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차별 시발점 된 성-역할 고정관념
역차별 시발점 된 성-역할 고정관념
  • 김도윤 기자
  • 승인 2016.08.12 20: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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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김도윤 기자]

역차별 시발점 된 성-역할 고정관념


성별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가져다준 사회 발전 저해 요인

 
 


지난해 2015년, 쥐스탱 트뤼도(Justin Trudeau) 자유당 대표가 캐나다 23대 총리로 취임했다. 그 당시 내각이 여성 15명, 남성 15명으로 구성되어 전 세계의 이목이 쏠렸다. 쥐스탱 트뤼도는 내각 구성에 대해 ‘2015년이니까 당연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인간으로서 가질 수 있는 성은 둘 중 하나다. 여성과 남성. 즉, 세상에 여성이 절반이면 그 나머지는 바로 남성이다. 따라서 그의 발언은 너무나 당연하다. 하지만 그 당연한 일이 오래도록 당연시되지 못했다. ‘정치는 여성의 역할이 아니다’라는 사회적 인식이 당연한 결과를 저해했기 때문이다.




 

 청소년기부터 나타나는 성-역할 고정관념


대부분 사회는 여성과 남성에게 기대하는 역할이 다르다. 이러한 인식을 심리학적 용어로 ‘성 역할 고정관념(sex-role stereotype)’이라고 한다. 사회가 원하는 여성과 남성에 대한 다른 역할은 오랫동안 공유돼왔다. 그래서 같은 문화권에 속한 사람들은 대게 성별에 관해서 동일한 사고를 지녔다. 그 결과, ‘여자는 ~이다’, ‘남자는 ~이다’라는 성별에 대한 고정관념이 생겨난 것이다.
 

  지난해 2015년, 큰 화제를 모았던 여성용품 광고는 성-역할 고정관념으로 인한 사회적 인식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광고에서 진행자는 출연자들에게 ‘Like a girl’처럼 달리라고 요청했다. 이에 성인 남녀와 어린 남자아이는 소극적으로 달렸다. 이후 진행자는 어린 여자아이에게도 같은 요청을 했다. 그 결과, 어린 여자아이는 매우 적극적으로 달리는 모습을 보여줬다. 어린 여자아이에게 ‘Like a girl’의 의미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물어보니 ‘가장 적극적으로 행동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진행자는 우리에게 되묻는다. 언제부터 ‘여자답게’가 우리의 한계점이 되었는지를 말이다. 이들은 어렸을 때는 여성과 남성에 대한 차이가 없었는데, 사춘기를 거치면서 각기 다른 성 역할이 주입됐다는 것을 지적한 것이다.
 

  여성가족부 조사 결과, 학교에서 겪는 남녀불평등으로 청소년 네 명 중 한 명이 ‘성별에 따라 달라지는 선생님의 태도’를 꼽았다고 한다. 여학생들은 ‘운동을 못 할 것’이라는 편견에, 남학생들은 ‘체벌의 강도가 더 높다’는 점에서 남녀불평등을 느꼈다. 이 같은 성-역할 고정관념은 성별에 따라 직업을 한정 짓게 하며, 가정 내 성 역할을 구분 짓기도 한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여성은 집안일, 남성은 가정 생계’다. 여성가족부가 조사한 바로는 성인 여성 2명 중 1명, 남성 4명 중 1명은 ‘가정 내 양성이 불평등하다’고 인식하며, 이를 위해 여성은 집안일, 남성은 가정 생계라는 인식이 개선돼야 한다고 전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마경희 연구위원은 “여전히 가족 내에서의 역할이나 사회적인 활동을 하는 데 있어서 여성들이 여전히 경험적으로 불평등하다고 느끼는 부분이 많습니다”라고 지적했다. ​



양성평등과 창의성 저해하는 원인

성-역할 고정관념은 성별로 개인을 규정하기 때문에 성차별은 물론이고, 역차별의 원인이 된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미혼부에 관한 대우이다. 여성은 모성애가 강하다는 인식이 오랫동안 강하게 나타났는데, 이는 부성애가 상대적으로 약할 것이라는 분위기를 조장했다. 이에 국내 미혼부는 ‘사랑이 법’이 생겨나기 이전까지 자신의 자녀 출생신고도 하지 못했으며, 20대 초반의 미혼부는 군 복무 문제로 미혼모보다 더 어려운 상황에 부닥치기도 했다. 
 

  또한, 성-역할 고정관념은 창의력을 저해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올해 초에 방영된 SBS 스페셜 ‘어떻게 영재가 되는가 : 섬세한 아빠, 터프한 엄마’ 편 취재원은 세계 특허 보유국 1위이자 IT 강국으로 떠오른 스웨덴 유치원 취재를 통해서 이 같은 사실을 조명했다. 스웨덴 유치원은 교사의 성 비율이 거의 같은데, 이는 성별에 따른 직업 구분이 존재하지 않음을 말해준다. 실제로 스웨덴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성-역할 고정관념 없이 노는데, 남자도 감정을 표현할 수 있고, 여자도 터프할 수 있다는 열린 교육을 받으며 자란다. 성별로 개인의 차이를 규정하기보다는 열린 교육을 통해 개인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한 결과가 아이들의 창의력 발달에 도움을 준 것이다. 이러한 결과는 브리검영대학교 새라 코이니 교수팀의 연구결과에서도 나타난다. 연구팀이 5세와 6세 아동 198명을 대상으로 1년간 연구를 진행한 결과, 디즈니 공주 캐릭터에 노출도가 높은 아동일수록 섬세한 행동을 보이는 비율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으며, 이는 남자아이도 마찬가지였다. 이에 코이니 교수팀은 “남자아이에게 나타난 남성성이 디즈니 공주의 영향으로 ‘양성화’되는데, 이는 행동발달에 긍정적인 영향을 줍니다”라고 전했다.
 

  ‘나는 아빠의 총을 들고, 엄마의 치마를 입고, 삼촌의 신발을 신었다’ 영화 <스토커>의 첫 장면 대사처럼 한 사람의 성장 과정에 있어 주변 환경의 영향력이란 어마어마하다. 우리가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일반적인 행동이 어떻게 생겨난 것인지에 관해 한 번쯤 고민해볼 만한 시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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