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빅데이터’를 품다
금융, ‘빅데이터’를 품다
  • 김남근 기자
  • 승인 2016.07.15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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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김남근 기자]

 

금융, ‘빅데이터’를 품다

 

정교한 마케팅으로 변화의 소용돌이에서 ‘혁신’일 일궈내다 


최근 빅데이터가 다양한 가치를 만들어내기 시작하며, 사람들은 이를 ‘원유’에 비유하기도 한다. 다양한 채널의 등장에 맞물리며 빅데이터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빅데이터 없는 정보시대를 상상할 수 없다. 그러나 한국의 빅데이터 활용도는 아직 걸음마 수준으로 최근 핀테크 산업 붐이 일면서 빅데이터 활용이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에 최근 정부 주도하에 관련 규제를 정비하기 시작했다.


‘Bank’에서 ‘Data Bank’로의 전환

최근 은행권에서는 새로운 경제에 데이터가 얼마나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지 깨닫고 있다. 경기 침체와 회복을 반복하는 현시대에서, 은행이 보유한 빅데이터가 어떠한 가치를 만들어내는지 실감하고 있는 추세다. 이미 오래전부터 우리는 빅데이터와 함께하는 삶을 살아왔다. 이미 1880년에 시행된 미국 인구 조사 때에도 빅데이터 사용됐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는데, 이후 지속되어 온 디지털 시대로의 전환은 기업 내 데이터의 폭발적인 성장을 이끌어 나갔다. IBM사에 따르면, 데이터는 하루에 2.5엑사바이트(1엑사바이트=10억 기가바이트)의 속도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이 같은 정보의 90%는 최근 2년 동안 생성된 것이라고 한다. 데이터가 새로운 통화가 되는 디지털 경제 시대의 도래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과거의 아날로그식으로 처리하기에는 너무 크거나 복잡한 데이터를 처리하는데 유용하게 쓰이는 빅데이터는 몇 가지 특징을 보인다. 용량과 속도, 다양성, 가변성, 그리고 가치다. 이 같은 키워드는 금융 기업에서 추구하는 가치와 일맥상통한다. 일반적인 은행(Bank)이 아닌 데이터 뱅크(Data Bank)들의 영향력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커져 나가고 있다. 이들의 영향력은 신용카드에서부터 ATM, 온라인 거래 데이터에 이르며, 은행들은 점차 새로운 디지털 경제에서 데이터야말로 자신들의 가장 큰 자산임을 깨닫고 있다. 즉, 고객별 수익성 계산부터 새로운 상품 개발, 새로운 시장 채널을 통한 고객의 감정, 요구 사항 및 욕구 파악에 이르기까지 빅데이터가 금융 기업에 주는 이점은 손에 꼽을 수 없이 많기 때문이다.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고객들에 대한 정보가 더 많을수록, 새로운 상품이나 서비스에 적용할 수 있는 신선한 아이디어도 늘어나게 되며 이는 곧 수익 증대와 마진, 시장 점유율로 이어집니다”라며 “빅데이터는 금융 서비스 분야는 물론 다른 산업에서도 혁신, 경쟁우위, 생산성을 위한 차세대 최전선으로 등극할 것이라 많은 이들은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라고 전했다.


  

내부 데이터 가치를 자본화하기 위한 움직임

포레스터 리서치에 따르면, 대다수의 기업들이 회사 내부 데이터의 5%만을 활용하는데 그친다고 한다. 때문에 금융 업계가 해결해야 할 숙제는, 정보 대다수가 활용도 5%의 ‘음지 데이터’가 아닌 활용도를 높일 수 있는 ‘양지의 데이터’로 전환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 기계 및 업무 데이터부터 소셜 미디어 및 위치 데이터에 이르기까지, 오늘날 전 세계의 기업들은 음지의 데이터들을 보유하고만 있지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이 새로운 형식의 경쟁력을 갖추려면, 음지의 데이터를 양지로 끌어내 거기에서 활용할 수 있는 가치를 발굴하고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며, 고객 통찰력과 고객 인텔리전스를 통해 운용 모형을 제작하는 것을 급선무로 해야 한다.
 

  구글(Google)과 페이팔(PayPal)은 빅데이터 처리 및 분석에서 선구자로 인정받고 있다. 또한, 은행과 관련해 인튜이트(Intuit)의 민트(Mint)같은 새로운 금융 정보 수집 및 제공 업체가 생겨나고 있다. 이들 기업은 많은 금융 기업들이 빅데이터의 가치를 활용하려 고군분투했던 것과 비슷한 과정을 겪고 있다. 새로운 업체들이 이 분야에 진입하면서 고객 정보, 인텔리전스, 고객 통찰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운영 모델과 아키텍처를 확립하고 있다. 이들은 데이터를 새로운 통화 단위로 인식함으로써 고객의 정서와 욕구를 더 잘 파악할 수 있게 됐으며 자연스레 실시간 오퍼 관리(offer management)나 대출 계약을 위한 가격 책정 등 혁신적인 상품을 만들어 낼 수 있게 됐다. 그 결과 비은행 기업인 구글과 이제 막 업계에 발을 들여놓은 페이팔은 거물급 금융기업들에게 도전할 정도로 성장하게 되었다.
 

  해외 금융계의 한 인사는 “기업 내부의 데이터 가치를 자본화하기 위해 기업들은 내부에 국한됐던 고객에 대한 시야를 고객의 외부 생활에 대한 정보도 파악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때문에 기업들은 고객에 대한 720도의 전방위적 시각을 갖고, 그들과 관련한 기업 내부의 정보를 고객의 외부 소셜 네트워킹 정보와 통합하는데 역량을 투자해야 할 것입니다”라고 밝혔다.


  

선진화된 시스템 도입으로 탈출구 모색

음지의 데이터를 양지로 이끌어내기 위한 움직임이 국내에서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세계 금융계의 판도 변화에 국내 금융계도 발 빠르게 대처하고 나선 것이다. 이에 국내 주요 은행들은 새로운 고객관계관리(CRM)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수동적이었던 기존 영업방식 대신 빅데이터 등을 활용한 짜임새 있는 고객관리 시스템을 안착시키기 위해서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11월 본점에 CRM 개선 전담팀을 신설해 새로운 영업관리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또한, 지난 5월 빅데이터센터를 세우고 출범식을 가졌다. 빅데이터센터에서는 기존 고객 분류, 마케팅 지원, 상품개발, 시스템 운영, 고객관리 프로그램 운영 등의 업무를 담당하던 직원을 흡수해 상품개발과 고객만족도 향상에 빅데이터를 활용할 계획이다. NH농협은행도 지난 5월부터 9월까지 빅데이터시스템 시범사업을 실시한다. 빅데이터를 활용해 고객에 맞춤상품을 권하는 등 주로 마케팅 전략에 활용할 계획으로 최종 서비스 개발은 내년 초를 목표로 하고 있다. KEB하나은행 역시 지난해 말 고객관리지원부를 신설해 CRM 개선에 나섰으며, 국민은행도 상대적으로 취약한 기업금융을 강화하기 위해 ‘KB 기업 CRM’ 재구축 프로젝트를 올해 초 시작했다. 거래기업의 필요자금을 조회해 대출 실적과 비교한 후 자금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추가 대출영업에 나서는 시스템이다. 우리은행도 ‘생애가치모형’이란 새 고객관리 시스템을 개발해 올해 말부터 영업점에 적용할 예정이다.
 

  지방은행들 역시 이 대열에 동참했다. DGB대구은행은 빅데이터를 활용한 금융 서비스 체계이자 차세대 정보계 시스템인 ‘아이넥스피아(iNexpia)’를 정착시켰다. 이를 통해 은행 내 산재해 있던 고객 및 금융 관련 각종 정보를 하나로 통합시켜 연령과 소득 잠재력, 수신 규모에 기반해 고객을 세분화하고 금융 상품 이용 성향을 분석할 수 있게 됐다. 부산은행은 지난해 10월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해 운영 효율성을 높이고 사업성을 높이기 위해 빅데이터 마스터 플랜(Big Data Master Plan)을 수립 중이다.
 

  이처럼 은행들이 CRM 개선에 나선 것은 다른 산업이나 외국 은행에 비해 영업방식이 후진적이라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기존의 방식으로는 수익성을 창출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재 영업방식은 지점 직원의 친화력에 따라 영업실적이 좌우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라며 “빅데이터 등을 활용한 정교한 마케팅 기법을 확립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추세입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현재 빅데이터는 소비자가 어떤 상품과 서비스를 원하는지 파악하는데 쓰지만, 나아가 고객이 직접 관리능력을 높일 수 있도록 자산관리서비스와 고객 맞춤형 금융상품을 개발하는 데 활용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빅데이터로 야기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확립

새롭고 혁신적인 상품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빅데이터의 버팀목이 되며 구체적인 성과 지표와(고객 통찰력을 포함한) 결과물에 초점을 맞춘 통찰력 있는 데이터 관리 전략이 있어야 한다. 빅데이터에서 얻을 수 있는 또 다른 부산물은 바로 데이터 잔해(Data Exhaust)로, 이는 사용자의 온라인 활동에 의해 생겨나는 비정형 데이터라 할 수 있다. 구글은 이 데이터 잔해의 원리를 이용해 자사의 많은 서비스에 적용하고 있다. 검색 엔진에 입력된 오타 정보를 기반으로 전 세계 모든 언어에 철자 교정 서비스를 손쉽게 제공할 수 있었다. 또, 데이터 잔해를 재사용해 신상품을 개발하거나 서비스를 개선시키는 것은 이미 빅데이터를 포용한 기업들에게 새로운 경쟁력이 되어 주기도 할 것이다.
 

  한편, 금융전문가들은 은행의 빅데이터 활용이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선 빅데이터를 분석하는 역량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빅데이터를 내·외부 비정형 데이터까지 포함해 통합적으로 분석하는 단계에 올라야 이를 활용한 투자상품 안내, 포트폴리오 제시가 가능해진다는 얘기다. 뿐만 아니라 보수적인 개인정보보호법의 개정도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선 은행이 개인 관련 정보를 얻기 위해선 고객에게 일일이 서면 동의를 받아야 하므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빅데이터 사업에 소극적이기 마련이다. 이에 반해 페이스북은 미국 데이터 중개업체인 액시엄·데이터로직스 등과 제휴해 오프라인 구매기록을 분석해 온라인광고에 활용하는 방식으로 많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 미국의 신용평가모델 개발회사 피코는 평가에서 대체정보라고 불리는 통신료, 전기료, 수도료, 임차료 등을 통해 신용도를 분석, 신용정보를 받지 않고도 고객의 신뢰를 얻고 있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은행은 그 누구보다도 고객을 잘 알아야 하며 깊은 고객 통찰력을 통해 진정으로 가치 있는 데이터를 추려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은행은 데이터라는 매우 중요한 자산을 활용해 새로운 경제 구조의 개발을 주도할 수 있는 아주 좋은 위치에 있습니다”라고 전했다. 이어 정중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분석실장은 “은행들이 빅데이터를 활용하기 위해선 분석하는 역량이 중요합니다”라며 “전문인력을 투입해 데이터를 연계활용하고 전문인력 및 기술에 대한 투자와 경험을 확보해야 합니다”라고 조언했다.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 금융계는 거대한 변화의 소용돌이에 서 있다. 하지만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새로운 수준의 고객 정보와 고객 통찰을 기반으로 한 혁신적인 신상품 개발, 기발한 서비스 제공을 통해 상품 차별화와 고객 충성도 역시 향상시킬 수 있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적립해 나간다면 앞으로 금융업계에 닥칠 변화의 바람에도 굳건히 버틸 수 있는 단단한 버팀목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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