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달쏭한 한국나이 파헤치기
알쏭달쏭한 한국나이 파헤치기
  • 심가현 기자
  • 승인 2012.03.05 11: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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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면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패자부활전이 없는 한국사회’
[이슈메이커=심가현 기자]

[Human Life]

한국의 나이개념

 

[이슈메이커] 한국사회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누구보다 나이에 대한 개념의 엄격하게 적용되는 나라이다. 그렇기 때문에 공공장소에서도 노약자석이 존재하는 것이고 나이가 많으면 더 많은 존중을 받을 수 있고 처음 사람을 만나 인사를 할 때에도 나이를 물어보고 서로에 대한 상하관계를 정한다. 이렇게 민감한 나이, 한국사회의 나이에 대한 유래와 편견에 대한 실체를 파헤쳐보자.


한국나이의 계산법에 대한 유래

한국의 나이계산법은 본래 동아시아의 나이계산법에서 유래했다. 원래 중국에서 비롯된 동아시아의 나이계산법은 한국, 일본, 베트남, 몽골 등 동아시아 국가에서 전통적으로 널리 통용됐다고 한다. 나이를 측정 할 때 갓 태어난 아이에게 한 살을 부여하며, 그 후에 해가 바뀌면 생일에 관계없이 한 살을 추가하는 방법이다. 이 방법으로는 12월 31일에 태어난 아이가 바로 다음날에 두 살로 간주되는 것이다. 자신의 생일에 나이 한 살을 더 먹는 서양인에 비해 우리는 태양력인 1월 1일을 기준으로 설날에 모든 국민이 동일하게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다. 엄마 뱃속에 있던 10개월을 감안하면 태어나자마자 한 살을 먹는 한국의 나이계산이 틀린 것은 아니다. 또한 동아시아에서 0은 나중에 들어와 0의 개념이 없었기에 태어나자마자 1살로 인정 한 것이다. 따라서 0이라는 개념이 없고 사람의 나이를 개월로 치지 않는 동아시아의 전체적인 풍습인 것이다. 그러나 외국인들이 자신의 생일을 정확히 계산해 같은 생년월일이라도 나이가 다른 것을 보면 억울하지 않을 수가 없다.

한국은 나이를 세는 단위로 ‘살’을 주로 사용한다. 또한 한국에서 나이는 언어사용, 존댓말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기준이 되기 때문에 서로의 나이를 묻고 답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게 여겨진다. 위계질서가 확실히 잡힌 한국사회에서는 나이가 많을수록 대접을 받기 때문이다. 법률상으로는 서양나이와 동일한 기준을 적용한다. 원칙적으로 만 연령이 기준이 되며 세(歲)로 표시하고 생일을 기준으로 만 나이로 계산한다. 또한 생일에도 복잡한 계산이 요구된다. 한국은 양력과 음력으로 나뉘는데 서양에서 내려온 서기에 따른 양력과 동양에서 계산하는 단기에 따른 음력으로 구분된다. 특히 1960년대 이전에 태어난 세대들이 음력에 따라 생일이나 각종 기념일을 지내는 경우가 많은데 음력에 따른 날짜는 양력기준 날짜에 따라 매년 바뀌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달력에도 음력날짜가 양력날짜 밑에 작게 표기된 경우가 많고 서류상에도 생년월일이 양력인가 음력인가를 구분해 표시하는 난이 있을 정도다.

 

같은 년도에 태어났는데 너는 형, 나는 동생

한국 나이에 대한 또 다른 미스터리 중 하나가 빠른 년생에 대한 문제이다. 보통 빠른 달에 태어난 (3월 이전)의 생년월일을 가진 사람을 ‘촘살’이라고 부른다. ‘촘살’은 제주도 방언에서 유래 된 것으로 ‘참’을 뜻하는 단어가 ‘촘’이며 ‘촘살’이라는 단어는 ‘진짜 나이라는 뜻이다. 이렇게 빠른 생일을 지정하게 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학교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나이 못치 않게 학년(또는 학번)을 굉장히 중요시 한다. 그런데 학년과 나이에 2달의 시간 차이가 존재한다. 다시 말해 나이는 1월 1일 부터 12월 31일 까지가 같은 나이인 반면 학년은 3월 1일에 새 학년이 시작해서 2월 28일에 학년이 끝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1, 2월에 태어난 아이들은 학년이 다른 아이들보다 지연되기 때문에 불만이 자연스레 생기게 되고 그에 따른 조치를 취하게 된 것이다. 이에 공교육제도가 확립되고 학교 교육을 시작한 초창기에 1, 2월에 태어난 아이들을 전년도에 태어난 아이들과 함께 입학을 하도록 해 같은 학년을 만들게 된 것이다. 따라서 나이로는 한살 어리지만 같은 학년에서 공부를 한 관계로 친구로 지낸 것이고, 그렇게 유지되어 빠른 나이라는 개념이 생기게 됐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으로 인해 한국에 나이개념에 큰 혼란이 오기 시작했다. 이들은 초‧중‧고등학교까지는 자신들보다 한 살 많은 나이와 친구를 맺다가 대학교에 들어서면서 점차 혼란이 오기 시작한다. 대학교에서는 학년보다는 년생으로 나이를 따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한 재수를 하고난 경우에 같은 학번끼리 어떻게 불러야 하고 자신보다 한 학년 위인 선배들에게는 호칭을 어떻게 불러야 하는지 난감한 경우가 많다.

빠른 83년생인 A씨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고민을 한다. ‘이번에는 어떻게 설명을 해야 이해할 수 있을까?’ 하는 중압감이 밀려오기 때문이다. 사실 A씨는 고등학교 졸업 전까지는 큰 고민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재수를 한 후 큰 고민에 휩싸였다. 대학교를 들어가서 입학하는 동기들은 보통 83년생이었다. 친구들이 82년생이기 때문에 동생들이라는 생각을 했지만 잘 지내보기 위해 보통의 83년생들과 친구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그들은 빠른 년생은 자신보다 한 살 위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어서 친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렇다고 고등학교 생활을 같이 해왔던 선배들과도 친구는 될 수 없었다. 대학은 학번 순이기 때문에 엄연히 선배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회생활에서도 빠른 년생인 A씨는 환영받지 못했다. 빠른 년생으로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것도 아닌데 어디를 가나 찬밥신세를 당하고 사람들을 이해시켜야 하는 현실이 A씨는 답답하기만 하다. 1, 2월에 태어난 아이들이 학교에 일 년 일찍 입학하는 것을 빠른 년생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빠른 년생들이 2008년부터 법적으로 없어졌고, 2008년부터 만6세 생일이 있는 다음해 3월에 입학하는 것으로 변경 됐다. 즉, 지금은 빠른 생일 입학이 공식적으로는 없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성가족위원회 조만수 실장은 “일찍 학교에 입학한 사람의 경우에는 사회생활에 여러 불편과 제약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초중등교육법이 개정되어 1-2월에 출생한 자가 전년도에 출생한 자와 함께 3월에 입학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법률마다 연령기준에 차이가 있지만 우리위원회의 소관 법률인에서는 청소년 연령기준을 만 19세(19세에 도달하는 해의 1월1일을 맞이한 자는 제외)로 학령과는 무관하게 연령 기준을 정하고 있다”고 표명했다.

 

나이순 매개로한 한국의 서열문화

한국에서 모든 사람들이 만나는 관계의 처음은 나이에서 시작한다. 사회생활, 인간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나이이며 첫 만남 시 나이를 물어본 후 그에 따라 나이를 매개로 한 서열로 형, 동생, 누나, 언니 등의 호칭이 정해진다. 이렇게 한국인들이 나이를 미리 앎으로써 첫 만남에 익숙지 않은 관계를 호칭을 부르면서 친해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한국사회에서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는 나이문화가 취업, 직장, 결혼 등에서도 매우 중요하게 나타난다는 점을 단점으로 꼽는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끼리끼리 문화는 있을 수 있지만 한국에서는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이로 10대는 10대끼리, 20대는 20대, 30대는 30대, 이렇게 한국인들 스스로가 그어놓은 나이라는 기준에 따라 그 금(선)을 벗어나면 이상한 사람취급을 받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나이라는 기준과 편견에 사로잡혀 그 나이 대에 하는 일이 아니면 할 수 없다는 생각을 갖게 하는 점도 단점으로 꼽는다. 예를 들어 50세(또는 그 이상)를 지나 뭔가 열심히 하려는 마음가짐이 있어도 나이라는 벽에 부딪혀 절망하게 하는 것이 현실적인 가장 큰 문제다.

카이스트 전 총장이었던 러스킨 박사는 ‘한국은 패자부활전이 없는 사회’라고 말했다. 패자부활전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가 나이, 서열문화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한국사회의 직업을 찾을 때에는 신입은 나이제한이 존재한다. 형, 아우 하는 조직사회에서 나이 많은 신입은 불편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나이 마흔이 넘어 회사를 퇴직하면 마땅히 갈 곳이 없어 자영업을 시작하게 되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공무원, 교사 열풍이 부는 것도 재취업이 녹록치 않아 가장 안정적인 직업을 찾으려는 사회현실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나이가 많으면 불편해하고 또는 아랫사람으로부터 대접받으려고 하는 사회풍토에서 커리어 변경, 재취업, 새로운 출발 등을 기대하는 것이 어렵다. 한국사회의 나이문화에 대한 방안으로 나이를 벗고 문화를 입은 9월 9일은 ‘나이 없는 날’로 지정했다. 특히 지난 2009년에는 각 지방문화원 ‘어르신문화학교’의 60대 이상의 총 2,000여 명의 어르신들이 한 해 동안 배우고 연마한 공연, 전시, 예술시장, 전통문화체험 등 각자 준비해 온 다양한 프로그램들로 젊음을 누렸다. 유난히 세대 간의 이데올로기 격차가 큰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놀랍고도 신기할 정도로 잘 적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어르신들에게 하루 동안 젊음을 전하는 ‘나이 없는 날’은 나이든 세대를 가로막는 문화적, 사회적 장벽을 서서히 허물고 노년층의 사회적 참여와 문화적 향유기회를 넓힐 수 있는 계기를 보여주며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축제로 남았다. 이코노미스트지에서는 한국사회를 ‘원샷사회’라고 묘사했다. 수능 한방을 인생의 단락을 결정짓는 모습을 빗대어 표현 한 것이다. 이는 나이가 들수록 진로를 쉽게 바꾸기 어려워 대학 졸업장과 전공이 무엇인가가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우리나라의 사회를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연장자에게 공경하고 존댓말을 따로 사용할 정도의 동방예의지국으로 마땅히 어느 정도의 선은 지켜야 하지만 편견과 고정관념 하에 인간관계와 사회생활을 결정짓는 한국의 나이문화에 대해 다시 한 번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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