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클러스터 전쟁 Ⅲ] 제약강국의 자격
[바이오클러스터 전쟁 Ⅲ] 제약강국의 자격
  • 박경보 기자
  • 승인 2016.08.04 18: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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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박경보 기자]



 

유럽, 적극적이고 꾸준한 R&D 투자를 통해 제약시장을 이끌어가다  

투자를 기반으로 관련 분야 서로 협력해 생태계 완성해야  


 

▲ⓒNovartis

 

 


지카바이러스와 같은 신종 질환의 출현 등 외부적 위험 요인으로부터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제약산업을 포함한 첨단의료기술 개발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주요 선진국들은 이미 첨단의료기술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인식하고 그 중 제약 산업에 대한 R&D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제약산업에서 성공한 선진국들의 사례들을 통해 제약강국이 되기 위한 조건들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바이오제약 시장 선점을 위한 선진국들의 각축전


세계 경제는 제조업 경제를 넘어 디지털 경제로 진화했고, OECD는 2030년부터 바이오기술(BT)을 중심으로 IT와 나노기술 등 융복합을 기반의 바이오 경제시대로 진입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제약, 의료기기, 의료서비스 등 바이오 산업이 IT를 이어 세계 경제의 변화를 이끌 미래 핵심 성장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러한 바이오 산업은 국민건강 증진과 경제성장을 실현할 수 있는 유망산업으로, 첨단 과학기술의 접목을 통해 새로운 고부가가치 창출과 함께 좋은 일자리를 지속적으로 만들어내는 미래 먹거리 중 핵심 산업이다. 

 
최근 들어서는 세포치료제, 바이오시밀러, 백신으로 대표되는 바이오의약품 시장이 전환기를 맞고 있다. 급속한 사회 환경 변화로 만성·난치성 질환자가 늘어나고 있고 신종 감염병 출현, 생물테러 등으로 인해 바이오의약품에 대한 중요성이 전 세계적으로 부각되고 있다. 특히 인구 고령화로 인한 건강보험 재정부담 등 사회적 비용이 증가하면서 바이오의약품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지난 6월 초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2016 바이오인터내셔널컨벤션’은 69개 국가, 1800여개 업체가 참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행사였다. 우리나라도 역대 최대로 100개가 넘는 업체가 참가했다. 전 세계에 불고 있는 바이오 열풍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애플과 구글은 정보기술(IT) 분야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획기적인 변화를 일으켜 시장의 판도 자체를 바꾼 게임체인저(game changer)였다. 최근 바이오의약품 분야에서도 게임체인저가 되기 위한 국가간·기업간 경쟁이 치열하다. 바이오의약품은 신약 개발뿐 아니라 의약품위탁생산(CMO)과 바이오시밀러에서도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여 선진국들이 앞다퉈 제도를 개선하고 연구·개발에 천문학적인 비용을 쏟아 붓고 있다. 머크, 화이자, 글락소스미스클라인 등 다국적 제약사들은 바이오 벤처의 인수·합병과 전략적 제휴 등을 활용하여 급성장 중인 바이오의약품 시장을 선점하려 하고 있다. 

 
바이오의약품의 전세계 시장 규모는 약 1,200조원으로, 우리나라 기반 산업인 자동차·반도체 시장 규모의 2~3배에 이르고 있다.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수록 다양한 질환 치료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기 때문에 부가가치도 커지기 마련이다. 이 때문에 바이오의약품 시장은 그만큼 경쟁도 치열할 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긴 개발기간 때문에 장기적 안목으로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관련 전문가들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IMS Health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의약품 시장규모는 2015년 1조 달러로, 향후 만성질환 급증 및 치료 기술 발달 등으로 인해 의약품 소비 증가에 따라 연평균 4~7% 성장해 2020년까지 최대 1조 4,000억 달러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시장 선점을 위한 전 세계 국가들의 투자를 통한 각축전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벨기에, 공격적인 R&D 투자로 제약강국 우뚝


유럽의 작은 나라로 알려진 벨기에가 최근 신흥 제약강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제약산업은 독일, 스위스와 같은 유럽 강대국이 먼저 떠오르지만, 사실 벨기에는 글로벌 제약산업을 이끌어 온 숨은 강자로 볼 수 있다. 벨기에의 인구는 약 1,100만명으로 서울 인구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2013년 기준 세계 12위 무역국으로 특히 수출액의 약 10%를 의약품이 차지하고 있다. 

 
벨기에는 의약품 수출뿐 아니라 신약 개발과 임상시험에 있어서 세계 최고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세계에서 개발되는 신약 중 5%가 벨기에 제품으로 인구당 임상시험 수의 경우 세계 1위다. 벨기에가 비교적 단기간에 신흥 강국으로 성장한 데는 정부의 적극적인 연구개발(R&D)에 대한 투자와 함께 정책적인 지원이 있었다. 

 
특히 벨기에는 제약 분야의 R&D에 매년 약 2조 133억 원(15억 유로)을 투자하고 있다. 이는 벨기에 전체 R&D 투자액의 약 40%를 차지한다. 벨기에에서는 제약사들의 수요에 부흥한 임상시험 시스템도 연쇄적으로 발달하고 있다. 자생적으로 발전시킨 임상시험 전문성이 해외 기업들의 관심과 투자를 끌면서 화이자, GSK, 노바티스, 머크, 젠자임 등과 같은 글로벌 제약기업들이 벨기에에서 신약 임상시험을 진행하기 위해 모여들었기 때문이다.

 
글로벌 상위 30개 제약기업 중 29개사가 우리나라 경상도 크기의 벨기에에 R&D센터나 지사 등을 설립하자 자연스럽게 산업 클러스터가 형성되고 임상시험의 전문성이나 규모가 더욱 발전하게 된 것이다. 

 
물론 아직까지는 스위스나 독일이 제약기업의 밀집 규모가 더 큰 편이다. 그러나 벨기에는 실험실이나 사무실 운영 비용이나 임상시험 비용이 경쟁 국가들에 비해 저렴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있었다. 제약업계는 “중소 제약기업에는 더욱 매력적”이라며 최근에는 비용이 저렴한 동유럽 국가들도 제약기업 유치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오랜 전통을 바탕으로 한 전문성과 노하우는 벨기에가 여전히 앞선다고 평가하고 있다.

 
벨기에 뿐만 아니라 미국과 스위스, 독일, 일본 등의 선진국들은 제약산업을 핵심 미래성장동력으로 삼고, 국가 차원에서 집중 육성하고 있다. 제약산업에 대한 규제와 통제가 아닌 정부주도 육성전략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제약산업 지원 정책의 핵심은 가격규제와 시장 접근 제한의 배제다. 미국은 기초 연구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숙련된 노동력, 비간섭적인 기업 규제, 강력한 지적재산권 등 제약산업 지원정책을 추진 중이다. 일본은 전 일본 차원의 신약개발 지원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EU는 2013년 채택한 유럽 2020 전략에 따라 약 14조 3,000억 원을 건강과 의학분야에 투자하고 있다.

 
제약강국의 대명사로 불리는 스위스는 ‘로슈’사의 유방암치료제의 성공으로 잘 알려져 있다. 현재 완치가 가능한 유방암은 15년 전만 해도 난치병이었다. 특히 특정 유전자(HER2)가 지나치게 발현된 유방암은 손 쓸 방법이 없었다. 유방암 환자 5명 중 1명이 이러한 경우에 해당한다. 그런데 1998년 미국 생명공학기업 제넨텍이 HER2를 억제하는 치료제 허셉틴을 출시해 유방암 치료에 일대 혁신을 일으켰다. 스위스 제약사 로슈는 2009년 제넨텍을 전격 인수했다.  제넨텍을 인수한 로슈는 제넨텍의 과학자들을 독립 부서로 배치해 자유롭게 연구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로슈 관계자는 “임상연구 실패 후 이를 기념하는 자리를 마련하는 등 실패를 R&D의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여기는 문화가 녹아들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했다”고 말했다. 

 
그 결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과감한 개발을 통해 허셉틴을 기반으로 퍼제타, 캐싸일라 등을 추가 개발해 유방암 치료의 혁신을 이뤄냈다. 주사 방식도 바꿨는데, 30~90분 동안 맞아야 했던 정맥주사 형태의 허셉틴을 2~5분 만에 맞을 수 있는 피하주사로 변형했다. 

 
이 같은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R&D 투자는 스위스를 세계 최고의 제약강국으로 만드는데 공을 세웠다. 스위스의 경우 제약을 포함한 화학산업의 수출규모가 총 수출의 40%가 넘는 등 스위스 경제성장의 핵심산업이며, 특히 글로벌 제약회사인 노바티스와 로슈는 R&D 집중 투자와 바이오제약시장 확대 등을 통해 세계 제약시장을 이끌고 있다. 

 
스위스처럼 작은 규모의 국가인 이스라엘의 경우에도 수준 높은 생명과학기술을 바탕으로 산학연 협력모델을 구축해 2008~2013년까지 이스라엘 제약시장 연평균 성장률이 30%나 증가하는 성과를 이루었다. 

 
제약산업에 대한 투자는 선진국뿐만 아니라 신흥국들에서도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다.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가들은 차별적인 혁신 정책으로 제약산업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중국은 정부의 강력한 의료개혁 정책으로 인해 급성장하고 있다. 프로스트&설리반의 중국 의약품 시장 자료에 따르면 2007년 3억 9,700만 달러(4,328억원) 규모였던 중국 시장은 2013년 15억 9,000만 달러(1조 7,334억원)으로 성장했고, 2016년에는 28억 300만 달러(3조 558억원)로 예측되면서, 연평균 성장률이 20%를 훌쩍 넘고 있다. 또한 개발수준에 따른 차등화된 약가제도 등 정책적으로 외국계 제약사들의 투자를 유도하고 있다.

 
일찍부터 제약산업에 국가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은 인도의 제약시장은 2009년 126억 달러에서 2020년 550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인도의 제약산업은 글로벌 제약산업에서 가치는 약 1.4%를, 물량으로는 10%을 차지하고 있다. 인도정부는 의료서비스와 의료기기 사업 등을 보다 확대해 글로벌 규모의 의료시설을 만들면서 제약과 의료의 복합발전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 최근 미국에서 열린 ‘2016 바이오인터내셔널컨벤션’은 국제적인 관심을 받았다.

 

갈 길 먼 한국의 바이오 제약 산업


이처럼 바이오 제약 시장은 신약 개발뿐 아니라 의약품위탁생산(CMO)과 바이오시밀러에서도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선진국들이 앞다퉈 제도를 개선하고 연구개발에 천문학적인 비용을 쏟아 붓고 있는 상황이다.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제약 산업에 대한 R&D 투자를 통해 발전하고 있는 주요 경쟁국들과 달리, 한국은 한발 뒤처진 상황이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정부 규제가 강화되면서 제약 산업 자체가 위축됐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도 2012년 ‘2020년 글로벌 제약강국 7위’를 목표로 동분서주하고 있지만, R&D 투자는 물론 제약산업 육성에 대한 지원책은 여전히 부족한 수준이다. 

 
정부의 R&D 투자 자체가 선진국들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데다, 제약강국들의 사례에 비춰볼 때 정부 정책만으로는 혁신적인 신약들이 개발돼 지속 가능한 성장이 이루어지는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다시 말해 산업계와 의료계, 학계 등 관련 분야가 서로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생태계를 조성해야만 진정한 바이오 강국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정부와 기업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대한민국이 제약바이오산업의 글로벌 강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을지 많은 관심과 기대가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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