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승부, ‘닥공’의 신화 이어질까?
벼랑 끝 승부, ‘닥공’의 신화 이어질까?
  • 한태윤 기자
  • 승인 2012.02.02 13: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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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팀과 해도 지고 싶지도 않고 지지 않을 자신감도 있습니다"
[이슈메이커=한태윤 기자]

[Cover Story]  최강희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대한축구협회가 최강희 감독을 국가대표감독으로 임명했다. 조광래 감독이 강제적으로 물러난 후 국가대표팀 감독직은 그야말로 ‘독이 든 성배’와 같은 자리였다. 그런 자리를 최강희 감독이 앉게 됐다. ‘봉동이장’으로 전북현대 사람이 되겠다던 최 감독은 전북 현대팬들에게 “우리는 good bye가 아니라 so long”이라는 표현으로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며, 전북현대감독직을 잠시 내려놓고 국가대표감독이 되는 결정을 내렸다.

 


황보관 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은 최강희 감독의 인선배경에 대해 경험이 풍부하고 선수들과 정서적 교감을 통해 동기 유발이 가능한 점을 높이 샀다고 밝혔다. 또한 황 기술위원장은 한국축구의 현실을 깊숙이 파악하고 있고, 대표팀 경력이 있는 것도 고려했다면서 K리그와 AFC 챔피언스리그의 성과를 통해 선수기용에 탁월한 능력을 보여주었다고 전했다. 이에 최강희 감독은 백의종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최강희 감독은 2월 29일 예정된 쿠웨이트 3차 예선 최종전부터 지휘봉을 잡게 된다.
지난 2002년 아시안게임 그리고 2004년 축구대표팀 코치를 거친 최강희 감독은 2005년 전북의 지휘봉을 잡고 그 이듬해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정상에 오르며, 중국 청나라 황제 강희제에서 본 딴 ‘강희대제’라는 별명을 얻었다. 지난 2009년 전북에 창단 이후 첫 우승트로피를 안겼던 최 감독은 이른바 ‘닥공(닥치고 공격)’으로 알려진 공격축구를 통해 지난해 전북 현대를 K리그 정상으로 이끌며 국내 최정상 지도자로 인정받았다. 2009년부터 2011년 K리그를 우승으로 이끌면서 최 감독은 ‘강희대제’에서 ‘봉동이장’으로 좀 더 인간적인 별명을 갖게 된다. 봉동은 전북 현대 축구단의 숙소와 연습장이 있는 곳으로써 최강희 감독이 지난 2005년부터 봉동 주민으로 지내면서 팬들이 붙여준 친근함의 표시다.
최 감독은 선수단 장악과 탁월한 전술 이해 능력은 물론 이른바 퇴물이라고까지 불리는 선수들을 재활 시켜내는 능력과 성장 가능성을 파악하는 혜안을 가지고, 전북 축구단을 K리그 최고의 강팀으로 만들었다.
그런 그가 대한축구협회의 부름을 받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비록 대표팀 감독 인선에 잡음이 많았지만 대다수의 축구팬들은 최강희 감독의 인선에는 환영의 박수와 함께 기대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
한편 최 감독은 대표팀 감독 취임 기자회견에서 국가대표감독 임기를 2013년 6월로 못을 박았다. 그는 전북의 수많은 팬들과 선수들과 약속을 했다고 말하면서도 스스로 월드컵 본선에 나갈 수 있는 역량이 아니라고 손을 내젓는다. 결국 최강희 감독은 월드컵 최종예선까지만 대표팀 감독 자리를 맡았다가 그 일이 끝나면 다시 봉동이장으로 돌아갈 뜻을 내비친 것이다.

 

공격과 수비의 균형이 중요


현재 대표팀 상황은 좋지 않다. 곧 다가올 29일에 예정된 쿠웨이트와의 지역 예선에서 패할 경우 월드컵 본선 진출이 좌절되기 때문이다. 최강희 감독은 “시간이 오래 걸린다. 전북에서는 오랜 시간에 걸쳐 이동국, 루이스, 에닝요 등 독특한 성격의 선수들을 조합했다. 2월 29일 쿠웨이트 전은 벼랑 끝 승부다. 전체적인 팀을 안정화시키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에 닥공 전술은 잠시 유보하겠다”라고 전했다. 최강희 감독의 머릿속에는 더 이상 닥공이 없다. 대신 균형이 잡힌 팀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다.
최 감독은 닥공을 ‘무리할 정도의 공격’이라고 정의한다. ‘3무보다 2승 1패가 낫다는 생각, 홈팬들에게 어필해야 한다는 생각’이 무리한 공격축구를 펼친 이유였다. 전북의 닥공은 확실한 브랜드가 되어 지난해 K리그를 기분 좋게 강타했다. 최근에는 아시아축구연맹(AFC)에 모인 아시아 명문 클럽들 앞에서 성공 사례로 소개되기도 했다.
하지만 당분간 닥공은 볼 수 없을 전망이다. 대표팀은 29일 쿠웨이트와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최종전을 치른다. 패배할 경우 브라질행이 무산되는, 간단하지만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닥공’과 같은 모험수를 둘 수는 없다. 게다가 최 감독의 대표팀 데뷔전인 만큼 온갖 변수가 산재해 있다. 그렇다고 수비축구를 준비할 최 감독이 아니다. 그는 “29일에 지면 나는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렇다고 '닥수(닥치고 수비)'를 할 수도 없다. 비기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위험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이기는 경기를 하고 좋은 분위기로 최종예선에 올라야 한다”라며 “최종 예선 8경기에서도 8무 기록하면 본선에 못 오른다. 공격 전술은 축구에서 절대적이다”라며 공격과 수비의 균형에 대해서 고민했다.
균형 잡힌 팀을 만들기 위해 최 감독은 베테랑 위주의 선수단을 구성할 것으로 뜻을 밝혔다. 최 감독은 “깜짝 기용은 할 수가 없다. 선수 실험이나 전술 실험은 절대 NO다. 지금은 경기 내용을 떠나 이기는 경기를 해야 한다. K리그든 A매치든 경험이 풍부한 선수들을 뽑아 안정적으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내 대표 시절을 돌이켜봤을 때, 19세 때 국가대표 경기에 나가면 그냥 공만 쫓아다니지 자기가 뭘 하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30세가 되면 코너킥 차러 가면서 자기 마누라가 어디 앉아 있는지 볼 정도로 여유가 생긴다”라고 경험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이는 완성되지 않은 조직력으로 급히 경기를 치러야 하는 만큼 베테랑들의 여유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쿠웨이트전을 넘기 위한 최 감독의 또 하나의 무기는 자신감이다. 최 감독은 “지도자가 ‘쿠웨이트 잘하는데…’라고 생각하는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 불모지였던 전북에서도 내가 꿈꿔 온 팀을 만들었다. 대표팀은 능력 있는 선수들 뽑아 집중시키면 되니까 클럽보다 쉬울 것이다. 내 이런 자신감이 선수들에게 전달되면 이길 수 있다”라며 이어 “한국 축구가 쿠웨이트전 걱정하면 브라질에 가지 말아야 한다. 앞으로 더 큰 산이 기다리고 있는데, 한 경기에 목맬 거면 차라리 포기하고 2018년 준비하는 게 낫지”라고 덧붙였다. 새로운 도전을 앞둔 최 감독의 말투에는 여유와 자신감이 넘친다.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화합 이끌어내


최강희 감독은 선수들을 단번에 장악하고 포용하는 카리스마 있는 감독이며, 축구에 관한한 어떠한 타협도 불허하는 고집 있는 감독으로 유명하다. 흔히 소신 있는 감독을 꼽을 때 첫 손가락에 꼽히는 최 감독은 제각기 다른 성격의 여러 선수들을 조련하여 하나의 유기적인 조직으로 묶어내는데 탁월한 능력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즌 내내 그의 팀에서 별다른 불협화음 하나 나오지 않는 것은 그의 절대적인 카리스마가 선수단 전체에 드리워져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최 감독의 리더십이 단순히 수직적 관계를 기반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그라운드 밖에서는 코치진들은 물론 선수들과도 수평적 관계를 유지한다. 그는 일 년 내내 가족보다 더 긴 시간을 동고동락하는 코치진과 선수들을 또 하나의 가족으로 생각한다. 이는 수직적인 관계에서 나타날 수 있는 상하 간 커뮤니케이션 부재, 조직원의 창의성 결여, 사기 저하 등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단초가 된다.
이와 같은 최 감독의 리더십은 코치진과 선수들의 화합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 때문에 타 팀에서 이적해온 선수들이 단 시간 내에 활약하거나 은퇴를 앞두고 있던 선수들이 다시 제 기량을 찾을 수 있었다. 2008년 퇴물로까지 평가받던 이동국을 영입하여 그 다음해 바로 K리그 득점왕으로 만들어낸 것은 최 감독의 소신과 결단력을 알려주는 유명한 일화라 할 수 있다.
최 감독은 자신의 리더십에 대해 “선수들이 ‘저 아저씨가 날 믿어주고 있구나’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실전이나 훈련 때 그는 좀처럼 큰소리를 내지 않는다. 화를 내서 자극을 주면 당장은 효과가 있어도 얼마 못 간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는 대신 선수의 장점을 짚어주고 이를 활용할 기회를 여러 차례 준다. 지난 시즌을 앞두고 부산에서 영입한 이승현도 시즌 초반 부진했지만 최 감독은 “너는 공격이 장점이니까 수비는 신경 쓰지 말고 공격에만 집중하라”며 계속 출전시켰다. 이승현은 5경기 출전 만인 4월 16일 광주전에서 시즌 첫 골을 넣더니 올해 7골 3도움으로 활약했다.
최 감독은 꼭 해야 할 말이 있을 때는 따로 불러 얘기한다. 그마저도 불편해하는 선수에겐 편지를 쓴다. 그는 “내성적이거나 소심한 선수들은 감독이 불러 얘기하면 속내를 더 안 보여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나 카카오톡(스마트폰 메신저)까지 동원해 선수에게 다가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최 감독은 우신고 졸업 후 대학 진학에 실패하고 은퇴까지 생각했던 인물이다. 그는 뒤늦게 축구에 눈을 뜨며 28세에 늦깎이로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었다. 밑바닥부터 국가대표까지 경험한 최 감독은 누구보다 선수들의 심리를 잘 알고, 그들과 잘 소통하고 있다.

 

29일 쿠웨이트전, 대표팀 운명을 가르다


대표팀은 감독 인선에 있어 내외로 적지 않은 홍역을 치룬 상태다. 국내파인 최강희 감독의 선임으로 조광래 감독을 왜 그렇게 전격적으로 ‘밀실 해임’해야 했느냐는 비난은 면치 어렵다. 이는 결국 축구협회가 대안도 없이 석연찮은 정치적인 이유로 대표팀 감독을 전격 해임하는 자충수를 뒀다고 자인하는 꼴이다. 게다가 이번 신임 감독 선임 절차 역시 언론에 먼저 나오는 등 불투명해 만약 곧 벌어질 쿠웨이트전 결과까지 좋지 않을 경우 그 후폭풍이 축구협회 수뇌부는 물론이고 한국 축구 전체에까지 미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현재 대표팀은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최종 예선 진출 여부가 결판나는 2월 29일 쿠웨이트전 단기전에 목을 매야 하는 상황이다. 결국 최강희 대표팀의 구체적인 색깔은 아시아 최종 예선 진출부터 이룬 다음인 내년 3월 이후가 돼야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새 사령탑으로 내정된 최강희 감독. 그만의 특유의 소신과 믿음이 힘을 발휘해 대한민국이 승리의 함성으로 가득할 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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