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문화권에서 벌어진 한·중·일 밥솥 전쟁
쌀 문화권에서 벌어진 한·중·일 밥솥 전쟁
  • 김동원 기자
  • 승인 2016.06.30 17: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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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김동원 기자]

 

 

 

쌀 문화권에서 벌어진 한·중·일 밥솥 전쟁

승기 잡기 위해 차별된 무기 갖춘 삼국(三國)의 치열한 각축전

 


한국과 중국, 일본의 공통점 중 하나는 쌀이 주식이라는 점이다. 사람을 먹지 않고는 삶을 유지할 수 없듯 식(食)은 경제적으로도 중요한 문제로 자리매김해왔다. 이에 쌀 문화권인 아시아의 세 국은 현재 밥솥 전쟁을 펼치고 있다. 특히 13억 명에 이르는 중국인구의 입맛을 잡기 위해 한국은 스타마케팅과 기술력으로 중국은 가격으로, 일본은 브랜드 파워와 신제품을 주 무기로 전쟁의 승기를 잡고자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밥솥 전쟁의 시작

13억의 인구를 보유하고 있는 중국은 세계 최대 밥솥 시장이다. 최근 중국은 국민 소득과 삶의 질이 향상되면서 기존 밥솥과 차별된 프리미엄 밥솥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짐에 따라 중국 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밥솥 기업의 전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중국에서 판매되는 전기밥솥 중에선 아날로그식 구형 전기밥솥이 많아 전기밥솥에 대한 수요가 많다는 점도 밥솥 전쟁의 주요작용이 되고 있다. 중국 가전제품 연구기관 이캉데이터의 통계에 의하면, 중국의 디지털 전기밥솥 보급률은 32%에 불과하다. 반면, 한국과 일본의 디지털 전기밥솥 보급률은 95%여서 중국의 전기밥솥 수요는 시간이 지날수록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해외비즈니스정보포털에 따르면 중국 전기밥솥 판매량은 2012년 1억 6,809만 대에서 2014년 2억 7,080만 대로 2년 만에 61% 증가했다. 이 중 수입산 밥솥 시장 규모는 2012년 2,083만 달러(약 236억 원)에서 2014년 3,128만 달러(약 355억 원)로 50% 이상 늘었다. 2015년 기준 쑤보얼, 메이더, 번텅, 지우양 등 중국 4개 업체가 중국 전기밥솥 시장의 56.3%를 점유했고, 파나소닉, 도시바 등 일본 업체들의 점유율은 22.7%였다. 쿠쿠, 쿠첸, 대유위니아 등 한국 업체들의 점유율은 21%로 일본의 뒤를 이었다. 이에 한국은 일본을 넘어 중국 밥솥 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전략을 내세워 승부수를 띄웠다.


스타마케팅과 기술력으로 반등 꿈꾸는 한국

중국 후한 말기 건안(建安) 13년 조조가 10만의 병사를 이끌고 신야의 유비를 공격했다. 당시 조조는 유비가 군수물자가 풍부한 강릉을 점거하는 것을 두려워해 수송부대를 후방에 배치하고 신속하게 양양을 점거했다. 조조는 몸소 5천 정예기병대 호표기를 이끌고 급히 유비를 추격했고, 이들은 당양현 장판에서 유비를 급습하게 된다. 이 전투가 바로 삼국지의 ‘장판 전투’다. 이 전투에서 조조의 추격을 뿌리치고 유비가 살 수 있었던 데에는 장비가 있었다. 장비는 후군을 맡아 20여기의 병력으로 강을 방패삼고 다리를 끊었다. 그 후 조조군에게 “나는 장익덕이다. 누가 나와 죽기를 각오하고 싸우겠는가”라고 소리쳐 조조군에게 겁을 줘 유비는 귀중한 시간을 얻게 됐다. 여기서 조조군이 장비를 쉽사리 공격하지 못했던 데에는 그간 수많은 전투에서 보여줬던 장비의 위용 때문이었다. 지금 용어로 굳이 빗대어 표현하자면 ‘스타성’이 한몫했다고 볼 수 있다. 한국은 이번 밥솥 전쟁에서 이러한 스타성을 내세우고 있다.
 
한국의 밥솥 기업 쿠쿠는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로 ‘한류(韓流)’ 열풍을 일으킨 배우 김수현을 광고 모델로 내세웠다. 쿠첸은 원조 한류스타인 배우 장동건을, 대유위니아는 쿡방(요리하는 방송)으로 유명한 백종원씨를 모델로 기용했다. 장비가 조조군에게 무력으로 인지도가 있었던 것처럼, 중국인에게 잘 알려진 스타를 모델로 내세워 중국인의 관심을 높이겠다는 시도다. 또한, 국내 제조사들은 IH(인덕션히팅)방식의 프리미엄 신제품을 선보였다. IH 압력밥솥은 하단열판을 가열해 내솥 위쪽으로 열이 전달되는 일반전기압 방식에 비해 전기코일에 의해 내솥 전체가 통가열되는 방식으로 열이 내솥 전체에 고르게 전달되는 강점이 있다. 밥맛과 관련한 다양한 특허 기능을 탑재한 신제품도 잇따라 나오고 있다. 쿠쿠전자는 올해 1월 고급스러운 디자인과 소비자 편의성을 갖춘 프리미엄 전기밥솥 ‘풀스테인리스 3.0 에코 클라시코’를 내놨다. 이 제품은 쿠쿠전자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2기압 초고압력 특허 기술을 적용했다. 쿠첸은 옛 가마솥의 성능을 재현한 전기밥솥 ‘명품철정 엣지’를 출시했다. 이 제품의 내솥은 표면에 철 미세입자를 2000도의 온도로 녹여 뿌리는 용사기법으로 제작됐다. 대유위니아는 최근 프리미엄 IH 전기압력밥솥 ‘딤채쿡’을 내놨다. 이 제품은 밥알이 터지는 비율을 줄이기 위한 쌀알불림 기능과 밥솥 내부의 효율적인 열 전달 등 대유위니아의 특허 기술을 적용했다. 이처럼 한국은 스타성과 기술력을 13억의 중국 입맛을 차지하기 위한 전략을 내세웠다. 2015년 기준 21% 점유율로 한국, 중국, 일본 국가 중 가장 낮은 점유율을 갖고 있던 한국이 이 전략으로 장판파 전투의 위기를 넘긴 후 다시 승기를 잡은 유비처럼 전세를 역전시킬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브랜드 파워와 신제품으로 강세 이어가려는 일본

1592년, 선조가 조선의 임금으로 나라를 돌본 지 20년 만에 임진왜란이 발발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일본을 통일하여 실권을 장악한 후 조선과 명나라 침략을 계획해 우선적으로 조선을 공격했다. 일본은 명나라로 가는 길을 내달라는 구실로 부산 앞바다에 나타나 부산진성과 동래성을 순식간에 무너뜨렸다. 그 후 곧장 한양을 향했고, 전쟁에 대해 미처 준비하지 못한 조선군은 순식간에 무너지고 말았다. 임진왜란에서 조선군이 일본군에게 패배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는 신무기 ‘조총’이 있다. 당시 조선군은 일본군의 주력무기인 조총의 사정거리도 파악하지 못하고, 여진족과 싸우던 전술을 그대로 차용해 화포도 이용 못하고 전의(戰意)를 상실했다. 일본의 신무기가 전쟁 초기 승기를 잡게 해준 셈이다.
 
일본은 밥솥 전쟁에서도 신제품을 주무기로 삼고 있다. 일본의 전자제품 기업인 파나소닉과 도시바는 올해 상반기 중 IH 압력밥솥 신제품을 선보이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중국인이 삶의 질이 향상되면서 더 좋은 제품을 사용하겠다는 욕구를 만족시키겠다는 의지로 분석된다. 게다가 일본은 중국 시장에서 막강한 브랜드 파워를 갖고 있다. 1918년 중국에 진출해 현지에 합자회사를 60여개 만든 파나소닉은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보유하고 있다. 파나소닉이 중국에 미치는 영향은 직원 수만 보더라도 그 파워가 유추가능하다. 중국 내 6만 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도시바 역시 1972년 중국에 진출해 오랜 기간 중국 전기밥솥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해 한국 업체들의 점유율이 일본 업체들의 점유율을 넘어설 수 있을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또한, 그들은 한국의 밥솥 기술은 이미 일본을 넘어섰다고 분석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KITA)에 따르면 한국 기업들의 밥솥 수출물량은 2012년 509만 달러(약 58억 원)에서 2014년 1,480만 달러(약 169억 원)로 3배 가까이 늘었다. 일본의 2014년 밥솥 수출액은 1,500만 달러에 그쳤다. 중국에서 높은 우위를 차지하고 있던 일본과 한국의 수출액이 2년 만에 20만 달러로 줄어들었다. 한국 밥솥 업체들의 중국 수출액은 연 평균 60%씩 증가하고 있어 올해부터 한국 기업이 일본 기업의 수출액을 따라잡을 수 있다는 분석이 틀리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일본이 새로운 기술을 지속해서 내세운 만큼 기술개발에 대한 마련책이 있어야 한국은 일본과의 패권 다툼에서 승리할 수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저렴한 가격대로 아시아 패권 노리는 중국

전쟁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는 주 원인은 물량이다. 6.25전쟁 당시 두만강을 넘어 북한 점령을 목전에 뒀던 한국군과 UN군이 다시 후퇴할 수밖에 없었던 데에는 중국의 인해전술이 탓이었다. 경제적으로 보면 인해전술은 저렴한 가격에 해당한다. 소비자가 물품을 구입할 때 가장 민감한 분야가 가격이고, 비슷한 사양의 제품이면 보다 저렴한 제품을 선택하는 경우가 대다수인 탓이다. 중국은 이번 밥솥 전쟁에서 저렴한 가격대의 인해전술로 승부하고 있다. 그 대표 기업은 바로 ‘샤오미’다.
 
샤오미는 지난 3월, ‘샤오미 IH 전기밥솥’을 출시했다. 이 제품은 일본 가전업체 산요 출신으로 IH압력밥솥의 공동 발명자 중 한 사람인 나이토 다케시가 참여하며 높은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우선 이 제품은 국내 일부 프리미엄 제품에만 적용됐던 IoT(사물인터넷) 기능이 탑재됐다. ‘샤오미홈’이란 어플을 사용하면 샤오미 IH 전기밥솥을 스마트폰으로 통제할 수 있다. 또한, 이 제품은 쌀 봉투 바코드를 통해 200여개의 쌀 유형과 상표, 원산지 등을 인식할 수 있다. 이 인식에 따라 밥솥 조리법이 달라진다. 이러한 높은 기술력에 샤오미는 저렴한 가격대를 더했다. 이 제품의 가격은 한국 돈으로 약 18만 원에 유통되고 있다. 30만원에서 50만원대를 기록하고 있는 한국과 일본 전기밥솥과 비교해 절반 이상 저렴한 가격이다. 샤오미의 밥솥은 중국 시장을 넘어 한국에도 위협을 가하고 있다. 그동안 프리미엄 제품군 경쟁에 주력했던 국내 업체들은 ‘샤오미 밥솥’ 출시 소식에 기술적 우위를 내세우면서도 내심 경계심을 감추지 못하는 현실이다.
 
쌀 문화권에 속해 있는 아시아에서 한국과 중국, 일본의 밥솥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스타마케팅과 기술력으로 승부하는 한국, 저렴한 가격대로 각 국의 시장을 위협하고 있는 중국, 브랜드 파워와 신제품으로 강세를 이어가고자 하는 일본. 각 국의 각축전은 이미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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