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공화국, 대한민국 Ⅲ] 만연하는 기업범죄
[범죄공화국, 대한민국 Ⅲ] 만연하는 기업범죄
  • 박경보 기자
  • 승인 2016.06.30 18: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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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박경보 기자]


 

건전한 시장경제질서 확립을 저해하는 기업범죄

“효과적인 기업범죄 대응 시스템 구축을 위한 사회적 노력 필요” 


 

▲검찰에 출석하는 신현우 옥시 전 대표 ⓒ환경운동연합

 

 

최근 들어 기업들의 범죄행위가 줄지어 알려지면서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최근 벌어진 ‘옥시사태’와 네이처리퍼블릭의 ‘정운호게이트’, 폭스바겐의 경유차량 배출가스 조작 사건 등은 소비자들의 신뢰를 깨뜨리고 많은 실망을 안겼다. 기업 총수가 회계장부를 조작하거나 탈세, 가격 담합 등의 방법으로 공정거래 질서를 위반하는 일들이 통상의 기업범죄다. 그러나 더 심각한 기업범죄는 이익을 위해 독성 물질을 사용하고, 모든 안전성 검사나 정부의 규제를 비켜가는 것에 있다.  


급증하는 기업범죄, 소비자들의 실망과 불신으로 이어져  


현재 옥시의 가습기 살균제 사건 수사가 한창 진행 되면서 국민들의 많은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지금까지 밝혀진 사망자 수가 200명이 넘고 직간접 피해자의 수가 수십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국내 굴지의 대표적인 화장품기업인 네이처리퍼블릭의 정운호 대표의 전방위 로비 의혹이 밝혀지면서 이른바 ‘정운호 게이트’로 전국이 떠들썩하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회사 자금 횡령 등 정운호 대표의 네이처리퍼블릭 기업 비리 의혹을 확인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뿐만 아니라 횡령과 배임, 조세포탈 등 혐의로 기소된 CJ그룹의 이재현 회장에게 올해 초 법원이 실형을 선고하면서 국민들에게 실망감을 가져온 바 있다. 재판부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6개월과 벌금 252억원을 선고하면서 “많은 고민 끝에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재벌 총수라 하더라도 법질서를 경시하고 개인의 이익을 위해 조세를 포탈하거나 재산 범죄를 저지른 경우 엄중히 처벌받게 된다는 점을 명확히 인식하게 함으로써 동일한 범죄의 재발을 예방하고 건전한 시장경제질서 확립을 통한 진정한 경제발전을 이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기업범죄는 옥시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비롯해 작년에 불거진 폭스바겐의 경유차량 배출가스 조작 사건 등과 같이 기업의 제품과 관련된 범죄뿐만 아니라, 미국의 엔론(Enron) 월드컴(Worldcom)의 회계조작 사건과 같이 업무수행 과정에서의 부정 등 매우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경제행위의 양상이 계속 다양해지는 상황에서 이러한 경제범죄의 발생은 필연적이라는 것이 경제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기업범죄는 흔히 화이트칼라 범죄라고도 불린다. 이 말은 미국의 범죄학자 서덜랜드가 부유한 사람과 권력 있는 사람들의 범죄활동을 설명하기 위해 처음 사용한 것으로, 그는 화이트칼라 범죄를 높은 사회적 지위를 가지고 존경받고 있는 사람이 자신의 직업과정에서 범하는 범죄로 정의했다. 기업범죄, 경제범죄, 환경범죄, 공무원범죄 등이 대표적인 화이트칼라 범죄로 최근 들어 범죄 활동을 목적으로 하여 기업과 국가를 이용하는 개인 범죄행위인 조세범죄, 신용카드범죄 또는 정부나 기업에서의 자신의 지위를 이용한 횡령범죄 등도 이에 속한다. 

 
이러한 화이트칼라, 기업범죄의 범죄자들은 보통 계획적이고 교묘한 방법으로 범죄를 행하며, 자신의 위치나 권력을 남용하여 자신의 욕심을 채우려 하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살인과 강도 등 일반 범죄를 범하는 것과 같은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도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최근 가습기살균제 제조 기업들의 처벌을 촉구하며 상품 불매를 선언했다 ⓒ환경운동연합

 

 

대책마련이 시급한 기업범죄


최근 급증하고 있는 기업범죄의 뿌리를 뽑고 예방하기 위해서는 이에 대한 적절한 대처가 필연적이라고 할 수 있다. 선진국인 미국의 경우 회계조작 사건 이후 회계부정을 종합적으로 단속하기 위해 2002년 사베인즈 옥슬리 법을 통과시켜 기업회계 개혁 및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검찰 수사로 현재까지 밝혀진 것만 고려하더라도 기업범죄에 대한 시스템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선진국의 경우에는 기업범죄에 대한 매우 다양한 연구들이 진행되어 왔으나 한국에서는 이에 대한 연구가 매우 미미한 실정이다. 그러다 보니 기업범죄의 적발 단계에서도, 그리고 적발된 건을 처리하는 단계에서도 문제가 많다. 그 이유는 연구를 위한 기본 자료가 매우 부족하고 사법연감이나 검찰백서와 같이 자료가 있는 경우라도 내용이 매우 부실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외부에 대한 자료 노출을 꺼리는 공무원들의 태도 때문에 별 것 아닌 문서도 보안을 핑계로 접근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연세대 경영학과의 김창수 교수는 자신의 칼럼에서 “체계적인 자료의 정비와 자료에 대한 접근성 개선이 이뤄져야 효과적인 기업범죄 시스템 구축을 위한 기반을 닦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기업범죄에 대한 관대한 태도도 기업범죄를 양산하는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일반범죄는 해당 개인과 그와 관련된 몇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지만 기업범죄는 매우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미국에서 1978년부터 2006년까지 금융감독 당국과 법원에서 회계부정으로 조사를 받은 임원들의 범죄 후 경력을 조사한 연구에 따르면, 93%가 조사 진행 중 또는 종료 후에 해고되었고, 28%는 형사처벌을 받아 평균 4.3년을 복역했다. 특히 최고경영자(CEO)의 경우 해임 후 다른 회사로의 재취업이 불가능했고 스톡옵션을 행사할 기회도 상실했다. 이에 비해 한국은 기업범죄에 대한 처벌이 매우 관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연구진이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기업범죄를 범한 지배주주와 전문경영인의 유죄판결 확정 후 경력 변화를 추적한 결과 38명 중 22명이 범죄를 저지른 회사나 동일 기업집단의 다른 계열사로 복귀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기업법죄가 잇따르자 입법부와 사법부는 기업 범죄에 대한 국민 피해를 줄이기 위한 해결방안을 찾는 토론회를 수 차례 개최해 대책마련에 대한 해답을 찾을 전망이다. 정부와 사법부, 그리고 국민들이 함께 힘을 모아 기업범죄의 근원을 뿌리 뽑고 건전한 경제질서를 만들어가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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