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금 회자되는 리얼리즘 연극에 대한 거장의 신념
다시금 회자되는 리얼리즘 연극에 대한 거장의 신념
  • 손보승 기자
  • 승인 2016.07.03 1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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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다시금 회자되는 리얼리즘 연극에 대한 거장의 신념

침체된 연극계에 활력소 될까?

 

▲이해랑 예술극장 ⓒ동국대학교


한국 연극계의 대부 이해랑 선생이 7월, 탄생 100주년을 맞는다. 일본 유학 생활 중 연극계에 데뷔한 그는 광복 이후 배우 겸 연출가로 활발한 활동을 펼친 것 뿐만 아니라, 연극인으로는 최초로 국회에 진출하는 등 한국 연극계 위상 정립에 이바지했다. 1989년 별세 이후 1991년부터 그를 추모하고 업적을 기리기 위해 이해랑 연극상이 제정되어 운영되고 있다. 이처럼 20세기 한국 대중문화에 큰 획을 남긴 그를 기리기 위한 움직임이 선생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다시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근대 한국 연극의 기반을 쌓은 이해랑의 발자취 

1919년 서울에서 태어난 이해랑 선생은 배우로서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지만 광복 직후 좌·우익의 대립 속에 우익 연극인들을 이끌며 지도자로 부상하였다. 1950년 국립극장 개관 후 전속극단인 신협의 창립인과 대표를 맡게 되고, 이때부터 연출도 겸하게 된다. 이후 국립극장 극장장과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회장을 맡으며 연극계의 대부로 올라선 뒤 1970년대에는 민주공화당 소속으로 국회에 진출하기도 했다.

  정치인으로의 외도를 끝낸 뒤, 연극계로 복귀하여 왕성한 연출 활동을 펼치던 그는 1989년 4월8일 만성심근경색으로 별세하게 된다. 마지막 작품이 된 ‘햄릿’을 비롯해, ‘밤으로의 긴 여로’, ‘천사여 고향을 보라’, ‘들오리’, ‘황금연못’ 등 100여편의 연출작을 남겼다. 그의 업적을 기리고 계승하기 위해 1991년부터 이해랑 연극상이 제정되어 운영되고 있고, 동국대 예술극장을 리모델링한 이해랑 예술극장이 2008년 개관했다.

  선생의 장남인 이방주 이해랑연극재단 이사장은 극장 개관 당시 “선친에게 극장은 안방, 집 같은 곳이었다. 연극할 공간이 부족하다고 늘 아쉬워 하셨는데, ‘저 동네’에서 내려다보시면서 기뻐하실 것 같다”고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리얼리즘 연극의 신봉자, 이해랑

이해랑 선생은 생전 연극을 ‘인생의 진실을 강력하게 표현하는 인간적인 예술’이라는 신념을 갖고 대했다. 이처럼 그는 삶의 기쁨과 목표를 제시하는 의미에서 연극을 신성하게 여겨왔다. 그래서 신파극의 과장된 연기를 경멸하고 평생 리얼리즘 연극의 신봉자로서 활동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의 실천가적 면모는 근대 러시아의 연기 이론가 콘스탄틴 스타니슬라브스키에 버금갈 정도였는데, 작고하기 전 마지막 작품이던 ‘햄릿’ 연출 당시 고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직접 몸을 쓰며 실연하는 투혼을 발휘하였다는 일화도 알려져 있다.

  또한, 권위적인 면모보다 배우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방식을 고수했던 그는, ‘진정한 연출가는 연극에서 연출가의 자취를 보이지 않는 연출가’라고 강하게 주장하며 자신의 리얼리즘 연기관을 배우들에게서 끌어내고자 했다. 그의 지나치게 폐쇄적인 사고가 연극의 다양성을 저해하였다는 비판도 많았지만, 이에 맞서는 연극 운동이 전개되면서 근대 한국 연극의 진일보를 불러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동국대학교 연극학부 신영섭 교수는 “이해랑 선생은 혼란스러운 시대 상황 속에서도 우리나라 신극사에 큰 발자취를 남겼던 인물이다”면서 “최근 철학과 정신이 부재된 예술 형태의 발전 속에서, 이해랑 선생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다시 한번 연극의 본질과 정신을 되새길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한국 리얼리즘 연극의 실천가였던 그를 평가했다.
 

침체된 연극계의 활로 모색 시도

하지만 이해랑 선생의 활약에 의한 전반적인 발전에도 불구하고, 2000년대에 접어들며 한국 연극은 침체기에 빠졌다. ‘천만 영화’가 1년에 1,2편씩 등장하는 영화계와는 달리, 연극계는 텅 빈 객석을 심심찮게 볼 수 있으며 재정적 어려움으로 인해 문을 닫는 극단도 적지 않게 나타나고 있다. 2013년 서울문화재단의 ‘대학로 연극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연극인의 43%가 평균 월 소득이 100만원이 되지 않는다.

  때문에 연극계의 활로 모색을 위해 관계자들은 구매력을 갖춘 여성 관객을 위한 작품 개발과 저가 연극을 대거 내세우며 분위기 반전을 노리고 있다. 정부 역시 지난해 메르스 사태로 침체된 공연 시장을 살리기 위해 추경예산 300억원을 투입한 ‘원 플러스 원(1+1)’ 티켓 지원 사업을 펼치기도 했다. 또한 인력 양성과 같은 내실 강화와 극단의 연대 활동 등 운영의 묘를 통해 생존방식을 도모하고 있기도 하다.

  한편, 제37회 서울연극제에서는 이해랑 선생을 비롯해 김동원, 이원경, 이진순 등 연극계 원로들에 대한 탄생 100주년 기념 행사를 개최하며 이들을 기렸다. 이와 함께 이해랑 탄생 100주년을 맞아 오는 7월부터 해오름극장에서 ‘햄릿’이 공연되며 관객을 찾을 예정이다. ‘햄릿은’ 1951년 이해랑 선생에 의해 국내 최초로 전막공연이 이루어졌고, 그의 마지막 예술혼을 불태웠던 의미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 연출을 맡은 극단 미추의 손진책 대표를 비롯, 그간 이해랑 연극상 수상자였던 전무송, 손숙, 김성녀, 유인촌, 윤석화 등 연극계 스타들이 27회 공연 동안 단일 캐스팅으로 무대를 책임질 예정이다.

  이번 공연은 잃어버린 관객을 다시 불러 모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손진책 연출가는 “우리가 보여줄 ‘햄릿’은 미니멀하고 정적이지만, 밀도 있는 작품으로 탄생할 것”이라며 극에 대한 방향성을 설명했다. ‘연극은 사회의 거울이다’라는 말처럼, 이번 작품을 통해 이해랑 선생의 신념을 기리며 침체된 연극계도 도약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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