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학 앞두고 일선학교들 담임기피 현상으로 속앓이
개학 앞두고 일선학교들 담임기피 현상으로 속앓이
  • 임성희 기자
  • 승인 2012.03.27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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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에 대한 담임 책임이 커지면서 벌어진 기이한 현상
[이슈메이커=임성희 기자]

새 학기를 앞두고 학교마다 담임과 생활지도부장 교사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이들 보직이 원래 업무와 스트레스가 많은 데다 최근 학교폭력을 방관한 혐의로 교사들이 잇따라 경찰 수사를 받으면서 담임을 맡지 않으려는 경향이 더 짙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학교는 강제로 담임을 배정할 계획까지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전출 희망자 늘고 담임 희망자 줄고

2월 10일 각 학교에 따르면, 전국 초·중·고교는 이달 초부터 새 학급 담임교사 배정을 위한 지원자 파악에 나섰다. 하지만 담임 희망자는 지난해에 비해 턱없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학급수가 54개인 서울의 한 고교는 담임을 맡겠다고 나선 교사는 140명 가운데 12명에 불과했다. 이 학교 교감은 “지난해는 담임 지원자가 70명 정도였다”며 “어서 담임배정을 마쳐야 하는데 젊고 전입 온 선생님들 위주로 강제 배정이라도 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서울 동작구 B중학교 교감은 “너도나도 담임을 기피해 골치를 앓고 있다”며 “교사의 초심을 생각하자며 내년에는 담임에서 빼주겠다고 말하면서 설득하고 있다”고 밝혔다.
담임 기피현상은 초·중학교에서 더욱 심했다. 초교 6학년생과 중학생의 경우 교사에 대한 반항 및 폭력 정도가 심한 편이어서 교사들이 담임 맡기를 더욱 꺼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J초교 신모 교장은 “6학년 애들은 몸도, 머리도 커서 지도하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다”며 “다들 기피하는 학년이라 경험 많은 선생님들 위주로 부탁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지난해 학교폭력 사건이 10여건이나 발생했던 청주의 C중학교 교사 상당수는 아예 다른 학교로 전출을 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학교 교사 43명 중 69%인 30명이 타교 전출 희망서를 제출했다. 타 학교의 평균 전출희망률이 30%임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수치다.
학교폭력 등을 직접 처리해야 하는 생활지도부 사정도 마찬가지다. 서울 B중 이 모 교사는 “생활지도부 교사 7명 모두가 전근을 가거나 타 업무를 지망했다”며 “교사 대우도 못 받는데 학생들이나 학부모들에게 망신당하고 싶지 않다는 게 솔직한 이유일 것”이라고 털어놨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일선 학교에서 3월 새 학기를 앞두고 담임교사ㆍ보직교사 배치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교육 당국은 정확한 원인 진단을 통해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교사들의 업무 부담만 늘었지 역할분담이나 책임, 학생들의 정서적 문제 등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교총은 또한 “학교에서 학교장이 알아서 하라고 방치하면 담임 기피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며 “교육당국이 담임교사의 생활지도권 확보, 담임 수당 등 인센티브 확대, 학급당 학생 수 감소 등 제도와 환경 개선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더해 교총은 “우리의 교단은 내가 지킨다는 자세로 ‘자발적 담임교사 맡기 운동’에 적극 동참해 달라”고 교원들에게 호소하며 “조만간 교과부에 단체교섭을 요구해 담임교사의 학생지도권 강화 및 처우 개선, 보직교사 처우개선을 강력히 요구하고 헌법소원 등으로 학생인권조례 폐기 운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각 교육청에서는 조금씩 담임교사 처우개선에 대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경남도교육청은 경남교육행복카드 복지기금으로 담임교사들에게 해외연수 기회를 제공하기로 했다. 전남 여수교육청도 담임교사 일부를 해외연수 보내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고 경북도교육청도 담임수당 등 기본적인 혜택 외에 다른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강구중이다.

 

교과부 복수담임제 도입, 여기저기 원성 높아
이러한 가운데 교과부는 학교폭력근절 종합대책 후속조치로 ‘복수담임제 운영 세부지침’을 마련해 시행한다고 2월 20일 밝혔다. 우선 대상은 30명 이상인 학급이 있는 중학교 2학년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중학교 2학년이 폭력에 취약하다는 현장 의견과 2학년의 폭력을 근절한다면 선·후배로의 파급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선 학교에선 크게 반발하고 있다. 대구 A중학교 교장은 “교사들을 설득해 겨우 담임을 배정했다. 담임을 기피하고 학교업무를 선택해 보직을 맡은 부장교사들을 상대로 어떻게 담임을 맡으라고 하겠느냐”며 답답해했다. B중학교 교감은 “담임 2명이 학급업무를 분담한다고 하지만, 교사 간 갈등의 소지를 안고 있어 어떻게 업무를 나눠야 할지도 고민”이라고 털어놨다. 교과부의 일방통행식 행정에도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C중학교 교장은 “개학이 코앞인데 복수담임제와 관련해 어떠한 공문을 받은 게 없다. 체육수업시수 확대방안을 비롯해 현장 사정을 무시하고 언론플레이에만 치중하는 교과부 정책에 이젠 신물이 난다”고 성토했다. 서울시 양천구 E중학교 교사는 “복수담임제 실시로 교사들의 책임감과 업무량만 늘어났을 뿐 보상은 별반 나아질게 없다”고 비판했다. 제주도교육청 관계자는 “복수담임제 실효성엔 의문이 많다”며 “담임들끼리 서로 책임을 지라는 것인데 서로 기피하는 현상이 심화될 경우 피해는 학생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취재/임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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