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 위로 떠오른 반기문 대망론
수면 위로 떠오른 반기문 대망론
  • 김남근 기자
  • 승인 2016.07.01 03: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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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김남근 기자]


[Cover Story] 반기문 대망론


 

수면 위로 떠오른 반기문 대망론 

 

위기에 빠진 한국 정치 성공의 정답 될까?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달 우리나라를 방문하며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었다. 지난 4.13 총선 이후 여권의 대선주자가 사실상 사라지면서 여권에서 ‘반기문 대망론’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의 입국이었기 때문에 더욱 눈길을 끌었다. 더욱이 제주 포럼에는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 홍문표 사무총장 대행, 나경원 의원 등 여권 인사들이 포럼에 참석했기 때문에 이곳에 참가하는 반기문 총장의 대망론이 더욱 꿈틀댄 것이다. 일각에서는 반기문 대선 출마 시 패배를 점치며 일갈하고 있지만, 여론의 반응은 다르다. ‘반기문 대망론’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여·야 초미의 관심이 집중된 반기문 총장의 행보


최근 정가를 달구는 가장 뜨거운 주제는 ‘반기문이 차기 대통령이 될 것인가?’이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대망론은 일찌감치 제기되었던 이슈였다. 다만, 여당이 아닌 야당에서 자당(自黨) 후보로 불을 지펴온 상황이었기에 여당 입장에서 ‘반기문’이라는 카드는 매우 흥미로울 것이다. 정가 소식에 밝은 이들은 새누리당 내 친박(親朴)과 범박(汎朴) 진영에서 반기문 카드로 비박(非朴)과 지분을 협상하고, 이를 동력으로 차기 정권을 재창출하려 한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이런 전망과는 별개로 이미 반기문에 대한 국민들의 반응은 뜨겁다. 지난 5월 25일 한국을 찾은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에 대해 지지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반기문 총장은 기존에 1위를 달리던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더블 스코어로 앞질렀다. 여기서의 포인트는 역시 ‘충청 대망론’일 것이다. 충청의 유권자들과 손잡는 정치세력이 승리한다는 공식인 ‘충청 대망론’에 의한 이런 지지율은 시간이 지나면서 변화할 수밖에 없다. 반 총장은 정치권에 뿌리를 두지 않았기 때문에 이전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그래 왔듯 혹독한 검증, 그리고 경쟁자들의 파상적 공세가 예상된다. 이를 제대로 이겨낸다는 보장이 없기에 지지율 하락을 점치기도 하는 것이다. 

 
과거, 국민들은 이미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안철수 두 인물에 대해 낱낱이 알게 되었고, 이들이 지난 총선에서 보여준 능력도 모두 봤다. 반기문 현상은 국민들이 이 두 야당 지도자들은 물론 새누리당 인물들에 대해서도 적지 않은 실망을 받은 민심을 보여주는 현상인 것이다. 그러나 반기문은 2007년 대선에서 제3의 후보로 등장한 문국현이나, 2012년 안철수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위상을 갖는다. 이들은 모두 ‘대세’라는 이름을 가진 야권의 흥행을 위한 전략적 카드였지만, 반기문은 그 자체로 한국 정치의 ‘해결사’라는 맥락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가 한국 정치 성공의 정답이라는 보장은 없다. 모두가 예상하는 것처럼, 반기문이 ‘진흙탕 경선’에 참여하지 않겠다면 새누리당은 반 총장을 추대하기 어렵다. 반대로 경선을 거치지 않고 추대되어 치르는 선거는 지는 게임을 하겠다는 결정에 지나지 않는다.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김형준 교수는 “반기문 총장의 대선 출마를 위해서는 몇 가지의 산을 넘어야 합니다”라며 “먼저 현 대통령인 박근혜와 친박계의 손길을 뿌리질 수 있는 것과 충청 대망론에 기대지 않는 지역주의의 산, 그리고 부정적인 평가를 내놓는 해외 언론의 산입니다. 끝으로 아직 국내 정치 경험이 적고, 정치 조직이 취약하다는 약점을 갖고 있기 때문에 시대정신에 맞는 비전을 명확히 제시하고, 이를 실천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만 할 것입니다”라고 조언했다.

 

바빠진 야권 잠룡들의 움직임


지난달 9일(미국 현지시각) 반기문 총장은 “사무총장으로서의 임기 마지막 순간까지 나의 모든 노력과 시간을 쏟아붓겠다”라며 “이것이 내가 이야기할 수 있는 답”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 같은 날 오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 현안 관련 기자회견에서 한국 대선 출마 여부 관련 질문에 “유엔 사무총장 임기를 수행하면서 (다른 곳에) 주의를 빼앗기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 그는 지난 임기 동안 수시로 이와 같은 입장을 밝혀왔으나, 이날 회견에서 다시 한 번 명확히 하고 싶다고 덧붙이기까지 했다. 대선 출마 문제로 사무총장 업무에 소홀해질 수 있다는 비판에 대해선 ‘지나치고 불합리한 비판’이라고 반박했지만, 초미의 관심사인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해서는 또 한 번 명확한 입장 표명을 비껴갔다. 하지만 방한 중 비공개 일정에서 그를 독대한 김종필(JP) 전 국무총리는 지난달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 등 지인들과 가진 만찬에서 반 총장과의 회동 분위기를 묻는 질문에 “(반 총장이) 단단히 결심을 굳힌 것 같더라”라고 말한 바 있다. 반 총장과의 자세한 대화 내용에 대해선 ‘비밀’이라고 일축했다.

 
한편, 반 총장이 방한 일정을 마친 뒤 야권은 반 총장을 향해 날 선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종걸 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반기문 대망론은 너무나 턱없는 소리이자 재앙이다. 대통령이 될지 안 될지 모르겠지만, 시궁창에 버리는 이름이 될지도 모르겠다’고 전했고,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 역시 ‘반 사무총장은 청와대와 여권이 만들어준 꽃가마를 탄 기분이었을 것인데, 반 사무총장이 너무 나간 것 같다’고 일갈했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반 사무총장은 한 번도 검증을 받은 바 없다’고 비판하며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이 같은 야권의 반응은 이번 총선을 통해 ‘여소야대’로 귀결된 야권에 유리한 흐름으로 전개되던 대선 구도에 이상기류가 흘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0대 총선 이후 형성돼오던 문재인-안철수 양강 구도가 깨진 것이다. 이에 따라 총선 이후 소강상태를 보였던 야권 잠룡들의 보폭이 커지기 시작했다. 

 
동국대 사회과학대 김철근 교수는 “이대로 놔뒀다간 자칫 반 총장에 대한 대세론이 형성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야권 주자들의 발걸음이 빨라질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정계의 한 관계자도 “야권 내에선 막연하게 반 사무총장이 본격적인 검증 무대에 올라가면 위태로울 것이란 얘기가 많지만, 과거 사례와는 다르다는 지적도 많다”며 “이는 결국 기존 여권 후보들에 비해 앞서 있던 야권의 대선주자들에겐 자극제가 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앞선 수로 움직임으로 유리한 위치 선점해야 


정계 관계자들은 반기문 총장이 일찌감치 대권 도전의 의사를 보인 것에 대해 의외라고 생각한다. 대선 출마 의지를 감추고 밀고 당기고, 여의치 않으면 발을 빼는 수순이 펼쳐질 것이라 예상하는 게 보통이었다. 하지만 반 총장은 예상을 뒤엎었고, 너무 늦지 않게 자신의 대권 의사를 표방하며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기 시작했다. 지지자들을 결속하는 수를 먼저 내놓은 것이다. 이제 반 총장은 자신의 메시지와 의제를 어떻게 국민들에게 전달하냐는 것이 화두가 됐다. 이는 반기문 현상의 지속 가능성에 큰 의미가 있지만, 반기문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친박과 비박 간 차기 정권에 대한 협상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 그리고 자신의 힘으로 대권 주자로 발돋움해야만 한다. 

 
그렇다면 반 총장의 이념은 무엇일까? 아직 반 총장의 보수 성향이 국민들로부터 확실한 신뢰를 얻고 있는 상황은 아니다. 과거 그가 노무현 정부 하에서 대북 유화적인 정책들을 지지했다는 점과 동성애와 동성혼에 적극적인 찬성 메시지를 던졌다는 점은 그가 보수 시민들에게 그 배경과 연유를 설득력 있게 설명해야 할 부분일 것이다. 여기서 조심해야 할 점은 이러한 설명이 적어도 그의 유엔 사무총장 임기가 끝나는 올해 12월까지는 유보될 것이라는 점, 그리고 이를 토대로 얼마든지 반(反) 반기문 바람도 불 수 있다는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대권에 본격 도전하기 전 자신의 정치적 아군을 모아야만 한다. 권력을 쫓아다니는 기회주의자들이 아닌, 국가와 국민, 미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할 줄 아는 이들이어야 한다. 이것들이 모두 갖춰졌을 때 비로소 대권에 도전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고, 미래를 설계할 수 있을 것이다. 

 
김형준 교수는 “반 총장의 대선 참여는 변수가 아닌 상수가 됐다”며 “대권에 도전하려면 지금이 적기일 것이다. 국민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고, 세력을 모으는 데 적어도 6개월은 필요하기 때문에, 유엔 사무총장의 임기가 끝나고 시작하면 너무 늦을 거라 판단한 것으로 보여진다”라고 전했다.

 

차별화된 철저한 전략이 ‘열쇠’ 될 것


한편, 야권에서는 안희정 충남지사를 주목하고 있다. 반기문 대망론의 토대라 할 수 있는 ‘충청 대망론’에 있어 야권에서 내놓을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카드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핵심 당직자는 “지금은 안희정 지사가 열심히 뛰어줘야 하는 시기다. 일단 지역적으로만 보면 야권에서 반 사무총장에 대한 대망론을 견제할 수 있는 유효한 카드가 안 지사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안 지사 역시 최근 ‘불펜투수론’을 거론하며 대선에 직접 나설 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안 지사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김종민 의원은 “안 지사는 충청 분들에게 지역 사람으로서 지지나 신뢰를 받기보단 새로운 리더십으로 선택받는 것을 원하고 있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이처럼 야권의 대선주자들이 ‘반기문 대망론’에 맞서기 위해서는 자신들이 가진 강점을 얼마나 잘 활용하고, 반 총장과 차별화를 할 수 있느냐가 주요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정계의 관계자들은 ‘반 총장의 행보를 끝까지 지켜봐야겠지만, 결과가 어찌 됐든 야권 주자들은 반 총장을 염두에 둔 행보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 전망했고, ‘야권 주자들이 반 총장과 어떻게 대결구도를 그려나갈지 철저한 전략을 세우는데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반기문의 등장으로 대권 주자 지지도 순위가 내려간 박원순 서울시장의 충청 방문 일정이 연기된 부분도 이 같은 맥락에서 생각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의 신율 교수는 “최근까지 반기문-문재인-안철수 3인 가상 대결로 여론조사를 실시하면 1위를 달리는 인물이 반 총장”이라며 “맹점이라면 야권 대선후보들이 꾸준히 정치적 풍파를 거치며 온 ‘생존자’들이라면, 반 총장은 아직 온실 속에 있었다고 볼 수 있어 이에 대한 대비책을 어떻게 만드느냐가 관건”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특히 대선 출마가 확고해짐에 따라 야권뿐만 아니라 새누리당 내 비박계의 비판과 견제도 대단히 강도가 높아질 것”이라며 “출마 시사 발언은 되도록 늦출 필요가 있었는데, 대선이 1년 6개월이나 남은 시점에서 약간 이른 것이 아닌가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반년 뒤 반기문 총장의 진로는 본인 스스로 선택할 것이다. 이후의 운명은 국민의 손에 달렸다. 그의 선택이 옳은 선택일지, 그렇지 못한 선택일지는 시간이 정답을 말해 줄 것이다. 불붙은 ‘반기문 대망론’의 행보가 주목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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