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클러스터 전쟁 II] 대한민국 바이오클러스터 보고서
[바이오클러스터 전쟁 II] 대한민국 바이오클러스터 보고서
  • 이민성 기자
  • 승인 2016.08.04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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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이민성 기자]

 

 

창조경제의 공신, 바이오클러스터의 신약개발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발전하는 제약·바이오산업



최근 국내 제약·벤처 기업들의 약진이 이어지고 있다. 특허 만료로 열린 수십조 원 규모 제약 시장에서 바이오시밀러 제품들을 통해 경쟁력을 얻은 국내 기업들은 최근 새로운 경쟁력 확보를 위해 신약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특히 최근 주목받고 있는 바이오신약 시장은 각 지역의 바이오클러스터 육성 사업과 함께 빠르게 성장해 국내 제약 시장의 11.5%를 점유하고 있다. 현재 세계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바이오 신약 사업의 현주소를 알아봤다.



국내 제약 산업 현주소


한국제약협회에 따르면 국내 의약품 시장의 크기는 지난 2013년 기준 1,100조 원 규모의 세계 제약시장에서 1.7%에 해당하는 19조 원으로 알려졌다. 특히 2014년 기준, 894개로 조사된 국내 의약품 제조기업 중 완제의약품을 생산하는 국내 기업은 285곳으로 현재 8만여 명의 관계자들이 제약업계에서 활동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제약협회는 현재 국내 신약 개발 산업이 미국 FDA 승인 기준 세계 10위권으로 임상시험분야와 신약개발 사업에서 선진국으로 인정받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국내 제약 시장은 세계 여러 선진국과 비교해 후발 주자로 시작한 만큼 시장 규모나 수출실적에 있어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고 평가받고 있다. 

 
1999년 SK케미칼이 개발한 국내 첫 신약 항암제 선플라주가 세계 제약업계에서 반향을 얻자 국내 제약 기업들은 신약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더불어 2000년대 중반 이후 국내 제약 산업계에는 ‘GMP(Good Manufacturing Practice)’ 선진화 프로젝트에 따라 선진국들이 요구하는 cGMP 수준의 생산 기반 구축을 위해 3조 원 이상의 투자가 이루어졌다. GMP는 식품과 의약품의 안정성과 유효성을 품질 면에서 보증하는 기본조건을 말하는 단어로 제조 및 관리의 기준이 되는 규범을 말한다. 이후 이러한 사회적 흐름에 편승한 여러 제약 기업들의 노력에 힘입어 지난해까지 국내에서 24개의 신약이 개발됐다. 특히 천연물로 제작된 신약의 경우 지난 2013년 기준 8개가 허가된 바 있다. 또한, 한미약품의 에소메졸과 같은 기존 시장을 지배하던 약품들의 특허가 만료되며 효과나 안정성을 보강한 개량 신약이 등장해 국내 제약 시장의 세계 경쟁력을 상승시켰다. 이외에도 바이오의약품 분야에서 세계 최초의 줄기세포 치료제로 주목받은 파미셀의 ‘하티셀그램’이나 항체 바이오시밀러로 알려진 셀트리온의 ‘램시마’ 등 다양한 신약들이 등장했다. 2014년 9월 보건산업진흥원이 조사한 ‘보건산업동향’에 따르면 당시 국내 제약사들의 신약개발 파이프라인은 671건으로 이 중 25개가 미국 FDA의 임상 승인이나 완료, 허가 단계에 진입해 앞으로 새로운 성과로 이어질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제약 산업의 발전에 정부의 지원은 물론 기업들의 연구 개발에 대한 투자 강화가 큰 역할을 했다고 주장한다. 최근 제약사 연구개발비 1조 시대가 열리며 국내 제약기업들은 신약 개발을 위한 R&D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2015년 상장 제약사 86곳의 연구개발비용은 1조 1,694억 원으로 전년 대비 12.4%가 증가했다. 특히 상위권 10대 제약사의 R&D 비용은 전체 연구개발비의 53.3%인 6,230억 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신약 개발사업의 가치


제약업계 관계자들은 국내 신약 개발 산업의 대표적인 선도기업으로 한미약품을 이야기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기업 매출액의 15%에 해당하는 1,871억 원을 투자해 국내 제약회사 중 가장 많은 연구개발비용을 지출하는 기업으로 알려진 바 있다. 한미약품의 대표적 R&D 사업인 ‘퀀텀프로젝트’는 2015년 프랑스의 제약회사 사노피(Sanofi) 사와 35억 유로(한화 약 4조 8,000억 원)의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하며 국내 제약 산업 118년 역사의 한 획을 그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2015년 한미약품은 퀀텀프로젝트의 기술 외에도 내성표적 폐암신약인 ‘Olmutinib’, 당뇨·비만치료제 ‘HM12525A’, 면역질환치료제 ‘HM71224’ 등으로 전체 계약 규모가 8조 원에 달한다. 이에 2015년 매출 500대 기업 중 시가총액 증가율 1위를 차지한 한미약품은 기존 9,939억 원에서 649.4%가 증가한 총 7조 4,481억 원의 시가총액을 기록했다.

 
2015년 한미약품의 기록은 연구개발을 통한 기술 혁신의 대표적 사례로 기록됐다. 증권가의 애널리스트들은 한미약품의 사례가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신약 개발이 지닌 부가가치를 되돌아보게 하는 기회가 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러한 한미약품의 사례를 통해 더 많은 제약 기업들이 신약 개발에 뛰어들며 국내 바이오·제약 업계에는 연구 개발 열풍이 불고 있다. 지난 6월 8일에는 구조 유전체학 기반 신약 개발기업인 크리스탈지노믹스가 미국 제약사와 전임상 개발 중인 급성골수성백혈병(AML) 신약후보 (CG 026806)의 3,500억 원 규모 기술수출 계약(L/O)을 체결했다. 크리스탈지노믹스는 국내에서도 골관절염 신약 ‘아셀렉스(Acelex)’를 중심으로 국내 제약 산업의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2016년 상반기 국내 제약·바이오 기술은 이미 6천억 원을 돌파했으며 현재 7건의 해외 라이센스 아웃 계약이 체결된 상황이다. 

 

생체의약품의 부각과 바이오클러스터


한미약품의 임성기 회장은 2016년 한미 오픈이노베이션 포럼에서 R&D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연구개발이 없는 제약산업은 죽은 산업이다”라고 이야기한 바 있다. 국내 제약·바이오의 연구개발의 핵심인 바이오클러스터는 지난해 한미약품의 사례에 변화한 시장환경에서 연구 집적 단지로서 그 가치를 더하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들은 바이오 신약이 최근 의학계에서 주목받고 있다고 말하며 높은 가치를 지닌 산업 영역이라고 표현했다. 특히 줄기세포와 항체 관련 기술의 약진과 함께 바이오의약품 시장은 2010년 당시 1,380억 달러에서 6년간 연평균 3.9%가량 성장해 현재 국내 의약품 시장의 11.5%를 점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바이오 의약품 시장이 우수한 생명공학 인프라와 뛰어난 임상시험 능력, 세계 최고 수준의 IT 기반 신기술 등의 강점으로 이미 세계에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2015년 2월 기준 세계에서 상용화된 바이오의약품 줄기세포치료제 6개 중 4개가 한국제품으로 세계 바이오신약 산업을 선도하고 있다. 

 
정부는 2017년까지 기업들이 5개 이상의 세계수준의 바이오신약을 출시할 수 있도록 ‘범부처신약개발사업’과 같은 다양한 지원을 펼치고 있다. 특히 지난해 한미약품의 사례에 신약 개발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주목받으며 지자체들은 ‘바이오클러스터(Bio-Cluster)’ 육성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바이오클러스터는 생물이라는 뜻의 ‘바이오(Bio)’와 유사 업종에서 각기 다른 기능을 수행하는 기업·기관들이 집중된 장소를 말하는 ‘클러스터(Cluster)’의 합성어로 생체의학기술 연구개발을 수행할 수 있는 인적·물적 집중단지로 볼 수 있다. 

 
현재 국내의 바이오클러스터 단지는 충북 오송, 제천, 화순, 인천 등 지역별로 다양하다. 대표적인 바이오클러스터인 충북 오송의 경우 식품의약품안전청, 질병관리본부,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등 6대 국가보건의료기관이 집중되어 있다. 특히 이곳은 오송생명과학단지와 오송첨단의료복합단지 등 세계 수준의 바이오 신도시 조성이 계획돼 2038년까지 4조 3천억 원의 국가 예산이 투입된다. KTX 오송역 등의 교통 인프라까지 갖춰 차세대 바이오산업의 요충지로 평가받고 있다. 한편, 인천의 경우 바이오산업단지 조성, 바이오 신산업 육성, 바이오 기업 지원시스템 구축 등 3개 추진 전략으로 지역을 바이오클러스터 핵심 지역으로 조성하고 있다. 이곳 인천에서 바이오시밀러 산업의 선두주자이자 매출의 50%를 R&D에 투자하고 있는 셀트리온은 최근 제2공장을 준공한 바 있으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경우 송도에 2020년까지 2조 1천억 원을 투자한 바이오 의약품 위탁 생산 및 신약 제조시설을 건립할 계획이다. 인천 송도 지구에는 현재 바이오메디파크, 바이오리서치콜플렉스, 청라 BT·IT 융복합연구단지 등이 조성되어 있다. 이외에도 제천에 조성된 한방바이오클러스터나 화순의 바이오메디컬클러스터의 경우 지역의 병원, 기업, 지자체와 연계해 우수한 성과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쟁 이면에 남겨진 문제점


현재 지역별로 조성된 바이오클러스터가 국내 제약 산업 발전에 기여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러한 지자체의 과도한 바이오클러스터 육성이 지역 간 과열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실제 2009년 바이오클러스터와 관련된 첨복단지 공모에서 탈락한 일부 지자체들이 자체적으로 예산을 편성해 바이오산업 육성을 선언하며 클러스터 추진이 난립하고 있다. 이들 지자체의 경쟁이 심화하며 기관과 기업 유치과정의 갈등, 정부 투자의 분산에 따른 경쟁력 상실 등의 부작용은 일차적 문제다. 지자체들은 바이오클러스터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각 전문기관의 유치를 놓고 대립하고 있어 지역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 제약 산업의 특성상 신약 후보 물질 개발부터 임상 종료 후 시판까지 일련의 프로세스에 진행되는 시간은 10년 정도로 연구개발비의 소모도 크다. 하지만 지자체 중 일부는 정부의 지원을 받기 위해 충분한 사전 검토가 없는 무리한 사업 진행과 성과에 대한 집착으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바이오 신약 연구가 당장 가시적 성과를 나타내지 못하는 부분과 개발 성공이 완벽하게 보장되지 않다는 점에도 불구하고 정부나 지자체가 연구기관이나 기업의 단기적 결과에 집착하는 문제점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바이오클러스터 경쟁의 또 다른 문제점은 일부 지자체가 인프라 조성이 부족한 지역에 바이오클러스터를 육성하며 실질적인 지원책이 미흡하다는 부분이다. 한 바이오 제약사 관계자는 “바이오산업 육성에 사회적 관심이 집중된다는 것은 좋은 현상이지만, 실질적인 예산 지원, 환경, 인력 문제 등 대책 없이 명분만 가져오는 경우가 많다”라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제약사들은 바이오클러스터 산업 육성이 현실적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 각 지역의 산·학·연의 연계가 필수라고 주장한다. 특히 관계자들은 바이오클러스터의 성공적인 도입과 발전을 위해 시스템적인 해결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내 신약 개발 산업의 발전을 위해 바이오클러스터 단지의 조성은 타당하다. 하지만 지금처럼 지역 간의 클러스터 경쟁이 과열화되고 있는 상황은 국내 바이오산업 전반의 경쟁력 약화를 가져올 수 있다. 현재 세계 10위권인 국내 제약 산업이 더 높은 곳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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