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_ Cover Story] 우주여행의 꿈 실현한 이 시대의 ‘예스맨’
[이슈메이커_ Cover Story] 우주여행의 꿈 실현한 이 시대의 ‘예스맨’
  • 김남근 기자
  • 승인 2023.08.21 14: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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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행을 일삼는 괴짜 기업인?
고희(古稀)가 넘었음에도 멈추지 않는 열정과 유쾌함

[이슈메이커=김남근 기자]

우주여행의 꿈 실현한 이 시대의 ‘예스맨’

 

괴짜 기업가로 알려진 버진그룹의 리처드 브랜슨 회장이 최근 자신의 꿈을 실현하고자 설립한 우주 관광기업 버진 갤럭틱을 통해 세계 최초로 민간인 우주 관광 비행에 성공하며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이는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나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보다 빠른 행보이며, 우주 산업 자체에서도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꿈을 현실로 옮기는 동화 같은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을 이슈메이커에서 조명해 보았다.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 버진그룹 홈페이지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 버진그룹 홈페이지

 

세계 최초의 민간인 우주 관광 비행 성공

영국의 억만장자로 알려진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이 설립한 버진갤럭틱은 지난달 10일(현지시간) 세계 최초의 민간인 우주 관광 비행에 성공했다. 버진 갤럭틱의 관광용 우주선인 ‘갤럭틱 02’의 비행 과정을 온라인으로 생중계하며 큰 화제를 모았다. 물론 2018년 이후 버진 갤럭틱의 우주비행은 이번이 7번째이며, 2021년 7월 11일에는 리처드 회장도 직접 승무원 5명과 함께 탑승해 14분간 우주 비행에 성공한 이력이 있지만, 실제 티켓 구매자가 탑승해 비행에 성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당시 해당 비행선에는 파킨슨병을 앓는 영국의 전직 카누 선수인 존 굿윈과 카리브 제도 출신 사업가이자 헬스 코치 케이샤 샤하프, 그리고 그의 딸인 18세의 아나스타샤 메이어스가 탑승한 것으로 알려졌고, 우주의 가장자리인 약 55마일(88.51㎞) 상공까지 날아오른 후 무사히 활주로에 착륙했다. 이번 비행에는 많은 기록이 남았다. 카리브해 최초의 여성 우주비행사, 우주에 간 최초의 모녀, 최연소 우주여행, 우주로 간 최초의 올림픽 선수, 최초의 다수 여성 우주비행 등이 그것이다. 이번 비행을 리워드 제도의 최대 섬이자 발사지인 앤티가섬에서 주민들과 함께 지켜본 리처드 회장은 환호와 함께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자신의 숙원 사업 중 하나이자 꿈이었던 민간인 우주 관광에 세계 최초로 성공했기 때문이며, 항상 밝은 모습을 보였던 그가 내심 마음고생이 심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모습이었다.

 

당시 우주선에 탑승했던 존 굿윈은 “파킨슨병 환자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다른 사람들에게도 병이 있다고 해서 정상에서 벗어난 일을 하는 것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심어주고 싶었어요”라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이 설립한 버진갤럭틱은 지난달 10일(현지시간) 세계 최초로 민간인 우주 관광 비행을 성공하며 큰 주목을 받았다.ⓒ 버진그룹 홈페이지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이 설립한 버진갤럭틱은 지난달 10일(현지시간) 세계 최초로 민간인 우주 관광 비행을 성공하며 큰 주목을 받았다.ⓒ 버진그룹 홈페이지

 

기업보다 창업자에 관심이 쏠리는 기업

민간 기업의 우주 관광 비행에 해당 비행을 성공시킨 기업인 버진 갤럭틱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들을 검색해 본 뒤에는 이상하게도 기업보다는 창업자에게 눈길이 가는 기이한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충분히 그럴 것이 버진 갤럭틱의 모기업인 버진그룹의 창업자인 리처드 브랜슨 회장은 강렬한 인상에 따라붙는 수식어가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다. 선천성 난독증에 고교 중퇴자인 세계적인 기업가라는 별명이 바로 그것이다. 1950년생으로 올해 73세로 칠순이 훌쩍 지난 나이지만, 건장한 중년으로 봐도 무리가 없을 정도이며, 세계에서 가장 창조적인 경영인이라는 수식어도 얻은 바가 있다. 무엇보다 기행을 일삼는 괴짜 기업인이라는 사실이 버진그룹을 처음 알게 된 이들에게는 매우 흥미로운 사실로 다가올 것이다.

 

리처드 회장은 1960년대 말에 10대의 나이로 부모의 도움 없이 잡지 사업을 시작했다. 시드 자금을 모은 그는 ‘버진’(Virgin)이라는 이름의 레코드사를 시작해 1971년에는 런던의 중심에 가게를 내고 이듬해에는 녹음실을 차리기까지 했다. 음반 작업을 할 수 있는 준비를 마친 뒤부터는 본격적으로 앨범을 만들어 내기 시작했고, 예상치 못한 대박 앨범 덕분에 그의 사업은 탄탄대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미디어, 유통, 통신, 교통 등 다양한 사업에 직접 관여하거나 부도 직전의 기업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영역을 넓혀나갔다. 현재는 항공사, 모바일, 인터넷, 미디어, 웨딩, 호텔, 레저 등 300여 개의 계열사를 거느리며 영국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거듭났다. 영국 왕실로부터는 기사 작위를 받기도 한 리처드 브랜슨 회장이다.

 

 

기행을 일삼는 괴짜 기업인으로 알려진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은 칠순이 넘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즐기는 취미가 조금은 남다르다.ⓒ 버진그룹 홈페이지
기행을 일삼는 괴짜 기업인으로 알려진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은 칠순이 넘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즐기는 취미가 조금은 남다르다.ⓒ 버진그룹 홈페이지

 

리처드 회장만의 사업 확장 방식

대한민국의 만화가로서 ‘먼 나라 이웃 나라’의 작가인 이원복 교수는 리처드 브랜슨 회장에 대해 “레코드-미디어-교통-콘돔-음료 등으로 이어지는 사업 확장 방식은 인간이 레저를 즐기는 패턴에 맞춘 사업확장. 레코드 가게에서 시작해서 문화 산업을 일구어내기까지 나름 입지전적인 인물”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실제로 그의 행보를 보면 항공 사업의 시작은 항공사의 결항으로 비행기 탑승이 어려워지자, 홧김에 직접 전세기를 빌려 공항 승객들에게 표를 팔기 시작한 것이 버진 애틀랜틱 항공의 발단이 됐다. 자사 브랜드 광고를 위해 각종 퍼포먼스로 신문 1면을 장식하는가 하면 1996년에는 뉴욕 42번가 타임스퀘어에 리처드 회장이 직접 탱크를 타고 나타나 당시 미국을 상징하는 타임스퀘어 광장의 대형 코카콜라 광고판에 버진콜라로 만들어진 포탄을 쏟아부으며 코카콜라를 제압하겠다는 선전포고를 하기도 했다. 에어아시아의 CEO인 토니 페르난데스와 F1 레이스 내기에 패배해 스튜어디스 분장을 하고 일일 승무원이 된 것도 유명한 일화다. 기행의 나라라는 별칭이 붙은 영국에서도 독보적인 괴짜 기질의 소유자로 알려져 있을 정도다.

 

‘즐거운 삶’의 가치 추구가 버진의 동력

이처럼 기행을 일삼는 그이지만 손대는 사업마다 대박까지는 아니지만, 중박 이상을 항상 유지하는 리처드 회장의 성장 비결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이에 대한 이유를 그의 특유의 유쾌한 성향 때문이라고 전한다. 리처드 회장 역시 자신이 기이한 행동을 하는 이유에 대해 단순히 ‘재미’ 때문이라고 말할 정도다. 그는 “버진(그룹)은 ‘즐거운 삶’이라는 가치를 파는 회사입니다. 이런 회사는 우리가 유일합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리처드 회장은 언제나 자신들보다 덩치가 큰 대기업을 경쟁상대로 선택한다. 다만 자본에 의한 경쟁보다는,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틈새를 파고드는 전략으로 이를 실천한다. 지난해 버진그룹의 계열사인 버진 오빗(Virgin Orbit)이 한국 우주기업 제이스페이스와 위성 발사를 위한 협력 계약을 체결한 것도 이러한 틈새를 공략하기 위해서로 풀이된다. 당시의 제이스페이스는 설립된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신생 기업이었다.

 

뿐만 아니라 기업가적 창의력과 강력한 도전정신도 그의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모두가 비웃었지만, 저렴한 가격에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며 노선 1개로 시작한 항공 사업이 영국 내 2위의 항공사로 성장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게다가 이미 오래전부터 자체적으로 워라벨을 중요시하며 전 직원과 함께 다양한 여가와 레저를 즐기며 그들의 사기와 직장 만족도를 높인 것 역시 그만의 전략 중 하나다. 그렇게 만들어진 독특한 버진의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손대는 사업마다 평균 이상을 달성할 수 있는 동력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버진그룹의 마케팅 원칙은 ‘유머’다. 사업은 자신도 즐거워야 하지만, 많은 이를 웃게 하는 것도 중요하기에 버진그룹의 사업 자체로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리처드 회장은 도전정신과 즐거움을 앞세워 버진을 브랜드로서의 가치를 끌어올렸고, 브랜드의 힘으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함으로써 일반인들의 통념을 보기 좋게 파괴한 기존에 없었던 기업가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리처드 브랜슨 회장은 지속해서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을 찾아 도움의 손길과 힘을 북돋아 주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버진그룹 홈페이지
리처드 브랜슨 회장은 지속해서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을 찾아 도움의 손길과 힘을 북돋아 주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버진그룹 홈페이지

 

 

유쾌함 뒤에 내제된 따뜻한 마음

정신과 전문의인 최명기 교수는 리처드 브랜슨 회장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하기도 한다. “(리처드 브랜슨의) 무의식적 책략은 그의 삽화적 기억이 뛰어나기 때문에 가능하다. 자연스러운 맥락 없이 억지로 공부해서 암기하는 의미기억(semantic memory)이 아닌, 자신이 경험한 상황을 자연스럽게 기억하는 것은 삽화기억(episodic memory)에 강점이 있다고 보인다. 삽화기억이 좋은 사람은 상황이 진행되는 중에 과거의 일이 생각나면서 계속 연관을 짓는다. 한번 탄력을 받으면 살을 붙이면서 일을 진행한다. 리처드 브랜슨은 그가 경험한 모든 상황, 그가 만나는 모든 사람을 필요할 때마다 떠올리고 이용했다”라고 말이다. 그래서일까. 그는 돈을 손에 쥐고 사업을 해줄 사람을 찾아 헤매지 않고, 남들이 주춤할 때가 곧 경쟁자가 줄어드는 적기임을 간파하고 조금은 유쾌하면서도 예리하게 파고들기를 반복했다. 때문에 영국과 같이 고소득 저성장 국가에서도 단숨에 부호의 위치로 올라설 수 있게 된 것이다.

 

무엇보다 세상을 진심으로 걱정하고, 어려운 이들을 위해 베푸는 것이 결코 외부에 보이기 위한 행동이 아니라, 이 역시 모두가 재미있는 삶을 영위해야 한다는 신념에서 우러나오는 행동이라고 보인다. 과거 넬슨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에게 직접 연락을 취해 남아공 대규모 헬스클럽 체인의 부도로 수천 명의 실직자가 발생할 위기를 막고자 도움을 청했던 일화나, 현재까지도 지속해서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을 찾아 도움의 손길과 힘을 북돋아 주는 활동을 펼치는 것을 보면 역시 일반적인 사고에서의 접근으로 그를 평가하기에는 무리가 있음을 느끼게 된다. 물론 기업을 운영하며 여러 번 위기도 있었고, 지금도 전문가들은 버진그룹의 지속 성장 가능성에 물음표를 던지고 있지만, 앞길을 예상할 수 없는 그의 파격적인 행보에 버진그룹이 또다시 어떠한 반등을 보일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내가 상상하면 곧 현실이 됩니다”라고 자신 있게 외치는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의 유쾌한 경영이 재난과 전쟁으로 얼룩진 글로벌 경제에 단비를 뿌려주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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