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두 번째 여성 총리 탄생, 국운을 등에 얹다
영국 두 번째 여성 총리 탄생, 국운을 등에 얹다
  • 김남근 기자
  • 승인 2016.08.04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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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김남근 기자]


[Cover Story] 테레사 메이(Theresa May) 영국 총리


 

영국 두 번째 여성 총리 탄생, 국운(國運)을 등에 얹다

‘초연하고 냉정한(aloof and sober)’ 태도의 ‘실용주의적 개혁가(pragmatic reformer)’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은 지난달 5일(현지시각) ‘남성들이 만들어놓은 정치적 잿더미(the political ashes of men) 속에서 여성들이 부상하고 있다’라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지구촌의 정치적, 경제적 혼란 국면에서 여성 리더십이 부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쇼크와 전 세계적 경제위기,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 나오는 끔찍한 테러 등으로 어수선한 지구촌에 여성 지도자들이 해결사로 떠오르고 있음을 암시하는 것이다. 현 영국 총리와 미국 대통령, 유엔 사무총장 등 세계를 이끌 지도자로 유력시되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여성들이다. 미국과 영국, 독일, 유엔 사무총장 등 세계의 주요 지도자들이 모두 여성으로 채워지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이다. 그 중심에 테레사 메이(Theresa May) 총리가 서 있다.


브렉시트 찬·반 세력 모두의 지지를 얻다


영국에 두 번째 여성 총리가 탄생했다. 신임 메이 총리로 인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니콜라 스터전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 등 여성 지도자들과 함께 유럽 정치를 주도하게 됐다. 강한 포용력과 지도력을 겸비한 이들 여성 정치인들은 브렉시트 사태에 따른 유럽의 혼란을 수습할 ‘철의 여인’들로 주목을 받고 있다.

 
이미 영국의 차기 총리가 될 보수당 대표를 뽑는 지난달 5일(현지시각) 1차 경선에서 메이 장관은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메이 장관은 총 329표 중 과반이 넘는 165표를 얻었는데, 또 다른 후보인 앤드리아 레드섬 에너지장관(66표)과 마이클 고브 법무장관(48표), 스티븐 크랩(34표) 고용연금장관과 리엄 폭스 전 국방장관(16표) 등 남성 경쟁자 4명은 메이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메이는 이날 “당과 나라를 통합하겠다. EU 탈퇴 협상에서 최선의 합의를 얻어 내겠다. 모든 사람을 위한 영국을 만들어가겠다. 이 세 가지 역할을 할 사람으로 내가 가장 적임자”라고 당차게 말했다.

 
이러한 가운데 메이와 경합을 벌이던 총리 후보 안드레아 레드섬 에너지 차관이 지난 11일(현지시각)경선 포기를 선언했다. 가디언은 빠른 시간 안에 테레사 메이 내무장관이 차기 총리로 지명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레드섬은 11일 노샘프턴셔 자택 앞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보수당 경선에서 물러나겠다고 전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현재 영국은 강한 정부가 신속히 구성돼야 하는 시점이라면서 경쟁 후보 테레사 메이 내무장관의 지지율이 60%를 넘는 점을 지적했다. 이어 자신의 지지율이 25%에 머무는 것을 언급하며 이는 “안정적이고 강한 정부를 꾸리기 역부족”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레드섬은 메이를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레드섬의 경선 포기에 이어 이언 스미스, 스티브 베이커 등 앞서 레드섬을 지지했던 영국 보수당 하원의원들까지 연달아 메이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지난 7일 2차 투표에서 3위로 탈락한 마이클 고브 법무장관마저도 메이에 지지를 선언하며, 메이의 총리 지명이 굳혀지게 됐다. 영국의 한 언론은 “브렉시트 찬성파의 구심점인 레드섬이 메이에 대한 지지를 밝힌 것은 메이가 브렉시트 찬반 세력 모두의 지지를 등에 업은 것과 다름없는 것”이라고 전했다.

 

메르켈의 ‘리더십’일지 대처의 ‘철의 여인’일지 주목


성공회 성직자의 딸로 태어난 테레사 메이 장관은 영국중앙은행(BOE)을 거쳐 민간 기업의 금융 컨설턴트로 일했다. 이후 런던의 기초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1997년 런던 서부의 버크셔에서 당선돼 하원에 입성했고, 토니 블레어 총리 시절인 2002~2003년에는 보수당의 첫 여성 의장으로 활약하기도 했다. 이는 영국 보수당 사상 최초의 일이었다. 정계 입문 5년 만에 영국 보수당의 최고위직 그룹에 오를 만큼 정치적 능력을 인정받은 것이다. 마침 그해 보수당 전당대회에서 메이는 보수당의 개혁을 촉구하면서 ‘보수당 의원들이 형편없는 정당의 조직원들처럼 보인다’고 독설을 퍼부어 대회장을 한바탕 뒤집어놓기도 했다. 이후 2010년부터 5년 넘게 내무장관직을 맡아 지난 50년 내 영국 최장수 내무장관 기록을 갖고 있다.

 
이 같은 탄탄한 경력이 바탕 돼 있는 메이 총리는 강경한 업무처리 스타일로 ‘철의 여인’ 마거릿 대처 전 총리의 이미지를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2005년 11월 메르켈이 독일 총리 자리에 오를 때 유럽 사람들은 그가 ‘철의 여인’으로 불렸던 마거릿 대처처럼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할 것인지 호기심을 보였다. 11년이 지난 오늘에는 이제 메이에 대해 유럽인들은 그가 과연 메르켈 총리의 ‘리더십’을 닮을 것인지, 대처 전 총리의 ‘철의 여인’의 모습을 보일 것인지 궁금해하고 있다. 독일 TV 평론가인 볼프람 바이머는 “메이는 메르켈처럼 ‘초연하고 냉정한(aloof and sober)’ 태도로 일을 한다. 그러나 항상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달 7일자 기사에서 메이를 ‘실용주의적 개혁가(pragmatic reformer)’로 평가했다. 이어 메이가 ‘자유주의적 현대화주의자(liberal moderniser)’, ‘이민 정책 강경파’, ‘유럽 중도파(europe moderate)’ 등 복잡 다양한 면모를 가지고 있지만, 이런 것들은 그의 ‘정치적 페르소나’의 핵심이 아니라며, ‘메르켈과 마찬가지로 이념(이데올로기)은 메이의 것이 아니다’고 분석한 바 있다. 또한, 그와 함께 일했던 익명의 동료의 말에 따르면 “메이는 인생에서 해야 할 역할은 (상황을)보다 좋고, 말끔하며, 정리정돈 돼 있게 만들고, 지금까지 보다 더 효율적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진정으로 믿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Works for everyone’ 사회 실현 


주변 이들의 말처럼 메이 총리는 국내정책에 있어서는 전향적이고 개혁적인 목소리를 많이 내왔으나 성향 자체는 영국 보수당의원답게 보수적이다. 메이는 지난 2002년 동성애자의 입양 권리에 관한 법안에 대해 반대했지만, 자신을 동성애자를 지지하고 남녀평등을 주창하는 진보적 보수주의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현대사회의 변화에 발맞춰 보수당의 노선과 관행이 변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해왔다. 

 
실제로 메이는 정치 스타일로 볼 때 ‘강성파’라고 할 정도로 터프한 면을 가지고 있다. 한번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이 정해지면, 강하게 밀어붙이는 스타일이다. 메이는 지난달 11일 영국 대기업에 만연한 ‘살찐 고양이’ 문화를 타파할 방안을 공약으로 내세울 것이라고 영국 일간 텔레그라프가 보도했다. 그의 진가를 잘 나타내주는 대목이다. ‘살찐 고양이’란 지나치게 높은 보수를 받는 기업인을 비판할 때 사용하는 비유다. 최근 수십 년간 기업 임원들의 보수와 상여금은 치솟았지만, 일반 근로자의 임금은 거의 변함없는 현실을 지적할 때 즐겨 쓰인다.

 
메이의 선거사무장인 크리스 그레일링 의원은 메이가 이날 공식 선거 운동을 시작하면서 이 같은 ‘살찐 고양이’들을 억제할 수 있는 방안을 공약으로 발표했다고 밝혔다. 그중 하나는 주주들에게 임원 보수 인상을 막을 수 있는 구속력 있는 표결권을 부여하는 것이다. 영국 주주들은 현재도 표결을 통해 임원 보수 인상을 멈출 것을 요구할 수 있으나, 오로지 권고 사항에 그칠 뿐이다. 뿐만 아니라 근로자들이 이사회에 앉을 수 있게 보장하는 새로운 법안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메이는 대기업 운영진들이 외부 이해관계자와 비임원직에 관해서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여기며, 이들 임원은 어려운 질문을 물을 수 있고 장기적 관점에서 생각하며 주주의 이해관계를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기업 임원 위주로 돌아가는 내부 감사만으로는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힘들다는 게 메이의 입장이다. 때문에 그는 보수당이 기업들의 정당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벌어지는 무슨 일이든’ 허용해야 하는 건 아니라고 밝혔다. 그레일링 사무장은 메이의 궁극적인 목표가 ‘모두가 국가의 부를 나눠 가질 수 있는’, 그리고 ‘모두를 위해 돌아가는(works for everyone)’ 사회를 만드는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지난달 3일에 메이는 “영국 거주 EU 시민과 EU 거주 영국인의 권리를 보장하고 싶지만, 이는 브렉시트 협상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해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한마디로 유럽에 사는 영국 시민의 권리가 우선 확실하게 보장되어야 영국 내 EU 시민의 거주권을 보장해주겠다는 것으로, 영국 총리로서 EU와 브렉시트 협상을 벌이게 될 경우 결코 만만치 않은 태도를 취할 것임을 예고했다. 

 

여성 전성시대로 접어든 영국


이제 영국은 여성 전성시대로 접어들었다. 여인 천하의 가능성이 결코 실현 불가능이 아니라 현실화 되고 있는 것이다. 마거릿 대처 전 총리 이후 26년 만에 탄생된 여성 총리 메이. 브렉시트 이후 혼란과 걱정으로 뒤섞여 있던 영국은 오랜만에 여성 총리에 대한 기대와 설렘으로 들떠 있는 것 같다. 실제 영국 언론들은 메이의 공약과 전망에 대한 분석보다는 여성 총리 재탄생에 좀 더 무게를 싣기도 했다. 그런데 한편으로 보면 이미 영국은 이미 여성 지도자가 대다수이다.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북아일랜드, 웨일즈 등 네 개의 자치 정부로 이뤄져 있는 영국은 이미 세 개의 자치정부와 자치 의회에 여성 정치인들이 장악하고 있다. 현재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이자 스코틀랜드 독립당 대표는 여성인 니콜라스 스터전(45)이다. 2014년 당 대표가 된 뒤 종횡무진 활약하며 스코틀랜드인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북아일랜드 정부의 수반이자 민주연합당 대표인 알레인 포스터(46)도 여성이다. 지난해 12월부터 정부와 당 대표직을 맡고 있다. 웨일즈 지역을 대표하는 정치인도 여성인 리네 우드(44)이다. 영국이 따로 자치 정부가 없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미 여성 정치인들이 꽉 잡아오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영국 총리가 여성으로 결정됐으니 여성 전성시대의 화룡점정이 된 셈이다. 게다가 입헌군주제인 영국은 총리와 별개로 왕이 있다. 물론 ‘군림하되 통치하지 않는다’는 원칙 아래 존재한다. 지금 영국 왕은 너무나도 유명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다. 빅토리아 여왕의 최장 재임 기간 63년 7개월을 갈아 치우며 영국의 최장 재임 왕으로 기록되기도 했다. 왕에 이어 총리까지 여성이다.

 
하지만 수많은 여성 지도자 중 메이가 짊어져야 할 책임은 막중하다. 가디언은 “차기 영국 총리는 브렉시트 국민투표이후 갈라진 영국을 통합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또, 유럽연합과의 탈퇴협상을 진행해야 하는 역사적 책임도 져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여성 총리에 대한 영국인들의 기대감은 커지고 있다”며 “현재로써는 영국은 여성 총리에 대한 평가가 나쁘지 않다. 호불호가 여전히 갈리기는 하지만 지난 2006년 역사학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첫 여성 총리인 대처 전 총리가 정책 수행 면에서 1등을 차지했고, 윈스턴 처칠 수상보다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래서 메이에 대한 기대가 하늘 높이 치솟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고립주의를 선택한 영국이 본인들에게 가장 유리한 조건들을 어떻게 만들어가게 될지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그 중심에 테레사 메이 총리가 서 있다. 새로운 인물에 갈증을 느끼고 있는 영국. 절실한 만큼 함정은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그가 제2의 대처가 될지, 마녀사냥의 중심에 서게 될지 귀추가 주목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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