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해야 할 ‘법’속의 어둠
투명해야 할 ‘법’속의 어둠
  • 천우인 기자
  • 승인 2016.06.30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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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천우인 기자]


 

투명해야 할 ‘법’속의 어둠


수면위로 드러난 법조계의 단면
 

 

 

‘전관예우’는 고위직을 지낸 공직자 또는 전직 공직자에게 동료 및 선배로서 예우를 해주는 관례다. 법조계에서는 전직 판사와 검사 출신 선배들에게 소송에서 이길 수 있도록 판결을 유리하게 내려주는 것으로 관례가 행해지고 있다. 지난 5월 전관예우 특혜로 법조계 정상에 있던 최유정 변호사는 모 대기업 회장의 소송사건에 ‘100억 원’ 대의 수임료를 받은 혐의로 변호사로서가 아닌 피의자로서 법정에 섰다. 변호인들에게 선망의 대상이었던 그는 한순간에 추락했다. 사람의 욕심이 만들어 낸 비극으로 마무리될 것 같던 이 사건은 ‘브로커’라는 존재가 물 위로 드러나면서 법조계에는 찬바람이 불고 있다.


 

이미 깊이 스며들어 있던 ‘브로커’의 실태 


국내 현행법에 따르면 변호사와 법무사만이 법률 사무에 대한 소개와 중개를 유료로 진행할 수 있고, 아닌 경우에는 할 수 없도록 규정돼있다. 이 사안을 위반할 시 처벌을 받게 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법조브로커의 활동으로 법조계의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 일반적으로 변호사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접근해 연결고리가 되어주고 변호사들에게 수임을 성사시켜주는 대가로 수임료를 챙기는 ‘사건 브로커’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국내의 경기불황에 많은 이들이 파산이나 회생절차를 이용하려는 사람들의 수요가 늘자, 브로커들은 시장성을 노리고 다양한 매개체로 광고를 내 걸고 전문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이는 광고나 여러 매개체를 통해 변호사와 연결된 경우의 대부분은 브로커를 통해서 만나게 된 것이라 해석된다. 최 변호사 사건 역시 브로커의 개입으로 성사된 사건이다. 업계 측은 화제가 된 사건 말고도 개인의 재력이나 관례를 이용해 형량을 줄이려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이로 인해 법의 기준적 신뢰를 상실해 가고 있는 현 상태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법조계 브로커가 활성화된 이유에는 변호사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이라고 관계자는 전했다. 변호사가 개업한 부동산 사무소인 ‘트러스트’도 시장의 포화상태가 만든 하나의 예로 들 수 있다. 시장에서 낙오된 법조인들의 경우에는 브로커들의 유혹에 취약하기 마련이다. 업계의 말에 따르면 일부 힘 있는 브로커의 경우 웬만한 법조인의 위치보다 더 우위에 있다고 전했다. 사람들과의 관계가 넓고 깊을수록 힘이 강해지는 특성상 브로커의 힘을 판단하는 것은 바로 ‘인맥’이다. 대부분 브로커는 법조계 쪽에서 소모임이나 동호회를 통해 그룹을 형성하고 뜻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 인맥을 넓혀가고 브로커로 활동하게 된다. 이처럼 브로커들은 힘을 키우기 위해 각종 방법들을 동원하고 있다. 과거의 브로커들은 민·형사 사건에 주류를 이뤘지만, 현재는 넓은 인맥과 다양한 방법을 통해 개인회생과 파산, 경매사건까지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수법 또한 조직화 되고 있어 변호사들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대규모 법조비리와 브로커들의 변호사법 위반으로 처벌받는 경우는 한 해 400여 건에 이른다고 전했다. 브로커는 변호사가 받는 보수의 30~40%를 수수료로 받는다. 그래서 수임료가 비쌀수록 자신의 몫이 커지기 때문에 수임료가 큰 대형소송에 눈독을 들일 수밖에 없다. 이처럼 법의 규율을 무시하고 수임료의 크기로 사건을 왜곡시키고 사법불신을 조장하는 브로커들의 만행에 자격상실의 변호사들은 늘어만 가고 있다.


 

법조계의 명예를 되찾기 위한 노력 


변호사법은 브로커의 활동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이를 이용해 상업적 활동을 하려는 변호사들 때문에 단절은 쉽지 않다. 이는 단지 법과 규제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니다. 법조인들이 소명의식을 가슴에 새기고 지름길보다 천천히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도모해야 한다. 또한, 법 제도적인 차원에서도 개선이 필요로 여겨진다 하면 과감히 진행해야 한다. 전관예우를 하는 법조인들과 과잉 범죄화를 유발하는 엄격하고 다양한 형법이 축소된다면, 형법을 가지고 판,검사와 변호사가 판단을 가지고 거래를 할 여지가 줄어들게 될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법조인들의 의식구조 개선이 이루어지는 것이 문제 해결의 첫 단추다.


최근 대법원은 변호사가 판사에게 법정 이외의 장소에서 변론(辯論)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사건 관련 청탁을 받은 판사는 법원 내 신고센터에 신고하도록 제도화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법조 비리 근절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이는 최근 불거진 사태에 무너진 사법 신뢰를 회복시키기 위한 법조계의 대책이다. 이번에 내놓은 법조 비리 근절 방안은 지금까지의 법원과 검찰이 내놓은 방안 가운데 최선책이라고 법조계는 보고 있다. 법원장 출신 변호사는 “청탁 전화 신고를 제도화하거나 ‘전화 변론’을 사실상 금지하는 조치는 사건 당사자들의 잘못된 ‘전관예우 기대 심리’를 불식시키기에도 고무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합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한 발짝 더 나아가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솜방망이 처벌로는 단절하기 어렵다는 것이 그들의 의견이다. 투명한 정책 또한 비리근절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소송이 진행됨에 있어 절차에 대해 보고의무를 고도화시키고 소송을 진행함에 있어 사소하게 지나칠 수 있는 부분조차도 내부에 보고하도록 의무화한다면, 투명하지 못한 사건은 쉽게 밝혀지기 마련이다.


사회정의를 실천하고 바른 법질서를 확립해야 할 의무가 있는 변호사와 법무법인이 심판대에 올랐다는 것과 불법과 편법을 저지르는 법조인이 신성한 법정에서 형벌의 여부를 판가름했다는 것은 국내 사법이 신뢰를 잃을만한 충분한 요소이다. 또한, 불법과 편법이 도를 넘어 만연해졌다는 사실은 힘없는 자의 동아줄이라 여기는 ‘법’을 썩은 동아줄로 만들기 충분했다. 하지만 법은 나라의 기초질서와 안정화를 위해서 꼭 필요하다. 정부는 ‘법조계 브로커에 대한 문제의식을 강하게 느끼고 있고, 일회성 처벌에 그치지 않고 구조적인 문제까지 파헤쳐 장기적인 수사를 진행할 방침’이라고 밝히고, 이같이 대대적인 수사는 법조계 비리의 근본적인 문제해결방안을 마련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춘 복안이라는 점을 전했다. 신뢰를 쌓는 것은 어렵지만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다. 법은 죄를 심판하기 위해 존재한다. 돈이 죄를 심판해서는 안 된다. 국내의 잃어버린 사법 신뢰를 다시 쌓기에는 시간이 필요하리라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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