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동혁 피아니스트
임동혁 피아니스트
  • 임성희 기자
  • 승인 2012.03.08 09: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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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임성희 기자]

Special Interview

데뷔 10주년 전국투어 리사이틀 성공리에 막 내려
오빠부대 몰고 다니는 한국 클래식의 젊은 거장

“기분 좋아요. 감개무량하고. 무엇보다 데뷔한 후 10년이 되었을 때, 기념 연주회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사람들이 있고, 꾸준히 연주할 수 있도록 찾아주는 관객이 있어서 감사합니다.” 아직 젊지만 올해로 데뷔 10주년을 맞이하는 피아니스트 임동혁이 전국투어 리사이틀을 가졌다. 숱한 화제를 낳았던 클래식 아이돌 스타 임동혁의 ‘데뷔 10년’은 그의 개인사를 돌아보는 시간이기도하지만 한국 클래식 음악 시장이 변화해 온 10년이기도 하다.

 

신동에서 젊은 거장으로 성장
한국을 대표하는 클래식계의 대표스타, 피아니스트 임동혁이 2년 만에 전국투어 리사이틀을 가졌다. 지난 2008년 그는 바흐 레퍼토리로 전국 투어를 가졌고, 이어 바흐 골드베르크(EMI) 음반 발매, 2010년 쇼팽 탄생 200주년을 기념해 쇼팽 스페셜리스트로서의 화려한 연주를 보여줬다. 그리고 2012년, 데뷔 10주년을 맞아 한국 팬들을 다시 찾아왔다. 세계 콩쿠르에서 유례없는 젊은 한국인 연주자들의 수상소식들을 접하는 요즘 임동혁은 이미 10년 전에 한국인에게 척박했던 세계 콩쿠르 무대에서 그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임동혁은 클래식 연주자로서는 전무후무하게 인터넷 팬 카페 회원 수만 4만여 명을 육박하며 공연장에 오빠부대를 이끌고 다니는 독보적인 존재이다. 지난 2004년, 2006년, 2008년, 2010년의 리사이틀을 통해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2,500석 전석을 매진시키며 임동혁이 단순한 콩쿠르 스타가 아닌 한국 클래식계의 새로운 희망이며 새 세대임을 보여주고 있다. 임동혁의 이번 공연은 그가 19살, 20살의 길목에서 피아니스트로 첫 리사이틀 데뷔 후 29살이 된 지금까지 데뷔 10년을 30살의 길목에서 돌아본 것이다. 이번 리사이틀은 지난 10년간 세상 속으로 갓 나온 젊은 소년에서 성인으로, 신동에서 젊은 거장으로 변신 중인 임동혁을 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피아니스트 임동혁은 천재 피아니스트의 타이틀을 넘어서서 피아노에 대한 진지한 탐구와 자세로 진정한 음악가의 길을 순항 중이다.

 

“피아노 칠 때 가장 행복해”
임동혁의 지난 10년은 이슈와 뉴스의 연속이었다. 10주년 기념 무대를 갖게 된 데 대해 감사한 마음이 크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앞으로 가야할 길에 대한 고민과 부담도 크다. 
“앞으로 저를 소개할만한 뉴스거리는 뭐가 있을까요? 이제 콩쿠르 수상 소식을 전하진 않을 거고, 좋아하는 수식어는 아니지만 ‘신동’이라는 표현으로 도움 받을 수 있는 시기도 이제 지났거든요. 나이가 들어 무대 위에서 계속 연주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무대를 지키려면 지금보다도 더 실력을 갖춰야 하고, 운도 많이 따라줘야 할거에요. 앞으로의 10년은 제가 계속 연주자로 남을 수 있을 것인지를 판가름하는 중요한 시기가 될 거라 생각합니다.”  아직 20대이지만 지난 10년 동안 임동혁은 제 나이에 겪어야 할 스트레스보다 훨씬 많은 걸 감당해야 했다. 감당 못할 아픔도 많았지만 무엇보다 사랑하는 어머니를 갑자기 잃었다. 자신의 행동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른다는 것도 톡톡히 배웠다. “무서운 게 점점 없어진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10년 동안 너무 많은 일을 겪었거든요. 이제는 맷집이 생겨 스트레스도 덜 받고 덜 힘들 거라 생각했는데, 살다보면 더 큰 아픔도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오히려 음악에 대한 고민과 음악에 대한 스트레스는 콩쿠르 준비하던 때보다 지금이 더 많아요.”   
힘든 날들을 겪으면서 자신이 있어야할 위치를 잘 알았다는 그는
“전 제가 언제 정말 행복을 느끼는지 모르고 살았어요. 친구들, 후배들이 그래요. 피아노를 칠 때 제가 가장 행복해 보인다고요. 이 좋은 음악을 왜 전엔 제대로 몰랐을까, 그런 생각도 요즘 합니다. 이제 제 생활 사이클을 여기다 맞추려고요. 그게 저의 지금 숙제에요.”
(출처 크레디아)

 

세계 거장들도 극찬한 임동혁
1984년 서울에서 출생한 임동혁은 7세의 나이에 피아노를 시작해 10세 때 러시아로 이주, 그곳의 모스크바 국립 음악원에서 수학했다. 임동혁이 처음 세상에 알려진 것은 1996년 국제 청소년 쇼팽 콩쿠르 2위에 입상하면서부터였다. 형인 임동민은 1위에, 임동혁은 2위에 나란히 입상하면서 두 형제는 세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후 임동혁은 모스크바국립음악원에 입학해 가브릴로프, 부닌 등을 길러낸 명교수 레프 나우모프(Lev Naumov)를 사사했고, 그는 “임동혁은 황금손을 가졌다”라고 극찬할 정도로 임동혁에 대한 사랑이 지극했다. 2000년 부조니 콩쿠르와 하마마쓰 콩쿠르에서 입상하고 이듬해 프랑스 롱-티보 콩쿠르에서 1위 수상과 더불어 솔로 리사이틀 상, 오케스트라 상, 프랑스 작곡가 해석 상, 파리음악원 학생 상, 마담 가비 파스키에 상 등 5개상을 휩쓸며 2001년을 화려하게 마감했다. 2003년에는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편파 판정에 불복, 수상을 거부하며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 클래식계에 핫 이슈를 몰고 왔지만, 2005년 제 15회 국제 쇼팽 콩쿠르에서 3위를 수상하며 그의 관한 일부 우려의 목소리를 잠재웠다. 또한 2007년 6월, 제13회 차이코프스키 국제 콩쿠르 피아노 부분에서 1위없는 공동 4위를 수상하며 세계 3대 콩쿠르를 석권하는 쾌거를 이뤘다. ‘피아노의 여제’ 마르타 아르헤리치는 누구보다 임동혁을 적극적으로 후원하고 있다. 몇몇 음악 페스티벌에서 임동혁의 인상적인 연주를 지켜본 아르헤리치는 라로크당테롱페스티벌, 베르비에 페스티벌 등에 임동혁을 초청했으며, EMI클래식의 ‘젊은 피아니스트’ 시리즈에 그를 적극 추천했다. EMI클래식은 아르헤리치의 의견을 받아들여 파격적인 조건으로 그의 데뷔 음반을 출시했고, 임동혁은 이 음반으로 ‘황금디아파종상’을 수상하며 EMI의 선택이 옳았음을 증명해 보였다. 당시 아르헤리치의 추천으로 음반이 발매된 4명의 연주자 중 임동혁만이 유일하게 2집을 출시하였는데, 그의 두 번째 음반 역시 프랑스의 ‘쇼크 상’을 수상하며 평론가들의 찬사를 받았다.

 

대전예술의전당 공연, 관람객의 심금을 울리다.
온몸으로 연주한 쇼팽과 라흐마니노프

소문과 글로만 접하던 임동혁을 처음으로 만나는 시간. 설렘과 함께 기대를 머금고 그를 만나러 갔다. 공연장은 수많은 인파로 가득 찼다. 한국 클래식계의 아이돌 스타답게 젊은 여성 팬들이 다수를 이뤘고 아이들 손을 잡고 온 부모들의 모습도 많았다. 자신의 자녀에게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임동혁의 모습을 보여주고픈 그들의 마음을 어찌 이해 못하랴. 임동혁은 대전공연에서 쇼팽과 라흐마니노프를 선택했다. 1부에서는 쇼팽의 안단테 스피아나토와 화려한 대 폴로네이즈, 작품 22번과 피아노 소나타 3번 b단조, 작품58을 연주했다. 그가 처음 피아노를 두드리는 순간 모든 청중들의 눈과 귀는 그의 손을 향했다. 작지만 가녀린 손으로 연주하는 쇼팽은 너무도 부드럽고 장엄했다. 1996년 모스크바 국제 청소년 쇼팽 콩쿠르에서 입상하면서 세상에 그 이름을 알린 그답게 쇼팽 스페셜리스트로서 쇼팽을 연주하는 그의 모습은 자신감이 넘쳐흘렀다. 2부에서는 김정권의 봄의 눈빛들(여덟 개의 성격소품)과 라흐마니노프의 전주곡 2번 c샤프 단조, 작품3, 전주곡 5번 g단조, 작품23, 피아노 소나타 2번 b플랫 단조, 작품36이 연주됐다. 라흐마니노프는 임동혁의 앞으로 또 다른 10년을 투영하는 공연이었다. 특히 라흐마니노프 소나타 2번은 피아니스트로서 굉장한 집중력과 테크닉을 요하는 곡으로, 임동혁 본인도 기대되는 곡인 동시에 새로운 도전이라고 말한 바 있다. 특히 라흐마니노프는 그의 ‘러시안 스타일’을 대변하고 있다. “지난 10년을 돌아보며 의미 있는 때를 떠올려봤어요.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아무래도 오늘날의 나의 모습, 나의 연주 스타일이 만들어진 것은 러시아 모스크바 국립음악원에서 수학하던 5년간의 시간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14살부터 영향을 받은 나만의 연주 스타일, ‘러시안 스타일’이라는 것이 만들어졌겠죠.” 임동혁이 말하는 ‘러시안 스타일’은 ‘뜨겁고, 진솔하며, 머리보단 가슴, 넓고 감정 표현에 적극적인, 항상 노래하듯이’ 등으로 묘사되고 있다. 임동혁은 라흐마니노프 특유의 중량감과 러시아적인 스케일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한층 낭만적이면서도 현대적인 감수성을 투영하며 러시아 피아니즘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 빠른 부분에서는 손가락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빠른 터치로 청중들을 놀래켰고 격렬하고 강한 부분에서는 온몸을 들썩이며 온 힘을 피아노 터치에 실었다. 그러다가도 부드러운 부분이 나오면 그의 몸도 따라 조용히 움츠러들며 부드럽고 감성적인 터치로 청중들의 심금을 울렸다. 기자가 본 임동혁은 온몸으로 피아노를 연주하는 감성의 소유자였다. 작은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연주는 관람석의 모든 청중들을 압도했다. 공연이 끝나고 팬사인회에 몰려든 긴 줄을 보면서 임동혁의 인기를 새삼 실감할 수 있었다. 이제까지 걸어 온 10년을 잘 마무리한 임동혁이 앞으로 걸어갈 10년에서는 어떠한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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