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결혼 형태, 졸혼(卒婚)
새로운 결혼 형태, 졸혼(卒婚)
  • 김도윤 기자
  • 승인 2016.07.02 23: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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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김도윤 기자]
새로운 결혼 형태, 졸혼

사람들이 졸혼 선호하는 이유 무엇?


지난 2004년, 일본에서 발간된 책 한 권이 큰 화제를 모았다. 그 책은 바로 <소츠콘을 권함>으로, 여기서 ‘소츠콘’은 우리말로 번역하면 ‘결혼을 졸업하다’를 뜻한다. 이 책의 저자인 스기야마 유미코(衫山由美子)는 졸혼을 권한 이유로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따라 부부관계 역시 변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졸혼(卒婚), 결혼생활 No, 이혼 No

최근, 일본 중·장년층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는 졸혼 문화. 법적인 부부 관계는 유지하되 양자가 합의하에 각자의 삶을 사는 것을 말한다. 그래서 졸혼은 남남이 되는 이혼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또한, 각자의 삶을 산다고 해도 배우자와 정기적으로 만나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때문에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별거와도 또 다른 개념이다. 졸혼이라는 단어를 처음 쓴 사람은 일본 작가 스기야마 유미코였고, 그가 졸혼에 대한 책 <소츠콘을 권함>을 출간되면서부터 쓰였다. 이후 2013년 일본 코미디언 시미즈 아키라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노년에 마음 편하게 살고 싶다. 그래서 나는 졸혼했다’라고 직접적으로 졸혼을 언급하면서 다시 졸혼이 화제가 되었다. 
 

  그렇다면 한국인들은 졸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5월 20일, 부부의 날을 맞이하여 결혼정보회사 가연은 모바일 결혼정보서비스 ‘천만모여’ 회원 548명을 대상으로 ‘졸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설문 조사를 진행한 적이 있다. 그 결과, 미혼 남녀의 57%가 졸혼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 앞으로 국내에서도 졸혼한 부부를 쉽게 찾아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졸혼을 선호한 이유에 대해 응답자의 57%가 ‘결혼 생활 동안 하지 못했던 것들을 노후 때라도 하기 위해서’ 졸혼하겠다고 답변했으며, 그 다음으로 ‘배우자의 간섭을 피하기 위해서’라는 답변이 22%로 많았다. 이외에 ‘사랑이 식은 결혼 생활을 유지할 것 같아’ 졸혼을 택하는 경우가 18%로 꼽혔다. 이들은 각자의 꿈을 위해 자신만의 시간을 보내거나 자녀를 키우느라 못 했던 것을 하기 위해 졸혼을 원한다고 응답했다. 그래서 일본의 한 건축업체가 30~65세 사이의 기혼 여성 200명을 대상으로 2014년 진행한 설문조사결과, ‘은퇴 후’가 졸혼하기 가장 적정한 시기로 꼽혔다. 김덕일 결혼과가족관계연구소장은 “근대사회 이전에는 의료기술이 발달하지 않아 평균 수명이 짧았으며, 개인의 독립적인 활동에 많은 제약이 따랐습니다. 그래서 죽음에 이르기 전까지 부부간의 교류가 큰 도움이 되었고, 그 덕분에 1부1처제가 잘 유지되었습니다. 하지만 시대가 변화하면서 결혼 문화에도 변화가 생겼는데, 그 부산물이 바로 졸혼입니다”라고 언급했다. 

 

 

결혼생활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 변화의 신호탄 

일본에서 졸혼이 형성될 수밖에 없었던 요인은 무엇일까? 현재, 일본은 저출산인 반면에 수명은 증가하여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들게 되었다. 수명의 증가는 곧 결혼생활의 장기화를 불러왔고, 그로 인해 사람들은 장기화 된 결혼생활에 부담감을 갖기 시작했다. 이에 대한 절충안으로 떠오른 것이 바로 졸혼이다. 이호선 한국노인상담센터장은 “평균 수명이 점점 늘어나는 상황에서 60대 이후의 홀로서기는 20년 넘는 세월을 독수공방으로 살아야 되기 때문에, 앞으로 이들의 졸혼이나 재혼은 빠른 속도로 증가할 것입니다”라고 언급했다. 
 

  물론, 모두가 졸혼을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 이혼이나 별거와는 의미가 다르지만, 졸혼 역시 결혼을 끝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가정·결혼 관련 전문가들은 졸혼이 나 자신의 삶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배우자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란 쉽지 않았다고 전했다.
 

  가연의 설문조사에 의하면 졸혼에 찬성한 남성이 54%였다면 여성은 63%로 더 높게 나타났는데, 그 이유로 여성들이 ‘남편의 간섭’과 ‘집안일’에서 벗어나길 원해서라고 한다. CNN 역시 ‘가정과 남편을 위해 희생해 온 중·장년층 여성들이 소츠콘을 선호하는 분위기’라며 졸혼을 소개했고, 일본에서 30~60대 주부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소츠콘 세미나’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 세미나에 참석한 56세 여성은 ‘남편이 나를 하녀 정도로 생각하지만 더 나이가 들어 병이 생겼을 때 외로울 것 같아서 굳이 이혼하지 않았다’고 소츠콘을 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서로가 사랑해서 결혼했지만, 그 결혼생활이 오래도록 이어오기란 매우 힘들다. 특히, 부부에게 자녀가 생긴다면 그 이전보다 더 가족에게 헌신해야만 한다. 여기에 부부간의 책임감과 역할 등 너무 많은 의무를 짊어지게 한 결과가 바로 졸혼의 등장 배경이 된 것은 아닌지 생각해봐야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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