다. 당시 나경원 후보에 비해 인지도가 비교적 낮았던 박원순 후보는 선거 당일 트위터를 통한 투표 독려로 퇴근시간 후 넥타이·하이힐 부대의 투표가 이어지며 승리를 거머쥘 수 있었다. 이 보궐선거를 통해 2030세대의 위력을 충분히 느낀 정치계는 이들을 붙잡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나라당은 비상대책위원회에 27세의 이준석 씨를 앉혔고, 민주당은 ‘슈퍼스타 K’ 방식의 완전 국민참여 경선으로 청년비례대표를 공천해 2030세대의 정치 참여 확대를 약속했다. 여기에 선거관리위원회는 SNS의 마지막 족쇄를 풀었다. 모든 온라인 선거운동을 상시·전면 허용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이에 따라 정치권의 움직임은 어느 때보다 분주해졌다. SNS의 대표주자인 트위터 활성화에 열을 올리기 시작한 것이다. 새누리당은 의원총회에서 SNS 교육시간까지 마련할 정도다. 지역구 활동에만 몰두하던 여야 중진 의원들도 ‘트위터리언’으로 변신을 시도 중이다. 당장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공천에서부터 트위터의 벽을 넘어야 하기 때문이다. 여야는 공천 심사 과정에서 SNS 활동 역량을 평가·반영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력 대선 후보로 꼽히는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과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역시 트위터 공략에 나섰다. 박 위원장은 설 연휴 동안 연평도와 태릉선수촌을 방문한 사진과 글을 트위터에 올렸고, 문 이사장은 설 연휴인 22일 트위터 친구들을 부산 사상구의 선거사무실로 초대해 간담회를 갖기도 했다.
여기에 ‘나는 꼼수다’ 열풍도 빼놓을 수 없다. 김어준, 정봉주, 김용민, 주진우 등 4인방이 모여 ‘대한민국 최초 가카 헌정방송’이라는 취지로 시작한 팟캐스트인 ‘나는 꼼수다’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많은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젊은이들을 정치에 끌어들이기 시작했다. 현실 정치의 부패를 풍자적으로 꼬집어낸 이 프로를 통해 젊은이들에게 정치란 어렵지 않은 것이며 자신들의 참여를 통해 정치를 바꿀 수 있다는 긍정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
특정 정당 지지보다는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시킬 수 있는 실용주의 노선 보여
하지만 이 같은 정치권의 ‘러브콜’을 바라보는 20~30대들의 시선은 유보적이다. 적극적인 투표 참여 등 정치권을 향한 목소리는 높아지고 있지만 기존 정당의 틀 안에 들어가 주장을 관철시키기보단 여야 사이에서 ‘균형 외교’에 치중하며 실익을 확실히 챙기는 쪽을 택한 듯 보인다. 이념보다 실용성을 중시하는 젊은 세대들의 특성이 잘 나타나는 부분이다. 현 시점에서 20~30대의 가장 많은 지지를 얻고 있는 민주당이 야심차게 기획한 ‘슈퍼스타K’ 방식의 청년비례대표 후보 선출의 인기는 시들하다. 접수기간을 대폭 늘리며 모집에 열을 올렸는데도 지원자 수는 당초 예상치인 200~300명의 절반에도 못 미치고 있다. 반면 ‘청년 유니온’, ‘청년연합 36.5’, ‘한국청년연합’ 등 청년들의 자체적인 세력화를 통한 정치 참여 목소리는 점점 힘이 실리고 있다. 이들은 최근 커진 20~30대의 정치 참여 열기를 바탕으로 각종 세미나 개최와 정치참여 이벤트를 기획하며 각종 현안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3월에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주요 지지기반인 20, 30대가 주축이 된 ‘2030세대 청년정당’이 출범한다. 청년희망플랜(가칭) 창당준비위원회는 2월 12일 서울 마포구 동교동 가톨릭청년회관에서 발기인대회를 하고 3월 11일 청년당을 출범한다고 선언했다. 권완수 창준위원장은 “기존 정치권은 청년문제를 정치 이벤트로 이용할 뿐이다. 이제 청년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청년의 지지를 모아 4·11 총선에서 후보를 내겠다”며 창당 배경을 설명했다. ‘88만원 세대’ 저자인 우석훈 2.1연구소장이 정책자문을 맡기로 하는 등 의사, 벤처기업가, 교수 등이 자문 및 멘토단으로 활동한다. 특히 지난해 평화재단 법륜 스님이 기획하고 안 원장이 강연자로 나선 청춘콘서트의 자원봉사자 60여명이 발기인으로 참여해 창당 주축이 됐다. 오태양 사무총장은 “많은 사람들의 자원활동과 재능기부로 운영된 청춘콘서트에서 배운 문화와 정신을 계승 발전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청년연합은 대학생들을 모아 각종 정책과 현안을 토론하는 체인지리더(체리)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각계 지식인들로부터 정치 참여와 정책 제안을 위한 교육을 받은 뒤 이를 바탕으로 공약을 만들어 총선에 나서는 각 정당과 후보자들에게 전달할 계획이다. 하준태 한국청년연합 사무처장은 “구체적으로 청년들이 요구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목소리를 한 데 모으고 이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공약을 내세워 당선된 이들이 자신들의 약속을 잘 지키는지를 감시하는 매니페스토 활동도 할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행보에서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등의 행동은 최대한 자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분에서 어떤 정당이던 자신들의 요구에 귀 기울여 줄 수 있는 쪽을 택하겠다는 실용주의가 엿보인다. 등록금 인하·일자리 대책 등 자신들의 요구를 실현해줄 수 있는 주체는 이념적으로 가까운 군소 진보 정당이 아니라 국회와 정부에서 직접적인 발언권을 갖고 있는 ‘거대 정당’임을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조용술 청년연합 36.5 대표는 한 언론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청년들은 고실업률과 일자리난 등을 해결할 수 있는 사회 안전망과 새로운 기회로 도약할 수 있는 시스템을 원하고 있다”며 “이전까지는 이념이 중요했지만 더 이상 정치권에서 이념만 앞세우는 것은 한계에 봉착했다. 새누리당도 문을 활짝 열고 다가온다면 대화의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통통 튀는 2030세대의 표심을 잡아라!
흔히 ‘젊은 세대=진보 성향’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렇다고 통합진보당과 진보신당에 대한 지지율이 크게 높은 편도 아니다. 이념적으로 진보 성향에 가깝지만 실질적인 영향력과 정책 등을 고려하면 민주당이나 한나라당의 ‘양자택일’이 불가피하다는 현실 인식에 기반한 것이다. 통합진보당을 지지한다고 밝힌 한 20대 직장인은 “통합진보당을 지지하지만 총선과 대선에서는 민주당에 내 표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현실적으로 따져보면 민주당 정책도 통합진보당과 크게 다를 게 없는데다 다수당이 될 가능성은 민주당이 더 커서”라는 이유다.
여기에 장년층보다는 적지만 여전히 새누리당에 대한 고정 지지층도 확고한 상황이다.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차이는 있지만 20대 층에서도 새누리당을 지지한다는 응답이 15~20% 가량은 꾸준히 나오고 있다. 역시 통합진보당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이처럼 어느 정당도 20~30대 유권자들의 표심을 확실히 잡았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어, 각 정당들의 ‘2030 표심잡기’ 노력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윤희웅 한국사회연구소(KSOI) 조사분석실장은 한 언론매체와의 통화에서 “2030세대들의 진보적 성향은 틀림없지만 반한나라당 정서를 갖고 있는 젊은층은 가장 덩치 큰 후보인 민주당을 지지하는데도 거부감이 없다”며 “한나라당도 보수성향을 가진 젊은 유권자들이 여전히 있고, 자체적인 노력을 통해 반한나라당 정서를 가진 젊은층을 끌어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30세대의 표심잡기가 2012년 정치판도를 어떻게 바꿔놓을지 궁금해진다. 더불어 2030세대들의 정치참여가 어디까지 이어질지도 역시 관심사다. 젊은이들의 정치참여가 많아진다고 해서 우리 정치가 바로 젊어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새바람을 원하는 것은 우리 국민 모두의 마음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