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공화국, 대한민국 I] 범죄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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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혜지 기자
  • 승인 2016.06.30 18: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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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오혜지 기자]


 

대한민국 최대 현안, 묻지마 범죄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묻지마 범죄, 한국은 두려움에 떨고 있다

 

▲ ⓒ by Ryk Neethling on flickr

 

 

묻지마 범죄란 피의자와 피해자가 아무런 상관관계가 존재하지 않거나, 범행 이유 없이 불특정의 대상을 상대로 행해지는 범죄 행위를 말한다. 묻지마 범죄는 사전에 준비한 흉기를 무차별적으로 휘두르는 경우가 많아 피해자가 심각한 부상을 입거나, 사망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 2015년 9월, 대법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묻지마 살인 또는 살인 미수는 2000년대 4건, 2010년 이후 35건으로 늘어나는 추세였으며 범죄의 양태가 갈수록 흉악해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일상이 돼버린 묻지마 범죄


지난 5월 17일 오전 0시 33분 경, 강남 도심 한복판에서 충격적인 ‘묻지마 살인 사건’이 발생해 전 국민이 충격에 빠졌다. 남자친구 등 지인들과 1층 주점에서 술을 마시던 피해자 A 씨는 화장실에 숨어있던 피의자 김 씨에게 길이 32.5 cm인 주방용 식칼로 좌측 흉부를 4차례 찔려 숨졌다. 피의자는 화장실에 들어가 대기하던 중, A 씨보다 먼저 들어왔던 남성 6명은 그냥 보내고 여성인 A 씨에게 범행을 저질렀다. 사건 후, 경찰에 체포된 김 씨는 조사에서 "평소 여자들에게 무시를 많이 당해 왔다.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한 네티즌은 사건 현장과 가까운 강남역 10번 출구에서 피해자 추모 운동을 시작하자 제안했고 강남역 10번 출구를 중심으로 피해자를 추모하는 포스트잇과 국화꽃이 놓여지는 등 피해자를 위한 추모가 시작됐다. 하지만 피해자를 추모하는 포스트잇에 ‘살려(女)주세요, 살아남(男)았다', ‘여성 혐오는 사회적 문제’ 등 여성 혐오 문제를 지적하는 내용이 잇따라 붙으며 논란이 일기도 했다. 실제로 피해의식이 있는 여성들이 사건을 지나치게 확대해석하고 있다는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남자라는 이유만으로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받는게 불쾌하다며 1인 시위를 진행했다. 또한, 추모 장소에 '남자라서 죽은 천안함 용사들을 잊지 맙시다’ 또는 ‘일간베스트저장소 노무현 외 일동’이라고 적힌 화환이 배달되는 등 논란이 계속되며 피해자 추모가 아닌 남·여 갈등으로까지 번졌다.

 
강남역 살인 사건 외에도 묻지마 범죄는 사회 곳곳에서 연달아 발생하고 있다. 5월 26일에는 부산에서 한 50대 남성이 각목을 휘둘러 여성 2명에게 중상을 입힌 사건이 발생했다. 피의자 김 씨는 마주 걸어오던 정 씨의 머리를 각목으로 휘두르듯 가격했고, 20m를 이동한 지점에서 지나가던 서 씨에게도 각목을 휘둘렀다. 이 외에도 4월 17일, 광주 광산구에 위치한 어등산 등산로에서 김 씨가 휘두른 흉기에 찔린 60대 남성이 숨지는 일도 발생했으며, 지난 3월에는 성동구 한 횟집 앞 거리에서 횟집 주인이 흉기를 휘둘러 지나가던 2명의 행인이 부상을 입었다. 이처럼 한국에서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일면식 없는 사람에게 무차별적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일들이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 이에 많은 사람은 자신이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두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강남역 묻지마 살인 사건 피해자를 위한 추모 운동이 강남역 10번 출구에서 진행됐다

 

 

묻지마 범죄, 해결안이 필요하다


대검찰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2년부터 2014년까지 발생한 묻지마 범죄는 163건에 달했으며, 매년 50여 건이 발생하고 있다. 묻지마 범죄는 크게 3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사람이 많은 곳에서 범죄를 저지르는 단발적 범죄는 약물 등의 영향, 환각, 망상 등의 정신 증상, 취약한 자아나 반사회적 성격 등의 인격적 문제 등이 특징이다. 짧은 시간 내에 복수의 피해자를 살인하는 연속 살인은 스트레스에 대한 낮은 내성, 지나친 자기애, 미숙한 인격, 사회에 대한 분노나 원한, 사법 체계를 이용한 자살 등으로 특징을 띈다. 마지막으로 산발적으로 살인을 저지르는 산발적 범죄는 미숙한 인격과 반사회적 성격 등 성격적 문제, 삶에 대한 현실감 상실로 인하여 힘을 확인해 보고 싶다는 욕망으로 특징된다.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에는 성적인 동기가 개입되는 경우가 많다.

 
정신의학과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 씨는 “묻지마 범죄는 때와 장소 관계없이 누구라도 겪을 수 있으므로 사전 징후를 잘 파악해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대응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범죄 유형과 상관없이 피의자들이 범죄를 저지르는 원인으로는 음주를 포함한 약물 남용이 93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정신질환(72건), 현실불만(52건)이 뒤를 이었다. 즉, 묻지마 범죄자들은 정신병 등 개인적인 요인과 경제적 어려움, 실직, 채무 압박 등을 겪은 공통적인 특징이 있었으며 이로 인해 스스로 고립된 생활을 한 사람들이 많았다. 고립된 생활은 피의자들의 스트레스를 더욱 증가시켰으며 이는 사회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져 불특정 다수에게 분노를 표출하게 됐다. 이에 정신병력을 가진 이들을 멀리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정신이상자들과 그 가족들은 이를 철저하게 숨기기 때문에 주변에 정신병력을 가진 이를 파악하는 일은 쉽지 않다. 따라서, 환청이 들린다고 말하거나, 이유 없이 욕을 하고 화를 내는 경우, 극도의 경계심을 표출하는 행동을 반복하는 사람과는 가급적 마찰을 피하는 것이 좋다. 또한, 아파트와 공원 등 특정 지역을 비정상적으로 배회하는 사람도 의심하고 멀리해야 한다. 묻지마 폭행을 당하게 되면 현장에서 바로 신고를 하는 것이 아니라 빠르게 현장을 벗어나 신고하는 것이 피해를 줄일 수 있으며, 가해자를 흥분시키는 행동은 멀리하는 것이 좋다.

 
경쟁사회인 한국에서 경쟁에 도태된 이들은 패배자라는 낙인이 찍히게 된다. 또한, 타인의 무관심에 소외감을 받는 등 사회적 약자인 사람들은 묻지마 범죄를 야기시키고 있다. 묻지마 범죄 피해를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정신병력이 있는 사람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또한, 사회적 약자에 대한 따뜻한 배려와 이들을 지원할 수 있는 복지 마련도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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